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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피히테(4)-언어관

페이지 정보

작성자 서동철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3건 조회 3,676회 작성일 07-10-21 13:42

본문

피히테가 남긴 글들 중 후대에 가장 많이 읽히고 그 만큼 잘 알려진 글이 아마 ‘독일국민에게 고함’이라는 글일 게다. 원어로 Reden an die deutsche Nation, 내 나름대로 다시 번역을 하면 – ‘독일민족에게 말함’을 제안한다. 그가 1807/08년 프랑스가 프로이센을 점령했을 당시 벌렸던 공개강의를 가리킨다. 추측에 이 역시 일본사람들의 번역을 그대로 옮긴 듯 한데, 무슨 이유로 Nation을 민족이란 말 대신 국민으로 옮겼는지, 왜 강의을 위한 초록을 고함이라고 번역을 했는지 아리송하기만 하다. 일본사람들이야 자기네들의 정서에 맞는 번역이라 우길 수도 있다 본다만, 한국사람들은 이러한 번역을 무작정 베끼고만 있으니 그 미련함은 진정 한국적인가? 그것도 철학이라는 학문을 공부했다는 사람들이 말이다. 창피함을 알아야 제대로 된 철학함이 나올 수 있다.

시작부터 말이 좀 격하다만, 그렇다고 지금 이런 초라한 번역을 따지자는 소리는 아니다. 오히려 일단 이 중차대한 문제를 차치해 두고 어쩌면 이 보다 더 중차대한 문제를 거론하고자 한다. 바로 그가 이 강연에서 발표한 말글에 대한 생각이다. 이보다 얼추 10여년 전 말글에 대한 능력과 원천에 대한 글을 발표하는 등 철학자로서 말글에 대한 깊은 관심과 그에 따른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았던 그가 이 '말함’에서는 전체 강연의 핵심주제인 민족교육론과 관련해 말글이 이 맥락에서 차지하는 위치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펼쳤기에 조금은 더 눈을 크게 뜨고 쳐다 본다.

우선 피히테는 민족을 말글의 공동체로 이해한다. 한 민족을 이해함에 그 민족 구성원들이 공유하는 말글을 이해함이 핵심이라는 말이다. 이러한 생각을 바탕에 두며 그는 독일민족이 타민족들에 비해 뛰어나다고 외치는데, 그 이유는 독일의 말글이 그만큼 뛰어나기 때문이라 말한다. 그렇다고 이 뛰어남을 타민족들을 억누르고 지배함을 정당화하는 근거로 제시하지는 않고 오히려 인류 전체가 나아갈 방향을 앞에서 선보이는 일종의 모범적 민족임을 밝히고자 한다. 히틀러가 독일민족의 뛰어남을 혈통적 잣대로 맞추듯 억지부리는 허약한 토대 위에서 타민족들을 깔보고 억누르는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단지 프랑스말글을 꼬집으며 이를 특히 독일말글과 비교하며 폄하하는 피히테의 모습을 그 당시 프랑스 점령군에 대항하는 독일 철학자의 애국적 행동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렇다 해도 고대그리스어나 라틴어 등도 역시 뛰어난 말글로 꼽고 있으니 그가 독일말글만이 유일하게 세계 최고라는 억지를 부린다고 여긴다면 무리라 본다.
그럼 그는 과연 무엇을 근거로 독일의 말글이 다른 말글들보다 뛰어나다고 주장하는가? 아니, 조금은 더 일반적으로 말해서 뛰어난 말글을 잴 수 있는 잣대가 과연 무엇인가 말이다. 이에 피히테는 말글의 원천성과 이와 결부된 생명성이란 말을 입에 담는다. 말글의 쓰임새가 애시당초의 모습을 아직까지 고이 간직하고 있으며 이 또한 머물지 않고 살림살이의 모습과 더불어 꿈틀거리며 끊임없이 크고 있으니 생명성을 듬뿍 담은 말글이라는 소리다. 나아가 구체적인 살림살이의 한가운데에서 태어나고 성장하는 말글이기에 원천적인 말글일수록 우리의 감각적 받아들임에 바탕을 둔 표현이 제 값을 치루고 있는 모습을 보인다. 그가 비감각적 내지는 초감각적인 개념들이 어느 정도 감각적인 말글로 제대로 감싸지는가에서 이러한 원천성의 정도를 엿보고자 함은 이런 뜻으로 이해될 수 있는 게다. 예컨대, 피히테 스스로 선보이는 예다, ‘이념’이라는 추상적이고 초감각적인 말은 독일어에선 ‘바라봄’이라는 말과 유사성을 갖추고 있는데, 단지 우리가 통상 바라본다 하면 눈길을 밖으로 향하고 있는 반면 ‘이념’이라는 바라봄은 그 눈길을 안으로 돌리고 있는 모습을 가리킨다. 달리 말하자면 초감각적이고 추상적인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서 그와 비슷한 모습으로 결부된 감각적인 말글의 짜임새를 살펴보아야 하는데, 독일말글마냥 원천성이 듬뿍 담긴 말글은 이러한 방법으로 초감각적인 말글을 그렇지 않은 말글보다 – 예컨대 피히테 왈 프랑스어 – 훨씬 더 많은 이해력을 갖추고 있는 셈이다. 이는 허나 거꾸로 말하자면 원천적인 감각적 결부가 없는 외래의 초감각적 말글을 무턱대고 수입하면 이의 이해에 적지 않은 어려움이 발생할 뿐 아니라 모국어의 기본 모습까지 추하게 만드는 부작용이 따름을 감수해야 하는데, 이를 경고함 또한 그는 잊지 않는다.

