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 독일과 오스트리아 그리고 스위스가 합작으로 운영하는 문화 전문 TV 3Sat 방송에서 북한에 대한 두 필름들을 보았다. 첫 번째는 열서너명의 북한 농부들이 스위스의 산악지대 농가들을 방문하며 겪은 이런 저런 모습들을 담았으며 두 번째 필름은 일단의 스위스 여행객들이 북한을 구경하며 담은 모습들을 선보였다. 처음으로 공개 방송된 필름들이다.

스위스 산악농가의 전통적 축산이 어느 정도 북한 농산물의 양적 질적 상승에 도움이 될지는 차치하고라도 일군의 북한사람들이 그 곳 사회의 폐쇄된 공간을 벗어나 제한된 범위에서나마 그래도 스위스의 개방사회를 맛본다는 사실 자체에 이미 그 가치를 매길 수 있지 않을까도 싶다. 실제 이러한 양국간의 교환프로그람을 주도한 비정부단체 "Campus fuer Christus Schweiz"의 책임담당자 역시 이런 말을 던졌다.
1997년부터 실시되었던 이 프로그램은 매년 10명에서 15 정도의 북한 농부들이 스위스 농가를 찾아 얼추 넉달간 그 곳에서 생활하며 스위스 농가의 농축산법을 배운다는 취지였다. 작년인가 재작년인가 복한 당국의 일방적인 중지로 끝맺음을 본 이 프로그램을 통해 스위스의 기술이 실제 전달이 되었는지 내지는 나아가 그러한 기술이 북한 농가에 과연 도움이 될른지에 대해선 스위스 한 산악농부는 나름대로의 회의적인 의견을 표명했다. 이 농부는 또한 인터뷰에서 함께 지내는 북한사람이 일을 잘하는가에 대한 답으로 말하는데, 너무 자주 쉰다는 불평을 터뜨렸다. 농번기에는 하루 12시간씩 일해야 할 정도로 바쁜데 휴식을 지나칠 정도로 자주 찾는다는 말이었다. 이에 대해 그 해당 북한사람은 몸이 불편하다는 이유를 들었다만, 어쨌거나 그 스위스 농부는 북한에서 온 일꾼에 대해 만족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규정된 고용계약에 의거해 임금을 지불하는 입장이니 자기가 고용한 일꾼이 어찌 일하는가를 세심히 바라본 듯했다. 이번에 여섯 번째로 북한일꾼을 고용했다고 하는데, 첫 번째 일꾼을 제외하곤 전부 신통치 않다는 말도 아끼지 않았다.

보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또 다른 북한사람을 고용한 스위스 농가의 한 여자가 한 말이었다. 헤어지는 날, 즉 고용기간이 만료되는 날이 가까와지자 해당 북한일꾼이 매일 일 끝낸 후마다 팁을 요구하더라는 말을 하며 헤어지는 선물로 원격수신안테나가 달린 TV를 요구하다 나중엔 그 대신 컴퓨터 한 대를 달라는 소리를 서슴치 않더란다. 그래 그 여자는 자기가 적당하다고 생각하는 선물과 약간의 팁과 함께 임금을 지불했는데, 이에 대해 고맙다는 말 한 마디 하지 않더라며 그 북한사람의 헤어지는 모습에 아쉬움을 표현했다.
왜 그런 요구를 했는가에 대한 해당 북한사람과의 인터뷰는 없었다.

통역을 맡은 북한사람은 통역뿐 아니라 나름대로의 해석, 자진해서 나서는 변호까지 담당하느라 욕보는 모습을 보였다.

이 필름에 이어 두 번째로 방송된 북한 방문 필름에서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스위스 여행객들과 일군의 북한사람들과 함께 묘향산을 올라가는 모습이었다. 외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갖는 일박이일의 산행이라 하며 텐트를 치고 하룻밤을 함께 묶으며 묘향산의 품을 즐기는 모습이 부러웠다. 묘향산, 서산대사가 수행했던 조선 최고의 명산이라 일컫는 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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