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가 말을 하면서, 상대방의 의사를 명시적으로 혹은 암묵적으로 물어올때, 그리고 그의 말이 너무도 분명하게 옳아서 다른 말을 할 필요가 없다고 느껴질 때, 상대방은 이렇게 말한다: <당연하지.>

당연하다, 외에도 많은 비슷한 말이 있다: 물론이지Keine Rede!, Nichts zu sagen! 삼척동자라도 알지, 뻔하지.Klar! Selbstverstaendlich! 등등. <당연하다>라는 우리말을 독일어로 옮긴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아마도 Natuerlich 정도가 적당할 것 같다. 당연하다는 것은, 스스로 정해진 이치Natur를 생각해볼 때 반드시 그렇다는 뜻이니까.

우리말 뿐 아니라 독일어도 가끔 사람을 크게 놀라키는 때가 있다. 예를들어 Natuerlich! 라는 말과 Freilich!라는 말이 대략 동의어로 사용될 때! 특히 학술적인 글에서 natuerlich는 즐겨 freilich로 대체된다. 엄청나게 어려운 형이상학적 주장이 일단 일상적인 언어차원에 정착되어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자연과 자유의 조화>라는 문제 만큼이나 어려운 문제는 아마 눈을 씻고 찾아도 없을 것이다. 물론 평범한 독일사람들이 natuerlich와 freilich를 동의어로 쓰고 있다고 해서, 엄청난 형이상학적 앎을 지닌 것은 아니다. 이 둘이 왜 동의어로 쓰이냐고 물으면, 어쩌면 많은 독일인들이 <독일어는 좀 비논리적인 데가 있어>라고 말하면서 꼬리를 내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필자가 보기에 이 장면은 무시무시한 독일어의 힘이다. 대답보다 더 센 것은 질문이다. 이런 동의어 사용은 풀리지않는 질문으로서 아주 사소하게, 그러나 막강한 힘을 발휘한다. 찾아보면 어느 민족의 언어에게나 이런 알음답은 자리가 있으리라 믿는다.

필자는 우리말에서도 freilich와 모양이 더 비슷하면서 <당연하다>라는 뜻을 가지는 말을 찾아보려 했으나, 안타깝게도, 아직은 찾지 못했다. 그래서 급한 대로 <자연스럽고 자유로운 일이지!>라는 말을 써보는 중이다. 요점은 이렇다: 당연한 일인데, 그 당연함이 다른 어떤 높은 것에 의해 정해진 당연함이 아니라 그 일 자체가 스스로 일으킨 당연함이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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