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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디터 헨리히

페이지 정보

작성자 서동철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5,650회 작성일 07-01-06 11:15

본문

Dieter Henrich (1927- )

독일 철학자다. 내일 80번째로 귀빠진 날을 맞이하는 사람이다. 독일철학을 연구하는 사람들에게는 꽤 큰 사람이다. 물론 그의 이 분야에 걸친 연구공적 또한 걸맞게 크고. 특히 칸트, 피히테, 헤겔 등의 소위 독일고전철학의 연구에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말이 틀리지는 않을 게다. 덧붙여 휄덜린의 언어예술을 하이데거와는 달리 철학적으로 해석한 공로 또한 널리 인정되고 있다.

철학 텍스트, 예컨대 칸트의 선험적 연역론, 피히테의 Ich 내지는 헤겔의 소위 다시비추어봄의 논리에 대한 연구 등의 해석적 탐구에 뿐만 아니라 이러한 해석을 통해 이해한 바를 현대화시키는, 즉 지금 여기 우리의 삶 내지는 그 의식에 흡수 소화시키려는 노력을 끊임없이 하는 사람이다. 단지 이러한 현대화 노력 속에서 전자의 해석적 노력의 흔적을 지나치게 뚜렷히 엿볼 수 있지 않나 하는 아쉬움을 느끼곤 한다.

빠뜨리고 싶지 않은 점은 그의 미학에 대한 깊은 관심과 철학적 노력이다. 위에 언급한 휄덜린의 언어예술에 대한 지대한 관심과 더불어 현대미학에 있어 헤겔미학이 여적 차지하는 위상 내지는 위력에 대해 심도 깊은 연구 성과를 종종 발표했다.

한 한국유학생이 이 大 디터 헨리히에게 접근을 시도했다. 이 양반 정년 퇴직 전 정규 교수 시절에 베푼 한 세미나에 참가했던 게다. 이미 안면은 있었으나 글을 통한 접촉을 하고자 하는 욕심에 칸트 시대 철학자 야코비가 인용한 칸트의 세 줄짜리 문구에 대해 세미나 논문을 쓰고자 했다. 그 한국 학생이 이 인용문구를 문제시한 이유는 이 문구의 서너개 단어가 칸트의 원본과 다른데, 이 다름이 두 철학자들간의 차이를 암시하고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래 어렵게 열댓장의 논문을 써서 제출을 했는데, 아니 이 양반 이를 읽을 생각을 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니 미치고 환장할 지경이었다. 진짜 어렵게 용기를 내서 젖먹던 힘까지 쏟아가며 깨알같은 글씨로 끄적거렸건만, 그리고 당연히 이를 그 大 철학자가 어찌 평가할까 일각이 여삼추라 노심초사 기다리고 있었건만, 그 양반 맘만 먹으면 읽는데 십분도 걸리지 않을 양의 논문을 몇 달을 기다려도 깜깜 무소식이었던 게다. 그래 직접 찾아가 물어보면 자기가 연구하랴 대학 업무 처리하랴 시간이 나지 않는다는 궤변만 늘어놓고 말이다.
결국 학기가 넘어가 그 다음 학기에 칸트 미학에 대한 세미나가 있었다. 이 세미나엔 특별히 러시아 철학회장도 참가했던 꽤 묵직한 모임이었다. 항시 그렇듯 헨리히는 매 세미나를 기록에 남기고자 했다. 이에 준해 세미나 진행 모습을 기록할 사람들을 선정하는데 일단 당연 자발적인 의사를 존중한다. 이에 그 한국유학생이 아주아주 과감히 첫 기록을 자기가 담당하겠다며 손을 번쩍 들었다. 이미 그 잘 생긴 동양인과 안면이 있는 헨리히는 그래도 약간은 미심쩍은 눈치를 보였지만 그 손을 드는 모습이 어찌나 당당했던지 그러시오 해버리고 말았다. 한국 유학생은 첫 세미나 모임이 끝난 후 자기가 저지른 짓에 따른 참고 서적 뒤지기 등의 행동은 취했지만 그렇다고 식음을 전폐할 정도는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며칠 그냥 거의 잊은 채 기숙사와 학교를 평상시와 다름없이 왔다리갔다리 했다. 그러다가 주말에 이르러서야 월요일 칸트세미나에서 자신이 자발적으로 프로토콜을 발표하겠다고 손을 번쩍 들었다는 사실을 퍼뜩 상기하고 긴장하기 시작했다. 그래 그 주말 이틀간 두문불출 기숙사 꼬딱지만한 방에 틀어박혀 열서너장의 지난 번 세미나 진행 기록서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끝냈다. 일요일 밤에.
월요일 칸트세미나에서 시작 즈음에 목소리도 우렁차게, 물론 독일어로, 주말에 끄적거린 프로토콜을 읽었다. 발음이 좋았던지 여타 참가자들 조용히 경청하는 모습을 보였다. 물론 헨리히도. 세미나 끝난 후 자기 논문 그새 읽었냐고 묻고자 헨리히 앞으로 다가선 한국 유학생은 대뜸 sehr gut, sehr gut 하는 대만족의 함성을 그 노교수로부터 들을 수 있었다. 후에 헨리히의 조교로부터 들은 얘기론, 옥스퍼드나 하버드 학생들로부터 자기한테 배우겠다는 요청이 들어와도 통상 거절하는 그가 (자기 연구 때문에 시간이 없다는 핑계를 대곤 한다는 소문이 있었다) 저그 한국에서 온 풍운의 젊은이를 자기 제자로 받아들이는데 결정적인 계기가 바로 그 프로토콜이었다 한다.
일주일 후에 기다리고 기다렸던 세미나 논문을 노교수로부터 돌려 받은 한국 유학생은 매 용지가 꺽여져 있는 모습에 최소한 헨리히가 읽었다는 흔적을 확인할 수 있어 웃음을 머금었다. 점수? 아주 만족스러운 결과였다.

정년퇴직 즈음에 이제 드디어 대학에서의 가르침에 대한 의무에서 벗어나 자기가 하고 싶은 연구에 몰두할 수 있게 되었다며 어린이마냥 기뻐하는 모습을 보였던 헨리히, 계속적인 힘찬 연구 활동과 이를 뒷받침하는 건강을 두 손 모아 기도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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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동철님의 댓글

서동철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관심 있으신 님들은 지난 5일자 쥐드도이췌 신문(SZ) Feuilleton에 실린, 헨리히의 제자 Horstmann 교수가 쓴 생일축하 글을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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