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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누리/열린우리당을 지지하는 친구에게…

페이지 정보

작성자 퍼온글이름으로 검색 댓글 2건 조회 2,684회 작성일 04-03-16 18:41

본문

벌써 2년 전이구나. 술자리에 모여앉아 아이들 크는 이야기며 마누라에 대항한 무용담을 거쳐 연예인 A랑 B가 잤는데 이를 안 A의 와이프의 친구인 C가 B의 뺨을 때렸대나 어쩠대나 하는 가쉽까지 다 들먹인 다음, 누군가 수줍은 듯 꺼냈던 한 마디가 좌중이 뒤집어졌던 날 말이야. 마치 맘 속에 숨겨둔 애인의 이름을 공개하듯 내키지 않는 목소리로 “나 노무현한테 후원금 10만원 냈다?”고 누군가 얘기한 순간 우리들이 피우던 이야기꽃은 한순간에 다른 빛으로 변해 버렸으니까.

누구 말마따나 평생 할 정치 얘기를 대학 때 다 끝내서일까, 우리 만남에서 정치 얘기는 그렇게 환영받는 소재가 아니었지. 화제가 조금이라도 그 방향으로 이동할라치면 야 야 머리 아프다는 타박과 술이나 먹으라는 입막음성 권주에 묻혀 버릴 때가 어디 한 두 번이었니. 하지만 그날의 고백은 타박도 핀잔도 받지 않았었지. 되레 주위에 있던 사람들의 내심을 폭로하게 만든 신호탄이었다. 어? 나도 냈는데. 너도? 나도 냈다 뭐. 야, 브루투스너마저? 결국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 가운데 노무현 후보에게 후원금을 내지 않은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우리는 그 동안 그런 감동을 잊고 살아 왔었다. 무럭무럭 커가는 아이들이 대견하면서도 때로는 더럭 두려움으로 다가서는 팍팍한 세상살이가 그렇게 만들었을 것이다. 세상을 바꾸겠다는 열정들이 몇 년 사이에 쉰내나는 야욕으로 화하는 것도 여러 번 봤고, 조각조각으로 세상에 흡수된 우리들이 얼마나 작고 하찮은 알갱이에 불과한가를 깨달은 뒤의 자포자기가 우리를 그 감동으로부터 멀어지게 했을 것이다.

그 감동을 부활시켰다는 뜻에서 나는 너와 마찬가지로 노무현에게 감사한다. 비록 노무현의 희망돼지가, 그가 모으고 사용했던 정치자금이라는 빙산의 콧잔등의 사마귀에 불과하다 하더라도, 그가 그 사마귀를 빙산 전체인양 설레발을 쳤다는 것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나는 그 사마귀의 진정성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리고 그 사마귀를 만들어낸 사람들의 푸르디 푸른 선한 의지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왜, 거기엔 나도 너도 포함되어 있으니까. 사마귀에 불과한 것이 문제일 수도 있지만 그 사마귀가 생겨났다는 사실도 그에 못지않게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니까.

노무현이 김미화가 건넨 하회탈을 쓰고 노란 물결의 환호에 휩쓸리던 날로부터 1년이 넘어 지났고 이제 우리는 또 한 번의 정치적 선택을 해야 할 날이 가까이 다가왔다. 지금 우리가 술자리를 가진다면, 거기서 총선 이야기가 나온다면 과연 어떤 분위기가 될까. 지극히 유감스럽지만 정치 이야기라면 칠색 팔색을 하며 손사래를 치던 2002년 가을 이전으로 되돌아가지 않았을까. 아마 그 자리에서 타박과 핀잔을 감수하면서 정치 이야기를 꺼낼 가능성이 민주노동당 지지율 정도나마 있는 친구는 너랑 나밖에는 없을 듯 싶구나.

열린우리당을 열렬히 지지하는 내 친구야.

네가 아는 바와 같이 나는 지난 대선에 노무현을 찍었고, 그 전 대선에서 김대중을 찍었다. ‘이번에는 바꿉시다’에 동조했고 ‘이매진’과 함께 눈물 흘리는 노무현을 믿고 싶어했다. 즉 네가 말하는 ‘현실적인 힘’과 ‘당선 가능성’에 동조했으며 기실 그 유혹에 지금도 쉽게 넘어갈 수 있는 각성없는 소시민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4월 총선에서만큼은 나는 절대로 열린우리당의 깃발을 쳐다보지 않을 것이다. 내가 민주노동당 당원이어서가 아니다. 민주노동당의 강령도 제대로 읽어 본 일이 없을뿐더러 친구가 뭘 들고 왔길래 보험 가입인줄 알고 취한 김에 사인한 후 1년 넘도록 당원인지도 몰랐던 막걸리 당원이 갑작스레 당파성을 발휘할 이유는 전혀 없다.

