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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망국론은 살아 있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강준만이름으로 검색 조회 4,712회 작성일 01-12-17 21:24

본문

                         서울대 망국론은 살아 있다

                                                      강준만전북대 교수

펌 http://user.chollian.net/~cobar/reading/education/ed2.htm

휴전선과 대학입시 전선

"대한민국에는 대학이 단 2개밖에 없습니다. 하나는 서울대요, 다른 하나는 비서울대입니다. 비서울대를 우리는 기타대라고 부릅니다. …… 나는 서울대 나온 것에 대해 매일처럼 감사했습니다. …… 우리 동문들이 정계·관계·법조계 등 모든 분야에 안 깔린 데가 없기 때문입니다. …… 어떤 어려움에 처해도, 이들에게 전화 한 통만 하면 당일로 문제가 해결됩니다! 이틀도 아니예요! 당일입니다!"
지난 97년 6월 검찰의 입시 학원 비리 수사에 참고가 됐다고 해서 널리 알려진 이석범 씨의 소설 윈터스쿨에서 학원장이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하는 말이다. 그거야 뭐 소설에서 나오는 말 아니냐고? 그러나 수험생을 둔 학부모들에게 물어 보라. 왜 자식을 꼭 서울대에 보내고 싶어하는지.
우리 나라 사교육 문제의 심각성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우리 나라에는 전선이 두 개 있는데, 하나는 휴전선이요. 또 하나는 바로 대학입시 전선이다. 이 두 번째의 전선은 국민의 피를 말리며 국민의 '삶의 질'을 구렁텅이로 떠밀고 있다. 그간 그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역대 정부와 수많은 지식인들과 시민단체들이 나섰지만 해결의 조짐은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왜? 그 이유는 간단하다. '서울대 문제'를 외면하면서 답을 찾고자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서울대입니다. 전국에 4년제 대학이 1백50개쯤 됩니다. 고건 총리 내각의 장관 24명 가운데 서울대 출신이 15명이나 됩니다. 1백50분의 1이 사회 중심의 60 퍼센트를 차지하고 나면 나머지 40퍼센트를 놓고 1백49개 대학이 경쟁을 벌여야 합니다. 이런 환경에서 부모라면 자기가 가진 모든 것을 투자해서 자식을 서울대에 보내고 싶어하지 않겠습니까. 서울대 자격증을 따야 그나마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인식이 보편화되어 있으니 이게 망조지요. 이 구조를 깨트리지 않고서 뭘 어떻게 하겠습니까."
이석범 씨의 말이다. 아주 단순 명료하고 간단한 이치임에 틀림없건만 교육 개혁을 논하는 사람들은 절대 서울대 문제를 거론하지 않는다. 그들 대부분이 서울대 출신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그 어떤 집단의 반발도 받지 않는 그 어떤 묘책이 있을 거라고 믿기 때문일까? 도무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장관뿐만이 아니다. 우리 사회 모든 분야에 걸쳐 엘리트층의 50∼80%는 서울대 출신이다. 서울대 출신이 가장 유능하기 때문에 그런 결과가 나오는 것 아니냐는 주장에 동의한다 해도, 문제는 그게 아니라 우리 나라에선 10대 후반에 치루는 한번의 경쟁이 평생을 결정한다고 하는 점이다. 그러니 대학입시 전쟁이 완화될 길이 없는 것이다.
혹자는 벌써부터 문을 닫을지도 모른다고 걱정하는 대학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 그 만큼 대학입시 경쟁이 완화되는 것 아니냐고 낙관할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건 절대 그렇지 않다. 학생이 모자라 문을 닫는 대학이 아무리 많아져도 서울대에 들어가기 위한 경쟁은 계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학벌은 '현대판 계급제'

