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동포 미디어 베를린리포트
커뮤니티 새아리 유학마당 독어마당
커뮤니티
자유투고
생활문답
벼룩시장
구인구직
행사알림
먹거리
비어가든
갤러리
유학마당
유학문답
교육소식
유학전후
유학FAQ
유학일기
독어마당
독어문답
독어강좌
독어유머
독어용례
독어얘기
기타
독일개관
파독50년
독일와인
나지라기
관광화보
현재접속
152명

라인강의 갈매기 3회

페이지 정보

작성자 한겨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0건 조회 1,850회 작성일 13-01-25 18:08

본문


생일을 혼자 보내자니 너무 처량맞고, 아는 사람은 순영씨 하나 뿐이고, 지난 번에 김밥 얻어 먹은 신세도 갚을 겸 겸사겸사해서요.“
중구는 갑작스런 초대를 변명하며 차를 몰았다.
아무리 그래도 이런 법이 어디 있어요 ? 미리 귀띰이라도 해 주어야지요. 생일초대에 빈손으로 가는 법이 어디 있다고...“
순영이 못내 아쉽다는 듯 종알거리자 중구가 속마음을 내비쳤다.
왜 빈손이라고 해요 ? 내게는 순영씨가 와 주는 것만 해도 최고의 선물인데...“
순영은 말문이 막히면서 심장이 콩당콩당 뛰기 시작했다.

쾰른 중심가를 지나 박람회장 앞의 전차길을 따라 옛시가지를 벗어나서 오른쪽으로 구부러져 다달은 중구의 방은 지은지 오래된 삼층 붉은 벽돌 건물의 지붕밑 방이었다. 방에 들어선 순영은 저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나왔다. 탁자 위에 가느다란 양초 스물아홉 개가 꽂혀있는 케이크와 붉은 포도주 한 병이 놓여 있었다.
순영씨, 배고프시겠지만 잠간만 참아요. 우선 생일 축하 케이크부터 자르고 건배한 후에 만찬이 나올테니까요.“
만찬이요 ?“
순영은 중구가 권하는 대로 거실 의자에 앉으며 부엌쪽을 바라보았다. 가스곤로 위에 냄비 두 개가 올려져 있었다.
자아~ 순영씨, 촛불을 밝혀주세요 ! 내 스물아홉 인생에 빛을 주시는 천사의 마음으로...“
어머, 말하는 솜씨가 아주 선수인가봐 ?“
선수 ? 무슨 선수요 ?“
순영은 시치미를 떼는 중구의 능청스러움이 싫지 않아 양초 하나 하나에 정성스럽게 불을 붙였다.
~ 불을 다 밝혔으니, 이제는 중구씨가 불어서 끌 차례에요, 하나~두울~! “
중구는 촛불을 불어 끄고 포도주 병마개를 따서 두 개의 유리잔에 천천히 반 잔 남짓 따랐다.
, 건배합시다 ! 윤중구의 스물아홉 번째 생일과 순영씨와의 만남을 위하여 !“
순영은 포도주를 한 모금 마시고 케이크를 잘라 한 조각을 접시에 담아 중구 앞에 놓아주고, 자신도 한 조각을 입에 넣었다. 빈 속에 포도주가 들어가 속이 달아오르는 것 같아서였다.
중구는 포도주잔을 탁자 위에 내려놓고 순영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왜요 ? 네 얼굴에 뭐 묻었어요 ?“
순영은 얼덜결에 옆에 놓인 손가방에서 손거울을 꺼내 얼굴을 들여다 보았다. 그러는 순영에게 중구가 엉뚱한 말을 했다.
순영씨, 이제 내 생일선물 줄 차례에요.“
선물요 ? 준비도 못하게 해 놓고, 무슨 선물요 ?“
요기다 해 주는 거 있잖아요.“
중구는 손가락으로 제 볼을 가리켰다.
어머, 기막혀 ! 정말 선수라니까...“
순영이 얼굴을 붉히며 눈을 곱게 흘겼다.
얼른요, 생일선물....“
어린아이처럼 보채는 몸짓이 순진한 것인지 능청스러운 건지 분간이 안되었지만 순영은 그러는 중구가 싫지 않았다.
선물을 준비 못했으니 할 수 없네요, 그럼...“
어쩌구 하면서 순영은 건너편에 앉아 있는 중구의 옆으로 가 볼에다 살짝 입맞춤을 했다. 그러는 순영을 앞으로 돌려세우며 일어선 중구가 입술을 포개어 왔다. 순영은 정신이 아득했다. 혀끝에 느껴지는 달콤한 향내에 두 다리의 힘이 쭈욱 빠져나가며 순영은 중구의 목에 매달렸다. 난생 처음 해보는 꿈결처럼 황홀한 입맞춤이었다. 둘은 아무 말 없이 숨가쁘게 서로의 감미로운 입술을 탐했다. 중구가 한 손으로 가슴을 더듬어 왔지만 순영은 뿌리칠 수가 없었다. 그만큼 중구의 뜨거운 숨결과 손길이 좋았다.
순영씨....“
신음하듯 중얼거리며 중구가 브라우스의 단추를 끄르려하자 순영은 중구를 살짝 밀어내며 몸을 빼냈다. 다리에 힘이 빠져 당장이라도 그 자리에 주저앉을 것만 같아서 겁이 덜컥 났기 때문이었다.
나 배고파요, 중구씨...“
아 참 ! 저녁 먹어야지요. 순영씬 여기 잠깐 앉아 있어요.“
아쉬움인지 무안함인지 모를 미소를 지으며, 중구는 서둘러 부엌으로 가서 가스곤로의 불을 켜고 프라이팬에 미리 풀어 놓은 달걀을 부어 넓게 지졌다. 그리고는 냄비에 미리 볶아 놓은 밥을 접시에 담고 넓적한 달걀지단을 덮어서 내왔다. 중구표 오무라이스였다.
순영은 중구의 얼굴을 마주 보기가 부끄러워서 고개를 숙이고, 밥을 덮은 달걀지단을 살짝 들고 들여다 보았다. 감자와 당근 그리고 쇠고기를 콩알 만하게 썰어 푸른 콩과 함께 볶다가 밥을 섞어 다시 볶아낸 듯했다. 빨간 토마토 캐쳡과 콩나물국을 곁들인 중구의 오무라이스는 너무도 맛이 좋았다.
참 맛있네요. 솜씨가 아주 좋아요 !“
한참 동안의 어색한 침묵을 깨고 순영이 먼저 말문을 열었다. 조심스럽게 순영의 눈치를 살피던 중구가 환하게 웃으며,
맛 있어요 ? 원하시면 평생 해 드릴 수 있는데....“
하고 순영의 눈을 그윽하게 들여다 보았다. 순영은 당황했다. 이게 바로 프로포즈라는 것인가 본데, 막상 눈앞에 닥치니까 어떻게 해야 되는 것인지 아득하기만 했다.
 
