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Z지를 보니 아직도 마르크화가 쓰이는 곳들이 제법 있다고 하네요.

일전에 미디어 마크트와 C&A가 마르크화에 대한 향수를 마케팅에 이용하는 차원에서 일시적으로 마르크화를 지불수단으로 받아들이는 이벤트를 펼친 바 있는데, 그 뒤로 많은 업체가 이걸 흉내내기에 이르렀습니다. 심지어는 무제한으로 마르크화를 받아들이는 곳도 생겼답니다. 올해 8월 WDR 방송국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무려 74개업체가 마르크화를 받아들이고 있다고 합니다. 이들 업체는 술집, 미장원, 병원 등 그 종류도 다양하답니다. 심지어 베를린의 한 홍등가 업소는 쇼트타임 가격으로 20유로 대신 40마르크를 받는 답니다.

2002년 1월부터 공식적인 지불수단으로서는 독일에서 영원히 사라진 마르크화가 이렇게 뒤늦게 호황 아닌 호황(?)을 누리는 이유는 향수도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아직도 마르크화를 소지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2002년 두달동안 환전을 위한 과도기를 둔 이후 모든 일반시중은행에서는 더이상 마르크화를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시중은행들로서는 이득도 없는 마르크화 교환업무가 귀찮은 거죠.

하지만 지금도 길이 없는건 아닙니다. 연방은행이나 각주 중앙은행에서는 여전히 마르크화를 유로화로 바꾸어 준답니다. 하지만 연방은행이나 주중앙은행 이라는게 도처에 있는게 아니기 때문에 남는 마르크화푼돈을 버리자니 아깝고 푼돈바꾸자고 발품을 팔자니 귀찮은 딜레마를 겪고 있는 사람들이 제법 있나 봅니다. 특히 나이든 이들중에 이런 사람들이 많답니다.

함부르크의 한 치과의사는 이런 늦장 환자들이 마르크화를 어떻게 처지해야 되는지 물어오는 경우가 빈번하자 새로운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그는 Arztgebühr가 도입되면서 이 진료비를 마르크화로 낼 수 있도록 한 겁니다. 그러자 다달이 평균 1백에서 2백 마르크화가 들어오는데 이걸 모아두었다 주중앙은행에 가서 이를 바꿉니다. 이게 쉬운거 같아도 돈 한번 바꾸려면 은행에서 두시간정도는 기다려야 한답니다.

마르크화는 1871년 독일 통화로 도입되었는데 20세기 20년대에는 엄청난 인플레이션을 경험했고 1948년에는 통화개혁을 겪었습니다. 동독 마르크화는 1990년 7월 1일 서독 마르크화로 다시 통합되었고 2002년 1월 유로화의 도입과 함께 공식통화의 자리에서 물러났습니다. 하지만 독일인들의 마르크화에 대한 애정은 식지 않아 지폐는 976.7 퍼센트가 유로화로 바뀌었지만 마르크화 동전은 불과 54퍼센트만 유로화로 교환되고 나머지는 여전히 독일인들의 집안구석 어딘가에 처박혀 있습니다. 지폐가 80억 마르크 어치 그리고 동전이 73억 마르크어치가 여전히 그렇게 독일인들의 품에 머물러 있다고 하니 티끌모아 태산이라고 그저 작은 푼돈(?)만은 아닌 듯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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