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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겨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1,134회 작성일 12-12-27 19:53

본문

 
오복은 영주에 관한 사연들을 알게 된 긴 이야기를 끝내고 나서 덧붙였다.
도대체 어떤 여자일까? 하고 궁금했었는데, 오늘 들어서면서 “정영주에요” 하는 소리를 들으니까 가슴 속에서 쿵 하고 뭔가 떨어지는 소리가 나더라구. 그 여자구나 하고 대번에 느낌이 오면서---.“
그런데 왜 아무 내색도 안 했어?“
그럼 거기서, 내가 “당신, 내 남편 첫사랑이지” 하고, 눈에 쌍심지 세우고 강짜를 부리면서 티격태격 해야 돼? 당신들이 어떻게 하나 구경하고 싶은 생각도 있었고, 어떻게 해야 하나 궁리도 많았지---.“
그래서? 어떻게 하기로 했는데?“
내 자리 내어줄 수는 없고, 당신은 내가 어떻게 해 주면 좋겠어?“
나야 뭐, 그냥 누이동생으로 대해 주면 좋지, 사실 그 이상의 관계도 아니니까.“
입술에 침이나 바르고 거짓말을 하시지. 사실 생각해 보니까 영주씨가 애처롭더라구. 그토록 목숨 걸고 사랑했던 사람을 어쩌다 놓쳤다가 다시 만났는데, 남의 남편이 되어 있어서 눈치 보며 억지로 오빠라고 부르며 만나야 하니 말이야.“
여보 왜 이래? 생사람 잡으려고 넘겨 짚어보는 거라면 그만둬. 처음부터 오빠로 만났고 지금도 오빠야. 억지로 부르는 오빠가 아니란 말이야.“
글쎄? 당신은 그런지 몰라도 영주씨는 아니야. 가슴앓이 하는 여자의 마음은 여자가 더 잘 알고, 또 여자에게는 직감이라는 게 있어. 남자보다 더 정확한 직감. 내 직감으로는 영주 씨에게는 당신이 아직 하늘이고 사랑이야. 그게 나 보다 더 깊은 것 같으니 이를 어쩌지? 불쌍하다구 당신을 그냥 보내줄 수도 없는 노릇이고.“
오복이 진심으로 영주를 애처롭게 보며 고민을 하는 것 같아서, 성주는 모두 실토를 하고 싶은 충동을 느꼈지만, 그건 자신에 대한 오복의 믿음을 배신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절망을 안겨주는 폭행이라는 생각이 들어 혀를 깨물며 참았다.
오복은 잠이 안 오는지 한참을 뒤척이다가 다시 말을 걸어왔다.
그런데 그 한나라는 딸아이말이야, 어떻게 된 거야? 부엌에서 애 아빠는 뭐하는 사람이냐고 물었더니, 헤어졌다고만 하고 더는 말 안 하던데.“
말하기 싫었겠지. 함부르크에 있을 때, 가난한 유학생 만나서 도와주면서 동거를 했던 모양이야. 결혼을 전제로 같이 산 건 아니니까, 그 유학생은 학위 따 가지고 귀국해버렸고.“
애가 있는데 어떻게 버리고 귀국해?”
귀국할 때까지 임신한 사실을 숨긴 모양이야, 그 친구 앞길 망칠 수 없다고---.“
어쩌면 그럴 수가? 영주씨를 알다가도 모르겠네. ! 조금은 알겠다. 틀림없이 그 유학생 당신 닮았을 거야. 틀림없이 고학으로 공부했을 테고, 그래서 당신 생각나서 도와준 걸 거야.“
귀신이 따로 없네. 당신 직감이 있다더니, 정말 귀신 같은 직감이네, 무섭네---.“
그러니, 앞으로는 나 속일 생각일랑 아예 하지 마. 영주 씨가 그렇게 말해 준 모양이지?“
, 언젠가 그러더라고. 고학으로 공부하다가 영양실조 합병증으로 병원에 누워있는 유학생을 보니, 한국에서 고학으로 대학을 다니고 있을 내 생각이 나더라고, 그래서 저도 모르게 공부 끝날 때까지만 도와줄 테니 같이 살자고 했대. 처음부터 약속이 공부 끝나면 미련없이 보내준다고 했으니까 보내주었다고.“
그럼 아이는 어쩌구? 아이를 애비 없는 자식으로 만들었잖아. 보내주려면 처음부터 아이를 갖지 말았어야지. 자기가 부모 없이 컸으니까 그런 건 생각 못했을까?“
영주가 어떤 마음으로 한나를 낳았는지를 아는 성주였지만, 그것마저 말해줄 수는 없었다.
글쎄, 그것까지야 내가 알 수가 있나? 여보 그만 잡시다, 졸려.“
두드려 패도 말 못할 사람이 봐주니까 졸린다구? 아주 천하태평이시네.“
오복이 달려들어 성주의 허벅지살을 힘껏 꼬집었다.
아야~ 아파, 아파 그만해.“
성주는 오복의 복잡한 생각들을 지워버리기 위해 꼬집는 손을 잡아채며 힘껏 오복을 끌어안았다. 오복도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성주의 품으로 안겨들었다.

