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전 이후, 그러니까 80년대 말 사회주의권 붕괴 이후 북한의 경제/사회 시스템은 실은 많이 변화해왔습니다. 중앙에서 식량을 배급하는 시스템은 사라진지 오래고, 암암리에 시장이 활성화되었죠. 정권에 대항할 생각은 말고, 니들이 알아서 먹고 살아라는 기조로 바뀐 거죠. 굶주려 죽은 사람들도 생겼지만, 반대로 부자들도 생겨나기 시작했고, 그러면서 외부 정보 유입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강고한 체제에 일정한 균열이 생긴 것은 분명합니다.

그러나....문제는 북한의 군사/정치 구조는 크게 변하지 않았고 김정은 시대 이후로는 전보다 더 강력한 공포정치로 비교적 안정적인 독재가 유지되고 있죠. 수많은 전문가들이 북한의 경제난/식량난, 탈북 현상, 국제사회의 압력 등을 근거로 북한이 머지않아 붕괴될 거라 예측했지만 결과는 북한체제의 내구성이 예상보다 뛰어나다는 것이었습니다. 수많은 인민들의 희생을 댓가로요. 훗날 통일이 된 이후에는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할 부분입니다.

김씨 부자들에게 1차적 책임을 물어야 하지만 남한을 포함한 국제사회도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의 개혁개방을 촉진하면서 체제가 연성화(soft landing)되도록 돕기보다는, 북한이 곧 붕괴될 거라는 헛된 희망에 근거해서 오로지 압박하는 방식으로 북을 코너로 몰아간 방식이 과연 과학적인 접근이었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관계 악화는 북한에 대한 레버리지가 상실되는 결과를 낳았고 그 사이 북한은 핵을 보유하게 되었죠.

결과적으로 통일은 아주 먼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더 냉정하게 얘기하면 대부분의 남한 국민들에게는 관심없는 주제, 지겨운 이야기가 되었죠. 지금 전세계 탑뉴스가 한반도 전쟁 위기인데 한국 보세요. 누가 관심이나 있는지...툭하면 북한을 선거에 이용하려거나 '통일대박' 같은 싸구려 텅빈 담론으로 본질을 호도해온 것이 바로 한국 (보수) 정부였습니다.

통일을 이야기하기 이전에...그동안의 정책적 실패/오류/오남용에 대해서 먼저 고민해보는 것이 순서일 것 같다....는 말씀을 드리려고 좀 말이 길어졌습니다.

제가 보기에도 북한 김씨일가의 정권이 정말 필사적으로 생존하려고 합니다. 마치 사냥에서 머리 좋은 사냥감이 사냥꾼에게 잡히지 않으려고 말이죠. 하지만 시간을 벌다가는 도리어 사냥감에게 사냥을 당할 수 있으니 끝까지 몰아붙혀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적당히 압박만 하고 물러날 경우 사냥감도 회복을 하고 재기할 수 있으니 말이죠. 저는 솔직히 말해서 북한을 점령하고 통치하기 전까지는 항상 안심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정권이 바라는 적화통일을 차라리 남한이 해버리는게 남북한 국민들과 세계인의 안전을 지킬 수 있습니다. 대화를 통해서 북한이 남한에 흡수되어 통일을 할 가능성은 없다고 봅니다. 만약에 그게 가능하면 북한 사람들 입장에서도 좋을텐데요.
그 동안 북한에 대한 정책적 실패야 구글 검색만 하면 다 나오죠. 그런데 이 문제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남한이 북한에게서 항복을 받을 수 있는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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