『동아일보』 97년 11월 15일자에 그리스도 신학대 김상봉 교수가 기고한 <'학벌' … 영원히 벗어날 수 없는 '현대판 계급제'>라는 제하의 글은 문제의 핵심을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다. 김 교수는 박노해 시인의 「사람만이 희망이다」라는 책에서 "우리 사회에서 서울대, 명문대를 나왔다는 건 …… 여야 보수 진보 할 것 없이 서로 밀어주고 키워주는 연줄, 실력을 넘어선 숨은 신분계급의 작위를 얻는 것입니다."라는 말을 인용한 뒤 우리 사회에서 서울대가 갖는 의미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대학은 현대판 씨족이다. 내가 어느 가문, 어느 집안인가 하는 것이 변경 불가능한 사실이듯 내가 어느 대학 출신인가 하는 것 역시 영원히 변경될 수 없다. 자본가가 사업에 실패하면 하루아침에 노동자가 될 수도 있지만 서울대 출신은 영원히 서울대 출신이다. 즉 한사람의 사회적 계급은 변할 수 있어도 그의 출신 학교는 혈연적 신분처럼 변치 않는 것이다. 그런데 입시제도를 통해 엄격히 구분되는 대학의 서열은 우리의 현대판 씨족에 계급적 성격을 부여한다. 서울대 출신은 우리 사회의 왕족이며 연고대 출신은 귀족이다. 그리고 박노해처럼 대학 문 앞에도 가보지 못한 사람은 우리 사회의 성씨 없는 천민이다. 간단히 말해 일류대 졸업장은 한번 얻으면 영원히 없어지지 않는 현대판 '신분계급 작위'인 것이다. 이 땅의 학부모들은 이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다. 그리하여 자녀를 '천민'으로 만들지 않기 위해 초등학교도 입학하기 전부터 아이들을 입시전쟁으로 내몰고 있다. 무의미한 전쟁 속에서 이 순간에도 우리 아이들은 병들어가고 진정한 교육은 죽어간다. 더 늦기 전에 현대판 신분 계급제를 철폐하기 위해 우리 모두 결단할 때다."
그러나 그 결단이 쉬울 것 같지는 않다. 국민 개개인은 그런 결단을 하고 싶겠지만 모두들 세상이 그런데 어떡하느냐며 명문대라고 하는 현대판 신분계급을 쟁취하기 위한 전쟁에 참전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결국 뜻 있는 전문가들이 나설 수밖에 없는데 어떻게 된 게 이 나라의 교육학자들은 마치 약속이나 한 듯이 서울대 문제에 대해선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놀라지 마시라. 교육학자들 가운데 우리 사회의 '학력병'과 서울대 문제를 거론하는 학자는 서울교대 김용숙 교수 이외에는 거의 전무하다. 신문과 방송에 열심히 얼굴을 내미는 교육학자들 가운데 그 어느 누구도 서울대 문제를 입에 담지 않는다. 아니 그들은 오히려 서울대 문제를 거론하면 '감정적 대응'이라느니 서울대 못간 콤플렉스 때문에 그런다느니 하는 망언도 서슴치 않는다.


교육학자들이 더 문제다

교육학자들 가운데엔 '국가 경쟁력'을 앞세워 서울대를 더욱 휘황찬란하게 키우자고 역설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 지경이니 서울대 문제는 곧 교육학자들이 안고 있는 문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예컨대, 서울대 교육학과 윤정일 교수는 지난 96년 서울대학교법 제정의 타당성을 주장하면서 다음과 같은 논리를 폈다.
"서울대인들이 호된 비판을 받을 만큼 우매한 집단은 결코 아니다. 합리적·합법적·이성적으로 사고하는 지성인들의 집단이다. 국가 사회의 장래를 걱정하며, 세계적·미래지향적인 안목을 가지고 대학 발전의 선도적인 역할을 다하겠다고 자임하고 있는, 올바르게 가치 판단을 할 줄 아는 집단이다."
대단히 죄송한 말씀이나, 이건 상식 이하의 논리다. 거의 대부분 서울대를 나온 재정경제원 관료들은 우매해서 나라를 이 꼴로 만들었나? 서울대 문제는 서울대인들이 우매하냐 우매하지 않느냐 하는 차원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서울대를 비롯한 명문대학이 현대판 신분계급으로 전락한 현실을 문제삼는 것임을 정녕 모른단 말인가?
윤 교수는 자신의 주장은 '이성'이요 자신의 생각과 다른 주장은 '감정'으로 몰아붙이는 말도 서슴치 않는다. 그는 문제의 핵심을 전혀 모르고 있다. 아니면 일부러 이해하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거나 둘 중의 하나다. 그의 다음과 같은 발언에서 그게 잘 드러난다.
"반대를 하는 측에서는 감정적으로 서울대 망국론, 서울대 폐교론까지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성적으로 솔직하게 우리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과연 서울대가 국가 사회 발전을 저해하였는가 혹은 기여를 했는가? 대학 발전을 선도할 수 있는 대학이 없어도 우리의 고등교육이 발전할 수 있으며, 또 우리가 21세기에 문화 선진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다고 보는가? 이대로 우리 대학들이 무한경쟁시대에 세계의 유명대학과 경쟁할 수 있겠는가?"
나는 이런 치졸한 논리에 굳이 반박하고 싶지도 않다. 윤 교수의 말 가운데 상당 부분은 백 번 옳은 말씀이지만 왜 서울대가 모든 걸 독식해야 되느냐, 그런 독식으로 인한 문제가 얼마나 심각하냐,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웬 자다가 봉창 두들기는 소리를 하는 건가? 재벌에 문제가 많아 개혁을 하자고 하는 마당에 재벌이 없었으면 이 나라가 이 만큼이라도 발전할 수 있었겠느냐고 동문서답을 하는 것과 윤 교수의 위와 같은 논리가 서로 무엇이 다른가?