너무 늦었어요, 저 가야해요.“
순영은 틈새만 있으면 마음 속으로 비집고 들어오려는 중구와 더 마주 앉아 있다가는, 이미 중구에게 마음문을 열어버린 자신이 무슨 일을 저지를 지 알 수 없는 두려움 때문에 허둥지둥 일어섰다.
평생 오무라이스, 아직 대답 안했는데요.“
우물 가에서 숭늉 찾으세요? 이제 겨우 두 번째 만났는데, 벌써 무슨 평생이에요 ? 중구씨 바람둥이인가 봐.“
순영은 불씨만 튕기면 활활 불붙어 타오를 것만 같이 달아오르는 마음을 다잡기 위해 일부러 면박주는 말을 했지만, 그건 중구에게가 아니라 자신에게 하는 소리였다.
그건 억울한데요. 나 오늘, 스물아홉 해 간직해 온 내 순정을 당신 순영씨에게 드렸어요. 내 생애 첫키쓰로....“
입맞춤 이야기가 나오자, 순영은 자신이 더 중구에게 매달렸던 것이 새삼스럽게 부끄러워졌다.
어머 그건 여자인 내가 할 소리 아니에요 ? 남자가 무슨....“
왜요 ? 남자에겐 순정이 없답디까 ? 때로는 남자의 순정이 더 타산 없이 순수한 거에요.“
순영은 더 할 말을 잃고 얼굴만 빨개져서 마주쳐 오는 중구의 간절한 눈을 피해 돌아섰다.
그럼 더 기다릴게요. 태워다 드릴 테니까 잠간만요.“
중구는 탁자 위의 그릇들을 부엌으로 옮겨놓고 나서, 앞장 서 방문을 열고 나섰다.
 

