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12년을 끌어오던, 베를린 한복판에 바로크양식의 옛 성을 재건하는 문제가 드디어 결판이 났다. 연방의회는 베를린의 호엔쫄레언왕가의 궁전을 재건하기로 결정했다. 589명의원중에 384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모처럼 소속당과 여야를 막론하고 정열적인 의견을 피력한 의원들이 많았다. 청백리로 알려진 티어제조차도 옛 성이 주위경관에 더 어울린다는 의견을 내더라.  2차대전중에 파손된 호엔쫄레언왕가 궁전을 동독정권이 1950년 아예 폭파시켜버린 이후 이를 굳이 다시 기를 쓰고 재건하려는 이유가 대프로이센제국의 영광을 재건하기 위해서라고 감히 주장하는 간덩이 부은 의원들은 다행히 아무도 없는 것같다.

베를리너플랏쯔를 지키고 있는  현재의 구리빛나는 건물이 중요문화재건물들이 밀집해있는 주변경관과 어울리지 못하는건 사실이다. 이 흉칙한 건물이 철거되고 멋진 궁전이 들어선다면 관광객 눈요기거리로는 그만일 법하다.

그러나 이번 결정은 공사에 들어갈 돈을 누가 댈지 미지수라는 점에서 조금은 정열이 이성을 압도해버린 느낌이다.  베를린주는 재정이 파탄난 상태고 연방정부도 돈을 댈 수 없다는 신호를 보내며 발을 빼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민간투자가가 나서야 할텐데, 완공해 보았자 자신들이 사용할 수도 없는 특수용도의 건물재건을 위해 과연 민간투자가들이 나설지도 확실치 않다.

그렇지만 아무리 재정조달이 막막하건간에 베를린의 옛 영화를 부활시키는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독일사람들은 가슴이 머리를 앞서는듯하다. 베를린으로 수도를 옮긴것도 그 가슴이 시킨 것이라면 지금 독일사람 4명중 3명이 궁전의 재건을 찬성하고 있다는 여론조사결과가 그리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철거될 건물. 동독시절 Volkskammer로 쓰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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