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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스피노자(3)-신

페이지 정보

작성자 서동철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조회 3,338회 작성일 08-01-01 10:00

본문

신에 대한 입장은 서양철학을 펼침에 있어 결코 지나칠 수 없는 구석이다. 이를 통해 서양철학사를 부끄럼없이 꾸밀 수 있을 정도다. 그러다 보니 예컨대 서양철학의 한 큰 줄기인 허무주의 역시 신에 대한 이해없이는 그 뜻을 밝히기 힘든 경우에 속한다. 다만 신을 종교의 입장에서가 아니라 철학의 입장에서 바라봄이 사뭇 다름에 아직도 적지 않은 오해가 판치고 있는 듯하니 아쉽다. 스피노자가 살았던 17세기엔 이 오해의 정도가 지금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았다.

스피노자는 신을 절대유일의 실체(substantia)라 설명한다. 절대유일이다 보니 이 실체 외에는 어떠한 실체도 있지 않다는 말이다. 그럼 어디에서 이 실체가 왔을까? 당연 그 자신으로부터, 즉 자기가 자기를 낳는 꼴이다. 자기가 자신의 어버이가 되고 자신의 자식이 되는 게다. 이 ‘하나’가 만물의 근원인 셈이다. 단지 만물이라는 창조물들은, 사람을 포함해서, 그 ‘하나’ 밖에 있지 않고 그 안에 있다. ‘하나’ 밖에는 아무 것도 없어야 하니 말이다. 삼라만상의 모두가 따라서 ‘하나’ 안에 있고 또한 그 ‘하나’를 통해서 세상에 나왔고 보고 듣고 만져볼 수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이 절대유일의 ‘하나’에 대해 지금 이리 말하고 있는 나 역시 바로 이 ‘하나’ 안에 있다는 말이다. 이 ‘하나’를 내가 절대유일의 실체로 인식하는 나 밖의 한 대상이라 여긴다면 위의 정의적 규정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나아가 나에 대한 앎은 그 ‘하나’를 통해서만이 가능하다. 즉 ‘하나’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나에 대한 이해가 비로소 가능하다는 소리다. 그럼 나와 이 ‘하나’와의 관계는 어찌 규정될 수 있을까? 나라는 존재 역시 오로지 그 ‘하나’ 안에서 있을 수 밖에 없으며 오로지 그 ‘하나’를 통해서 포착이 될 수 있다면, 나는 과연 무엇인가 말이다. 스피노자는 ‘하나’의 한 ‘변형’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실상은 오로지 ‘하나’일 뿐이며 그 외의 모든 것은 허상이라는 말로도 들린다. 좀 더 멋있게 말하자면 나는 신의 분신이라 웅얼댈 수도 있겠다 싶다.

그런데, 나는 그럼 이러한 ‘하나’에 어찌 접근할 수 있을까? 나라는 분신이 나의 원본을 원본으로서 알아볼 수 있는 일종의 연결끈이  과연 무엇일까 말이다. 스피노자는 이에 답하며 그 ‘하나’가 품고 있는 수없은 속성들 중에서 사람을 잡아끌 수 있는 속성으로 딱 두 개를 꼽는다: 생각함과 펼침. 우리에게 얼이 있으니 생각할 수 있고 또한 몸뚱이가 있으니 펼쳐짐을 알 수 있어 이를 통해 ‘하나’의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는 말이다. ‘하나’가 품고 있는 이 두 개 외의 셀 수 없는 속성들은 우리에게 알려져 있지 않다고 그는 덧붙인다. 인간의 한계를 말함이다.

모든 것을 이렇듯 ‘하나’로 묶어버리고자 하는 스피노자의 철학은 일정 의미에서 자신의 스승격인 데카르트의 철학에 대한 반발로 튀어나왔다고도 볼 수 있다. 이 프랑스 철학자의 실체 개념에 대한 비판이 그것이다. 데카르트는 세가지의 상이한 실체들을 그린다: 무한정자로서의 절대적 실체, 한정자로서 생각하는 실체와 펼쳐지는 실체. 실체라는 개념이 안고 있는 이러한 상이함을 데카르트는 ‘실체가 다 똑같은 실체가 아니다’는 식으로 그 어려움을 쉽게 덮고자 한다. 이에 스피노자는 자기 스승의 애매모호한 해설에 발끈해 하며 무한정자로서의 실체만이 진정한 그리고 유일하게 실체 개념에 어울린다고 외친다. 덧붙여 뒤에 따르는 데카르트의 두 실체들을 이 ‘하나’의 실체에 속하는 속성으로서 자리매김하며 자기 철학 체계의 일관성을 도모하는 모습이다. 이를테면 공자의 일이관지를 철학하는 모습인 게다.

허나 이렇듯 우리 밖의 신을 인정하지 않는 스피노자는 그 당시에는 물론이고 이후 독일고전철학이 탄생하는 시기에 이르기까지 공식적인 무신론자로 자리매김 당하는 핍박을 피할 수는 없었다. 특히 구약에서 읽듯 세상을 창조하는 신으로서 세상 밖에 존재함을 뿌리로 삼는 기독교리에 비추어보면 그는 짜장 무신론, 즉 그런 신은 인정할 수 없다는 주장을 피력했음과 다름없다. 사람을 포함한 자연의 삼라만상이 신의 변형물에 불과하다는 그의 철학에서 자연은 곧 신이다라는 말이 도출될 수 있음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또 다른 한편 모든 것을 ‘하나’로 묶으려는 그의 철학은 독일 고전철학의 탄생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었음은 역사적 사실이다. 이를 흔히 철학사의  스피노자 르네상스라 부르는 바, 야코비가 이에 결정적 역할을 했으며  이에 영향을 받아 칸트철학과 스피노자철학의 합작품으로서 피히테 철학의 탄생이 가능했다. 젊은 헤겔과 휄덜린, 셸링 등이 이루고자 했던 소위 ‘하나됨의 철학’에 역시 스피노자의 신개념이라는 밑거름이 있었기에 그 시작이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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