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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알려주는 새아리는 낡은 반복의 메아리가 아니라 거창하지 않은 작은 것이라도 뭔가 새롭게 느끼게 해주며, 소박한 가운데서도 문득 작은 통찰을 주는 그런 글들을 기다립니다. 소재와 형식, 문체에 제약이 없는, 제멋대로 자유롭고 그래서 나름 창조적인 자기만의 글쓰기를 환영합니다.

독일 베를린 사민당 - 이기긴 이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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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하일트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조회 2,094회 작성일 01-10-23 02:47

본문

21일날 있었던 베를린 시선거 결과 사민당이 29,7 퍼센트의 득표율로 제 1당의 자리를 차지했고 기민당은 23,7퍼센트라는 1948년이래 최악의 성적을 얻었다(1999년 선거때만 해도 40,8퍼센트라는 득표율로 사민당을 18퍼센트가 넘는 차이로 따돌렸던 기민당이니 곡소리날만한 분위기다). 구동독 공산당의 후신인 민사당의 득표율은 22,5 퍼센트로 기민당의 득표율에 근접했고 그 뒤를 자민당이 9,9퍼센트, 녹색당이 9,1퍼센트로 잇고 있다.

일단 기민당 분위기가 초상집이라는 건 자명한 사실이다. 23,7퍼센트라는 득표율은 1948년 이래 베를린 기민당 역사상 유례없이 저조한 기록이라한다. 하지만 이건 새삼스러운 충격이 아니라 선거전 당시 이미 예견되고 있던 상황이었다. 올해 초만해도 바깥 세상에서야 콜 정권이 퇴진하든 적녹 연정이 들어서든 아랑곳없이 베를린에서는 10년이 넘도록 기민당과 사민당이 쿵짝쿵짝 손발맞춰가며 대연정을 계속하고 있었고 또한 예정대로라면 2003년까지는 별탈없이 이어져야했다.
그러나 지난 5월 안그래도 찢어지게 가난하던 베를린에서 은행 콘체른이 도산 위기에 처하고 그 원흉으로 Management 담당자이자 베를린 시의회 기민당 원내총무였던 란도우스키Landowsky가 지목되자, 그리고 거기에 기민당의 불법 정치자금 문제가 얽혀있다고 밝혀지자 안그래도 콜 총리의 비자금 스캔들 이후 기민당을 우습게 알던 사민당에서는 당시 야당이던 녹색당과 민사당을 꼬드겨 기민당의 딥겐Diepgen 시장을 불신임하고 대연정을 파토내고만다. 그리고 10월 21일 시선거가 실시되어 정식으로 새 시정부가 들어설때까지 사민당 원내총무로 이 활극을 진두지휘했던 보버라이트Wowereit가 임시 시장 자리를 꿰어차며 그간의 세월동안 '베를린 시장 = 무조건 딥겐'이라는 세뇌에 걸려있던 베를린 시민들을 잠시 놀래킨다.

이렇게 이번 선거에 이르게 된 경위부터가 기민당의 실책이다보니 민심이 기민당에 등을 돌릴 것은 뻔한 이치였고 문제는 기민당에서 깎일 표를 나머지 정당에서 어떻게 갈라먹느냐였다. 그리고 그 결과는?

일단 사민당은 99년의 굴욕적인 패배를 기민당에게 그대로 갚아주는데 성공하고 제 1당에 등극했으며 임시 시장 보버라이트는 자기 직책에서 '임시'라는 글자를 떼어낼 수 있게 되었다. 그럼 사민당 만세고 보버라이트 만세인가? 하지만 뭐 그렇지도 않은 것이 일단 29,7퍼센트라는 수치는 사민당의 기대에 못미친다. 그간의 여론조사는 35,6퍼센트, 못되어도 33퍼센트 정도의 지지율은 보여주면서 잔뜩 사민당에게 바람을 넣어주었는데 결과는 30퍼센트에도 미치치 못하니말이다. 그래도 그게 거기서 끝날 문제면 그냥 한 번 기분 나쁘고 말면 될일이지만 일찌감치 연정파트너로 점찍어뒀던 녹색당에서 9,1퍼센트밖에 못얻은 터라 둘을 합쳐도 시의회에서 과반수의 의석을 확보할 수 없다는 게 사민당의 진짜 골칫거리다.

도저히 녹색당과 둘이서만 살림을 차릴 형편은 못되는 지금  사민당이 택할 수 있는 길로는 우선 녹색당을 차버리고 민사당이랑 붙어버리는 방법이 있다. 일명 Rot-Rote Koalition으로 이 경우 두 당의 의석을 합치면 77석으로 과반수를 넘어설 수 있다(베를린 시의회의 의석수는 141). 실제로 선거 기간 내 심심찮게 사민당과 민사당의 연정 가능성이 언급되곤 했고 사민당 후보 보버라이트 또한 그 가능성을 부정하지 않았다. 헌데 그런 사정을 다 알면서도 민사당측에서는 사민당의 속을 긁는 행각을 끊이지 않았으니 대표적인 경우가 미국 테러 사건 이후 대놓고 전쟁 반대 외치기다(10월 13일 민사당이 주도적으로 참여했던 베를린의 반전 시위는 보란 듯이 시청 앞에서 벌어졌다). 외교와 국방이야 시정부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연방 정부에서 해결할 일이니 원칙적으로야 민사당이 반전을 외치든 국제적으로 오사마 빈 라덴 후원회를 조직하든 베를린 내정과는 상관없는 일이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원칙이 그렇다는 거고 베를린 시정부에 떡하니 민사당이 참여할 경우 미국에 무제한의 지지를 약속한 슈뢰더 정권에 걸리적거릴 것임은 뻔한 일이다. 안그래도 사민당원 중에는 민사당이랑 연정을 할 경우 탈퇴해버리겠다는 인간들도 있는데말이다. 그래서 선거 막판에 반전주의자들의 표를 긁어모아 예상을 뛰어넘는 성적을 기록한 민사당 측에서도(여론조사 결과에서는 민사당이 항상 20퍼센트를 밑돌았다) 마냥 좋아할수만은 없다. 연정에 참여할 수 있을지가 불투명한 상황이니까.