'서울대병' 부추기는 교육청

뿐만이 아니다. 서울대를 둘러싼 국민적 콤플렉스는 서울대 문제를 확대재생산하고 있다. 이미 다 알고 있는 상식이긴 하지만, 뉴스플러스 지 97년 12월 18일자에 실린 "교육청이 '서울대병' 부추긴다"는 제하의 기사는 이 나라가 미쳐 돌아가고 있는 나라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게 하기에 충분하다.
이 기사에 따르면, 일부 교육청들은 다른 지역보다 더 많은 학생들을 서울대에 합격시키기 위해 학생들의 희망과 적성을 무시한 진학지도를 부추기고 있다 한다. 이 같은 양상은 대구와 광주 등 전통적으로 지역간 학력경쟁이 심한 곳에서 특히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으며, 이들 지역의 '서울대 전쟁'은 중학교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것이다.
대구에서는 4개의 구 교육청에서 성적이 우수한 중학교 3학년생 100∼200명을 방과후 한 학교에 모아놓고 하루 두 시간씩 국어 영어 수학 과학 보충수업을 시키고 있다 한다. 겉으로는 '영재 교육'을 표방하고 있지만 수업 내용을 보면 서울대 진학을 염두에 둔 '예비 수능반'이며 필요한 예산은 시 교육청에서 확보해 지원한다는 것이다. 광주에서도 주요 과목 시험을 치러 선발한 중학생들을 대상으로 '과학영재교실'이라는 특별 학급을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이 기사 내용의 일부를 인용해보자.
"많은 교육청들이 서울대 진학생 수에 따라 일선 학교에 '사기 진작비'와 시설비 등을 차등 지급하고 있고, 서울대 합격자를 많이 낸 학교는 교육청이 실시하는 학교 평가에서도 좋은 점수를 받는다고 한다. 때문에 학교장들은 '비인기 학과라도 좋으니 최대한 서울대에 많이 보내라'고 교사들을 재촉한다. 일부 지역에서는 교육청이 직접 나서서 진학지도 교사들에게 '연세·고려대 합격 점수를 받은 학생들도 최대한 서울대로 유도하라'는 요지의 '참고자료'에 배짱 지원 합격 사례까지 곁들여 보냈다고 한다. 이 경우 학생들의 학과 지원 원칙은 단지 '점수 + 배짱'이 될 수밖에 없고 적성이나 장래성은 뒷전이다. 지방의 한 고교 교사는 '적성에 맞지 않는 학과에 진학한 학생이 재수해서 이듬해 원하는 학과에 다시 들어갈 경우 출신 고교에서는 서울대에 두 명을 보낸 것으로 계산되기 때문에 학교측도 이런 식의 진학 지도에 별로 죄의식을 갖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도대체 왜 그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지방 기관장과 유지들이 대부분 서울대를 비롯한 명문대 출신이라서 그러는 걸까? 하긴 지방에 살고 있는 재력가들도 돈을 대학에 기부하는 경우 대부분 자기가 살고 있는 지역의 대학에 기부하는 게 아니라 서울대 등과 같은 명문대학에 기부하는 게 우리 풍토다.

