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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투고] 자유게시판 - 타인에 대한 약간의 배려, 그것 말고는 붓 가는 대로 자유롭게 글을 쓰시면 됩니다. 어떤 글이든지, 잘났든 못났든 태어난 그대로 귀하지 않은 것이 없으니 열린 마음으로 함께 교감해 주시기 바랍니다. 질문이라도 1회용도의 글은 데이타베이스지향의 생활문답보다는 이곳 자유투고를 이용하셔도 좋습니다.

독일을 떠나며...   

귀국을 위해 이곳 생활을 정리하고, 베리의 벼룩시장을 통해서 나흐미터를 구하고, 물건을 내놓고 팔면서 느낀 점 몇 가지를 적어 봅니다.

집안 사정으로 급히 귀국을 결정한 뒤에, 처리한 일의 순서는,
1. 보험 해지
2. 인터넷 계약 해지(특별한 사정에 의한 긴급 해지)
3. 학원 수강료 반환 신청(C1.1 코스까지 수강 신청한 상태인데, 3개월(A2.1) 수강한 후 6코스 남아 있었음)
4. 연말까지 일시불로 지불한 집 임대료와 보증금 반환 신청
5. 4번에 의해 불가피한 나흐미터 구하기
6. 짐 줄이기 위한 물건 팔기
이상과 같았습니다.

1. 보험 해지(1번)가 가장 쉬웠습니다. 토요일에 홈페이지에 들어가 메일로 해지 신청서를 작성하여 보냈더니, 월요일에 바로 회신이 오더군요. "자동이체 계좌에서 이미 다음 달 요금이 빠져나가도록 되어 있는데, 이를 막을 수는 없다. 그러니 이를 막기 위해서 고의적으로 계좌를 비우거나 하지 말아주길 바란다. 걱정 마, 다음 달 초에 빼간 돈을 중순까지는 돌려 줄 테니까." 5월 3일에 보험료가 통장에서 빠져 나갔고, 15일에 고스란히 돌아왔습니다. Super!

2. 인터넷 계약 해지. 저는 비교적 요금이 저렴하고 많은 사람들이 사용한다는 O2를 신청해서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설치할 당시에 기사가 방문할 시간의 정확한 약속이 불가능하다고 해서, 학원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이미 집 앞에 도착했다는 기사와 5분 간격으로 통화를 했던 일이 떠오르네요. 왜 안 오냐며 성질이 난 기사의 (다행히) 알아 듣지 못할 욕을 들어가며, 제발 좀 기다려 달라고 사정사정하면서(이미 한 달을 기다렸는데, 설치 못하고 돌아가면 기다림이 갱신되므로) 역에 내려 내장이 입으로 튀어나올 정도로 뛰었던 기억이 납니다. 문 앞에서 30분이나 기다려 준 고마운 직원분 덕에 인터넷을 설치하고 집에서 마음 놓고 노트북을 사용했던 기쁨은 고작 3개월. 해지를 하려면 적어도 한 달 여유를 두어야 하는데, 너무 촉박해서 일단 신청을 한 후 만일을 대비해 위버네멘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대리점에 방문하니, 친절하게 본사에 팩스도 넣어주고, 혹시 모르니 우편으로도 보내라고 주소도 알려주더군요.

3. 학원 수강료 반환을 위해 사무실에 방문했는데, 총무 담당 직원이 병가를 내고 없었습니다. 계좌 번호를 적어 두고 왔는데, 2주가 지나도 돈이 들어오지 않더군요. 어찌 된 건지 물으니, 교장이 직원 대신 메일을 보내 왔습니다. 본인은 돈을 이미 보낸 줄 알고 있었다며, (담당 직원이 이번엔 휴가를 떠나서) 당장 확인할 길이 없다며, 혹시 모르니 계좌 번호를 다시 보내라고... 3주째 되는 오늘 드디어 환불 처리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환급 받아야 할 수강료(6개 코스)에서 2인 총 972유로를 제했더군요. 정확히 어떤 환불 규정에 따라 그리 된 것인지, 따져 물어야 할지 잠자코 있어야 할지, 말도 통하지 않으니, 참 답답합니다. 

