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서울, 모 독일 동호회에서 활동을 하고 있을때의 일이다.
당시 사법시험에 독일어가 없어지고 영어로 통일된다는 결정이 내려졌고
그래서 우리 동호회에서는 우리들이 서명을 해서 막아내자는 의견이 일었다.
당시 동호회에 계신 분들은 방송국에서 독일어 한글로 자막 해석 처리도 해주시고 어떤 분은
기관 홈페이지에 독일어 버전도 만드시는 중대 막강 업무를 하시는 분들도 계셨다.
그런데 솔직히 당시 우리끼리도 의견이 좀 분분했던게
(대놓고 말은 못했고 술자리 정모에서나 말을 하곤 했다.) 여하튼,

10년 전 내가 고등학생일때
우리는 일본어를 배우는 학교를 매우 무시했었다. 기억나는 일화가 있다.
중학교때 xx고 너네가 가면 일본어 배운다! 독어 못배운다!
그렇게 중학교 선생님이 말씀하시자 우리들 다 "하하 xx고 대빵 안좋다!" 하며 웃어댔다.
(사실 그 나이에 독일이 어떤 나라인지 알면 뭘 안다고. 일화를 해석하건데 그냥 높게만 보였던거 같다.)
여하튼 그 고등학교를 (일어 제2외국어) 다니는 학생들도 부끄럽게 생각했고
서울대에서 본고사에 일본어학과가 없다는 이유로 일본어를 제외하자 일본 정부에 항의도 받는 등
당시는 독일어가 절대적이었다.
그냥 막무가내 이공계 가려면 독일어가 좋다! 는 근거 없는 말들이 상식이던 시절었다.
울꽈 선배는 독일어 하나도 못하고 일어 했는데 이번에 스탠포드 장학생으로 갔다. ㅡㅡ;

자, 8년이 흘러. 재xx대 xx고등학교 개강 동문회를 할때 동문회장이 모교 소식을 알려주며
우리 xx고등학교 이제 독어 안하고 일어 한답니다! 하자
모두들 "우와~~~~" 하며 부러워했다. 심지어 내 나이인 내 동기들도 우와 했었다.

지금은 고교에 제2외국어에 독일어가 실질적으로 이제 30프로도 안된다하니
지금 생각해보니 당시 2000년에 우리가 여러 상황 중 이런 상황 하나를 예방하기 위해
어떤 형이 서명을 하자고 한 것이었음을 새삼스럽게 느낄 수 있다.

그런데 하지 못하던 이유가, 이 서명을 우리가 하면 분명히 밥그릇 챙기기 라고 주위에서
욕할 것이다는 집단 이기주의에 대한 비난이 두려웠다. 그래서 우리끼리 좀 하기 싫어하는
분위기였지. 결국은 이것은 법대생들이 먼저 일으켜줘야 하는 문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사시 준비하는 법대 후배에게 사시에 대해 물었다.
나 : 너는 무슨 과목 선택했냐?
후배 : 독일어 요.
나 : 왜?
후배 : 영어 대빵 어렵게 나와요. 부담되어서 일반적으로 독어도 많이 손들 대요.
나 : 그럼 독어 시험 없앤다는데 너네 항의해라.
후배 : 그 사이에 붙겠죠. 씨~익

그렇게 그렇게 해서 우리의 서명운동은 불발되었다.
사실 우리는 독일어를 아끼는 순수 마음이었지.
당사자 정작 법대생들이 하지 않는 운동을 뭐하려고 하나.

그렇게 횟수로 4년이 정확히 3년이 딱 지났다.
지금 사법시험 응시생들이 영어 토익으로 대체하며 독어만 공부한 학생들이
이게 어렵자 헌법소원을 냈다고 들었다. (준비중인가?)
물론 요는, 왜 토익으로 하냐 일 수 있지만 들어보면
독일어를 왜 없애야하냐 는 알맹이가 크다.

이거 뒷북 아닌감? 그때 하자고 할때들 하지 그러셨어요. 못들으셨나? ㅡㅡ;

[이 게시물은 자유로니님에 의해 2004-02-25 20:17:43 자유투고 게시판으로 부터 이동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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