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동포 미디어 베를린리포트
커뮤니티 새아리 유학마당 독어마당
커뮤니티
자유투고
생활문답
벼룩시장
구인구직
행사알림
먹거리
비어가든
갤러리
유학마당
유학문답
교육소식
유학전후
유학FAQ
유학일기
독어마당
독어문답
독어강좌
독어유머
독어용례
독어얘기
기타
독일개관
파독50년
독일와인
나지라기
관광화보
현재접속
291명
[자유투고] 자유·토론게시판 - 타인에 대한 약간의 배려 말고는 자유롭게 글을 쓰시면 됩니다. 어떤 글이든지 태어난 그대로 귀하지 않은 것이 없으니 <열린 마음>(타인의 흠결에 대해 관대하고 너그러움)으로 교감해 주세요. 문답, 매매, 숙소, 구인, 행사알림 등은 해당주제의 다른 게시판을 이용하세요. 이런 글은 게시판 사정에 따라 관용될 때도 있지만 또한 관리자의 재량으로 이동/삭제될 수도 있습니다. 펌글은 링크만 하시고 본인의 의견을 덧붙여 주세요.

'투명사회'를 읽고

페이지 정보

작성자 놀아보세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6건 조회 3,316회 작성일 12-04-29 15:47

본문

아마존에서 어제 구입해서 오늘 오전 느긋한 마음으로 독서를 했습니다. 읽게 된 계기는 Noelie님의 소개로. 그에 관한 간략한 몇몇 인상들만을 간추린다면.<?xml:namespace prefix = o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office" />

완전히 벗어버린 육체는 전혀 야하지 않은 고기 덩어리에 지나지 않는다면 조금은 가리고, 안보여주는 육체가 야하고, 욕망을 자극한다.

각자에게 뭔가 드러나지 않는 게 있다는 건 우리가 합리적인 계산으로 타인을 판단해도 항상 잉여의 영역이 존재한다는 것. 우리의 짧은 소견으로 타인을 규정하려 하지만, 항상 타인은 자신만의 유일함을 지닌다는 것.

페이스북이나 사회소통 서비스들은 발가벗음의 장소다. 여기선 보일 듯 말듯 한 은밀한 부분은 모두 사라지고, 모든 개인은 개성 없는 고기 덩어리가 된다. 이를 잘 보여주는 것은 페이스북에서 나는 좋아요란 메뉴만이 존재한다는 것. ‚나는 싫어요란 메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 공간에서 사람들은 서로의 다른 점이 아니라, 자신이 좋아하는 것만을 보려 한다는 것이다. 자기애적 만족에만 그치는 공간. 

신뢰란 뭔가 가려진 게 있는 경우에만 가능하다는 것. 타인에 대해 어떤 부분은 알고, 어떤 부분은 모를 때 비로소 신뢰가 가능하다.

정치라는 공적인 영역이 사라지고 있다. 모든 영역이 사적인 영역화, 즉 친밀성 Intimität의 영역이 되어 버린다. 정치적 영역에서 활동하는 자는 자신을 완전히 발가벗겨야 한다. 포르노 배우가 되어야 한다. „정치가들은 그들 행위들에 따라 평가 받지 않는다. 보편적 관심은 오직 인물에만 쏠리게 되어 정치가들은 연출해야만 하는 강제 아래 있다. … 공공성의 자리에 개인의 발가벗음이 들어선다. 공공성은 그래서 보여주는 공간이 된다. 공공성은 항상 계속 공통적인 행위의 공간에서 멀어진다“ (59).

자신을 모두 발가벗겨야 한다는 강제란 다시 말해 이제는 경찰이나 권력이 개인을 감시하는 게 아니라 개인이 스스로를 통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투명사회란 구호는 우리는 밝은 사회로 인도하는 게 아니라 완벽한 통제 사회, 강박증의 사회로 이끈다.

 

총평: 아감벤의 유명한 책 성스러운 인간에서 나오는 발가벗긴 생이라는 모티브가 이 책의 중심을 차지하는 듯 합니다. 어떤 인격적 개성, 품위도 모두 제거된 고기 덩어리로서의 인간이 법의 규정 대상이라는 게 바로 아감벤의 중심 테제이지요.

발가벗기는 게 무조건 좋은 건 아니지요 모든 것을 발가벗기면 인간은 거기서 거기일 뿐이라는 인식에 도달하고 말테니까요. 저자는 고기 덩어리 혹은 기계라는 점에서 모든 인간은 평등하고, 똑같다라는 명제는 한편으로는 맞지만, 한편으로는 거짓이라는 점을 지적하고자 합니다. 고기 덩어리에 지나지 않는 게 아니라 가릴 부분을 가지고 있는, 그러한 개성을 가리고 있는 개인을 보자는 것이지요.

물론 읽어가는 도중 여러 문제점들을 생각해보았습니다. 저는 이 포르노 열광주의, 모든 것을 벗기고자 하는, 친밀함의 욕구가 정치의 영역을 잠식하는 것을 비판하는 것에 동의합니다. 다만 신뢰의 문제가 정치, 공적인 영역에서 가능할 수 있나 하는 의문이 듭니다. 논문표절이나 처제 강간 미수 등과 같은 사적인 문제가 정치적 영역에서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입니다.

