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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꽃과 애국심

페이지 정보

작성자 놀아보세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조회 3,757회 작성일 11-06-20 17:59

본문

김영하의 |검은 꽃|이 독일어로 번역되는 기회를 맞이해 이 소설을 읽었다. 이 글은 이 소설에 대한 매우 개인적인 감상에 지니지 않는다. <?xml:namespace prefix = o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office" />

 

이 소설은 멕시코 이민자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일제에 의한 강제 예속 이전 조선식민회사의 허위 광고에 속아 사람들은 큰 돈을 벌 목적으로 멕시코 행 배에 올랐다. 하지만 거의 노예와 다름 없이 멕시코 지주들에게 팔리고, 이들은 이 부채를 갚기 위해 열심히 일해야 했다. 그리고는 나라가 사라졌다는 것을 알게 된다. 열심히 일해 농장을 떠난 이들도 나오지만, 결국 궁핍한 생활조건에서 벗어나기는 힘들었다. 그래서 순전히 돈을 벌 목적으로 멕시코와 과테말라 등지에서 벌어진 혁명운동에 동참해서 자기와는 아무 상관 없는 나라들을 위해 싸운다. 순전히 돈을 벌 목적으로. 이 소설의 마지막은 과테말라 혁명운동에 참여해서 정부군에 의해 몰살되는 것으로 끝이 난다. 여기서 한인들은 정글지역에 자신의 나라를 건립한다. 왜냐하면 이들은 스스로 죽음을 예감하고 있었는데, 일본인이나 중국인으로 죽임을 당하는 것을 싫었기 때문이었다. 조선이란 나라는 없어졌고, 행정적으로는 일본인이 된 이들은 일본인으로 죽기가 싫었다. 그래서 새로운 나라를 세운다.

 

난 이 소설에서 애국심의 문제, 즉 국가와 개인의 문제가 다뤄지고 있다고 이해했다.

애국심이란 한 나라에 소속되어 있다는 감정을 의미한다. 이 애국심의 형태는 시대에 따라, 장소에 따라 다양성을 지닌다. 예를 들어 한 개인에게 나라가 속한 이씨 조선의 경우에 백성들은 단순히 한 개인의 소유에 다름 아니다. 물론 이는 매우 과장된 표현이긴 한다. 이에 반해 민주주의 사회란 형식적으로 나라 자체가 국민 모두의 의지를 실현하는 주체로 이해된다. 이러한 국가에 대한 이해의 다양성에 따라 애국심 또한 그 모습을 달리한다.

 

멕시코 이민자들은 한 나라가 개인의 의지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그러한 형태만을 경험했다. 이들에게 국가란 자신이 태어나기 전부터 존재했던 것이고, 국적이란 자신의 자연적 출생에 따라,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 없이 자신에게 부여되는 운명과 같다. 이 나라에 대한 애국심이란 바로 이 나라의 소유주인 이씨에 대한 충성과도 같다. 왕을 섬기는 것, 왕에 복종하고자 하는 의지가 바로 애국심이다.

이에 반해 민주주의 국가는 어느 한 개인의 소유가 아니다. 이 국가는 모두의 의지에 따라 행위 한다. 이씨 조선이 한 개인이 원하는 바를 실현한다면, 민주주의 국가란 모두가 원하는 바를 실현한다. 모두가 원하는 바를 실현한다는 것이란 국가의 모양새가 개개인의 의지, 생각과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 바로 이것을 대변한다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이러한 국가 개념 하의 애국심이란 단순히 내가 여기에 태어났기 때문에 자연발생적으로 갖게 되는 것이 아니라 내 앞에 놓여진 국가의 모양새가 내가 원하는 바와 일치하기 때문에 자발적으로 이 국가에 속하고자 하는 의지와 동일하다.

이씨 조선에 살았던 이들은 자신이 태어난 이 나라가 맘에 들든 아니든 이 나라 안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애국심, 즉 이씨에 대한 복종심을 가져야 했다.

