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동포 미디어 베를린리포트
커뮤니티 새아리 유학마당 독어마당
커뮤니티
자유투고
생활문답
벼룩시장
구인구직
행사알림
먹거리
비어가든
갤러리
유학마당
유학문답
교육소식
유학전후
유학FAQ
유학일기
독어마당
독어문답
독어강좌
독어유머
독어용례
독어얘기
기타
독일개관
파독50년
독일와인
나지라기
관광화보
현재접속
377명
[자유투고] 자유·토론게시판 - 타인에 대한 약간의 배려 말고는 자유롭게 글을 쓰시면 됩니다. 어떤 글이든지 태어난 그대로 귀하지 않은 것이 없으니 <열린 마음>(타인의 흠결에 대해 관대하고 너그러움)으로 교감해 주세요. 문답, 매매, 숙소, 구인, 행사알림 등은 해당주제의 다른 게시판을 이용하세요. 이런 글은 게시판 사정에 따라 관용될 때도 있지만 또한 관리자의 재량으로 이동/삭제될 수도 있습니다. 펌글은 링크만 하시고 본인의 의견을 덧붙여 주세요.

(전시회 감상문) 나무로 지은 건축

페이지 정보

작성자 초롱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5,868회 작성일 12-01-22 12:46

본문

베리님들, 구정이라고 하는데 떡국은 드셨습니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초롱이 세배 드립니다.

뮌헨 Pinakothek der Moderne의 건축박물관에서 
2월 5일까지 열리는 Bauen mit Holz - Wege in die Zukunft 라는 전시회에 다녀온 감상문을 올립니다.



나무로 지은 건축

민족성과 건축 사이에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 우뚝 서서 천년 넘게 건재하는 서양 건축과 규모가 작고 수명이 짧은 동양건축을 비교하며 이를 민족성과 결부시키는 사람도 적지 않다. 그러나 건축은 재료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으며 발전한다. 나무가 흔한 지방에선 목조건물이, 암석이 흔한 지방에선 석조건물이 지어졌다. 건물의 규모와 수명은 거기에 따르는 현상일 뿐이다.

같은 서양문화권이라도 암석을 구하기 어려운 지방에선 벽돌로 대신했는데, 그 또한 건축 양식에 영향을 미쳤다. 같은 고딕식 건물이지만 쾰른 성당의 탑은 커다란 암석을 다듬어 뾰족하게 하늘로 치솟았고, 벽돌 건물인 뮌헨 마리아 성당의 탑은 벽돌을 그렇게 높고 좁게 쌓아 올릴 수 없는 탓에 동그란 양파 모양의 지붕을 만들어 붙였다.

건축자재의 발달사 역시 건물의 구조에 영향을 미쳤다. 서양의 옛가옥은 단칸, 단층집으로서 집 한가운데 모닥불을 피워 요리를 하고 난방을 했다. 그러다가 불에 닿아도 타지 않고 녹지 않는 재질의 굴뚝이 개발되면서 건물의 층을 올릴 수 있게 되었고 그때까지는 단층이었던 서양 가옥이 고층건물로 변하는 계기가 되었다.

같은 재료라도 그를 다루는 방법이 새로이 개발되면 그에 따라 건축도 변화한다. 그 대표적인 예가 '목재'다. 서양에선 산업혁명 이후로 철재, 콘크리트 등의 새로운 건축자재가 속속 개발되었고, 그 결과 이전에는 기술적으로 불가능했던 새로운 건축 양식들이 화려하게 등장했다. 인류 최초의 건축자재였던 나무는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골동품 정도로 취급받았다. 그러다가 20세기 말렵부터 나무가 첨단의 건축자재로서 화려한 부활을 시도하고 있는데, 그 이유와 과정을 한눈에 보여주는 전시회가 뮌헨의 현대미술관 (Pinakothek der Moderne)에서 열리고 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방만하게 엉킨 나무 뿌리가 눈앞을 가로막는다. 거기 붙은 통나무는 얼마나 굵고 길고 곧은지... 건축자재로서 나무의 역량이 한눈에 느껴진다.

