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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한국학) 장례식을 다녀와서...

페이지 정보

작성자 무울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2,517회 작성일 05-12-24 19:52

본문

지난 3일 동안 뮨스터를 방문했습니다.
뮨스터는 참 아름다운 도시입니다. 날씨만 빼놓고……정말 그렇습니다.
뮨스터에 있을 땐 몰랐는데 다른 도시로 이사를 오고 나니까
새록 새록 그리워 집니다.

몇 년 전 유력한 일간지에서 소위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뽑혔다고
하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비만 내리고 낮은 회색의 하늘이 계속 될 땐 지붕 위에 올라가 사다리를
어디 하늘 언저리에 기대 놓을 수만 있다면
칼로 하늘을 찢어서 해를 끄집어 내고 싶은 날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그 기사는 ‘날씨만 제외하면’ 이라고 써야 했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얼마 전에 지리적으로도 통계적으로도 뮨스터 보다 해를 자주 볼 수 있는 곳으로
이사를 왔는데 이젠 몹시 후회가 됩니다.
그곳에선 답답하거나 울적할 땐 그저 자전거를 타고 오분 만 교외 쪽으로 나와도
금세 가슴께 까지 신선함을 채울 수 있었고
넓디 넓은 푸르름과 손이 거의 가지 않은 자연을 누리며 한없이 겸손해 질 수 있었습니다.

뮨스터에 있을 때 방문객들에게 가장 자신 있게 보여 주는 곳이
Asee(뮨스터를 가로 지르는 거대한 인공호수) 옆 Friedhof 였습니다.
우리나라와 문화의 차이를 가장 먼저 읽을 수 있었던 곳입니다.
처음 뮨스터에 왔을 때 도시 한가운데 당당하고 자연스럽게 자리한 그 공동묘지를
보면서 이들의 사고체계와 우리나라 사람들이 사고체계의 상이함을
단박에 볼 수 있었습니다
걸어도 걸어도 끝이 없는 그 크기에도 놀랐습니다.
우리나라라면 이 아름다운 도시 한 가운데 이 면적의 크기로 절대로
공동묘지를 허락하지 않을 것이었습니다.
실제 도시가 공동묘지보다 더 늦게 형성되었다 하더라도 우리나라는 돈을 들여서라도
묘지를 교외로 모두 옮겼거나 아예 처음부터 공동묘지가 놓인 곳을 중심으로
도시가 만들어 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한 두 평 남짓한 묘지마다 정성스레 가꾸어 놓은 화단과 나무들
분위기와 모양새 또한 제각기 달랐고 언제나 사람들이 그 곳에 있었습니다.
늘 꺼지지 않게 묘 앞에 초를 바꾸러 오는 사람들
앉아서 중얼거리며 사별한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
끊임없이 잡초를 뽑는 사람들
의자에 앉아 책을 읽는 사람들
사진을 찍으러 오는 관광객이나 유학생들……

각각의 묘의 생김새와 묘비에 새겨진 이름들과 출생 년도와 사망 년도를 읽는 것과
놓여진 각종 다양한 조각물과 사진까지 붙여진 편지나 카드를 읽는 일이
대단히 흥미로워 오전에 들어가서는 어둑한 저녁이 되어서야 나왔습니다.

어찌나 평화롭고 아름답고 심지어 따스한 느낌이 들던지 첫눈에 반해 버린 나는
강의가 지겹거나 사람이 그리워 지면 자주 찾아 가기도 했습니다.
가끔씩 장례식 행렬과 마주치기도 했는데 그 것 조차도 평화스러워 보였습니다.
내게 그 곳은 아주 여유로운 산책길이었습니다.
방문객이 오면 가장 먼저 추천하고 보여 주는 곳이기도 했습니다.
동서양의 문화의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 주는 곳이었기에...
우습게도 저는 그 곳에서 프러포즈를 받았습니다.
 
