철학 학부 과정에 대해서는 잘 모르구요,

라틴어는 김나지움에서 (13년제 기준으로) 7학년때 부터 13학년까지 als zweite Fremdsprache 로
아니면 10학년때부터 als dritte Fremdsprache로 배울수 있습니다.
7학년때부터 쭉 한 아이들은 왠만한건 바로바로 번역하구요 10학년때 하는 아이들은
조금씩 차이가 있어요. 전 10학년때부터 한 2년 배웠었는데 다 까먹었네요....-_-;;;;

라틴어에서 제일 중요한건 문법이라고 배웠구요,
배운지 1년 지나가면 단어들은 사전 찾아서 해석했어요.
단어들이 워낙 많기도 하고 한 단어에 뜻이 여러가지라 1년동안만 기본 단어
(약 300개정도 된듯합니다) 외우고 그 다음에는 문법 위주로 집중해서 배웠어요.
(물론 단어를 계속 외우기는 합니다. 시험볼때 단어 하나하나 다 찾을수 있는 시간이 없어요;)
라틴어 문법 자체가 좀 복잡하고 어려워서 (제 기준입니다; 독일어보다 몇배 힘들었어요 ㅠㅠ)
문법을 확실하게 익혀놓으면 해석은 무리 없이 가능합니다.

문법이 독어보다 몇배로 힘들었다니... 아찔하네요. =.=;

라틴어/그리스어로 된 텍스트를 읽어야 하기 때문에 고전 언어를 요구하는 것일 수도 있고, 그럴 필요가 없지만 철학, 신학, 역사 등의 많은 인문과목에서 그냥 전제조건으로 요구하는 것일 수도 있어요. 40년 전에 독일에서 미술사를 공부한 어느 한국분은 한국 고등학교에서 한자 배운 것으로 비겨서 라틴어/그리스어를 따로 공부하지 않고도 대학 입학하고 공부 마쳤습니다. 한자는 동양의 고전 언어니까요.

이것을 알아볼 수 있는 곳이 각 대학 철학과의 Studienberatung입니다. 대학의 과목 전체를 아우르는 Studienberatung에 가지 마시고 철학과 Studienberatung으로 가서 물어보셔요. 일단 사시는 곳에 있는 대학교에서 물어보시면 대략 윤곽이 잡힐 것 같네요. 대학마다 다를 수 있기 때문에 대학을 정하시면 거기서도 미리 따로 확인하셔야 합니다. 한자로 비길 수 있는지 가부에 따라 대학을 정하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실질적인 방법: '한국에서 동양의 고전언어인 한자를 몇 년 동안 몇 시간 공부했다, 독일 고등학교의 그리스/라틴어 과목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가? 아니면 입학 후에 그리스/라틴어를 따로 수강해야 하는가?'라는 내용의 문의 메일을 아주 잘 써서 (원어민에게 검토 받아서) 각 대학 철학과 Studienberatung 담당자에 뿌림)

그리고 각 과목마다 Fachschaft라는 학생 자치회가 있어요. 거기서 축제 같은 것을 계획하기도 하지만 공부에 관한 실질적인 질문에 대답해주기도 합니다. Fachschaft 찾아가셔서 공부하면서 라틴어나 그리스어로 된 텍스트를 많은 분량으로 읽어야 할 일이 실지로 있는지 물어보셔요.

만약 한자로 비길 수 있다면, 저라면 라틴어나 그리스를 공부할 시간에 독일어를 더욱 철저히 공부하겠습니다. 건축사로 학위하면서 라틴어 기초가 없어서 약간의 핸디캡은 있었지만 아는 사람에게 물어봐서 해결할 수 있는 정도의 미미한 핸디캡이었어요. 왜냐면 제 전공은 그리스/로마 건축사가 아니라 19세기 독일의 한 지방 건축사였거든요. 그 당시 문서는 독일어였어요. 라틴어 몇 단어, 몇 문장 정도야 도서관에 앉은 옆사람에게 물어봐도 됩니다.

굳이 철학역사나  그리스/로마 철학에 인생을 걸 계획이 아니라면 서양 고전언어 학습을 피해가시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인간에게 시간은 한정되어 있고 공부할 수 있는 분야는 무궁무진하거든요. 예를 들어 근대 철학을 하신다면 고전 언어가 그다지 필요하지 않겠지요. 차라리 영어가 더 유용할 수도 있겠고요.

참, 저도 대학에서 라틴어 따로 공부하려고 수강신청 하고 책까지 산 적이 있어요. 꼭 필요하지는 않지만 독일에서 공부하려면 그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하지 않나 하는 마음에서요.  해 보니 숙제는 많은데 재미/의미 없어서 금방 때려치웠습니다. 지적허영심에서 시작한 일이라 그런 거지요. 꼭 필요한 일이었으면 죽어도 했을 테지만.

이상 저의 개인적인 의견이었습니다. 이용혁님, 응원드립니다.

아, 완전 자세한 답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