쥬라기 시대쯤으로 들릴지 모르겠으나 16년 전 우리의 신입생 시절로 돌아가 보자. TV 화면으로만 보던 데모와 ‘교문박치기’가 처음 벌어진 것은 신입생 환영회의 술내음이 가신4월의 어느 날이었다. 전대협 임시 의장하다가 올림픽 직전 체포되는 바람에, “올림픽 마라톤 방해 시위”(비록 성사되지는 않았다만)라는 무시무시한 계획까지 세우게 했던, 지금은 열린우리당의 유력한 국회의원 후보가 된 오아무개형, 그리고 또 한 명의 선배가 정문 경비실 옥상에서 태극기를 흔들며 시위를 독려했었지.

무슨 이유에선지 양복을 말끔히 차려입고, 그 두 형은 수백미터 떨어진 본관 앞 잔디밭에서 구경하고 있던 우리에게 그 외침이 들릴만한 데시벨로 구호를 외쳐 댔었다. ‘군부독재 타도’와 ‘미제축출’ 생경한 단어들이 귓전에 꽂혔고 하늘을 가르는 화염병들과 연방 터지는 최루탄이 파란 하늘에 점점이 뿌려지고 있었지. 한 전경의 투구에 화염병이 명중되는 끔찍한 모습도 봤고, 어떤 선배는 최루탄 파편에 이마를 찢겼다. 그 날 오후 세미나가 열렸고 그에 이어 술자리가 있었다. 그리고 내 기억으로는 네가 이렇게 이야기했었지.
“백만 학도 백만 학도 하지만, 형들같이 생각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돼요? 2만 학우 중에서 몇 명이 데모하러 나오느냐고요. 심하게 말하면 이건 자기 딸딸이예요. 2만 명 중에 2백명 모여 화염병 던진다고 바뀔 게 뭐 있어요?”

방앗간 드나드는 참새들처럼, 막걸리집 까치집 찾는 우리들처럼 즐겨 우리 동아리방을 찾았던 오아무개 형(이유야 우리는 알지 ^^)이 마침 그 자리에 있었고 형은 우렁우렁한 목소리로 토론에 끼어들었다. 내가 볼 때 연설을 그리 잘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우리 문무대 갈 때 “서관에서 밧줄이 내려 옵니다. 그 밧줄에 몸을 맨 학우가 외칩니다~~~~”로 우리를 전율시켰던 허아무개 형에 비하면 말이다) 그날 그의 말은 명확했고, 확고했고, 감동적이었다. 이젠 머리가 나빠져서 그 일점 일획을 다 옮길 수야 없겠다만, 맥락은 아래와 같은 것이었다.

“우리는 확실히 소수입니다. 하지만 소수라고 겁먹는다면, 우리가 소수임을 스스로 자학한다면, 남들의 비웃음에 항복하고 좌절한다면 우리는 절대 다수가 될 수 없습니다. 어제 여러분이 봤던 광주 비디오에서, 도청에서 죽어간 사람들의 수는 광주 수십만 시민 중의 소수 중의 소수였습니다. 도청에서 그 소수가 죽었다고 해서 바뀐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근데, 정말 아무 것도 없습니까?
여러분들 부모님은 그런 말씀 많이 하실 겁니다. 힘을 길러서 네가 하라고, 네가 판검사 되고 정치인 돼서 나라 바꾸면 되지, 대학생 주제에 뭘 할 수 있기에 설치고 잡혀가느냐. 저 법댑니다. 우리 부모님 지금도 그럽니다. 하지만 그 말은 나를 생각하는 부모님의 말이면서 나를 길들이려는 사람들의 말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제가 고시 공부해서 판검사가 되면 가지는 힘은 이미 그들의 힘의 작은 알갱이를 나눠 가지는 것일 뿐이며, 그 힘은 민중을 위한, 그리고 민중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결국 민중을 지배하는 힘이고, 민중의 각성을 물리치는 힘이고, 민중을 배신하는 힘이 되는 겁니다. 88학번 여러분. 아까 그랬죠? 바뀔 게 뭐 있냐고..... 우리가 죽은 다음에도 안바뀔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누군가는, 언젠가는 바꾸기 시작해야 합니다. 또 누군가 그럴 겁니다. 너희들은 크면 안그럴 것 같냐고, 다 나이 들면 변한다고. 물론 그럴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다고 나이 들어 도로아미타불될 게 두려워 젊어서 노력하지 않는다면 송장과 다를 게 뭡니까.“