미쳐 돌아가는 사회

그 지경이니 명문대학을 나오지 못한, 아니 아예 대학 문전에 가보지도 못한 사람들이 우리 사회에서 겪는 부당한 대우와 서러움을 어찌 말로 다 표현할 수 있으랴. 그런 서러움 때문에 한풀이 차원에서라도 자식만큼은 꼭 명문대학에 보내야 한다는 집념이 더욱 강해지는 건 아닐까?
그러나 그런 보통사람들을 탓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학연주의와 학벌주의가 비난받아 마땅한 악덕이라면 그런 악덕을 가장 철저하게 고수하는 사람들이 바로 지식인들이기 때문이다. 대학 총장 선거는 1차적으로 학연 선거다. 나는 솔직히 대학 교수들이 우리 나라 정치의 후진성을 비판하는 걸 보면 쓴 웃음이 나올 때가 많다. 대학 총장 선거가 겨우 후보의 출신 학교가 어디냐에 따라 결정되는 수준인데 정치권에 대고 손가락질을 할 자격이 있는 대학 교수가 과연 얼마나 될까?
재야 운동가들도 딱하기는 마찬가지다. 재야 운동가들도 명문대학을 나왔을 경우엔 국회의원이든 뭐든 제도권 정치로 진출해 한 자리 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엔 영원히 재야 운동권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이게 우리의 현실이다. 그러니 보통사람들이 자식들을 명문대학에 보내기 위해 치열한 전쟁을 하는 걸 어찌 탓할 수 있으랴.
지식인들도 문제지만 언론도 문제다. 언론의 '명문대 상업주의'는 명문대에 들어가기 위한 경쟁을 거의 광란의 수준으로까지 만드는 데에 크게 일조하고 있다. 즉, 명문대학이 보장해주는 현실적 효용 이외에 심리적인 '거품'까지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교육부를 출입하는 23개 언론사 기자들은 대학입시를 앞둔 지난해 11월 11일 '입시보도강령'이라는 이름으로 몇 가지 합의를 했다. 강령의 첫째는 수능 당일 입시학원들이 배포하는 '점수대별 지원가능대학 예상표'를 싣지 않는다는 것이었는데, 그 취지는 지나친 명문대 위주의 보도를 자제하겠다는 것으로 많은 사람들의 박수를 받았다.
그러나 그건 '쇼'였다. 아니 일선 기자들은 진지하게 그런 결의를 했을 것이나 언론사의 경영 방침이 그 결의를 쇼로 만들고 만 것이다. 그런 결의가 있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대학 특차 원서 접수가 마감되면서부터 다시 명문대 위주의 보도는 계속되었다. 한 환경미화원 아들이 서울법대에 합격하자 모든 언론이 다 큼지막한 박스 기사로 다룬 것도 우리 언론이 앓고 있는 '서울대병'이 불치의 수준에 이르렀음을 말해주는 것이라 할 것이다.

의식만을 문제삼는 패배주의

우리 사회가 앓고 있는 명문대학 콤플렉스를 치유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는 데엔 이론의 여지가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서울대 문제를 단지 의식의 문제로만 이해해 제도적 개혁은 불가능하다고 보는 패배주의는 경계해야 할 것이다.
독일 베를린 자유대학의 박성조 교수는 문화일보 97년 10월 28일자에 기고한 <한국인의 질병 '서울대학병'>이라는 제하의 글에서 서울대학병은 물론 그런 병에 책임이 있는 서울대 자체를 아주 통렬하게 비판하였다. 아주 유익한 글이었다. 그러나 그는 글 끝 부분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어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든다.
"서울대를 없애면 서울대학병은 없어질 것이라고 하는 주장도 있어 서울대 등 명문대학을 하향 평준화시키겠다는 기상천외한 발상도 나왔다. 그러나 이미 우리 의식 속에 뿌리를 내려 고질화한 서울대학병은 이런 잔꾀로 치유되지는 않을 것이다."
나는 서울대를 없애자는 주장을 한 적은 없다. 그러나 서울대를 없애자는 주장의 선의엔 100% 공감한다.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서울대 문제의 심각성을 이야기하고자 한 것이지 서울대를 없애는 것이 가능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서울대 문제가 그 정도로 심각하다는 것이다. 불가능해서 그렇지 서울대를 없앨 수만 있다면 그것 역시 큰 진보다. 결코 '잔꾀'가 아닌 것이다.
서울대를 없앤다고 명문대학들이 하향 평준화된다? 그건 전혀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이다. 박 교수 역시 그 글에서 서울대의 한심한 수준을 공격한 바 있는데 무엇이 하향 평준화된단 말인가? 그런 주장보다는 오히려 서울대를 없애면 연고대가 서울대 노릇을 하면서 기존의 서울대 문제를 그대로 드러낼 것이기 때문에 그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말하는 게 더 설득력이 있을 것이다.
서울대를 없애면 제2, 제3의 서울대가 생겨난다 해도 그것 역시 '잔꾀'일 수는 없다. 서울대가 문제가 되는 건 지난 수십 년간의 누적이기 때문이다. 즉, 지난 수십 년간 배출된 서울대 출신이 사회 각계를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서울대를 없앨 경우 제2의 서울대가 만들어지기 위해선 수십 년의 세월이 필요한 것이다. 그러니 그게 어찌 '잔꾀'일 수 있단 말인가?

