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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독일여성생활상: 나쁜 여자가 성공한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정재훈이름으로 검색 조회 5,074회 작성일 02-03-13 21:54

본문

1999/05/03  Access : 472 , Lines : 31  

독일 여성의 삶을 우리글로 소개한 서적에 대해 제대로 가진 정보가 없는 가운데, 얼마 전에 "나쁜 여자가 성공한다 (김명숙 저, 동아일보사 1996) (이하 "나쁜 여자...")"를 손에 쥘 기회를 가졌다.  저자는 아마 지금 우리나라 여성운동계에서 꽤 지명도가 있는 분인 듯하고, 출판도 동아일보사와 같은 권위있는 신문사에서 했으니 상당히 좋은 책일것이라는 기대를 했다.  우리나라에서 실제로 이 책이 베스트 셀러라는 이야기도 들었다.  그러나 이 책 내용이 지닌 문제점들은 독일에 대한 "환상"을 깨는 의미에서 반드시 지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우리나라 여성문제에 대해 공감할 수 있는 문제 제기를 하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이 책이 지닌 가치는 벌써 충분하다고 본다.  단, "독일여성의 현실에 대한 경탄 (33쪽)"은 저자가 "(이 책은) 독일생활에서 접했던 독일여성들에 대한 에세이 형식의 단편적 서술도 아니며 성공한 독일여자들에 대한 찬탄 섞인 소개도 아니다 (44쪽)"라는 주장과 너무 안어울리면서, 이 책이 지닌 독일 여성 삶의 현실에 대한 감성적 분석을 적절하게 드러내주고 있다.  "경탄을 하다보니 글이 에세이 형식 감성적 분석으로 흘렀다"는 자기 고백이 더 적절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리 현실이 가진 문제를 보는 거울로 삼기 위해 독일 여성의 삶을 바라보고자 하는 저자의 생각 (35쪽)에 동의하기 때문에, 이제는 감탄만 하지 말고, 독일 여성의 삶이 여전히 성차별의 질곡에 얽매여 있는 측면도 바라보고, 또 우리 현실보다 앞선 모습도 차근차근 정리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본다.

먼저, 독일 여성 취업 문제를 생각해 보자.  "나쁜 여자..."에 "직업과 가정의 병행 (45쪽)"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Vereinbarkeit von Beruf und Familie"를 번역한 것으로 보이는데, 적절한 번역이다.  그러나, "수천년간 남자에게만 허락됐던 그것 (직업과 가정 병행)을 이제는 여자들도 똑같이 누리겠다는 얘기다 (45쪽)"라는 언급을 하면서 독일 여성은 "직업과 가정을 병행하는 데 따르는 이중부담을 단호히 거부한다"는 표현은, 독일 여성이 지닌 문제가 무엇인지와 독일 여성운동이 지향하는 바를 적당히 단어만 섞어 나열한 것으로 보여진다.  남성에게는 (독일에서나 우리나라에서나) 직업과 가정의 병행이 허락된 적도 없었다.  

남성에게는 직업만이 있을 뿐이었다.  독일 남성들이 주말이나 휴일에 집에 머무르면서 무엇인가 한다고 해서 가정생활도 병행하고 있다고 보면 착각이다.  전통적으로 가사노동 영역이라고 여기는 부분은 여전히 여성의 몫이다 (BMFSFJ 1997:16쪽 이하).  취업할 때 직업과 가정을 병행하는 것은 늘 여성이 스스로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요즘은 예전과는 다르게 어떻게해서든지 결혼 후에도 취업을 계속 하겠다는 여성들의 욕구가 강해진 것이 다를 뿐이다 (BMFSFJ 1997:27).

이같은 상황에서 독일 여성 역시 이중부담에 시달리고 있다.  "나쁜 여자..."에서 "육아부담 때문에 취업하기 어려운 20대 후반에서 30대까지의 경우 독일여성은 10명 중 7, 8명이 일하고 있는 반면 한국여성은... (47쪽)"이라고 주장하는데, 자료 근거가 어디에 있는지는 모르지만, 대충 보면 일리가 있다.  독일 통계청이 제시한 자료를 보면 1996년 현재 25세에서 35세 사이 독일 여성 취업률이 74.6 %에 달한다 (구서독 여성 취업률 71.1 %, 구동독 여성 취업률은 91.0 %).  그런데 같은 해 같은 연령대 미혼여성 취업률은 86 %이다.  반면, 기혼여성 취업률은 67.3 %이며, 구서독 기혼여성의 경우 취업률은 62.0 %로 떨어진다 (구동독 91.8 %) (StBA 1998:186).  따라서, "나쁜 여자..."에서 제시한 숫자가 대충 맞기는 하지만, 결혼 여부가 특히 구서독 여성 취업률에 아직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보겠다.

