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999/03/10   조회수 : 90

■ "한반도 통일비용":
프알 98.12.19자 "한반도에서의 통일의 길" 제하 B. Odrich 기고에 대한 이찬호 주독 통일관 투고(프알 99.1.8)

- 한국이 독일 통일과 통일 후 제반 분야에서의 통합과정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는 Odrich씨의 지적은 적절한 것임. 구동독 주민들의 자유를 향한 불굴의 의지
가 "화합·법치·자유"를 실현시킨 결정적 동력이었음. 독일의 통일 경험은 긍
정적이든 부정적이든 한반도 통일에 있어서 하나의 자극이 되고 있음. 한국이
독일 통일에서 이끌어내는 중요한 교훈은 독일 통일이 갑작스런  사건이 아니
라 지속적 과정의 일부분이라는 사실임.

- 우리는 언제, 어떻게 한반도 통일이 이루어질지 알 수 없음. 한반도 통일에 수반될 수 있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문제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 필요한데, 통일원을 비롯해 한국의 많은 기관들과 학자들이 이 문제에 종사하고 있음. 그러나 현재 한국의 금융위기에서와 같이 상황은 항상 가변적이어서 현실적으로 발생하는 모든 문제들을 미리 예측하고 그에 적절한 해결책을 수립해 두는 것은 불가능함. 그러나 결정적인 요소는 - 이는 Odrich씨의 기고문에서는 충분히 고려되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데- 어떠한 철학과 가치를 가지고 문제에 대면하느냐는 것인데, 한국은 북한지역에도 법치와 자유를 이룩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음.

- 한국이 중국 및 일본 다음으로 북한의 3대 교역국이라는 사실이 독일에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것 같음. 남북한의 연간 무역량은 북한 교역량의 15%인 3억달러에 이르고 있음. 한국 정부는 한반도 긴장완화에 노력해 왔는데,  1990년
8월 이후 한국인의 북한 방문이 허용되었으며, 그간 한국은 어려움에 처해있는
북한주민들에게  3억 달러 상당의 식량을 지원했음.

- 많은 한국인들은 독일 통일을 분석하면서 한반도 통일 비용에 대한 우려를 가
지게 되었음. 그러나 독일인들은 지금 분단비용 대신 통일비용을 치르고 있다는 사실은 긍정적인 것임. 분단 때문에 독일인의 1/4이 억압에 시달려왔으며 전체 독일민족의 주권이 침해되어왔음. 독일 통일은 독일인에게 새로운 기회를 열어주었고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인 자유와 주권을 가능케 했음. 참혹한 동족간 전쟁을 경험했으며 아직도 무력충돌이 일어날 위험이 상존하고 있는 한반도에서 분단으로 인한 비용은 당시 독일의 분단 비용보다 훨씬 높음. 북한의 남침 위협 하에서 한국의 방위비는 전체 예산의 1/3에 달하고 있으며, 북한이 대규모 군사력을 유지하기 위한 비용에 대해서는 추측만이 가능함. 또한 (한민족의) 인간적 고통은 숫자로 환산할 수 없는데, 한민족의 1/3에 달하는 북한 주민이 자유를 상실한 채 억압과 기아 속에서 살아가고 있음.

- 당장에는 (한반도)통일 비용이 지나친 것처럼 보일 수도 있으나, 분단으로 인한 비용이 사라진다면 한국인들은 통일비용을 부담할 수 있음. 우리는 장기적으로 시장경제 원리에 따라 분단비용과 통일비용간의 격차를 점차 줄여나갈 것임. 만일 한민족이 자유와 민주주의를 향유할 수 있다면, 우리는 이 비용을 기꺼이 부담할 용의가 있음. 다시 한번 강조하면, 남북한 주민간의 통합과정이 독일보다 더욱 오래 걸린다고 해도, 통일의 본래 목표는 북한주민의 자유 회복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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