댓글목록

ImNebel님의 댓글

ImNebel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초롱님을  골리려고 제가 먼저 찍습니당!
찍고 나서 읽기 시작했는데 이 것 좀 야한데요, 저 같은 청소년은 입장 불가 같은데...
전 옛날에 청순하고 이성 모를때 언젠가 저 좋아했던 독일 분이 경찰학교 선생이니 겁내지 말고 같이 나갔다 오라고  누가 권유해서, 믿고 따라 갔더니 은근 슬쩍 옆으로 오길래 겨우 피해다니다가 위기를 면하고 집에 왔는데, 그 사람이 자기 친구 한테 나중에 그러더래요.
자기를 제가 아마 Boxer(독일 불독종의 개) 로 안다면서, 아주 슬퍼했다는...

초롱님의 댓글

초롱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이고, 그노무 Tatort 괜히 봤다. 무서워서 발발 떨고 1등도 빼앗기고.
안갯속님, 축하드려요. 흑흑.
한겨레님, 정말 재밌어요. 짝짝짝.

ImNebel님의 댓글의 댓글

ImNebel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이번 주말에는 제가 혼자 있는 것을 어떻게 아시고 저 한테는 이런 기도 안 해주셨을까?
하지만 저에게도 기력 충전 하기는 언제라도  빌으셔도 괜찮은데...

한겨레님의 댓글의 댓글

한겨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참말로 샘도 많소 잉~ 초롱님은 이 추운 날씨에 보육원 출근해서 모모 돌보느라고 늘 지쳐있으니까 따뜻하게 쉬시고 기력 충전하시라고 했지만, ImNebel 님은 늘 활기충만한 댓글만 쓰시니까, 그런 말 했다가는 괜한 걱정한다고 핀잔하실거잖아요 ㅠㅠ

ImNebel님의 댓글의 댓글

ImNebel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님, 전번 부터 고쳐드릴려고 했었는데, 보육원이 아니라 아마도 유치원일거들랑요?
그리고 유치원은 토요일날은 문을 닫는 것 같은뎅,
님의 핑계는 뭔..., 하기야 누가 그러는데 군대에서 변명 없는자에게는 총을 쏜 다는 소리는 들었지만...

ImNebel님의 댓글의 댓글

ImNebel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님, 제가 공부는 못했어도 이 것은 기억나는데 보육원은 엄연히 고아원으로 알고 있는데용!


윗 글중 또 생각난 것, 이 분들 옛날이었는데도  벌써 시대를 앞선 현대판이셨네요.
전 구식이라 이성간에 아무리 제가 다른분이 마음에 들더래도 절대 먼저 는 뽀뽀 안 하는데,
요즘은 여자들도 자기가 좋으면 먼저 시작한대요.
질문:
1. 위에 네 얼굴에 뭐 묻었어요? 에 네 는 아무래도 오타 같죠? 그렇지 않으면 이해가 안되서리...
2. 그리고 겨우 키쓰 하나로 벌써 순정을 받치신 건가요?
에이!

ImNebel님의 댓글

ImNebel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한겨레님, 저 삭제 하는 방법과 저위 님이 하신 물결 표시 어떻게 하는 것 인지 좀 가르쳐주세요.
님께는 주머니를 열 연세가 천천히 오는 것 같아서리 500원은 안 드릴꺼예요.
그대신 안마 1분 해 드릴께요.

나지라기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22 한겨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89 01-13
21 한겨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67 01-14
20 한겨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89 01-15
19 한겨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59 01-16
18 한겨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02 01-17
17 한겨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49 01-18
16 한겨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38 01-19
15 한겨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83 01-20
14 한겨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38 01-21
13 한겨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90 01-22
12 한겨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11 01-23
11 한겨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37 01-24
열람중 한겨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51 01-25
9 한겨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98 01-26
8 한겨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85 01-27
7 한겨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96 01-28
6 한겨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28 01-29
5 한겨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00 01-30
4 한겨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04 01-31
3 한겨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62 02-01
게시물 검색
약관 | 운영진 | 주요게시판사용규칙 | 등업방법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무단수집거부 | 비번분실 | 입금계좌및통보방법 | 관리자메일
독일 한글 미디어 베를린리포트 - 서로 나누고 돕는 유럽 코리안 온라인 커뮤니티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