뮨스터를 떠나고 자주 그 곳을 그리워 했었음은 말 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저께 갑작스레 죽음을 맞이한 어린 친구의 장례식이 그 곳에서 있었습니다.
늘 구경꾼이었었는데……
아주 가까이서 본 그들의 장례식은 정말 달랐습니다.

저는 장례식 내내 이 ‘다름’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그 어느 나라나 ‘죽음’ 으로 인한 헤어짐 앞에선 같은 감정인 것 같습니다.

서울 근교에 살 때는 아파트 뒷산에 공동묘지가 있었습니다.
그 무덤 때문에 집 값이 싸서 찾아 들어간 곳이었지요.
설거지 하면서 부엌 창문을 통해 그저 똑 같은 모양으로 나란히
봉긋 봉긋 솟아 옹기 종기 놓여 있는 무덤을 볼 때마다
어떤 의도적으로 구성된 설치물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곤 가끔씩 ‘저 묘지를 찾는 사람들은 자기가 찾는 묘지를
늘 제대로 찾기는 하는 걸까’ 하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밤엔 보이지 않아 아무렇지 않았고 낮엔 집에 있는 일이 없었지만
주말마다 보게 되는 공동묘지는 무섭다기 보다 귀여운 느낌이 더 많았습니다.
뒤로는 수려하고 아담한 산과 앞으로는 저수지가 있는 이 곳에 단지 저 공동묘지 때문에
집값이 싸다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귀신’을 믿지 않는 나로선
그야말로 최고의 곳이었습니다.
주변에선 집에 사고가 나거나 안 좋은 일이 생기면 모두들
그 공동묘지 핑계를 대곤 했었습니다.
저렇게 싸구려 묘지에 묻혀 있는 사람들은 살아서도 귀하게 대접 받지 못했을 거며
그 혼들은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해 밤마다 떠돌아 다니기 때문에 우리아이에게
몹쓸 병이 걸렸다며 확신에 찬 어조로 이야기 하던 이웃집 아주머니의 표정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결국 예상대로 그 집은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갔습니다.


죽음이 끝이 아니라 그 후에 또 다른 세계가 존재하며 죽은 자의 영혼은 이세상에서
다른 세상으로 옮겨 가는 것이라 믿었던 우리 조상들의 생각은
‘굿’에서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어머니세대에서는 삶을 겸손하게 받아들이고 어떤 경우에도 여유를
잃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이 나라 사람들은 절대자인 신을 믿고 죽으면 천당에 가거나 혹은 부활할 거라고 믿는
신앙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늘 일상의 삶 안에 그들을 가까이 두고 있으려는 자세가
참 다릅니다.
언제나 가고 싶을 땐 걸어서, 혹은 자전거를 타고 오 분이면 찾아가 볼 수 있는
곳에 있다는 것이 그렇게 정겨울 수가 없습니다.
묘가 눈 앞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생각은 늘 자주 할 수 있지만
현장감 있게 바로 눈 앞에서 보며 생각하는 것은 또 다른 기분입니다.

엄마가 묻혀 있는 공동묘지를 가려 해도 고속도로를 달려 서너 시간 걸립니다.
가서도 모든 묘의 형태와 크기가 똑같아 매번 갈 때마다 헤맵니다.
그 당시는 정황이 없어서 다른 모양으로 하자고 할 수 없었지만
지금은 왜 공동묘지의 묘들은 형태와 크기가 똑 같아야 하는지 모릅니다.
성묘는 일년에 한 두 번, 한식이나 추석에 갑니다.
이렇게 멀리 떠나 와 있으니 그것도 자주 못 하지만…