더 나아가 육아 부담은 여성 취업률에 상당히 부정적인 영향력을 독일에서도 가지고 있다.  막내 자녀의 나이가 어리면 어릴수록, 그래서 누군가의 (엄마의) 보호가 필요하면 필요할수록 기혼여성 취업률은 눈에 띄게 줄어든다.  막내 자녀 나이가 3세 미만일 경우 기혼여성 취업률은 독일 전국적으로 43.1 %에 불과하다 (10명 중 7, 8명이 아니다!).  막내 자녀 나이 3세에서 6세 미만일 경우 같은 취업률은 46.2 %로 높아지고, 6세에서 15세 미만 막내 자녀를 가진 기혼여성 취업률은 56.2 %로 높아진다 (StBA 1997:112).  "육아부담에도 불구하고 독일 여성 취업률이 높다"는 주장은 이렇게 볼 때 의미가 없어진다.  물론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사정이 틀려지겠지만, 적어도 독일 여성의 이런 삶이 우리 입장에서 경탄스러운 정도는 아닐 것이다.

게다가 독일 여성 취업과 관련하여 "나쁜 여자..."에서 "독일 여성이 가장 많이 취업해 있는 분야는 사무전문직 및 보조직, 판매직, 건강관련직, 사회복지관련직 등으로 나타났다.  양국간에 직업을 분류하는 기준이나 내용이 달라 직접 대입해 비교하는 것은 무리지만 독일여성들이 훨씬 더 사회적 인정이나 소득면에서 고급 직업을 가지고 있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48쪽)"라는 구절이 나온다.  그런데, 어느 직종을 막론하고 취업 여성 중 지도적 위치, 즉 나름대로 업무 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여성 비율은 1995년 4월 현재 구서독 3%, 구동독 4 %에 불과하다 (BMFSFJ 1998:60).  그리고, 판매직, 건강관련직, 사회복지관련직은 독일에서 전통적인 여성 직종인 동시에 다른 분야에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저임금 직종에 속한다.  

이렇게 직위와 종사직업분야에서 여성이 겪는 불평등은 남녀 소득 격차에서 나타난다.  1960년 당시 서독에서 여성 노동자 임금은 남성 임금의 59 %였으며, 1996년 현재 72.1 %에 달하고 있다 (구동독 지역 77.1 %).  1960년 당시 서독 사무직 여성 봉급은 남성 봉급의 54.7 %였고, 1996년 현재 68.2 %이다 (구동독 75.2 %) (BMFSFJ 1998:67쪽 이하).  우리나라보다 독일 여성 형편이 낫겠지만, 사회적 인정이나 소득면에서 그렇게 "고급 직업"을 독일 여성들이 가지고 있지 않다.

기존 사회지표를 놓고 볼 때 독일 여성 삶이 우리의 그것보다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숫자를 제시하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우리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기 위한 기반을 쌓은 의미에서라도 남의 문제를 객관적으로 제대로 보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본다.  독일 여성 삶의 현실에 대한 감탄은 에세이 수준에서 할 수 있을지 모르나, 우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는 위험하다.  앞으로 계속 독일 여성 삶에 대한 환상을 깨는 작업을 기회 되는대로 해가기로 하자.

참고문헌)

김명숙 (1996), 나쁜 여자가 성공한다, 서울: 동아일보사.
BMFSFJ (Bundesministerium für Familie, Senioren, Frauen und Jugend) (1997), Gleichberechtigung von Frauen und Männern - Wirklichkeit und Einstellungen in der Bevölkerung 1994, Bonn.
BMFSFJ (1998), Frauen in der Bundesrepublik Deutschland, Bonn.
StBA (Statistisches Bundesamt) (1997), Statistisches Jahrbuch, Wiesbaden.
StBA (1998), Im Blickpunkt: Frauen in Deutschland, Wiesbad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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