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동포 미디어 베를린리포트
커뮤니티 새아리 유학마당 독어마당
커뮤니티
자유투고
생활문답
벼룩시장
구인구직
행사알림
먹거리
비어가든
갤러리
유학마당
유학문답
교육소식
유학전후
유학FAQ
유학일기
독어마당
독어문답
독어강좌
독어유머
독어용례
독어얘기
기타
독일개관
파독50년
독일와인
나지라기
관광화보
현재접속
384명
[자유투고] 자유·토론게시판 - 타인에 대한 약간의 배려 말고는 자유롭게 글을 쓰시면 됩니다. 어떤 글이든지 태어난 그대로 귀하지 않은 것이 없으니 <열린 마음>(타인의 흠결에 대해 관대하고 너그러움)으로 교감해 주세요. 문답, 매매, 숙소, 구인, 행사알림 등은 해당주제의 다른 게시판을 이용하세요. 이런 글은 게시판 사정에 따라 관용될 때도 있지만 또한 관리자의 재량으로 이동/삭제될 수도 있습니다. 펌글은 링크만 하시고 본인의 의견을 덧붙여 주세요.

"빨갱이"

페이지 정보

작성자 이사람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5건 조회 1,343회 작성일 15-08-27 05:02

본문

박완서 씨가 1977년에 “더위먹은 버스”라는 제목으로 당시 사회상을 표현한 글을 인상깊게 읽었습니다. "빨갱이"라는 낱말이 지니는 효력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합니다.

울퉁불퉁하여 차멀미를 쉽게 일으키게 했던 시골길이 70년대에는 매끈한 포장도로가 되어 시외버스를 타는 손님들이 칭찬을 하는 이야기의 도입부와 달리, 어느 술취한 사람과 승객들간에 신경전을 넘어서 언어폭력과 심리전으로 긴장감을 팽팽하게 하는 작품으로 위 주재와 연관되는 부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이야기를 서술하는 이(화자)는 인민군에게 학살당한 남편과 북으로 넘어 갔다는 시동생으로 인해 훗날에 피해를 보는 자녀들을 안타까워 하지만, 도리가 없다. 아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국가기관인 어느 연구원에 응시하여 치열한 경쟁을 뚫고 합격을 했어도 신원조회에 걸려 (삼촌이 북으로 갔다는 이유 때문에) 원하는 직장에 들어갈 수 없고, 딸은 오래 사귄 남자친구와 혼인하여 도이칠란트로 유학가려는 그와 동반인으로 함께 가려하나 역시 신원조회에 걸려 갈등한다. 공산당한테 학살 당했다는 아버지를 증언해 줄 사람들을 찾기 위해 시골로 딸이 가자고 하여 함께 시외버스를 타고 돌아오는 길에 생긴 일이다.

덩치 큰 한 남자가 술냄새를 지독하게 풍기며 차에 올라 자리에 앉자 곧 “돼지 멱따는 소리”로 노래를 부르고 나서 옆에 앉은 아가씨한테 노래를 하라고 강요를 하며 시비를 걸고 모욕까지 준다. 모두 웅성거리기는 해도 아무도 나서지 않으나, 그때까지 졸던 한 승객이 깨어 그 주정뱅이를 끌어 내리라고 차장한테 요구한다.
마침 검문소라서 헌병이 버스에 올라오자 모두 적당한 조처가 취해지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취한이 내미는 신분증을 본 헌병은 오히려 ‘ 더위에 짜증스러워도 즐거운 여행을 하시기 바란다’며 거수경례를 하고 내려 간다. 그러자 취한은 벌떡 일어나 “야, 이 빨갱이놈의 새끼야.“ 하여 승객들이 놀란다.
„나를 끌어내라고 한 놈은 빨갱이 아니면 공산당일 거야. 틀림없어. 나로 말할 것 같으면 xx당 xx군 위원장에다 권xx의 직속부하다. 이런 나를 끌어내리라고 한 놈이 빨갱이 밖에 더 있냐 말야. 이 악질 빨갱이들아.“
이렇게 몰아부치는 그에게 아무도 대항하지 않는다.

작가는 화자를 통하여 그 분위기를 이렇게 서술한다: (따옴)

취한의 충격적인 발언에 분노에 앞서 겁부터 나는지 숨을 죽이고 딴전만 보고 있었다.
취한은 더욱 기세가 등등해져서 손가락으로 아무 가슴이나 지적하며 악을 썼다.
“너도 빨갱이지? 응 너도 빨갱이야. 너도 날 내쫓자고 했지?“
이상한 일이었다. 승객은 한결같이 취한의 좀전의 횡포는 접어둔 채 취한의 너도 빨갱이지? 하는 지적이 자기 가슴에 떨어질까 봐 그것만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입장이 완전히 뒤바뀌어 승객이 죄인이 되고 취한은 죄인을 응징하는 입장이 되어 있었다.
취한은 이 땅에 태어난 사람이라면 누구나 치를 떨며 미워하는 빨갱이라는, 악 중에도 최악을 내세워, 자기가 저지른 악을 최소한으로 축소하고 마침내 무[죄]화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이 땅의 모든 악이란 악은 빨갱이라는 강렬한 최악만 만나면 – 그게 설사 가상이더라도 – 맥을 못 추고 위축되는 이땅 특이한 풍토를 이 취한은 취중에도 교묘히 이용한 것이다.



오래전에 작가가 쓴 글이지만 오늘도 무언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추천8

댓글목록

솔직한남자님의 댓글

솔직한남자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글 내용과는 무관하지만, 빨갱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때 저는 정말 그것이 빨간색인 줄 알았습니다^^

  • 추천 3

구슬뫼님의 댓글

구슬뫼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세상이 아주 험악합니다.
지금은 '빨갱이' 대신 "종북" 이라지요?
많은 이들이 무엇을 보고 들으며 어떠한 생각으로 사는지 구분을 할 수 없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아래 첨부하는 사진도 사물을 바로 볼 수 있는 참고가 되리라 생각해서 올립니다.

http://m.todayhumor.co.kr/view.php?table=bestofbest&no=214111#.VahA8Eodg7U.facebook

  • 추천 4

솔직한남자님의 댓글의 댓글

솔직한남자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흠... 인터넷을 보고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마시길 바랍니다.  정치 싸움도 심하면 병이 될 수 있습니다. 일상생활에 아무런 도움도 안되고요^^

  • 추천 1
[자유투고] 자유·토론게시판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17161 sadj2odj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58 00:10
17160 민기야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72 04-25
17159 베를린주민4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54 04-24
17158 kduoxn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67 04-22
17157 valfiros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280 04-15
17156 평화평등창의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78 04-13
17155 에얼트베레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97 04-09
17154 아호아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03 04-08
17153 평화평등창의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04 04-06
17152 일도아빠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46 04-01
17151 Nihongo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16 03-29
17150 Anerkennung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34 03-28
17149 Gentilly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90 03-27
17148 김밥zzz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57 03-23
17147 Vitter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98 03-22
17146 아트지은이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17 03-16
17145 GregLee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38 03-15
17144 평화평등창의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17 03-02
17143 평화평등창의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27 03-02
17142 bright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944 02-25
게시물 검색
이용약관 | 운영진 | 주요게시판사용규칙 | 등업방법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무단수집거부 | 비밀번호분실/재발급 | 입금계좌/통보방법 | 관리자문의
독일 한글 미디어 베를린리포트 - 서로 나누고 돕는 유럽 코리안 온라인 커뮤니티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