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동포 미디어 베를린리포트
커뮤니티 새아리 유학마당 독어마당
커뮤니티
자유투고
생활문답
벼룩시장
구인구직
행사알림
먹거리
비어가든
갤러리
유학마당
유학문답
교육소식
유학전후
유학FAQ
유학일기
독어마당
독어문답
독어강좌
독어유머
독어용례
독어얘기
기타
독일개관
파독50년
독일와인
나지라기
관광화보
현재접속
340명
[독일개관]독일에 관련된 유용한 정보를 이곳에 실어 주시기 바랍니다. 이 게시판은 독일관련 데이타베이스를 구축하기 위한 곳입니다. 그러니 1회용도의 글(구인,질문 등)은 정보의 가치가 없으므로 이곳에 올리시면 안됩니다.

철학 헤겔산책(4)-휄덜린

페이지 정보

작성자 서동철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조회 3,307회 작성일 07-12-13 00:07

본문

헤겔은 1770년 생이다. 같은 해에 독일에선 세계의 정신문화사에서 어쩌면 가장 높은 꼭대기를 잇는다 말할 수 있는 두 큰 사람들이 그와 함께 귀가 빠졌다: 휄덜린과 베에토벤. 특히 휄덜린과는 대학동창으로서 삼십고개 넘기 전까진 꽤 가까운 사이였다. 듣기에 좀 어색한 감이 있다만, 헤겔은 이 시기에 휄덜린한테서 철학을 적지 아니 배웠다. 나아가 헤겔에게 프랑크푸르트에서 가정교사 자리를 알선한 사람이 바로 휄덜린이었다. 그러니까 그 동갑내기 동무가 밥벌이까지 챙겨 준 셈이다. 아니, 좀 더 정확히 그리고 과감하게 말하면,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헤겔철학은 휄덜린의 이에 대한 영향없이는 어쩌면 태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 만큼 헤겔은 휄덜린에게 물질적인 관계에서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면에서도 작지 않은 빚을 진 셈이었다. 물론 이는 자기보다 뛰어난 친구를 무작정 따라간다는 뜻보다는 오히려 서로 다른 의견들이 충돌하며 벌리는 토론을 통한 사고의 성숙이었다. 단지 휄덜린은 프랑프푸르트에서의 만남 이전에 이미 예나대학에서 피히테의 강의를 직접 들으며 이 철학에 대한 공부를 천착한 후 나름대로 그 철학함을 극복한 때였던 반면 헤겔은 그 당시 칸트철학, 특히 자유개념을 중심으로한 칸트 도덕철학의 기초적 이해를 바탕으로 프랑스혁명 후의 정치적 관계에 오히려 더 많은 관심을 두고 있었다. 둘은 허나 후에 서로 다른 길을 걷게 되는데, 헤겔이 삶의 이해에 있어  철학에 중점을 두는 반면 휄덜린은 철학함에 바탕을 둔 예술을 앞에 내세운다. 그런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헤겔은 삼십 넘어 세상에 선보인 자신의 주저들 어느 곳에서도, 심지어 자신의 미학강의에서도 옛친구 휄덜린의 이름을 입에 담지 않았다. 어찌 보면 의리가 없다 하겠으나 그 강의 당시 정신병으로 욕보고 있었던 휄덜린이기에 그랬지 않나 싶기도 하고.

두 동갑내기들은 그 당시 자신들이 처한 상황에 비추어 꾸리고 있는 삶에 제대로된 방향선을 긋고자 했다. 칸트철학으로 인해 생각함의 큰 힘이 의식내부로 쏠리며 이에 대한 분석적 고찰을 철학함의 주대상으로 여기게 되었으며 정치적으론 프랑스혁명이 일어난 후 채 정리되지 않는 모습이 이어지고 있었다. 독일에선 특히 프랑스에서의 정치적 혁명이 부른 사회적인 어수선함을 철학적으로 재소화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힘찼으며 이러한 맥락에서 그 당시의 젊은 지성인들은 자신들이 처한 삶에 대한 이해를 돈독히 하고자 적지 아니 애 쓰는 모습을 보였다. 세상이 어지러울수록 자기 삶의 맥락을 짚고 그 전체에 대한 나름대로의 이해를 바탕으로 나아가야할 곳과 이에 이르는 길에 대한 인식을 품고 있어야 한다면, 그 당시 휄덜린이 소위 ‘하나됨의 철학(Vereinigungsphilosophie)’을 지향했음은 그다지 놀라운 일은 아니리라.  나와 세계와의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는 삶의 구석구석을 꿰뚫어 조화스런 하나로 모아짐을 가능하게 하는 철학을 말한다. 그렇다고 이러한 하나됨에 거스리는 싸움이나 갈라짐을 아예 무시해버리는 철학함은 아니다. 오히려 이러한 싸움을 통해, 나아가 싸움 속에서 이루어지는 하나됨을 이룩하고자 함이다. 굴곡이 심하고 천차만별의 다양성으로 뒤범벅된 우리 삶의 모습이 야기하는 싸움이 피할 수 없는 우리의 운명이라는 말이기도 하다. 어찌 보면 베에토벤이 자기 예술함의 모토로 삼았다는 Per aspera ad astra, 험난함을 거친 뒤 밝음으로라는 말의 뜻과 크게 어긋나지 않을 게다. 단지 휄덜린은 이러한 하나됨을 구체적으로 이끌어내는 힘을 음악에서가 아니라 ‘사랑’에서 찾았다. ‘사랑’으로써 모든 이들 사이의 뒤틀림과 어긋남을 뚫고 서로를 잇고자 했던 게다. ‘사랑’ 속에서 갈라서 있는 이들의 만남이 이루어진다 여겼으며 이는 서로가 상대방 속에서 자신의 모습이 투영되어 있음을 확인하는데 연유한다. ‘나’가 ‘너’에서 ‘나’의 분신을 본다고나 할까?

