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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철학함의 방법 - 비트겐슈타인

페이지 정보

작성자 서동철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4,785회 작성일 07-01-12 09:20

본문

Ludwig Wittgenstein (1889 - 1951)

"철학의 방법: 문법적 언어적 사실들의 포괄적 묘사."
비트겐슈타인이 한 쪽지에 남긴 낙서입니다. 간단 명료하죠? 그래 이를 빌미로 이 양반 철학의 특이함을 입에 담아 보렵니다.
우선 불필요한 오해의 여지를 피하기 위해서. 여기서 들리는 "문법적"이란 뜻은 우리가 흔히 이해하는 국문법 영문법 식의 그런 문법이 아닙니다. 오히려 우리가 일상에서 쓰는 언어, 그 말 속에 내재되어 있는 일종의 관습적 규칙성을 말합니다. 말을 통한 상호 이해의 코드라고나 할까요? 이를테면 한국에서 서너명의 친구들이 모였을 때, 그 중 한 사람이 "술 먹으러 가자!" 하면 통상 그 제안한 사람이 술값을 내는 그런 규칙성 말입니다. (안 그런가? 하여튼 오래 전에 제 주위에선 그랬습니다.) 나아가 언어를 몸짓, 손짓, 발짓 언어로까지 확장 해석할 경우, 독일에서 가운데 손가락을 삐죽 내세움은 욕이듯 말입니다. 우리가 엄지 손가락을 여타 손가락 사이로 내미는 그 욕과 상응합니다. 한 마디로 사람들간의 상호 이해 체계 내에서 통상 이해되는 관습 내지는 일상 언어의 사용 방법상의 규칙성이라 할까요. 이를 비트겐슈타인은 '문법'이라 부릅니다. 철학함을 자기 자신과 이를 둘러싼 세계를 이해하고자 하는 끊임없는 일의 과정이라 여긴다면 이는 그러니까 일종의 철학적 문법인 셈이지요.

위의 상호 이해 체계를 이 양반은 또한 언어놀이라는 개념으로 부르기도 합니다. 원어로 Sprachspiel을 직역했는데, 사실 원어에 대한 이해없이 직접 번역된 ‘언어놀이’라는 말을 들으면 적지 아니 생뚱같이 들립니다. 그래 이를 어찌 달리 번역할 수 없을까 고민 중입니다. 여하튼 비트겐슈타인이 뜻하는 바는 언어를 통한 상호이해체계입니다. 문득 ‘말나눔’이 어떨까 하는 생각이 퍼뜩 떠오르네요. 어쨌든 그러니까 한국적 '언어놀이' 속에서 내가 뭇 벗들과 만나 먼저 술 마시러 가자 제안하면 이는 내가 술값을 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며 그 뭇 벗들은 또한 이를 그리 이해하고, 누가 내게 낑궈진 엄지 손가락을 내보이면 나는 이를 욕으로 이해한다는 그런 말씀입니다.

이러한 '문법적' 사실들을 포괄적으로 일목요연하게, 이해하기 쉽게 묘사하고 서술함이 바로 철학함의 방법이라 비트겐슈타인은 울부짖습니다. 황당하죠? 변증법도 아니고, 하다 못해 논리학을 들이밀지도 않고 걍 우리 일상 언어 생활을 좀더 말끔히 정리하는 작업이 바로 철학함이라 하니 말이죠.
허나 최소한 그 반대의 경우를 떠올려보면 공감이 들 수도 있지 않을까 싶네요. 즉 우리의 일상적 언어 생활에 그다지 일목요연하지 않은 구석이 여기 저기 산재해 있다는 사실 말입니다. 달리 말씀드리면, 사람들간의 상호 이해에 장애가 적지 않아 그 이해 체계의 운용이 순조롭지 않다는 말이죠. 예컨대 '좌파'라는 말 말입니다. 역사적으로 한 때 한 정치 토론석 상에서 우연히 왼쪽에 서있던 이들을 가리켰다는 이 말이 세월이 흐름에 따라 그 뜻과 쓰임에 실로 엄청난 우여곡절을 겪으며 지금까지 전해졌습니다. 그렇다고 지금의 이 쓰임이 말끔하다는 말씀은 아니지요. 지금까지도 시대가 변함에 따라 그 뜻과 쓰임이 변하고 있고, 더불어 어찌보면 유럽의 그것은 대한민국의 그것과 또 다르다(옳다 그르다의 문제가 아닙니다)는 인상을 지우기 힘들 정도입니다. 이리 한 개념이 그 쓰임에 있어 엄청난 다양함을 보일진대 이를 주제로 내지는 바탕에 깔고 이루어지는 대화 내지는 이해의 체계가 얼마나 엉망진창이겠습니까? 이러한 엉클어진 언어 생활을 그래도 조금이나마 풀어보자는 행위가 철학함의 방법이라는 말씀입니다. 그러니 뭐 사전 찾아본다고 해결될 일이겠습니까? 이 외에도 예를 들려면 한이 없죠. '사회주의', 아니 바로 그 '철학'이라는 말 한번 떠올려 보시죠.

