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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Boys don't cry

페이지 정보

작성자 펌돌이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2,376회 작성일 06-03-14 06:09

본문

이야기가 나왔으니 동성애가 아닌 트렌스에 관한 영화이지만 예전에 썼던 글 하나 올리죠.


지난 현대미술의 전형적인 어법으로 생소함의 충격이란 것이 있다. 잔인하고 징그럽고 역겹거나, 깜짝 놀랄만한 동적인 것이거나, 경박하고 우습거나 등등 시각적 이미지가 쇼킹한 것들인데, 그러한 이미지형식을 지닌 작품들의 내용은 우리 일상에 고착되어 숨어있는 불합리한 것들(고정관념)을 고발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한 작품과의 충격적인 대면은 의식. 무의식에 각인되고 그것은 생활 속에서 비판적 시각을 견인하게 된다.

꼭 그러한 맥락은 아니지만 영화 'Boys don't cry'는 몹시 불편한 영화다. 일단 이성애주의 사회에서 자라난 이성애자들에겐 동성애/트렌스젠더에 관한 내용을 다루었으니 불편할 테고, 폭력과 강간 그리고 살인으로 이어지는 어두운 환경이 주를 이루었기에 그러할 것이다.  동성애자에 대한 편견을 가진 사람이라면 더욱 그러할 것이, 결국 폭력과 강간과 살인을 저지른 자는 동성애자를 혐오하는 이성애자이기 때문이다. 성폭력이 자세히 묘사된 장면에서 여성들은 이성애/동성애를 넘어서 몹시 불쾌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영화는 동성애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성 전환’에 관한 이야기다. 영화시작서부터 Brandon은 자신이 레즈비언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단지 여성으로 태어나 여성을 사랑한 것이 아니라 그는 남성으로서 여성을 사랑하고 싶은 것이다. 가령 담배를 피우거나 술병을 쥘 때처럼 모든 몸동작은 몹시 과장되어있으며, 짧게 이발을 하고 술집에서 주먹질도 하며 여성에게 작업을 거는 천성 남자인 것이다. 단지 잘못된 성기를 달고 태어났을 뿐.

영화를 보는 내내 나를 가장 불편/불안하게 했던 것은 Brandon이 모든 이들을 상대로 내내 거짓말을 했기 때문이다. 그것이 결국 보는 이들로 하여금 브렌든을 전적으로 동정하지 못하도록 한다. 예를 들어 화장실 안에서 남성 두 명이 한 여인의 옷을 벗기는 끔찍한 장면에서처럼. 하지만 사람들의 Brandon에 대한 분노는 거짓말 때문만은 아니었다. 아니, 거짓말 때문이 아니라 사실 동성애/트렌스를 사악한 것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든 사람은 브렌든을 외면하고, Lana를 악으로부터 구출하기위한 노력은 악을 향한 폭력으로 이어진다. 중학교 때부터 깡패질로 생활하는 인간들을 가까이서 경험해본 사람이라면, 윤간 후에 셔츠를 덮어주며 ‘괜찮냐’고 물어보며 ‘친구’를 언급하는 그들의 모습이 절대 과장된 것이 아님을 알 것이다. 자신의 분노를 해소하기 위한 폭력을 즐겁게 일삼는 인간들은 사실 그보다 더 끔찍하다.

하지만 영화가 끝나고 나는 Brandon이 얼마만큼의 거짓말을 한 것인가를 자문할 수밖에 없었다. 궁극적으로 그의 거짓말은 얼마만큼의 거짓인가? 그것이 남을 속인 것인가, 아니면 자신을 나름대로 솔직하게 드러낸 것인가? 자신의 성 정체성을 정확히 전달하지 않았으니 단편적으로야 거짓이지만, 그렇게 쉽게 답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이 글을 읽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성애자들일 것이다. 동성애 혐오는 아니더라도 여전히 반감을 지닌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Brandon의 상황은 이것보다 한층 더 복잡하게 꼬여있지만, 어쨌든 동성애의 세상으로 우리 한번 잠시 상상을 펼쳐보자. 이성애자인 우리는 동성애자 세계에 태어난 것이다. 세상의 95%는 동성애자들이고 이성간의 혼인은 허락되지 않으며, 동성애가 정상이고 이성애가 비정상 취급당하는 세상이다. 이성끼리 사랑에 빠지면 세상 사람들은 표독한 눈초리와 비웃음을 던지고 부모는 우리를 어려서부터 동성애가 옳은 것이라고 키웠다. 대부분의 이성애자들은 이성간의 사랑을 포기하고 동성과 결혼을 한다.
상상이 잘 안되는가? 내가 남성이기 남성에 관한 상황을 좀 직설적으로 그려보자. 우리는 저 아름다운 여성과 사랑에 빠지지 못하고 남자와 결혼을 했다. 평생 밤마다 침대 속에서 우리와 같은 성기, 자지를 품어 안고 살아야한다. 길에는 우리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매력적인 여성을 볼 수 있는데도 말이다.

어떤가? 인생에서 단 한번 만이라도, 결국엔 두들겨 맞고 만신창이가 되더라도, 서로 사랑하는 사람과 사랑에 빠지고 싶지 않을까? 남들을 속여서라도 인생에 단 한번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고백을 하고 싶지는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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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the moon님의 댓글

the moon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인간이  살아가는데  절대적인 '본능' 이며 '요소' 인  사랑 이란  대체 무엇인가 ??
다시금  생각 해 보게 하는 감동 의 글이군요 !

어떤 형태이던 , 어떤대상이던 , 어떤경우이던 ,..
진정 사랑을 나눌수 있다는  것 은
무엇으로도 파괴될수없는 인간의 아름다운 사랑 의  힘이며,
인간으로서 최대의 행복한 순간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평생을  하느님과 결혼하여 몸과 마음을  바치는 신부님,수녀님의
숭고한 사랑도 ..예외없이  똑같은 인간의 사랑이라 생각됩니다.

동성이던, 이성이던, 트렌스던, ..숭고하던 ,,
순수한 인간 의  마음의 열정 에서 싹 튼  진실된 사랑은 
그어느것도 탓할수없으며 ,..
사회로 부터 인정 되여 지지 않는다 하여 ,...더욱 죄가 될수는 없다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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