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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문장 배열의 미적 고찰 - 카프카

페이지 정보

작성자 서동철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2,391회 작성일 05-12-23 00:59

본문

카프카는 '법 앞에서'라는 글을 남겼다. 이 글의 첫 문구를 한번 해부해 본다.

원문:
"법 앞에 한 문지기가 서 있다. 이 문지기에게 한 시골 남자가 와서 법 안으로의 입장을 요청한다."

변형문:
- a. 법 앞에 한 문지기가 서 있다. 한 시골 남자가 이 문지기에게 와서 ...

- b. 한 문지기가 법 앞에 서 있다. 이 문지기에게 한 시골 남자가 와서 ...

- c. 한 문지기가 법 앞에 서 있다. 한 시골 남자가 이 문지기에게 와서 ...


원문의 두 문장들 모두 단순 구조다: 주어 - 동사, + 부사.

원문에는 허나 두 문장들 모두 부사가 앞으러 내세워져 있다. 즉 부사 - 주어 - 동사의 구조다.
변형 문장 a는 두 번째 문장의 구조를 변형시켰고,
변형 문장 b는 첫 번째 문장의 구조를 변형시켰으며
변형 문장 c는 두 문장들 모두 변형시켰다.

질문: 이러한 변형은 긍정적 효과를 자아냈는가? 아니면, 원문의 구조가 제일 뛰어난가?

우선 이런 경우를 생각해 본다: 한 문장 내에서 이를 구성하는 요소들의 배치가 전체 문장이 풍기는 냄새를 좌지우지할 수 있지 않을까?

예를 들어 앞에 내세우는 요소는 이를 다른 요소들보다 강조를 하기 위해서라 볼 수 있다는 사실 말이다. 성경 문구 "태초에 하나님이 하늘과 땅을 창조하시니 ..."에서 왜 '하나님이 태초에 ...' 내지는 '하늘과 땅을 하나님이 ...' 하지 않고 "태초에 ..." 했을까 말이다. 이는 곧 시간적인 원점에 대한 강조를 하고자 했기 때문이 아닐까?

같은 이유로 위 본문에서 저자는 "법 앞에"를 강조하고자 했을 법하다. 동시에 서 있는 문지기가 특정 인물이 아니라 단순히 "한 문지기"이니 이를 굳이 앞에 내세워 문장의 시작에 불분명한 운을 떼우고 싶지 않았을 게다.

두 번째 문장에서는 첫 번째 문장과의 연관 하에 앞에서 이미 한 문지기를 얘기했으니, 즉 더 이상 불분명한 문지기가 아니므로 뚜렷하게 "이 문지기에게"라 한다. 그 다음에 "한 시골 남자"가 등장한다.

전체 문장을 살펴 보건대, 저자는 독자들에게 알려져 있는 대상을 우선적으로 전달하며 이에 이어서 새로운 대상들을 자신의 이야기에 끌어 들이고자 하는 의도를 비친다. 읽는 사람의 입장에서 이는 나름대로 정당한 이유를 갖추고 있다 하겠다.

허나 첫 문장의 시작 "법 앞에"는 알려져 있고 없고와 관계 없이 오히려 그 자체를 강조하기 위해 앞에 내세웠지 않았을까? 위에 든 성경의 문구 "태초에"와 엇비슷한 역할을 부여하고자 하지 않았을까 말이다. 그 이후의 상황을 지배하는 일종의 시작점이라고나 할까? 결국 카프카는 문장 배열에 있어 앞에 내세움이 함축하는 강조와 더불어 알려져 있는 상태의 먼저 보임을 아울러 염두에 두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어쨌든 이렇게 볼 때 변형된 a, b, c 문장들은 과연 각각 그 변형된 만큼 원문이 자아내는 최적의 전달 효과에 미치지 못한다는 판결을 내린다.

꽝꽝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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