헤겔 역시 이러한 ‘사랑’의 개념을 천착하는데 게으르지 않았다. 그 역시 휄덜린 마냥 ‘사랑’을 통해 하나됨을 이룰 수 있다고 여겼으며 따라서 ‘사랑’에 대해 철학함에 온힘을 쏟기도 했다. 허나 두 동무들 사이에는 작지 않은 차이가 있다. 헤겔의 하나됨이 나아감이라면 휄덜린의 하나됨은 되돌아감으로 그릴 수 있을 게다. 이 철학적 시인은 진정한 하나됨은 우리가 원초적인 것으로 되돌아감에서 이룰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이를 ‘있음(Sein)’, 그것도 “본래적인 뜻에서”의 ‘있음’이라 일컫는다. 각자가 마음 속에 품고 있는 사람됨의 씨앗이라고나 할까? 피히테 식으로 말하자면 ‘절대자아’에 해당되는 휄덜린의 개념이다. 우리의 구체적 삶에 대한 인식은 이러한 ‘원초적 있음’이 ‘갈라짐’을 통해 세분화되는 과정으로 파악할 수 있으며, 나아가 판단하다라는 뜻의 독일말Urteilen을 Ur-와 –teilen으로 나누어 볼 수 있으니 이를 원초적인 갈라짐으로 해석하며 바로 이에서 주체와 객체의 구분 등이 생긴다는 이론을 펼친다. 단지 그는 이 ‘있음’에 철학함으로는 다다르지 못하고 예술을 통해 그 위치를 나타낼 수 있다고 여긴다.
헤겔은 이러한 철학함의 무능력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대신 그 처음의 ‘있음’을 내용없는 빈 것으로 여기며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앞으로 다가오는 것들을 감싸며 빈 공간을 채워나가며 점차적으로 꽉 찬 것으로 만드는 과정이라고  역설한다. 이의 철학적 주체를 그는 ‘정신(Geist)’이라 부른다.

휄덜린의 ‘있음’을 통해 진정한 철학함의 길로 들어설 수 있었던 헤겔은 자신의 ‘정신’을 통해 어쩌면 거꾸로 휄덜린의 철학함에 영향을 끼쳤을 수도 있다. 휄덜린의 ‘과정’에 대한 사상적 움직임을 가만 살펴보면 그 흔적을 어느 정도 쫓을 수 있다. 그렇다고 그가 예술에 매긴 철학에 대한 우위는 헤겔 역시 결코 움직일 수 없었다.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독일개관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177 철학 서동철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92 01-08
176 철학 서동철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39 01-01
175 철학 서동철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18 12-15
열람중 철학 서동철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08 12-13
173 철학 서동철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60 10-21
172 철학 서동철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80 09-10
171 철학 서동철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122 08-30
170 철학 서동철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88 08-05
169 철학 서동철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161 08-01
168 철학 서동철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31 07-16
167 철학 서동철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10 07-05
166 철학 서동철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20 07-04
165 철학 서동철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36 07-01
164 철학 서동철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49 06-27
163 철학 서동철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70 06-25
162 철학 서동철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21 06-21
161 철학 서동철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71 06-09
160 철학 서동철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64 05-29
159 철학 서동철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88 05-18
158 철학 서동철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32 05-17
게시물 검색
이용약관 | 운영진 | 주요게시판사용규칙 | 등업방법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무단수집거부 | 비밀번호분실/재발급 | 입금계좌/통보방법 | 관리자문의
독일 한글 미디어 베를린리포트 - 서로 나누고 돕는 유럽 코리안 온라인 커뮤니티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