Holzarchitektur_pinakothek1
(c) Stephan Paul Stümer, Pinakothek der Moderne

건축 전시회답게 그 너머로 늘어선 정교한 모형들을 보면, 그간 지녔던 목재건축의 선입견이 한순간에 날아감을 느낄 수 있다. '나무로 지은 건물'이라고 하면 어딘지 인간의 크기와 정서에 가까운 건물이 떠오는 것이 보통인데, 전시된 모형들이 보여주는 독특하고 다양한 형태의 건축은 나무의 특성을 이용하는 새로운 공법의 시대가 열렸다는 것을 시사한다. (사례를 소개하는 코너에는 한국의 여주 골프장 클럽하우스도 포함되어 있으나 무슨 사연인지 모형이 빠졌다.)

Holzarchitektur2
일본 Odate Jukai Dome Park 모형 (c) 임혜지

Holzarchitektur3
독일 하노버 엑스포 지붕 모형 (c) 임혜지


이런 변화의 일등공신은 뭐니뭐니해도 건축 작업의 전산화다. 전통적으로 수작업으로 이루어지던 설계, 제도, 건설의 공정은 지난 20여년 동안 컴퓨터를 이용한 자동화로 대체되었다. 건축가가 사람의 손으로 계산하고 그릴 수 있는 구조로만 설계하고, 단순노동자인 건설노동자의 습성까지 감안하는 보수적인 공법을 선택하던 건축 작업은 이제 옛말이 되었다. 이제 건축가는 컴퓨터를 이용하여 매우 복잡하고 정교한 구조를 설계할 수 있고, 그 데이타는 공장의 컴퓨터에 입력되어 바로 제작으로 이어진다. 이런 방법에서는 유연한 나무의 특성이 다른 건축자재에 비해서 유리하다.

Holzarchitektur1
뮌헨공대 건축과 학생들의 작품. 컴퓨터를 이용하여 570개의 제각각 다른 형태의 나무판을 조합하여 만들었다. 설계부터 제작, 시공까지 전부 자동화했다. (c) 임혜지

설계에서 제작까지 컴퓨터로 처리하는 첨단공법의 특징은 조립식이라는 데 있다. 소음과 먼지 등 건설로 인한 방해를 최대로 줄이고 짧은 시간에 지을 수 있어서 인구밀도 높은 도심에서 건물을 짓거나 증축할 때 최적이다. 뿐만 아니라 알프스 꼭대기처럼 접근이 불편한 곳에 건물을 지을 때도 편리한 공법이다.

Holzarchitektur_pinakothek2
Neue Monte Rosa Hütte, Wallis, 스위스  (c) Tonatiuh Ambrosetti

목재건축 부활의 또하나의 숨은 공신은 1970년대 이후로 인식되기 시작한 지구온난화와 그 주범인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려는 노력이다. 환경보호 차원에서 목재의 가치가 인정된 것이다. 숲은 대기의 이산화탄소를 산소로 바꾸어주는 고마운 존재다. 나무 1큐빅미터에는 1톤의 이산화탄소가 함유되어 있는데, 그것은 남독 뮌헨에서 북독 함부르그까지신형 자동차로 8번 달릴 때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양과 맞먹는다.

뿐만 아니라 전 육지의 1/3 을 차지하는 숲은 세계적으로 16억 인구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막강한 일터다. 자동차강국 독일에서도 자동차업계에서 종사하는 사람의 숫자와 임업과 목재업에 종사하는 사람의 숫자가 같다. 숲이 많기로는 유럽에서도 독일이 으뜸이다. 독일에는 매년 2.9억 큐빅미터의 건물이 새로 지어지고 있는데, 이 모든 신축건물들을 전부 나무로 짓는다고 해도 매년 독일에서 생산되는 목재의 1/3밖에 소비되지 않는다.

나무는 자라서 목재로 소비되면 그 자리에 다시 새 나무를 심을 수 있는, 지속가능한 자원이다. 나무를 생산하는 숲은 지속적으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여 지구온난화를 억제한다. 화석에너지 고갈과 지구온난화는 우리 인간이 초래한 절대절명의 위기다. 국내산 나무를 이용한 목재건축의 부활은 문명의 쾌적함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이 위기를 극복하려는 슬기로움의 일환이다.

