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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칸트철학(14)-일 시작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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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서동철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3,090회 작성일 07-09-10 12:29

본문

따지는 모습을 주로 하는 글들, 특히 철학이라는 학문을 업으로 하는 사람들의 글들을 질문-대답의 맥락에 비추어 바라보면 때론 그 이해에 도움이 되곤 한다. 그러니까 저자가 지금 과연 어떠한 질문에 대한 답을 던지고자 할까에 대한 답을 구하는 일을 말한다. 이를 통해 일단 그 글이 뜻하고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에 대한 대강의 윤곽을 그릴 수 있으니 그 내용의 난해함을 풀어헤치는데 아주 훌륭한 뒷받침을 얻는 셈이다. 간단히 말하자면, 저자의 답을 듣기 전에 그 답에 해당하는 질문을 이해하자는 호소다.

칸트는 과연 자신의 소위 ‘선험적 연역’을 어떠한 질문에 대한 답으로 여겼을까? 카테고리라 이름지은 순수개념들이 대상의 인식이라는 정신적 활동에 있어 과연 필수불가결한가, 즉 우리가 사건의 앞뒤 관계를 파악하며 무엇인가를 인식함에 있어 순수개념들의 쓰임이 꼭 필요하다 하는 주장이 과연 정당한가 하는 질문이 그것이다. 더군다나 그 쓰임에 경험을 통해서가 – a posteriori - 아니라 그 이전에 – a priori – 벌써 정당성이 부여되어야 하니 칸트의 선험적 연역은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경험을 통한 증명의 과정이 아니라 오히려 모든 경험을 경험이게끔 하는 전제가 되는 기본 원칙을 보이고자 하는 철학적 시도인 셈이다.

칸트의 선험적 연역은, 이미 누차 말했듯, 칸트철학에 있어 백미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그의 철학을 이해함에 핵심이기도 하다. 이는 그의 인식론 뿐만 아니라 도덕론, 미학론 등 칸트철학 전체에 관련된 말이다. 이러한 중요성을 증명이라도 하듯 그는 스스로 이에 대한 신경을 각별히 썼다. 현대철학의 성서라 일컫는 그의 ‘순수이성비판’ 첫판이 나오고 육년 뒤 칸트는 부분적으로 개정을 했는데, 이 개정의 골자가 바로 ‘선험적 연역’이었다. 아울러 이와 관계가 깊은 이 책 뒷 부분도 큰 폭으로 고쳐 철학계에 새로 내 놓았다. 그러다 보니 지금 여기의 우리가 그의 생각을 이해하고자 할 경우 이 두 가지 판본들을 동시에 염두에 두어야 하는 불상사(?)가 생긴 게다. 통상 첫 판을 A, 개정판을 B 본이라 부른다.
그렇다고 A, B 두 판본들이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에 속하는 기본 생각이 다른 건 아니다. 단지 동일한 기본 생각을 어떠한 방법으로 서술하는가에 있어 차이를 보인다. 칸트 스스로는 당연히 B본의 방법을 선호했지만 그의 제자들 중에는 오히려 A본의 그것을 선호하며 고집을 부리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쇼펜하우어와 하이데거가 그 대표적 인물들로 꼽힌다.

이 ‘선험적 연역’ B본을 우리말로 번역을 해본다. 직역을 선호할지 아니면 의역을 선호할지 아직 망설이고 있다. 문제는 허나 우리말로 철학을 할 경우 어떠한 모습을 띌 것인가, 아니 어쩌면 오히려 과연 이 ‘선험적 연역’이 제시하는 바와 같은 철학함이 우리말로도 가능한가 하는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함을 잣대로 삼고자 한다. 그러니까 칸트가 던지고 받아치는 것에 덤으로 하나 더 던지고 받아치는 모습이다.

한 때 이 ‘선험적 연역’을 몽땅 외우고자 하는 야무진 욕심을 피웠었다. 이 말을 했더만 철학을 공부하는 한 한국인 친구는 그 망할 놈의 한국식 주입교육의 몽상을 떠올리듯 이해하기 힘들면, 더군다나 독일어로, 외우기라도 해야지 하며 맞장구를 치고 심지어 이를 다른 몇몇 철학자들에게도 확대하면 어떠냐고 조언을 구했다. 어처구니 없는 모습이다. 그런 뜻에서 외우고자 했던 바가 아니라 실은 칸트의 문장을 책 없이도, 예컨대 지하철이나 전차를 타고 갈 때 내지는 산책이나 산행을 즐길 때 언제 어디서라도 다시 꺼내 곱씹어보고자 했기 때문이었다. 허나 결국 나의 욕심은 채워지지 않았고 – 내 머리에 당연하지만 – 그 후 나는 이를 깨끗이 포기했다. 대신, 머리가 나쁘면 몸으로 때운다고, 그 두꺼운 책 ‘순수이성비판’을 항시 챙기고 다녔다. 내 번역을 읽는 사람은 최소한 위에 말한 ‘몽상’을 떠올리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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