이에 반해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이 나라 안에 태어난 것도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지만, 이와 더불어 이 나라가 자신의 맘에 들어야 한다. 맘에 들지 않으면 소위 국적을 바꿀 수도 있다. 즉 애국심이란 단순히 내가 어떤 나라 안에 태어났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 나라가 어떻고, 어떻기 때문에 자발적으로 속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을 때 생긴다. 그 나라의 헌법이 맘에 들고, 이 나라의 실행체계가 맘에 들기 때문에 애국심을 갖게 된다.

물론 이러한 민주주의적 사회 속에서 생기는 애국심에서 자연발생적 요소가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내가 어떤 특정한 나라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개인은 애국심을 갖기도 한다. 이때 이 애국심이란 매우 비합리적 측면을 지닌다. 왜냐하면 단순히 어디서 태어났기 때문에, 어떤 특정한 무리에 속하기 때문에 자발적으로 이 무리에 속하고, 이 무리의 편에 서고자 하는 감정이란 어떠한 합리적 근거도 가지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를 자연발생적 혹은 비합리적 애국심이라 한다면, 자신의 자발적 소속감을 합리적인 근거를 가지고 설명할 수 있는 합리적 애국심 또한 존재한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헌법이 맘에 들고, 나라의 작동체계가 맘에 들기 때문에, 즉 모든 것들이 옳기 때문에 이 나라에 내가 속해 있다는 사실을 자발적으로 긍정하는 것이 바로 합리적 애국심이다. 적어도 자유주의적으로 이해될 수 있는 현대적 애국심이란 비합리적 애국심을 이러한 합리적 애국심으로 정당화한 형태의 애국심 혹은 합리적 애국심과 동일하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이 논의는 애국심을 매우 단순하게 범주화한 것에 지나지 않지만, 이 두 범주는 검은 꽃이라는 소설 읽기에 매우 유용한 기준을 제공한다.

 

멕시코 이민자들이 과테말라에서 돈을 위해 싸운 것은 중국과 과거 소련에서 국제 사회주의라는 이념을 위해 싸운 것과는 비교된다. 이들은 철저히 개인적인 목적을 위해 싸웠다. 다만 이들은 나중에 일본인이나 중국인으로 죽기 싫어서 나라를 건설한다. 독립된 나라를 건설하는 것, 이것은 식민지 치하에서 많은 이들이 목숨을 바쳐 싸운 목적이었다. 과연 이들의 애국심은 어떠한 범주에 속하는가? 물론 소설 속의 주인공들은 노예적인 계약에 의해 자신이 팔린 경험을 통해 사람  다운 삶이 보장되는 국가, 민주주의 국가를 건설하고자 한다. 하지만 이들이 표상하는 민주주의란 무엇이었을까? 지금처럼 법치국가인가 아니면 추상적인 이념에 불과한가? 왜냐하면 이들에게 국가란 이씨 조선이었고, 이들은 한편으로는 이 빼앗긴 나라를 되살리고자 했기 때문이다. 이씨 조선을 되살리고자 한 것일까? 아니면 멕시코에서의 노동경험을 통해 민주주의 국가에 대한 이념을 배운 것일까? 그리고 그것은 도대체 무슨 계기로? 이들에게 국가 설립의 동기는 비합리적 애국심이 그 토대가 되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자연적으로 주어진 무리로서의 민족 개념이 그 바탕이다. 이 무리가 다른 무리에 의해 침략을 받았고, 이것이 불법적인 것이므로 이것은 다시금 투쟁을 통해 뒤집어 엎어져야 한다. 물론 여기서 이 소설에 대한 분석에 들어가고 싶은 마음은 별로 없다. 그들이 이러 저러한 계기를 통해 민주주의적 인간상에 대한 이념을 획득했다고 해석할 수도 있지만, 또한 반대의 해석 또한 가능하다.

 

친일파의 문제가 다시금 화두가 되고 있다. 식민지 시절에 살던 이들이 추구하던 독립 운동은 대체로 세 가지가 국가 이념을 가지고 있었다.