독일말글이 과연 피히테의 주장대로 원천성이 듬뿍 담긴 말이며 그에 따라 이러한 기본 바탕이 충실하기에 구체적인 살림살이에 그 뿌리를 깊숙이 내리고 있는 말글임에 그 생명성 또한 강한지에 대해선 이론의 여지가 충분하다. 심지어 피히테는 이를 근거로 독일말글의 순수성을 앞에 내세우는데, 사실 말글의 역사를 살펴보면 독일말글과 켈트족말글과의 연관성 내지는 독일문화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 로마문화를 염두에 두건대 그 설득력에 있어 제대로된 힘을 갖추지는 못하지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말글 일반에 대한 기본 생각, 즉 원천성과 생명성에 대한 정당성은 그 힘을 결코 잃지 않는다. 말글이 자기 고유의 바탕에 튼튼한 뿌리를 내리고 자기가 태어나고 자라는 살림살이와 더불어 유기적으로 자라는 모습에 그 뛰어남의 잣대를 매김은 옳다.

그럼 우리 말글은 어떠한가? 우리말 ‘선비’를 예로 든다. 이 말은 우리 순수 겨레어로서 '쇤뷔'라고 불렀다. 어소의 원뜻을 살펴보면, ‘선’의 원래말인 ‘쇤’은 ‘밝은’이라는 뜻이며 ‘비’의 원래말인 ‘뷔’는 ‘이끄는 이’라는 뜻이니 ‘선비’란 결국 원래 ‘밝은 지도자’란 뜻을 지닌 말이다. 어쩌면 하늘사상에 바탕에 두는 우리 문화의 전형적 인간형을 가리키는 말이지 싶다. 하늘과 하나되고 땅과 하나되기를 바라면서 스스로를 닦아 가는 우리의 고유 문화 말이다. 그런데 지금은 어떠한가? 이 '쇤'의 명사형인 '쇠'가 천한 사람이나 가리키는 꼬리말로 굴러 떨어져 버렸다. 흔히들 말하는 돌쇠, 먹쇠, 억쇠, 장쇠, 머슴쇠 등등에서 이런 어이없는 경우를 엿본다. 흰웃음 지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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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Lisamarie님의 댓글

Lisamarie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이웃나라 중국이나 일본에는 없는 한글이라는 우수한 시스템이 발명되었음 에도 불구하고 배우고 권력있는 층에서 그저 중국것만 모신 덕에 지금도 한국어로 표현하면 비하하는 표현이고 일본서 들어온 그 뜻도 부정확한 한자어로 표현하면 한국어 품위있고 수준있게 쓰는 사람이되니.
언문일치를 이루지 못한덕에 지금 한자로된 한국에 백년도 안된 3.1 독립선언문 읽을수 있는 사람이 없답니다.