월요일, 성주는 점심시간에 연수원 밖에 있는 공중전화로 영주에게 전화를 했다. 일하다 말고 달려왔는지 숨찬 목소리로 영주가 전화를 받았다.
나야, 지금 바빠? 전화받을 수 있어? “
여보! 어쩐 일이야? 병원으로 전화를 다 하고. 무슨 일 있어?“
어제 집사람이 당신이 누군지 다 알고 있었어.“
어머, 어떻게?“
한국에서 어머니한테 다 들었대. 그래서 당신이 인사하면서 이름 댈 때 벌써 알아챘대.“
그래서? 난리가 났었겠네?“
아니야, 오히려 당신이 안 됐다고 하면서 걱정하던데,“
어머, 언니도 보통사람은 아니네, 정말 마음씨가 착한가 봐.“
하여튼, 인제까지 날 찾아온 일까지 알고 있기에, 서독에서는 아무 일 없이 오라비 누이로만 지냈다고 잡아뗐으니까, 그렇게 알고 다음에라도 알아서 하라고 전화하는 거야.“
자수해서 광명 찾으면 안 될까?“
영주는 그 와중에도 웃기는 소리를 했다. 눈앞에 보이지는 않지만, 혀를 날름 하며 킥킥대는 장난꾸러기 영주의 얼굴이 눈에 선했다.
자수하면 광명이 아니라 암흑이야 암흑.“
알았어 여보, 아니, 이젠 오빠지. 오빠, 알았어, 그래도 일주일에 한 번 전화 약속은 꼭 지켜야 해!“
그래 알았어. 점심시간에 잠깐 나왔으니까 이만 끊을게, 주말에 다시 전화할게.“
영주와 통화를 하고 나니 왠지 기분이 개운해졌다. 참으로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아무리 어려운 일이 있어도 영주와 함께 말을 나누면 걱정거리가 사라지고 기분이 상쾌해지는데, 오복과는 그렇게 안되는 까닭을 알 수가 없었다. 영주에게는 모든 것을 시시콜콜히 다 털어놓으면서도, 오복에게는 숨기고 싶은 것이 많은 까닭은 또 무엇인가? 원인은 거기에 있는 것 같기도 한데, 어째서 오복에게는 자신의 떳떳하지 못한 부분을 숨기고 싶은 것일까?
언젠가 오복이 한 말처럼, “사랑 없이 한 결혼, 의무만 있는 결혼생활의 함정”이 바로 이런 것일까 하는 생각이 내치락 들이치락했다. 냉엄하게 돌이켜 생각하면, 오복과의 결혼은 말 그대로 사랑의 감정 없이 이것저것 따져서 한 ‘계산의 결혼’이었다. 일단 결혼을 하고 나서 사랑을 키워가리라 한 것은, 오복의 말대로 “의무만 있는 결혼생활”이었지 사랑이 있는 결혼생활은 분명 아니었다. 남편으로서의 의무가 아니라 사랑을 오복에게 주어야 한다는 다짐이 오히려 강박관념이 되어 오복 앞에서는 발가벗지 못하고 치부를 가리고 싶어지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댓글목록

초롱님의 댓글

초롱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한겨레님, 제가 질투하고 애증하는, 지극히 보편적인 여성의 마음을 가졌다는 전제하에 말씀드릴게요.

