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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Wehrmachtsausstellung을 둘러싼 소동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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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하일트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조회 1,756회 작성일 01-12-02 05:47

본문

유태인 학살과 소련 전선에서 벌어졌던 전쟁 범죄에 독일 국방군 Wehrmacht이 어떤 역할을 담당했는가를 다뤘던 전시회 "Vernichtungskrieg. Verbrechen der Wehrmacht 1941-44"는 1995년 함부르크에서 처음 열렸을 때부터 화제거리였다.

헐리우드 산 2차 대전 영화에 익숙한 외국인들에게야 친위대(SS)든 정규군(Wehrmacht)든 똑같이 '나쁜 독일군'이지만 두 조직은 좀 다르다. 친위대는 본래 국가 조직이 아니라 나치당에 딸린 정당 조직이었고 지원제였다. 따라서 친위대란 이론의 여지 없이 나치 이데올로기를 추종하는 자들의 집단이었고 실제로 나치가 저지른 많은 범죄의 주역이었다. 악명 높은 게슈타포도, 강제 수용소의 감시병들도 모두 친위대 소속이었다.

반면 국방군, 즉 정규군의 위치는 좀 복잡하다. 프로이센의 전통있는 귀족 가문 출신의 장군들에게는 오스트리아 촌놈에 1차대전 당시 사병이었던 총통을 통수권자로 모신다는 게 그리 달가운 일은 아니었다. 한편으로는 히틀러의 정복 전쟁의 충실한 도구였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히틀러 암살 계획의 주역이었다는 점은 국방군이 갖는 복잡한 색깔을 잘 보여준다.

아울러 군대가 징병제였던 만큼 본인이 나치즘을 신봉하든 그에 거리감을 갖든 상관없이 독일의 청년이라면 누구나 국방군의 군복을 걸쳐야 했다(이미 친위대에 들어가있던 경우는 제외하고). 따라서 친위대의 경우와 달리 국방군을 범죄 조직으로 규정할 경우 독일 청년 한 세대가 모두 범죄자라는 결론이 유도될 수도 있다. 이런 불편한 상황을 피하기 위해 뉘른베르크 전범 재판에서 친위대는 범죄 조직으로 판결났으나 국방군은 무죄 판결을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부 전선에서 유태인, 슬라브인, 공산주의자 등에 대해 자행된 학살극에 국방군이 참여했다는 점을 부정하는 역사가는 거의 없다. 그리고 1999년 중단될 때까지 4년간 국방군 전시회는 독일 33 군데 도시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이 주제에 관한 자료를 보여주었다.

그러나 1999년 전시회가 중단된 직접적인 이유는 민감한 주제에 대한 불편한 감정이 아니었다. 전시회에 사용된 몇몇 사진에 대한 증거자료가 불충분하다는 이의가 제기되었고 실제로 전시회 중단 후 있었던 조사에서 일부 자료에 논란의 여지가 있음이 판명되었다. 그 후 2년 동안 주최측은 자료 보강 작업을 계속했고 이번주 초부터 베를린에서는 "Verbrechen der Wehrmacht. Dimensionen des Vernichtungskrieges 1941-1944"라는 약간 바뀐 제목으로 다시 전시회가 시작되었다(그런데 귀찮으니까 다들 그냥 국방군 전시회 Wehrmachtsausstellung이라고 부른다).

새 전시회에서는 자료의 양이 더 풍부해졌을 뿐 아니라 지난번 전시회에 대한 비판을 의식했음인지 관객의 감정에 호소하는 사진 자료에만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좀더 객관적이고 치밀하게 상황을 판단할 수 있게 해주는 문서 자료의 비중이 커졌다는 평이다.

하지만 이 전시회가 갖는 본래의 민감성은 변하지 않아서 극우 민족주의 정당 NPD는 12월 1일 국방군 전시회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 것을 예고했다. 베를린의 네오 나치들 뿐 아니라 다른 지방의 극우파들까지 집결한 대규모 집회였다. NPD 정당 자체가 금지되지 않는한 이들의 시위를 금지할 법적 근거는 없었다. 평소 관용의 정신 Toleanz 내세우는 걸 즐기는 베를린 시민들에게는 가만 앉아 있을 수 없는 일, NPD가 집회 신고를 하자마자 당장 NPD에 반대하는 시위 신고가 밀어닥쳤다.

전시회 장소가 하필 전통적인 유태인 밀집 구역인데다 근처에 시나고그까지 자리잡은 터라 시위를 앞둔 분위기는 살벌하기 짝이 없었다. NPD 지지자와 반대파들 사이에 경찰이 단단히 진을 친 덕택에 양 집단간의 충돌은 없었으나...대신 NPD 반대파와 경찰 사이에 무력 충돌이 있었고 양쪽에서 부상자가 나왔다 한다. -_-;; 그리고 소란의 장본인 NPD 지지자들은 집회 후 일반 시민들과 접촉하는 일이 없도록 특별 열차에 실려 도시 밖으로 빠져나갔다.

NPD 측에서 본래 의도했던 것과는 달리 그들의 시위는 결국 전시회의 홍보 효과만 높여준 듯 하다. 12월 1일 전시회장 앞에는 입장을 기다리는 시민들이 장사진을 쳤고 민사당 총재 가비 침머, 베를린 시장 클라우스 보버라이트 등 정치가들도 전시회에 얼굴을 내밀었다. 시위 현장에서는 민사당 스타 그레고어 기지 또한 볼 수 있었다(그레고어 기지의 경우 아버지 쪽 가계로 유태계 피가 섞여있기도 하다).

국방군 전시회를 둘러싼 소동들은 나치 패망 후 반 세기도 더 지났음에도 나치즘으로 인한 범죄와 그에 참여한 인간들의 군상이 여전히 예민한 주제임을 보여준다. 이 전시회는 1월 13일까지 베를린에서 계속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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