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외선을 독일어로 무어라고 할까? 독일인과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적외선에 해당되는 독일어가 생각나지 않아서 급히 포켓용 독한·한독사전(민중서림, 1982년 초판, 1996년 초판 15쇄 발행)을 뒤져보았더니 die ultraroten(infraroten) Strahlen으로 되어있다. 또 적외선 사진과 적외선 요법은 각각 Ultrarotaufnahme와 Ultrarottherapie로만 나온다.

그러나 그 독일인이 ultrarot란 말은 쓰지 않고 infrarot라고만 한다고 한다. 독일의 Wahrig 대사전을 보면 ultrarot는 infrarot를 참조하라고 되어 있고 infrarot를 찾아야 비로소 설명이 나오게 된다. 즉 두 말은 동의어지만 infrarot가 많이 쓰이는 말이라는 뜻이다.

이런 부분이 '두 언어(zweisprachig) 사전'만 가지고 외국어를 배울 때의 어려움이다. 외국어 사전은, 특히 영어나 일본어와 같은 '인기 외국어'가 아닌 경우에는, 그 외국어를 사용하는 언어권에서의 최근 동향이나 구어적인 부분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수가 많은 것이다. 예전에도 어느 독한사전의 뒤에 부록으로 나오는 편지 쓰는 요령을 독일인들에게 보여주었더니 그들은 배를 잡고 웃느라 정신을 못차린다. 이런 식의 어투는 너무 낡아서 아무리 나이 많은 사람도 잘 안쓰는 표현들이란다. 위에 적은 사전만 해도 96년까지 15쇄를 내면서 1982년의 첫 판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으니 오죽할까.

한편 자외선은 ultraviolett이고 infraviolett란 말은 쓰지 않는다. infra는'아래'라는 의미를 가진 라틴어 접두사이고 ultra는 '바깥'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infrarot는 "스펙트럼의 빨간색 아래"를 의미하고 ultraviolett는 "스펙트럼의 보라색 바깥"을 의미한다. 그런데 우리가 흔히 무지개색으로 외우고 있는 빨주노초파남보(나는 실지로 무지개를 보면 아직까지도 6가지 색깔 밖에 발견하지 못하고 있지만.)에 따르면 적외선이 오히려 "빨간색 위"이고 자외선은 "보라색 아래"가 아닌가. 이건 잘 이해가 안가는 부분인데 누가 설명해 주실 수 있다면 고맙겠다.

어쨌든 적외선은 infrarot, 자외선은 ultraviolett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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