지난회와 이 글에서 보이는 오복은 보통 이상으로 의연하고, 자기 할 말을 언제 어디서나 또박또박 말하는 여장부네요. 그 세대의 여성들이 질투의 감정을 그렇게 펼쳐보인다는 것은 좀 특별한 일 같습니다. 시어머니에게나 남편에게 지난 여자의 말을 그렇게 평이하게 하기가 쉽지 않잖아요. 보편의 여성인 저 같으면 그런 경우에 속으로 냉가슴 앓지 할 말 다 못합니다. 그래서 독자로서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감이 있어요. 마치 오복이 얘기하는 게 아니라 글쓴이가 오복의 입을 빌려 그렇게 얘기하는 것처럼 들리거든요.

만약 실지로 오복이 그런 성격의 특별한 여성이라면 그 점을 좀 더 확실하게 강조해서 드러내 주셔야할 것 같아요. 한 문장 정도 할애해서 성주도 오복의 그런 대범함에 놀랐다던가, 오복이 그런 여자라는 걸 알고 있었다던가, 하여튼 간단한 언급을 해주시면 되겠지요. 글쓴이가 독자와 파장을 맞추어주신다는 의미에서...

물론 저의 주관적인 생각에 불과해요. 저와 다른 의견을 가진 독자분들이 계시면 여기서 말씀해주시면 좋겠네요. 한겨레님께 도움이 될 것 같아요. 그리고 전 제 생각에 대한 한겨레님의 의견도 궁금해요. 이렇게 하면서 서로 더불어 글 공부도 하고, 사람 공부도 하고.... 좋지 않아요?

한겨레님의 댓글의 댓글

한겨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회를 다시 읽어보시면, 영주와의 아픈 추억과 베트남 금제비와의 애절한 비련을 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맞선으로 만난 오복과 단 넉 달만에 결혼한 사연이 담겨 있습니다.  사사건건 냉가슴만 앓는 자신의 우유부단함에 비해  "아프면 참지 않고 아프다고 말하고, 싫으면 싫다고 말하는 야생마와 같은 오복의 순수함에, "이 여자라면 우유부단함으로 늘 손해만 보는 내 인생을 바꾸어 줄수 있겠다."하는 이기적인 계산으로 오복과의 결혼을 서둘렀다고 말입니다.
그러니 성주는 이미 맞선 볼 때부터 오복의 이런 성격을 알고 좋아했던 겁니다. 그래서는 안되었던 일이었지만  그건 "사랑"으로 맺어진 결혼이 아니라 "계산"으로 맺어진 결혼이었지요.

초롱님의 댓글의 댓글

초롱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 그렇군요. 맞아요, 오복은 야생마였지요. 저같이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독자들을 위해서 가끔씩 오복의 야생마적인 성격을 상기시켜주실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나중에 탈고하실 때 이 대목쯤에서 한 문장 정도 성주의 생각을 빌어 '오복은 원래 이런 여자였다'라던가 또는 '이미 맞선 볼 때부터 오복의 이런 성격을 알고 좋아했던 것'이란 식의 언급을 하시면 어떨까요? 저 같은 여자라면 어림도 없거든요. 속이 좁아서... 씩씩 ^^

한겨레님의 댓글의 댓글

한겨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한국의 어느 소설가 한 분이 제 <나지라기> 원고를 읽어보시고, 독자들에게 너무 많은 것을 설명하려고 하는 흠이 있다고 하시더라구요. 독자가 상상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는 것도 소설의 기법이라구요.
그런데 오복의 야생마적인 대범함이 좋은 것만은 아니더라구요. 특히 이성적인 성찰과 숙고가 없이 직설적으로 쏟아내는 말은 아이들의 교육에는 독약이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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