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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스핑크스와 외디푸스 - 헤겔 미학

페이지 정보

작성자 서동철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조회 2,870회 작성일 05-12-21 17:06

본문

I.

옛날 옛적에 스핑크스라는 괴물이 있었다. 넓다란 암반위에 떡 하니 자리 잡고 앉았는데, 머리는 어여쁜 처녀 머리인데 아래로 내려가며 험악한 짐승의 형체를 보이는 고약한 놈이었다. (아니면 거꾸로 밑에서 위로 올라오며 사람이 되려다 아직 되지 못한 "흐흐, 나도 사람이 되고 싶다!" 울부짖는 요괴인간 짝이라고나 할까?) 고약할 수 밖에 없는 게, 이 놈이 사람들을 꼬셔다가 수수께끼를 던지고는 풀면 살려주고 못풀면 갈기갈기 찢어 먹는다고 일방적으로 선포해 놓고 백이면 백 다 잡아 먹어버렸으니 말이다. 그만큼 수수께끼가 너무 어려웠다는 말이기도 하지만.

그래 상감마마께서 이를 보다 보다 못해 세계 방방곡곡에 방문을 돌렸는데, 그 내용인즉슨, 이 못 쓸 놈을 처단해주는 사람에게 나라의 일부를 떼어주며 동시에 자신의 여동생을 아내로 맞이할 수 있는 특별권을 하사한다는 것이었다. (그 옛날에 우리 여성의 권리는 이런 참담한 꼬락서니였다. 지금은 그래도...) 어쨌든 이 방문을 돌린 후 상감마마께옵서는 하루하루 기다리는 초조함에 골초가 되어버렸다는 후문도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그런데 어느 날, 짜자 짠 하며 드디어 한 영웅이 나타났으니, 이름하여 외디푸스라는 꽤나 잘 생긴 젊은이였다. 이 친구 아주 용감무쌍하게 스핑크스가 앉아 버티고 있는 그 암반 위에 겁도 없이 쑥 올라가더만 "덤벼 봐, 덤벼 봐" 하며 디립다 소리질렀다. 그러자 스핑크스는 가소롭다는 듯 씨익 웃으며 수수께끼를 냈는데,

"니 말이다, 아침에 네 발로 걷고 점심때는 두 발, 허나 저녁땐 세 발로 걷는 게 머신지 아냐?"

하는 되지도 않은 소리였다. 외디푸스는 이에 잠깐, 진짜 문자 그대로 잠깐 머리를 굴리더만 스핑크스보다도 더 입이 찢어지도록 씨이익 웃으며 답을 던졌다:

"그게 바로 인간이제. 태어나서 아기 때는 기어다니니 네 발이요, 커서 젊을 때 걷고 뛰니 두 발이요, 늙어선 지팡이가 필요하니 세 발 아니당가"

스핑크스는 이 수학 정석의 답 같은 건 저리 가라는 천하의 명답을 듣고 자신의 초라한 꼬락서니에 자존심 깎이니 창피해 어쩔 줄을 몰라하며 동시에 그 괴로움에 터지는 가슴을 여미지 못해 그대로 꼬꾸라져 뒈졌다는 옛날 옛적 저그 이집트라는 나라에서 벌어졌다는 믿거나 말거나 한 이야기다.


II.

헤겔은 자신의 미학 강의에서 이 신화를 소개한다. 상징으로 표현되는 이집트의 소위 '상징적 예술형식' 시대의 몰락과 동시에 이에 이어지는 고대 희랍의 소위 '고전적 예술형식' 시대의 서막이 올라감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기 위해서였다.

스핑크스로 대표되는 이집트 예술이란 이 시대 예술의 수수께끼적 성격을 가리킨다. 최소한 헤겔은 그렇게 생각했다. 과학적으로 설명이 되는 자연적 현상들 또한 고대 이집트 예술의 상징적 의미를 지울 수는 없었다. 달리 말하자면 그네들은 나타나는 현상들에 대한 이유나 원인을 묻고자 하기보다는 그 의미에 대한 고찰이 우선했으며 이를 더 중요시, 아니 오로지 이러한 의미에 대한 고찰만을 염두에 두었다. 무엇인가 인간의 능력으로는 풀지 못하는 절대자의 힘이 우리의 눈 앞에 나타나는 현상들 뒤에서 우리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깊숙하고 은밀한 곳에서 조종하고 있다는 믿음의 소산이었다.

이에 외디푸스가 나타나 이러한 수수께끼를 풀어버린 게다. 풀리지 않으리라 여겼던 스핑크스에게는 절대절명의 숙명적 몰락을 의미하기도 한다. 스핑크스 자체가 이러한 수수께끼를 상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수수께끼가 풀리자마자 스핑크스는 '꼬꾸라질' 수밖에 없는 게다. 상징으로 대표되는 이집트 예술의 몰락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꼬꾸라짐'이다.

그럼 새로 나타나는 고대 희랍 예술은 대체 어떠한 성격을 띄었는가?

"[수수께끼적] 상징을 풀어헤침은 그 자체로서 존재하는 의미로서의 정신에 놓여 있는 바, 마치 그 유명한 그리스의 인간을 향해 외치는 문구와 비슷하다:

너 자신을 알라!
"

헤겔이 자신의 미학 강의에서 던진 말이다. 바로 인간 스스로의 자기 자신에 대한 인식에서부터 고대 희랍 예술은 시작한다는 헤겔의 주장이다. 이러한 자기 인식은 또한 어찌 보면 인간 정신사에 있어 결코 간과해서는 되지 않을 전환점을 의미한다고도 볼 수 있다:

의미와 이를 나타내는 (상징적) 표현 내지는 정신과 자연으로 구분되는 이분법적 사고 방식('상징적 예술형식')에서 이러한 양자의 변증법적 통일('고전적 예술형식')로의 전환 말이다. 그것도 단순 정적이고 기계적인 통일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인간 스스로의 자기 인식이라는 정신적 행동을 통해 중재된 통일, 동적인 내적 통일로의 전환이 이루어졌다 보는 게다. 인간 정신의 자기 이해 과정 속으로 자연을 끌어들임으로써 자연은 정신이 아니다 하는 단순 부정의 차원을 뛰어 넘어 정신이 이끄는 자기 이해 과정의 흐름에 있어 빠져서는 안될 요소로 설정하는 게다. 뗄래야 뗄 수 없는 양자의 상호 관계를 화해의 모습으로 드러내는 철학적 작업인 셈이다. 정신과 자연, 나와 세계가 함께 어우러지는 짝짝궁이다. 어쩌면 부정과 동시에 긍정이라는 소위 변증법적 통일체가 품고 있는 긴장감의 미를 한껏 맛볼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헤겔은 그리스 예술로 대표되는 소위 '고전적 예술형식'에서 인류 역사상 최고의 아름다움을 엿보고자 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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