반성 능력이 없는 서울대

그러나 나는 서울대를 없애는 건 사회 각계를 장악하고 있는 서울대 출신들의 필사적인 반대로 불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에 그런 주장을 아예 하지 않는다.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해결책은 의외로 간단하며 온건하다.
대학별 특성화다. 전국에 걸쳐 전공분야에 따른 수십 개의 명문대학을 만드는 것이다. 이건 전공이 무엇이든 학교 이름만으로 서열을 매기는 기존의 풍토를 혁명적으로 바꿀 수 있으며, 더 나아가 대학입시 전쟁을 완전히 종식시키지는 못해도 크게 완화시키는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방안이다 .정부가 돈줄을 쥐고 있기 때문에 이건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러나 서울대 출신이 장악한 정부는 서울대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으니 그게 문제다.
일본 동경대학 하스미 시게히코 총장은 지난 3월 27일 졸업식 치사에서 최근 잇달아 터진 동경대학 출신 대장성 관료들의 오직 사건에 대해 반성하는 말을 했다. 그는 "만일 그들의 파렴치한 행동이 우리 동경대의 (권력 지향적) 독특한 풍토를 반영한 것이라면 일부 졸업생의 행동이라 할지라도 깊은 반성과 사죄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고급 관료들의 오직 사건에서 출신 학교를 놓고 보자면 한국의 서울대도 일본의 동경대 보다 더하면 더했지 결코 뒤지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서울대는 한 번도 반성의 말을 한 적이 없다. 서울대가 있었기 때문에 이 나라가 이 만큼이라도 발전했다고 큰소리를 치기에 바쁠 뿐이다. 서울대 사람들은 아예 자기 성찰의 능력이 없는 건가?
불행 중 다행히도 최근 서울대 경제학부 이준구 교수는 서울대가 발행하는 [대학신문] 4월 13일자 시평란에 서울대의 특차 전형제를 비판하고 나섰다. 이 교수는 "서울대가 고득점자의 독점을 위해 특차 전형제를 도입한다면 지극히 편협한 이기주의적 발상"이라며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대학이 특차 전형까지 실시해 고득점자를 독점하려는 것은 의연한 자세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또 이 교수는 "서울대가 특차 전형을 도입하면 고교 교육은 더욱 파행으로 흐를 것"이라며 "서울대가 세계 일류가 되지 못한 것은 교수들의 연구 역량 부족 때문이지 우수한 학생들이 부족해서가 아니다"고 일침을 가했다.
정말 감동적이다. 서울대에도 그런 양심적이고 자기 성찰에 투철한 교수가 있다는 게 말이다. 사실 서울대에 이 교수와 같은 교수가 열 명만 있다면 그래서 서울대에 대한 자기 비판을 본격적으로 한다면 우리 나라의 교육 문제는 크게 나아질 것이 틀림없다. 정말 하기 어려운 이야기를 한 이 교수에게 뜨거운 존경을 보내지 않을 수 없다.
비극이다. 총체적으로 보건대, 서울대는 자기 반성은커녕 1백 개가 넘는 모든 전공 분야에 걸쳐 서울대가 한국 제1의 대학이 되어야 한다는 고집을 버리지 않고 있으니 말이다. 지난해 서울대가 확정한 '서울대학교법'도 서울대의 그런 탐욕스러운 아집이 전혀 바뀌지 않았음을 보여주고 있다. 경기도에 2백만 평 짜리 제2캠퍼스를 만들겠다고? 왜 그렇게 하나? 차라리 전국의 모든 대학을 서울대로 편입시켜 제1 서울대에서 제150 서울대까지 만들어버려라. 국가야 어떻게 되건 말건 우리 집단만 잘 되면 그만이라는 서울대의 무서운 집단 이기주의가 한국 엘리트의 일반적 특성은 아닌지 소름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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