4. 일시불로 지불한 임대료 반환. 실은 이 처리가 가장 지난했습니다. 집주인에게 사정을 이야기 한 후, "빠른 시일 안에 귀국해야 하는데, 한 달 임대료를 포기할 테니 나머지만 반환을 해 달라"고 (씨도 안 먹힐) 부탁을 해 봤습니다. 예상했던 대로, 나흐미터를 구하고 그가 임대료를 주면 반환하겠다고 단칼에 자르더군요. 게다가 부활절 휴가로 다른 나라에 가 있던 집주인. 문자 서너 통 보내면 한 번 답장 주기를 이틀 삼일씩 걸렸습니다.

그래서 급히 나흐미터를 구하기 시작했지요. 베리 방 구하기 게시판에 올리자, 한 여성이 집을 보러 왔습니다. 그런데, 오자마자 워홀로 뒤셀에 거주하는 중인데, 많은 집을 보다 보니 임대료를 미처 확인하지 못했다며, 본인에게는 임대료가 너무 비싸다고 하더군요. 뭐,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가전 가구 모두 갖추고 있어 몸만 들어오면 된다 해도, 혼자 사는데 월 690유로가 과할 수 있죠. 그래서 월 40유로씩 연말까지의 비용을 대신 내주기로 제안했습니다. 그랬더니, 실은 본인이 깡통집을 구해서 450유로에 들어가기로 했었는데 공사를 시작한다고 일방적으로 취소 당했다며, 바닥부터 다 깔고 들어가야 했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아무 것도 없는 집에 다 마련해서 들어가야 하면 그 비용도 제법 클 것이고, 나올 때 위버네멘이 안 되면 손해를 볼 수 있었던 거라고 위로했습니다. 그랬더니, 그나마 650유로면 할 만하다며, 돌아가서 다음 날까지 연락을 주겠다고 하더군요. 다음 날 자정이 넘도록 연락은 결국 오지 않았습니다. 불발된 거라 확신하며, 그래도 연락은 해줄 수 있지 않았을까, 서로 다시 안 보면 그만인 사이에 이런 걸 바라는 쪽이 무리인가...여러 잡생각을 품다가 잠들었습니다.

다음 날 새벽 카톡 알람에 잠을 깼습니다. 전날 연락 주기로 했던 여성이, 집이 계약이 되었냐며...(맙소사, 연락을 주기로 해놓고 돌아가선, 그 사이에 다른 사람과 계약을 했냐는 이 물음은, 뭐라 해석을 해야 할지...ㅠㅠ) 그러면서 본인이 실은 다른 집에 들어가려고 결정했었는데, 지난 밤에 갑자기 그 쪽에서 취소를 했다며, 현재 살고 있는 집에서는 당장 오늘 짐을 빼야 하는데 난감하다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본인이 꼭 계약을 할 터이니 짐부터 맡아줄 수 있냐고...자다가 이제 막 깨서 정신 없는 가운데, "계약을 할 것이다"라는 말만 믿고, 아무렴 괜찮고 말고...방 넓으니 짐 가져다 놓으세요, 했습니다. 그리고 오전 나절, 덩치 큰 이민 가방부터 들어오기 시작해 세 차례에 걸쳐 마지막엔 택시를 타고 짐을 함께 날라 줄 친구와 함께 들어왔습니다. 마치 계약이라도 된 것처럼 저는 차를 내주며 집을 설명해주고, 함께 배웅하며 집 근처의 공원까지 안내해주고 들어왔습니다. 방에 돌아오니, 심란하더군요. (생각보다 많은) 그녀의 짐이 한 구석에 자리잡고 있는데, 아직 집주인과 아무런 협상도 되지 않은 상태였지요. 사실, 계약에 관련한 이야기를 나눌 시간도 없이 짐부터 들어왔기 때문에, 짐을 가지고 왔을 때 이야기는 해 두었어요. 우리가 이 집에 들어올 때 재정보증이나 독일에서의 신용등급 따위가 없기 때문에 분기납으로 월세를 지불하는 조건이었다는 것과, 현재 일시불로 납부한 상태라 집주인이 같은 조건의 나흐미터를 원하는지 여부를 (확인할 시간이 없었기 때문에) 물어보겠노라고 했습니다.