아무튼 독서를 통해 얻은 중심 생각은 너무 발가벗지/ 발가벗기지 말자. 완전히 발가벗으면/ 발가벗으면 모두가 똑 같은 고기덩어리가 되어 버린다. 자신을 조금은 가릴 줄도 알고, 남에게도 그런 여지를 주면서 조금은 서로에게 거리를 주자. 그래서 서로의 신비감을 존중하면서 살자.

추천0

댓글목록

Noelie님의 댓글

Noelie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벌써 읽어 보셨군요. 독후감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아직 책을 못샀는데 이번 주에 대헝서점에 가면 주문 안하고도 구입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놀아보세님의 댓글의 댓글

놀아보세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저야 말로 감사하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었어요. 한병철 선생님의 다른 책은 접해봤는데,Noelie 소개글을 보고 찾아보니 제가 알지 못했던 많은 책들을 벌써 내셨더군요. 기회가 되면 개인적으로 계속 읽어보고 싶더군요.

친절한시선님의 댓글

친절한시선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저도 처음 노엘리님의 소개글을 읽고 한병철 선생님 관련 기사를 조금 훑어 보았습니다.
공돌이셨더군요. (핫핫핫! 아~ 왠지 뿌듯하다!)
헤어스타일도 독특하시고 옷도 세련되게 입으신 것이, 물론 인터뷰 상황이었겠지만 스타일리쉬한 외모도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헛헛헛... 하지만 난 여전히 공돌이...후줄근....한국 공대대학원연구실 복장으로 출근하고 싶다는...슬리퍼 질질...덥수룩...수염수염.... )

전 그분의 책이 여전히 구매희망목록에만 들어 있고 아직 구입하진 못했습니다. 관련 기사를 읽어 보는 동안 그 분이 잡고 있는 맥이 어떤 것인지 대충 짐작만 하고 있었는데, 놀아보세님 독후감을 보니 좀 더 확실히 오는 것이 있군요.

그렇다면 여기서 한가지 질문.

"너무 발가벗지/ 발가벗기지 말자" 라는 주제 부분인데요, 우리는 과연 발가벗고 싶다고 발가 벗을 수는 있다고 보십니까?

  • 추천 1

놀아보세님의 댓글의 댓글

놀아보세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그러니까 여러 경우의 수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작 자신은  다 벗었다고 자부하는데 실상은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을 수 있는데, 이 경우엔 자신이 다 벗었는지 아닌지를 당사자가 모르는 경우가 있을 수 있고, 혹은 다른 이들이 아무도 그렇다고 인정하지 않는경우도 있을 테고 반대의 경우도 존재하지요. 자신은 벗지 않았는데, 사실은 모두 벗은경우가 있겠죠. 저자의 주장은 우리는 도대체가 모두 벗었는지 아닌지를 판별할 기준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모두 투명하다, 벗었다고 말하지 말자의 방향으로 가는 것 같습니다.

친절한시선님의 댓글의 댓글

친절한시선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그렇겠죠. 제 질문에 대한 매우 합당한 답변으로 잘 받아들여집니다.
그럼 또 질문이 생깁니다.
도대체 누가, 투명성의 판별기준도 없이, 자신을 벗었다 말하고 혹은 타인을 벗기려 듭니까? 놀아보세님은 그 누가에 해당하는 "주체"를 찝어서 말씀하실 수 있으신지요?

(책 읽은 죄... 답변해 주시오!)

놀아보세님의 댓글의 댓글

놀아보세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저자에 따르면 상대방에 대한 신뢰를 상실한 시대가 주체가 될 것 같습니다. 누구나 하는 얘기인 것처럼 기독교가 힘을 읽고 자유주의화된 사회가 그 주체가 되겠지요. 익명사회에서 사람들 간의 만남이란 게 이곳 게시판처럼 누가 누구인지 모르니까 말이지요. 예전에도 실명제 관련 논란이 있었는데, 실명제의 효과란 바로 자기통제로 직결되는 것이겠지요. 그런데 상대방의 신뢰란 게 참 웃긴 것 같습니다.

[자유투고] 자유·토론게시판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43 놀아보세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538 12-19
열람중 놀아보세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17 04-29
41 놀아보세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73 03-20
40 놀아보세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951 03-17
39 놀아보세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92 02-17
38 놀아보세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43 02-15
37 놀아보세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56 02-11
36 놀아보세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66 01-05
35 놀아보세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363 11-26
34 놀아보세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775 07-12
33 놀아보세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013 07-09
32 놀아보세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327 07-06
31 놀아보세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196 07-06
30 놀아보세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944 06-27
29 놀아보세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970 06-26
28 놀아보세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58 06-20
27 놀아보세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311 06-11
26 놀아보세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37 06-08
25 놀아보세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503 04-12
24 놀아보세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944 03-24
게시물 검색
이용약관 | 운영진 | 주요게시판사용규칙 | 등업방법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무단수집거부 | 비밀번호분실/재발급 | 입금계좌/통보방법 | 관리자문의
독일 한글 미디어 베를린리포트 - 서로 나누고 돕는 유럽 코리안 온라인 커뮤니티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