에잇, 까짓 이왕 말이 나왔으니 그럼 '보수'란 말을 한번 도마 위에 올려 놓아 봅니다. 얼마 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예상을 뒤엎은 부쉬의 확고한 승리를 '신보수 혁명의 연장'이라고까지 떠드는 소리가 들렸습니다만, 이러한 미국의 특이한 종교적-도덕적 보수 세력은 유럽의 '보수'와는 엄청 큰 차이를 보이는 미국적 현상이요 미국적 개념 사용이니 그에 따라 그 개념의 뜻 또한 다르다고 봐야겠지요. 이에 또 나도 질세라 대한민국 조갑제 류의 '보수'가 디립다 얼굴 내밀지 않습니까? 이 친구들 한 때 뭐 시민 대강연회까지 벌리고 야단법석을 떠는 듯한데, 이 '보수'는 위의 두 '보수'들과는 또 달리 반공, 아니지, 중국의 공산당에는 별 감정이 없는 듯하니 '반북' 내지는 '반 김정일'과 같은 뜻의 용어 사용이니 이는 또 다른 '보수'라 봐야 합니다. 이 '보수'는 저 '보수'가 아닌 셈이죠. 그러니 각 나라에서 이에 맞서는 세력으로 등장하는 '진보' 또한 각각 다른 뜻으로 사용되고 있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겝니다.

비트겐슈타인은 이러한 개념의 진정한 뜻은 사전에서 찾을 수 있는 그런 것이 아니라 그 쓰임새라는 잣대에 따라 결정된다 합니다. 달리 말씀 드리자면 좌파라는 개념은 우리가 실제 일상 생활에서 이를 어찌 사용하는가에 의해 그 뜻이 정해진다는 말씀입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이 말이 일상 생활의 어떠한 상황 즉 어떤 전체적인 맥락 속에서 어떠한 순간에 적용되는가를 면밀히 살펴 봄으로써 이 말에 준한 상호 이해를 돈독히 할 수 있다 뭐 그런 말입니다.
아니 뭐 이런 고리타분한 개념들을 예로 불러 세우지 않더라도 우리 일상 주변에서 그 엇비슷한 예들을 얼마든지 발견할 수 있죠. 관심만 제대로 쏟는다면 말이죠. 예컨대 오래 전에 할머니 댁에서 식사를 할 때마다 벌어진 사건(?)이 있었습니다. 밥 한 그릇 비우고 나면 항시 당신께서는 묻습니다: "더 할래?" 저는 그럼 배가 이미 띵띵 불러 "아니, 됐어요." 하면, 당신께서는 이를 곧이 곧대로 듣지 않으시고, "왜? 내 반찬이 맛이 없냐?" 하신단 말이죠. 그럼 저는 배는 지독히 부르더라도 이리 생각하시는 당신께 죄송스러워 어쩔 수 없이, "한 그릇 더 주세요." 하곤 했습니다. 독일에서는 그 반대의 경우를 경험해 보았습니다. 한국에선 그런 비슷한 질문 받으면 한두번 거절함은 예의인데 반해 여기서는 상놈의 나라라 그런지 그냥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더라고요. 그래 속으로 에이 염치 불구하고 한 그릇 더 달라 할걸 하고 후회 막심했던 기억이 아직도 제 군침을 돌게 만듭니다.
근데 이리 간단한 게 철학하는 방법이여? 하실지도 모르겠네요. 그럼 저는 왜 더 어려워야 하는 겝니까? 반문하렵니다. 아니, 서로 간에 함께 살면서 상호 이해 잘 되면 그게 잘 사는 길이매, 철학 해서 이리 잘 살면 그만이지 뭘 더 바래? 하고 말이죠. 또 사실이 그렇지 않습니까?
(물론 나중에 의식 내지는 정신적 영역의 문제들까지 대두되면 실은 그리 간단하지만은 않습니다만, 그건 그때 문제겠죠. 그렇다고 기본 원칙이 달라지지는 않고요.)

우리가 자주 듣곤하는 비트겐슈타인의 '규칙 따르기' 내지는 '사적 언어' 같은 말들은(비트겐슈타인은 이를 '개념'이라 부르기도 합니다만) 바로 이러한 방법을 조금은 더 구체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시도에 불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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