하나는 이씨 조선의 부활, 하나는 (모순적인 표현이지만) 사회주의적 국가, 다른 하나는 미국식 민주주의 국가.

이들 세 가지 주장 모두 비합리적 애국심을 먼저 바탕으로 하고 있다. 머리 속에 존재하는 '한민족'이라는 무리의 영속성에 대한 확신을 토대로 무리는 자립적인 생을 가질 필요가 있으며, 이것이 빼앗겼다면 다시금 되찾아야 져야 한다.

물론 사회주의적 국가나 미국식 국가를 주장한 이들은 이러한 무리의 함께 삶의 이유를 자기 방식의 이성적 근거로 정당화하고자 했다. 하지만 이들에게 이러한 근거보다는 조선 민족이라는 정체성, 무리 소속감이 더욱 더 중요했다. 그래서 합작이란 게 가능했다. 즉 이들에겐 어떻게 사느냐 보다는 함께 살아야 한다는 게 더욱 중요한 문제였다. 이러한 민족 정체성의 표상 아래에서 민족 배신이라는 친일파의 문제는 매우 중요했다. 하나의 무리에 속하면서 (여기서 이 무리가 어떻게 사느냐, 왜 함께 살아야 하느냐의 질문은 제외되어 있다) 이 무리를 배신하는 것은 자연적인 질서에서 위배된다. 따라서 친일파는 비판되어야 한다.

현대의 국가에서 이 문제를 어떤 식으로 바라보아야 할까? 한 무리 소속의 정당성은 오직 이 무리가 어떻게 사느냐, 올바르게 사느냐 아니면 비이성적으로 사느냐에 따라 정해진다. 이러한 합리적 애국심 개념을 통해 "이민"이라는 현상이 정당화된다.

이민이란 자신이 속하고자 하는 국가를 자신이 선택하는 것이다 (물론 비자발적 이민자들도 있는데, 위에서 살펴본 소설 속의 주인공들이 이에 해당한다). 현대에는 개인이 국가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지닌다. 왜냐하면 애국심, 국가 소속 조차도 개인이 자신이 생각하는 이성적 근거를 통해 선택하고, 정당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어떤 무리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이 무리라는 운명에 속하는 것이 아니라 이 무리가 내가 생각하기에 이성적인 방식으로 살고 있기 때문에 내가 이 무리와 함께 살기를 결정하는 것이 바로 합리적 애국심이다. 이것이 현대에서야 비로소 탄생한 애국심의 한 개념이다. 한국 속의 삶의 방식이 이성적으로 보이고, 사람다운 삶을 보장하지 않는다 든지, 혹은 자신이 생각하는 부의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한다면, 다른 나라로 이민가면 된다. 왜냐하면 이민 간 나라는 이성적 근거에 따라 판단해본다면, 내가 소속해 함께 살아볼 만한 충분한 근거를 지니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대에 사는 우리에게 친일파의 문제는 어떤 식으로 다가올까? 이것이 나의 물음이다.
멕시코 이민자에게 절실했던 무리 소속감으로서의 비합리적 애국심이라는 주제는 너무 낡은 개념임에 분명하다. 한 국가에 대한 애국심은 여기서 어떤 이성적인 삶이 가능하느냐에 의해 근거되어야지, 단순히 이 무리 속에서 태어났기 때문이라는 자연적인 근거로 정당화되어선 안 된다. 그래서 이 소설이 매우 현대적인 시기에 쓰여졌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일제 치하의 의식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 해 약간은 식상했다. 단순히 하나의 이야기라면 그냥 재미 있게 읽을 수 있는 정도? 하지만 남는 건 없는 허무함. 그게 나의 감상이다.
그렇다면 친일파의 문제는? 민족 배신이라는 비현대적인 표현을 어떤 식으로 이해해야 할까? 친일파의 문제는 당시 시대적인 배경 하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무리 소속감이 중요했던 시기에 민족 배신은 분명히 문제적이었음에 틀림 없다. 하지만 현대에, 합리적 애국심이 보편화된 시기에 민족 배신은 하나의 광적인 민족주의가 아닐까? 아니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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