뭐같은 글솜씨로는 그날 오아무개 형의 열변을 반도 옮기지 못한다. 그때 너나 나나 눈 말똥거리면서 하늘같은 선배의 절절한 호소를 온몸으로 받고 있었지. 그리고 너나 나나 쥐뿔 한 것도 없긴 하지만 어쨌든 “능력에 따라 일하고 필요에 따라 분배받는” 사회를 꿈꾸기도 했고, 팔자에 없는 쇠파이프로 칼싸움을 벌이기도 했고, 무슨 이유에선지 서러운 통곡을 경험하기도 하면서 대학을 보냈다. 즉 세상을 바꿔 보려고 노력했지만 그 노력은 몇몇 지진아(?)들을 제외하면 대략 졸업을 맞이하면서 끝났다. 그때부터 우리는 오아무개 형이 이야기한 것보다 훨씬 처지는 ‘힘없는 알갱이’가 되어, 세상을 바꾸기는커녕 세상을 돌리고 조이는 나사와 너트가 되어 버렸지.

얼마 전 네가 술자리에서 뜽금없이 나에게 한 얘기는 또 하나의 파문이었다. 여전히 세상 일에 심드렁한 척 애꿎은 술잔만 푸던 내게 너는 단호하게 이번 선거에서의 열린 우리당의 승리의 의미와 노무현 정권의 의미에 대해서 이야기했지. 그리고 나는 대답했다. 이번만큼은 나는 민주노동당의 막걸리 반쪽 당원 노릇을 하겠노라고. 앞으로는 장담 못할 일이지만 이번 선거만큼은 열우당 근처에도 도장을 갖다대지 않겠노라고. (열우당 그런다고 화내지 마라. 정당의 이름으로 ‘우리’라는 이름을 붙이라는 건 억지다. 우리라는 말이 우리 말에서 어떻게 쓰이는지 안다면 그런 이름을 불러 달라곤 말 못한다. 차라리 열린당이라고는 불러 주겠다만)

너는 내게 “승리를 경험해 보지 못한 패배자들이며 지지율 두 자리를 어쩌면 영원히 넘지 못할 이상주의자들”이라며 세상을 바꿀 현실적 힘을 지닌 열린우리당에 힘을 실어야 한다고 말했다. “오늘도 탄핵을 운운하는 저 잔류민주당과 딴나라당 패거리들의 수구놀음판에 놀아나지 않으려면 이번 4월 15일만큼은” 열린우리당을 지지하라고 말했다. 이번만큼은, 이번만큼은, 이번만큼은.

나는 네게 말한다. 88년 좁아터진 동아리방 수십 명이 옹기종기 모여앉은 가운데 토해내던 영식이 형의 열변을 빌어서 말이다. 지금의 지지율이 몇 퍼센트이든, 그것이 소수라고 해서 네게 경멸을 받을 성질이 아니다. 80년대는 전체 대학생들이 운동권이었던 것처럼 착각하는 사람이 있지만 그때도 우리는, 특히나 우리의 선배들은 엄연히 소수였고, 캠퍼스를 소음으로 깨갱거리는 소수 집단이었다. 네가 했던 말대로 2만명 중에 2백명이 모여 딸딸이치는 소수였다. 하지만 그 소수가 어떻게 우리 역사를 바꾸었는지 너 역시 알지 않니. 네 말대로 항상 중요한 건 쪽수다. 하지만 그 중요성의 저울을 가늠하는 건, 정당함이다. 굽은 것 펴게 하고, 억눌린 자, 고통받는 자의 목소리를 대신하는 편에 서 있는가이다.