집주인의 입장은 여전히 날 선 칼이었습니다. 새 임차인은 직장이 있고, 일정한 수입이 있어야 하며, 만일 그렇지 않을 시 일시불로 똑같이 지불하면 일시불로 돌려줄 것이요, 다달이 임대료를 내면 다달이 한국 통장으로 돈을 주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니 만일, 새로운 임차인이 임대료를 내지 않으면??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 우리의 계약은 해지되고 새로운 사람과 새로운 계약을 맺는 것인데, 왜 그래야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그것이 독일 법이라고 주장하니, 어쩔 도리가 없었습니다.

우리 방에 들어와 있는 짐의 주인에게 연락을 했지요. 아무래도 애초에 우리도 그랬듯이 분기납 조건은 유지해야 할 것 같다고요. 그랬더니, 당장 분기납할 돈이 없다고, 다른 사람을 찾아보라고 했습니다. 토요일에 집을 보러 오기로 한 남성분이 있긴 했지만, 직장과 거리가 좀 멀어서 직접 집을 본 후에 결정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어쨌든 그 전에 Einzelzimmer 안에 들어와 있는 어수선한 짐들은 정리가 되어야 했기에, 쯔비센을 구해서 들어간 여성분에게, 미안하지만 집 보러 온 사람에게 불발된 계약을 변명하기 궁색하니 다음 날까지 짐을 좀 가져가 달라고 부탁을 했습니다. 다음 날 짐을 함께 날라줬던 친구와 함께 다시 짐을 가지러 왔더군요. 내 발등에 떨어진 불이 타고 있는데, 맡겼던 짐을 내가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이상했습니다.

5. 집주인이 휴가에서 돌아왔고, 우리의 딱한 사정 이야기를 듣더니, 본인이 직접 나흐미터를 구할 것이며, 사람이 구해지면 (일시불로 내는 바람에 삭감해줬던) 돈을 제하고 나머지를 돌려주겠다고 했습니다. 게다가 광고비는 저희가 부담해야 한다고요. 총 1000유로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월 690유로를 대신 내주는 조건으로, 우리의 (연말까지 남은 기간 임대료 일시납) 조건을 승계할 나흐미터를 구하기 시작했습니다.

6. 앞일이 이리 될 줄을 모르고 한국에서 수하물 용량 23kg을 추가로 구매해서 싸 들고 온 짐이 심란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덩치 큰 가구나 값비싼 가전을 처리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불행 중 다행이라면 다행일까요. 월말 출국하기로 항공권까지 예매해 놓은 상태라, 슬슬 뭘 버려야 할지, 뭘 팔 수 있을지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으로 올린 물품은 한국에서 사 들고 온 어학 관련 책이었습니다. 올린 것들이 대부분 초급자용인데, 게시물을 올리자마자 문의가 오는 걸 보고 놀랐습니다. 베리와 페이스북 유학생 장터에 올렸는데, 문의하시는 분들의 매너가 좋은 것에 새삼 또 놀랐습니다. 한국에서 중고 거래하기 위해 사용하던 사이트가 있는데, 거래를 시도할 때 대부분의 양반들이 인사를 생략하고 단도직입적으로 물건 값을 흥정하곤 했거든요.