이런 지순한 메시지를 담은 전시회를 소개하는 나의 마음이 착잡하다. 독일의 하천전문가들이 세계적으로 유래없는 환경파괴라고 경고하는 사대강사업을 녹색성장이라 홍보하고, 후쿠시마의 원전 사고를 바로 옆에서 당하면서도 원자력발전을 안전한 청정에너지라 칭송하는 이명박 정부의 환경철학을 하루하루 견디는 국민으로서 내가 이런 전시회를 소개하는 일이 코끼리 지나다니는 길바닥에 꽃을 심는 일만큼이나 부질없이 느껴진다. 그러나 환경이 망가지면 인륜도 무너진다. 자손의 터전을 흥청망청 갉아먹으며 파티 벌이는 것을 묵인한 세대는 나중에 가난에 찌든 자식들이 고려장으로 내쳐도 할 말이 없다.


(이 글은 '풍경' 1월호에  실렸습니다.)
추천3

댓글목록

에얼트베레님의 댓글

에얼트베레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잘 읽고 갑니다. 마지막 문단에서 살짝 울컥하기까지 합니다. 지금 서울에서는 총선을 앞두고 움직임들을 보이기 시작합니다. 어떤 문제도 그리고 사대강 문제도 현재 우리 나라가 가지고 있는 크나큰 오류와 착오를 개선시키는 일은 선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초롱님의 댓글의 댓글

초롱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고맙습니다. 그래요, 일단 선거를 잘 해야 하는데요... 일단 내 집값이 오르느냐 떨어지느냐 하는 이기적인 데에 초점을 맞추지 말아야 하겠지요. 사기를 쳐서라도 나를, 우리를 부자로 만들 사람을 고르는 순간 우리가 사기를 당하게 되는 걸 깨닫고, 어수룩하고 선하고 철학적인 사람을 밀어줄 용기와 배짱 정도는 있는 국민이라야 획기적인 일꾼을 부릴 자격이 있는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목로주점님의 댓글

목로주점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건축자재로서 나무의 가치에 대해 잘 배우고 갑니다.

저는 육아때문이라도 환경에 대하여 관심을 늘 있었지만 사실 정치나 경제는 관심없이 살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환경을 지키는 것은 마음과 정성만을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철저하게 가르쳐준 사람이 MB에요. MB 덕에 그와 같은 이가 한나라의 수장이 될 수 있었던 배경인 자본주의적 사고와 그 병폐에 대해서도 눈을 뜨게 되었지요. 이전의 저는 자본주의는 모든 사람을 풍족하게 살게해주는 뭐 그런 것 줄 알았더래요. 그런 의미에서 MB에게 감사하다고 해야겠죠. ㅎㅎ

선거.. 공정하고 깨끗하게 잘 치루어질지.. 걱정도 되는 한편 내 한표도 제 목소리를 내야겠다는 각오도 하게됩니다.

초롱님의 댓글의 댓글

초롱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그러게 요순시절에는 백성들이 임금 이름도 몰랐다고 하잖아요. 평범한 국민들이 전부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될 만큼 절박한 시절이 도래했다는 뜻이지요.

[자유투고] 자유·토론게시판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37 초롱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959 02-12
36 초롱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369 01-22
열람중 초롱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869 01-22
34 초롱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682 10-12
33 초롱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054 09-05
32 초롱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038 09-01
31 초롱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956 08-02
30 초롱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228 07-21
29 초롱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498 07-08
28 초롱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249 07-07
27 초롱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232 07-04
26 초롱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492 06-27
25 초롱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61 06-25
24 초롱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03 06-13
23 초롱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624 04-27
22 초롱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735 04-09
21 초롱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386 04-11
20 초롱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154 04-03
19 초롱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615 02-04
18 초롱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901 01-23
게시물 검색
이용약관 | 운영진 | 주요게시판사용규칙 | 등업방법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무단수집거부 | 비밀번호분실/재발급 | 입금계좌/통보방법 | 관리자문의
독일 한글 미디어 베를린리포트 - 서로 나누고 돕는 유럽 코리안 온라인 커뮤니티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