너는 내게 말했다. “승리를 경험하지 못한 패배자들”에 대해서 말이다. 그래.... 지난번 대통령 선거날 기뻐 날뛰었던 내가 승리자였는지 모르겠다만, 나는 요즘 그 승리에 대해 패배감을 지닌다. 그 경험 자체가 후회스럽지는 않지만 자랑스럽지도 않다. 더욱이 네가 승리한 자의 관록을 자랑하려 든다면 나는 용서하지 못하겠다. 문제는 그 승리가 어떤 내용을 지니는가이다. 힘을 기르라고, 그 뒤에 네가 바꾸면 되지 않느냐는 말에 영식이 형이 문제는 그 힘의 내용이라고 반박했던 것처럼, 2002년 12월의 승리가 오늘날 어떤 내용을 갖고 있는지에 대해 네게 묻는다.

오십보 백보의 고사의 현대판인 10분의 1론을 믿어야 하는 거냐? 열린우리당을 1당으로 만들어 주면 친일청산하겠다는 1당 만능주의를 지지해 주어야 하는 거냐? 생때같은 장정들을 결국 전장으로 밀어넣은 ‘국익’을 이해해 주어야 하는 거냐? 귀족노조의 이기주의를 비난하면서 황제재벌들의 후안무치에 제대로 된 발언 하나 하지 못했던 것을 ‘소수의 설움’으로 함께 슬퍼하며 절치부심해야 한다는 거냐? 내가 열린우리당을 찍어야 할 이유를 말해 줘라.

나는 진심으로 열린우리당이 진정한 이 나라의 진보의 디딤돌로 튼실히 놓여지기를 바란다. 그리고 열린우리당을 격렬히 비난할 의사도 없고, 내 표를 서슴없이 던질만큼 내 눈에 어여삐 보이기를 바란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것은 분명하지 않느냐. 이미 열우당이 가진 힘이란 “ 결국 민중을 지배하는 힘이고, 민중의 각성을 물리치는 힘이고, 민중을 배신하는 힘”이 되어 버렸다고 한다면 너는 화를 낼까? 나도 그렇게 단언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단언하기는 어려운 형편이 되어 버렸다. 검찰이 추는 칼춤의 칼날에 추풍의 낙엽이 되는 것이 한나라와 민주당 사람들만이 아닌 것처럼 말이다. 도대체 이 정권 1년 동안 아무개 너마저.....를 부르짖은 적이 몇 번이었더란 말이냐.

너는 또 말했다. 민노당은 안그럴 것 같으냐고....... 그 질문을 하는 순간, 너는 “니들은 크면 안그럴 것 같니?”라고 말하던 징그러운 어른들하고 똑같이 되어 버렸다는 걸 기억해 주기 바란다. 그것이야말로 패배주의이며, 이왕 버린 몸들의 푸념일 뿐이라는 걸 똑똑히 알아 주기 바란다. 그래. 나 역시 아직 민주노동당에 확신 없다. 이 당이 이 나라를 짊어지고 나갈 당인지 무수히 명멸했던 정당의 깃발 가운데 하나로 창고에 처박힐 것인지 나는 아직 모르겠다. 하지만 이거 하나는 분명히 말할 수 있다. 지금 이 순간, 이 나라에서 말이 아니라 실천으로 사회적 소수와 약자에 대한 연대를 보여 주고 있는 정당은 민주노동당이라고 말이다. 네가 말끝마다 되뇌는 귀족노조의 횡포에 맞선 비정규직의 투쟁에 가장 관심을 보이는 정당이 도대체 어느 정당이냐. 열린우리당이냐? 한나라당이냐? 새천년민주당이냐? 이 나라 사회에서 가장 억울한 사람들이 가죽 신 위를 긁을망정 좀 긁어달라고 다리를 내밀 정당이 어디라고 생각하느냐. 열린우리당이라고? 열린우리당이 1당이 되면 나아진다고?

