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독일어 아파트이름 -서울 거리에서
페이지 정보
작성자 Noelie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3,410회 작성일 23-04-16 11:34본문
한국을 방문해서 차를 타고 다니다 보면 아파트나 빌라에 독일어 비슷한 단어가 쓰여있어 다시 한번 쳐다보게 되는 경우가 있다. 요즘 한국에서 독일어는 인기가 없어 대학의 독문과가 사라지고 중고교에서 제2외국어로 배우는 학생 수도 매우 적다는 소식이 들려오는데 커다란 건물에 쓰여있는 독일어 단어를 보면 반갑기도 하다.
물론 한국에 처음오는 독일인들이 엉뚱한 오해를 하는 경우도 있기는 하다. 좀 이상한 독일어처럼 보일 때도 있지만 이 이름들은 외국어를 합성한 한국어이고, 독일어 의미 따지기 보다 한국 사람들 마음에 들면 되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서울 청담동을 지나가는데 "Brunnen"이라고 쓰여 있는 건물이 있어 알아보았더니 실제로 독일어 "샘(Brunnen)"을 이름으로 붙인 고급빌라라고 한다. 다만 옆에 한글로는 "브르넨"이라고 표기를 해서 발음이 좀 불어 비슷하게 유연하게 들리게 할 생각이었나 상상해보았다.
한국에서 현재 가장 고가 중 하나라는, 삼성 회장도 예전에 갖고 있었다는 연립주택의 이름은 "트라움하우스(Traumhaus)"다.
"힐데스하임 (Hildesheim)" 이라는 아파트도 있던데, 사실 독일 도시라면 하이델베르크 같은 도시가 더 낭만적이고 유명하지 않나 싶다.
"자이가이스트(Xigeist)" 라는, 자이 아파트회사에서 공급하는 조립형 단독주택이 나온다는 보도를 읽었다. 아파트 이름 자이 Xi 와 독일어 차이트가이스트 (Zeitgeist)를 합친 단어라고 하는데 독일에서 이 단어를 처음 보면 "시진핑(Xi Jinping)의 정신" 같은 말이 떠오를 수 있겠다. 특히 요즘같이 독일 외무부 장관이 중국을 방문하고 시진핑 주석에 관한 기사가 매일 크게 나오고 있을 때는.
"아델리체"라는 아파트는 독일어 아델(Adel), 영어 체리쉬(Cherish)를 결합한 단어라고 한다.
한류스타들이 많이 산다는 "아펠바움"이라는 고급빌라도 있다. 처음에는 독일어 사과나무(Apfelbaum)라고 생각, 도시 한 복판이라도 가을이면 정원에 사과가 열리는 나무가 있는 분위기를 가진 집이라는 의미인 줄 알고 이름 정말 예쁘게 지었다 하고 알아보니 그게 아니었다. Apelbaum 이라고 표기해서 사과 Apfel 에서 f가 빠진 오타인가 했는데 온라인 소개 설명에 의하면 Apex, Elysium, 그리고 Baum의 합성어이고 "자연 친화적인 최고의 이상향"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댓글목록
빙글빙글님의 댓글
빙글빙글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서구 세계를 이상화하고 동경하는 한국의 모습이 잘 나타나 있는 현상이네요. ㅎㅎ
- 추천 1
로고스님의 댓글
로고스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소위 언어의 사대화 경향의 일환으로 보시면 될 것입니다.
국어 사전에서 우리나로 고유어를 설명할 때, 흔히들 보는 "왜래어의 속된 말" 이렇게 버젓이 표기하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