뒤셀도르프 중앙역에서 세 번의 거래가 이뤄졌지만, 혹시나 해서 준비해 간 잔돈이 필요 없었고(딱 거래 금액 만큼 잔돈으로 준비해 오셨음), 시쳇말로 세 번 모두 기분 좋게 "쿨거래" 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극적으로 매너 없고 불쾌감을 유발하는 양반도 있긴 있었습니다. 인사도 없이 한밤중에 문자를 보내고, 본인이 거하는 곳까지 와서 거래하자고 하고, 이미 가격을 다 명시했는데 환율 계산 화면을 캡쳐해서 전송하며, 본인 멋대로 가격을 책정해서 들이미는 황당한 경우였죠. 예를 들어, 한화 12,000원(4,000X3)에 구매한 미개봉 제품을 10유로에 내놓았을 때 흥정으로 1유로 정도는 깎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 양반은 비싸서 하나는 빼고 거래할 테니(4,000X2), 현재 환율이 1,310원이니 6유로만 내면 되지? 하더군요. 본인 계산법대로라면 8천원 짜리를 7,860원에 구매하겠다는 것인데, 그걸 당연하다는 듯이 내미는 매너하며, 그걸 또 본인이 있는 곳까지 가지고 오라고 하면서, 그곳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면 전화해서 물어 찾아오라는 매너는...정중하게 거절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정말 욕이 목구멍까지 올라오는데, "죄송하지만, 힘들 것 같습니다" 한 후 곧바로 차단. 애초에 그런 사람을 알아보고 대화를 섞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이 없으니...

앞일을 예상할 수 없는 게 인생의 묘미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먼 미래까지 꿈꾸며 떠나왔던 독일 생활을 정리하고, 게다가 미처 꿈을 위해 준비하고 펼쳐보지도 못하고 다시 돌아가야 하는 현실에서 상실감을 느낍니다. 그래도 알 수 없는 인생길, 언젠가 다시 이곳에 발을 들여 놓을 기회가 열릴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와 희망도 마음 한 켠에 고이 모셔 둡니다.

5월, 이 변덕스러운 날씨처럼 하루에도 수십 번 기분이 오르락내리락 하는 가운데, 남은 모든 것이 별탈없이 잘 정리되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떠날 수 있기를 바라며, 주저리주저리 적어 봅니다.

 
 
솔직한남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19-05-21 (화) 21:50 3개월전
3번과 5번 상황이 좋지 않군요. 각각 1000 유로씩 바로 돈이 들어가는 상황인데 변호사와 상담해서 해결가능한지 알아 보시길 바랍니다.
     
     
 
 
그루자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19-05-21 (화) 22:46 3개월전
예. 3번을 그냥 넘어갈 수 없어 학원 측에 문의했더니, 뜻밖에도 수속을 대행해 주었던 유학원 측에서 코스 당 15%의 수수료를 챙겼기 때문에 본인들은 등록 초기 관리 수수료 외에는 전액 환불을 했다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해당 수수료는 유학원 측에서 확인 후 환급해주기로 했어요.

5번은, 저희가 제시한 조건에 맞는 나흐미터를 구해서 집주인과 똥줄 타고 피가 마르는 협상 끝에, 현재 (일시납 입주할 나흐미터에게 약속대로 한 달 임대료를 지원한 나머지 금액) 환불 대기 중에 있습니다.

한번에 깔끔하게 해결되지도, 금전적 손해를 피할 수도 없었지만, 그나마 이 정도 선에서 마무리 지을 수 있게 된 것을 행운이라 여기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솔직한남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19-05-21 (화) 23:19 3개월전
잘 해결된 것 같아 저도 기쁩니다. 귀국하셔서도 노력하신만큼 모든일이 잘 풀리기를 바랍니다.
 
 
Zusammen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19-05-23 (목) 01:07 3개월전
먼 타지에서 그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 예기치 않은 귀국길이지만, 앞날에 좋은 기회가 기다리고 있으리라 믿습니다. 좋은 경험 공유 감사합니다.
     
     
 
 
그루자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19-05-25 (토) 00:29 2개월전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참으로 멀고도 험하네요.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정말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독일에서의 한 달이 될 것 같습니다. ^^;; 따뜻한 덕담 말씀 고맙습니다.
 
 
슈메터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19-05-23 (목) 10:35 3개월전
돌아가셔서도 모든 일이 순조롭게 잘 되길 바랍니다!! 공유 감사해요.
     
     
 
 
그루자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19-05-25 (토) 00:32 2개월전
돌아가서 기회가 된다면, 익숙한 일상으로 복귀한 생활담을 베리에 담아 볼게요. 따뜻한 응원,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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