사민당이 택할 수 있는 또다른 길은 녹색당에다 자민당까지 끌어들여 적,녹,황의 신호등 연정을 구성하는 것이다. 녹색당은 99년 선거보다 0,8퍼센트가 떨어진 9,1퍼센트의 득표율을 기록했는데 그정도면 그만저만한 성적같지만 사실은 패배라 봐야한다. 위에 언급했듯 기민당이 크게 고전하는 마당이었고 민심이 기민당에서 등을 돌렸으니 좌익정당에는 더없이 유리한 상황이었는데도 도리어 득표율이 떨어졌다는 것은 상당수의 사람들이 녹색당에 실망감을 느끼고 있다는 소리다(그리고 그 사람들은 아마 민사당 찍으러 갔을거다). 반면 자민당쪽 분위기는 정반대다. 만약 앞뒤 정황 모르는 사람이 자민당 선거 쫑파티에 구경간다면 분명 자민당이 1등먹고 자민당 후보 렉스로트 Rexrodt가 시장된 줄 알거다. 이번에 자민당은 기민당에 염증을 느끼긴 했지만 그렇다고 좌파 정당(특히 민사당) 잘되는 꼴을 보긴 싫은 사람들에게 호소해 녹색당을 뛰어넘는 9,9퍼센트의 성적을 기록했다. 바로 2년전 고작 2,2퍼센트로 연정은커녕 시의회에 자리조차 못얻는 더 이상 나쁠 수 없는 처지였던 걸 생각하면 설사 사민당에게 간택은 못받는다 해도 10퍼센트 가까운 득표율 자체가 잔치거리다.

사민당, 녹색당, 자민당 세 정당의 의석을 합하면 73석으로 과반수를 겨우 넘는다. 그리고 기민당과 민사당이라는 강력한 야당에 둘러싸이게 된다. 설상가상으로 성격이 극히 다른 녹색당과 자민당이 한 지붕 아래서 오랫동안 오순도순 지낼거라고 믿는 사람은 별로 없다.

이상이 현재 사민당이 얻은 승리의 결과다. 벌써부터 슈뢰더는 신호등을 켜라고 보버라이트 옆구리를 찌르는 중이다(공식적으로는 어디까지나 '맘대로 골라봐'가 슈뢰더의 입장표명이지만). 그렇다고 동베를린 지역에서는 50퍼센트에 가까운 득표율을 올린 민사당을 무시하는 게 가능할까?(우리 동네서는 민사당이 50퍼센트 넘김 ^^; 기민당은 고사하고 사민당도 발을 못붙이는 거 같음)

한편 이번 선거는 10년만에 정권이 바뀌는데다 함부르크에서 사민당이 겪은 참패를 만회할 기회였음에도 불구하고 그리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일단은 미 테러 사태와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전쟁이 엔간한 뉴스는 다 덮어버린 게 주이유겠지만(테러 사건 직후 베를린에서는 각 당의 합의하에 선거운동이 중지되었을 정도였다) 각 당의 프로그램이 큰 차이가 없다는 이유도 한몫했다. 베를린이란 도시가 가진 가장 큰 문제는 일단 이 도시가 찢어지게 가난하다는 거다. 라인강 유역처럼 공업이 발달하길 했나, 프랑크푸르트처럼 금융의 중심지길 하나, 바이에른처럼 농업과 관광으로 한몫잡길 하나, 이도저도 아니면 시민들이 땅을 파든 어쩌든 세금이라도 꼬박꼬박 내줘야할텐데 실업율은 20퍼센트에 가깝지(내 입장에서는 남의 얘기가 아니었던 것이 내가 1월에 베를린 왔을 때 실업 상태였던 내 동거인은 9월에 내가 이사나갈때까지 여전히 백수였다 -_-;;), 이렇게 돈나올 구멍은 없는데 주제에 수도랍시고 여기저기 일벌이는 건 많지, 통일되면서 도시 두 개가 하나로 합쳐지다보니 오페라 극장이고 대학이고 세군데 씩이나 끌어안게 되었지...결국 허구헌날 예산부족으로 연방정부에 손벌리는건 기본이고 그동안 진 빚이 800억 마르크에 가깝다. -_- 이번 선거의 주요 주제도 재정 위기와 실업 문제였는데 돈이라는 게 어느날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지는게 아니다보니 각 당이 하는 소리는 다 거기서 거기였다. 시정부를 구조조정하면서 쓸데없는 비용 줄이고 투자자를 적극 유치하고 중소 사업자들을 후원하고 그러면서도 절대 교육 재정만은 줄여서는 안되고...TV 토론회에 나온 후보들도 서로의 정책을 구별못할 정도였으니 말다했지 뭔가.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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