네 말대로 민주노동당은 미약하다. 아직 힘을 이루기엔 부족하고 어려움도 많고 나같은 얼치기를 포용하기엔 너무나 운동권적이다. 간혹 당 게시판이나 민주노동당을 비판적으로 지지한다는 사이트의 쟁점토론방에 들어가면 멀미가 나다 못해 구토가 날 지경이다. 역겨워서가 아니다 어지러워서 그렇다. 워낙 무식하고 잊을 건 다 잊어버린 후진대중이어서 그렇다. 하지만 그러기에 나는 이번만큼은 민주노동당에 표를 보낼 것이다. 어쩌면 승리란 선거판에서 누가 1당이 되느냐의 문제는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미약한 세력에, 하지만 아직은 근묵자흑에 빠지지 않고 새로움을 빚으려 애쓰는 세력에, 어쩌면 80년대 그 소수였을지도 모르는 세력에, 특별하지 않지만 결코 빛나지는 않지만 역사를 바꾸었던 그 소수였을지도 모르는 세력에 4천만분의 1표나마 던지고 싶다는 것이다. 예전 우리가 공연 때 써먹었던 백무산의 싯귀 중에서 나는 이 글귀를 선명히 떠올린다. “여기까지 왔다. 여기까지밖에 오지 못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란 항상 그런 것일 게다. 여기까지 온 승리와 여기까지 밖에 오지 못한 좌절이 나선형으로 엉켜가는....... 네가 생각하는 ‘여기’와 내가 생각하는 ‘여기’는 분명히 다르다. 우리 그 다름을 소중히 생각하면서 그 다름의 표현이 된 정당들에 감시와 비판의 눈길을 보태자. “감시는 필요없다. 우리는 그를 사랑해야 한다” 따위의 헛소리는 하지 말고 말이다. 제발 틈만 나면 몇 프로라고 비아냥대다가 갑자기 중공군처럼 몰려와서 남의 당 게시판을 망가뜨리는 행패는 부리지 말고 말이다. 나 또한 네게 노빠라고 비아냥거리지 않을 터이고, 네 승리를 저주하지도 않을 터이다.

승리란 국지전투에서 이기는 것만이 아니지 않느냐. 과거 영식이 형 말대로, “우리가 죽은 뒤에” 승리할 수도 있는 거고, 그 전의 숱한 전투에서 우리는 이기고 지고를 반복할 게다. 그 전투를 죄다 ‘건곤일척의 대전쟁’으로 치부한다면 도대체 그 전쟁 아닌 전투들에서 얻을 것은 무엇일까. 승리의 착각 아니면 패배의 냉소, 그 둘밖에 무엇이 있을까.

친구야. 그래도 나는 노무현에게 감사한다. 내가 이런 말이나마 하게 된 것, 따지고 보면 노무현 탓이니까. 그거만큼은 노무현에게 다시금 감사한다. 그래서일까 나는 그를 말도 안되는 이유로 탄핵하는 딴나라와 잔민당의 폭거에 피가 거꾸로 솟는다. 노무현이 좋아서가 아니라 그를 지키고 싶어서가 아니라, 지금까지 너와 나, 그리고 우리의 수많은 선배들과 후배들, 그리고 그 부모와 형제 자매들이 함께 일군 성과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려는 음험한 모습에 그저 이를 갈 뿐이다.

노무현이 그걸 유도했다고 하더라도 그 유도에 말려들어 깽판을 친 것은 그 깡패들이다. 남침을 유도했다고 한들 서투른 남침을 감행해버린 김일성을 옹호하고 싶지 않듯, 나는 차제에 꼴통 지역주의 깡패들의 소멸을 너와 함께 진심으로 바란다. 그것이 너와 함께 광화문에 간 이유였다. 거기서 난 나눠주는 촛불을 받지 않고 돈 천 원 주고 노점상 아주머니에게 초를 샀다. 준비된 집회의 참가자가 되기 싫어서였다. 난 노무현을 지키기 위해 거기에 나간 건 죽어도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임기 1달 남은 파탄자들의 국회가 벌인 몰상식이 견디기 싫을 뿐이다.

이제 탄핵이 가결된 순간으로부터 닷새를 넘긴다. 그리고 총선은 한 달이 남았다.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내게 네가 어떤 설득을 할지, 그리고 어설픈 민주노동당 지지자인 내가 또 어떤 감언이설에 혹해서 붓두껍을 헛갈릴지 나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계속 되뇐다. 나는 아직 누구를 내 편으로 설득할만큼 강고한 민주노동당 지지자는 아니다. 솔직히 성향은 너랑 가까웠으면 가까웠지 민주노동당과는 그렇게 친숙하지 않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민주노동당을 찍는다. 그건 열린우리당을 포함한 보수정치, 한때 우리를 이민가고 싶게 만들었던 그 부패의 고리에 조금이나마 흠집을 내는 선택을 하고 싶기 때문이다.