언 땅이 녹으면서 무덤이 무너지거나 손상된 곳이 없는지 살펴보며 봄이 되면서
돋기 시작한 잡초를 뽑고 새로 떼를 입히기도 하는,
바람 부는 1년 중 가장 좋은 계절에 조상과 후손이 만나는 오붓한 행사를
우리나라에선 ‘한식’이라고 하지요.
한식이 무덤을 손질하고 돌보는 일에 중점을 두는 때라면 추석은 풍성하게
거두어 들인 먹거리로 정성껏 음식을 만들어 조상께 드리는 것에 의미를 두지요.
즉 우리나라가 다분히 형식에 초점을 둔다면
이곳에서는 내용에 초점을 둔다고 보여 집니다.
매일을, 혹은 일주일에 한번, 아니 가고 싶은 땐 언제나 찾아 갈 수 있는
거리에 놓고 교감을 할 수 있는 정서…

엄마는 늘 내 안에 있으며 나를 움직이고 나를 이끄는 원동력인 것처럼
이들 역시도 사별한 사람과의 관계가 우리와 별 다르지 않을 것이지만

오늘 저는 ‘장례식’ 혹은 장례문화에 나타난
이 ‘다름’ 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은 우리나라 조상들의 삶을 그려 보게 될 수 있고
현재까지 연결된 우리의 삶의 모습과 과정을 짚어 볼 수 있을 것 같아
한 해를 곱고 너그럽게 막음 해야 하는 시점에서

툭 한번 던져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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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서동철님의 댓글

서동철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죽음을 대하는 모습에서 엿보는 동서양의 차이, 참으로 좋은 주제감입니다.

이 곳 뮌헨엔 동서남북  곳곳에 공동묘지가 있습니다. 그 분위기는 님이 서술하신 뮌스터의 그것과 얼추 비슷하다 여깁니다. 저 역시 이 곳의 공기를 처음 들이 마실 때 이 공동묘지의 분위기에 사뭇 의아해 했던 기억 여적 간직하고 있지요. 우리의 '전설따라 삼천리'의 그 분위기와는 전혀 다른, 차분하고 뭐라할까, 오히려 아늑하다고나 할까요? 그러니 님이 그 곳서 프로포즈의 선물을 받았다 하심에 별로 놀라지 않습니다.

뮌스터엔 시 중심에 큰 공동묘지가 있는 듯한데, 이 곳엔 시 중심에 큰 공원이 있습니다. 이름하여 '영국공원', 그야말로 시민들의 휴식처죠. 저는 이 공원 문화에서 또한 독일 복지 정책의 한 구체적인 모습을 엿본다 믿습니다. 아울러 우리의 공원 문화와 비교해 봄도 그럴듯한 [한국학]의 한 생각거리가 될 듯도 싶군요.
아, 그리고 뮌스터가 살기 좋은 고장이라는 소문은 저 역시 익히 들었던 바, 특히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자전거 도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하더군요. 제가 사실 마라톤 등의 뜀박질과 자전거 타기를 무지 좋아합니다. 그래 꼭 한번 가보고 싶은 도시 중의 하나가 바로 뮌스터죠. 언제 기회가 닿으면 그 곳서 님의 화사한 모습에 고마와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제가 '죽음'에 대해 써 놓은 글이 하나 있는데, 모자란 글 님께 성탄절 선물로 곧 올리겠습니다.

건강하시고요.

D.960님의 댓글

D.960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프랑크푸르트의 중앙 공동 묘지도 그 규모가 정말 엄청나죠. 전에 프랑크푸르트 살 때 묘지 바로 옆에서 살았었습니다. 집에서 창밖을 내다보면 무섭도록 빽빽하게 들어서 있는 비석들이 어떤 이유모를 공포를 주곤 했었는데, 나중에 가서 보니 당시 제가 살던 방에서 보이던 묘지는 2차대전 때 죽은 유태인들만 매장한 곳이었습니다. 벌써 비석들 서 있는 모습 자체가 비극적이예요. 그러나 대부분의 다른 구역은 정말 아름답죠. 공기도 좋고... 저도 프랑크푸르트 중앙 공동 묘지 자주 갔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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