그러나 영어 교육으로 500년전에 Schakespeare 나 미국 독립선언문은 다 읽는 다더군요.우리 한국인이 100년도 안된 한국 독립선언문은 못읽어도 250년된 미국독립선언문은 읽는데 어려움이 없다는것이 정말 아니러니하게 들립니다. 한국어의 확실한 체계가 잡히려면 아직 연구가 필요하다고 하는데 지금도 바로 그 수백년전 조상처럼 한국어 한마디도 못해도 좋으니 영어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이들이 많지 않습니까.

한국서 어떤 정치가가 초중고 학교에서 한국어와 한국사를 영어로 수업을 시키겠다고 했다는데 사실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우리부터 이렇게 소홀히 하면서 외국의 대학들에서 한국어과 없앤다고 하면 우리는 매우 흥분하는 게 사실입니다.  어떨땐 정말이지 , 제가 한국인이라 베리같은 한국어 싸이트 드나들어도 한국의 분위기를 보면 어떨땐 이시간에 영어 싸이트 드나드는 게 나은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랍니다.
에고 그래도 저는 첫사랑 한국어에 머물랍니다......

서동철님의 댓글의 댓글

서동철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저도 엊그제 한 인터넷 판 신문에서 그 기사 읽었습니다. 이명박이 그런 주장을 던졌다 하지요? 이외수가 이에 반대하며 이명박이 쓴 서너 줄의 한글 문장을 교정한 사진까지 볼 수 있었습니다.
근데 이명박만을 탓할 수 없는 게, 지금 대선에 출마해 대통령을 꿈꾸는 사람이 아무 계산없이 그런 말을 했을 리가 없지요. 나름대론 선거권자들의 과반수 이상이 이에 찬성하리라 보고 내뱉은 말이 아닐까 싶네요. 잘못 짚었다 보기엔 저 역시 머뭇거리게 됩니다. 아닌 게 아니라 이미 그런 비슷한 영어로된 수업을 하는 초등학교가 있다 하니 말입니다.

외국어 잘 해보겠다는 게 그 자체로선 잘못이라 말하 수는 없지요. 단지 모국어인 한국어부터 우선 제대로 배우고 쓸 수 있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세종대왕이 노래하듯,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아니 움직이니 말입니다.

Yjonmuk Lliu님의 댓글의 댓글

Yjonmuk Lliu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이런 비굔 우습지만, 우린 그래도 몽고보다는 형편이 많이 좋은 편입니다.
(참고로, 저는 '비교는 죄악'이라는 중국고대 도교의 가르침을 흥미있게, 괜찮게 생각합니다)
어쨌든 자기글자를 가지게 됐고, 늦게나마, 20세기에 들어와서라도 이렇게 쓸수있게 됐으니까요.
그리고 실제 지난 약 반세기간의 한글전용역사를 통해, 한국인의 문자생활 및 언어생활 전반에 큰 변화가 일어났고요.
몽고 같은 경우는 우리처럼 쭉 한자로 오랬동안 써오다가, 한때 자기글자를 만들어서 쓰려는 시도까지 했다가
다시 20세기 소비에트 공산주의의 움직임이 지구전역을 강타하던 어지럽던 시절
거의 어거지로 러시아문자를 채택하게 됐고 지금까지 오고 있는데,,,
소련해체후, 옛날에 시도하다 실패했던 자기글자를 다시 살려 쓰자는 움직임까지 얼마전에 있기도 하다가
다시 요즘엔 그냥 러시아글자(끼릴문자)로 눌러앉아 이걸 계속 쓸려는 모양입니다.

주제를 바꾸어,
한국어에 영어가 끼어드는 것, 혹은 한국어를 영어가 대체하는 것은 이제 누구도 막을 수 없는 대세가 되었습니다.
어느누구도 감히 막을 수 없는,
이 공격적이고 일방적인 물결앞에서 저 개인적으로는 상당한 비애, 그야말로 애절하고 비통함까지 가집니다만.
가장 근본적인 원인을 저는 역시, <전지구의 유럽문명화>에서 찾습니다.
영어가 아니라면, 즉 영어가 아니라고, 아니었다고 해도, 틀림없이 어느 다른 유럽언어가
지금 한국어에서 영어가 하는 짓을 하고 있을, 있었을테니 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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