하나 더 옛 기억을 떠올려 주마. 위에서 말한 입학 후 첫 시위에서, 수위실에 올라가 태극기를 흔들며 시위를 독려하던 사람이 영식이 형 말고 하나 더 있었다고 했지. 그건, 바로 택수 형이였다. 여택수. 우리 과 85학번. 날아오는 최루탄을 아슬아슬하게 피하며 의연히 태극기를 흔들던 그 형도, 결국은 날아오는 재벌의 황금탄은 피하기 어려웠던 모양이다. 2억이니 한나라당 아무개가 받은 백분의 일도 안될까?  영식이 형은 지금 열린우리당 후보다. 나는 그가 그의 연설을 잊지 않았기를 바란다. 정말로, 정말로 잊지 않았기를 바란다. 진심으로.... 그래그날의 영식이 형의 모습을 지켜보게 되기를 바란다.
그가 국회에 들어가건, 그렇지 못하건.

하지만 영식이 형이 우리 지역구에 나와도, 그 아내인 우리 동아리 선배가 사정을 하더라도 나는 겉으로는 예의상 “암요” 할 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이렇게 속으로 중얼거릴 거다. “미안합니다. 나는 민주노동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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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님의 댓글

한마디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개나발불지말라고?
정신병자들이 창궐하는 이 베리여. 알바를 하려면 좀 제대로 된 걸가지고 해라. 돌대가리같으니라고. 그래도 제 이름을 보니 지가 뭔지는 아는가 보군. 원...

그리고, 민노당에 대해서.
한국에서 진보정당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민노당이 진보정당의 타이틀을 참칭할만한 자격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아주 많다.
이번 탄핵 정국을 지켜 보면서 아주 확실하게 알았다. 극좌 수구정당이 과연 어떠한 짓거리를 하고 다니는지를. 민중생존권 운운하면서 노동자, 농민 팔아먹는 이 한줌밖에 안되는 운동권 룸펜들 말이다. 부르조아 정치 어쩌고 하는 양비론이나 나불거리고 비지론이 어쩌고 하는 헛소리나 하고 앉아있고 말이다. 양비론 비판이 과연 민주주주의 수호라는 가치에 선행하는가?
확실히 알았다. 이 정치룸펜 파당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민주주의? 민중생존권? 웃기고 있네. 후후. 한줌 누릴만한 권력이 아니면 무엇이겠나?
진보라는 가치가 이 민노 패거리들에 의해 독점되어 그 가치가 걸레가 되어버리는 것을 목도하는 것이 참담할 따름이다.

개나발불지마님의 댓글

개나발불지마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탄핵발의 과정에서 민주당지도부중 유일하게 반대 입장을 밝혔다가 표결과정에서 찬성으로 선회한 추미애(秋美愛) 상임중앙위원이 공개적으로 탄핵의 불가피성을 역설했다.
탄핵 소추 이후에도 입장표명을 자제한 추 위원은 16일 여의도당사에서 열린 서울지역 확대당직자회의에 참석, “탄핵 이후 국정불안을 우려해 탄핵소추를 반대했을뿐 탄핵 사유가 틀려서 반대한 것이 아니었다”며 “노 대통령의 탄핵사유는 줄이고줄여도 책자로 만들 정도”라고 주장했다.

추 위원은 이날 “노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선거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으면 탄핵발의에 동참하지 않았던 내가 탄핵 찬성론자들을 말릴 수 있었을 것”이라며“그러나 노 대통령이 총선결과를 보고 재신임을 스스로 평가하겠다며 대국민 협박을한 것을 보고 탄핵하지 말자고 할 수가 없었다”고 탄핵 소추 찬성으로 입장을 바꾼배경을 설명했다.

추 위원은 또 “이른바 ‘친노’(親盧) 쪽이 더 정의롭고 민주적이고 깨끗하다면나도 친노 쪽으로 갔을 것”이라며 “그러나 열린우리당은 정의롭지 않은 방법으로 지지세력을 분열시키고 민주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당을 쪼개고, 부패한 줄 일찍이 눈치채 가지 않았던 것”이라며 열린우리당을 공격하고, 열린우리당의 창당자금을 거론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회의에서 조순형(趙舜衡) 대표는 “당이 총선을 앞두고 어느때보다도위기에 처해있다”며 “당을 살리고 총선승리를 위해서는 철통같이 단합해야한다”고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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