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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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나댜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5건 조회 3,301회 작성일 06-11-25 20:54본문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세상은 혼자 버텨내기는 벅찬 것인지, 다시는 돌아가지 않을 것처럼 뛰쳐나왔지만 이제서야 나를 이루고 있는 그 중심에 그들이, 그들의 기억이 있음을 깨닫는다.
그렇게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내가 얼마나 무심했었는지, 그들이 나를 얼마나 아껴줬었는지, 자갈밭에 주저앉아 조약돌 하나하나 손에 쥐고 들여다보듯 기억의 알맹이들을 찾아내어 읽는다.
몇 년 전부터 친구들에게 사랑고백의 쪽지를 보내곤 한다. 혹은 누군가의 홈피 게시판에 고백의 글을 올리곤 한다. 고마웠다고, 미안했다고, 사랑한다고.
마치 단발머리에 교복을 입은 소녀들이 했을법한 일을 얼굴에 주름이 들어가는 아저씨 되어 시작했다.
며칠 전에도 느닷없는 대학입학동창 친구의 인사에 들여다보니 친구는 예쁜 아가의 엄마가 되어있다. 친구의 사진과 아가의 사진들을 들여다보고 있자니 옛 추억들이 조약돌 되어 데구르르 쏟아진다. 절친한 사이는 아니지만, 친구는 늘 내게 힘이 되어주는 존재였음을 오늘에야 깨닫는다. ‘고마워’라고 했다. 결혼한 친구에게 차마 사랑한다는 말은 할 수 없고 고마워 라고 했다.
한국에서 이런 쪽지, 편지를 받아보는 친구들은 피식 웃을지도, 촛불 켜놓은 깜깜한 새벽에 쓴 편지를 훤한 대낮에 읽는 낯 간지럼에 웃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떠랴, 그리 길지도 않은 인생, 고맙다 사랑한다 말 한번 더하는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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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365happy님의 댓글
365happy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사랑한다는 말을 남자보다 여자 친구들에게 더 많이 듣고 사는 것 같습니다. 물론 남자들보다 여자들을 더 좋아합니다. 그렇다고 동성애자는 아닙니다. 다들 결혼을 하였고 몇 명씩 자식을 둔 친구들입니다. 그들은 아직도 사랑한다는 말을 합니다.
남자와 여자의 성을 잊은 사랑, 그게 진짜 사랑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사랑한다는 말에 많이 인색합니다. 사랑에 대한 정의가 너무 철저해서 그렇다고 나름 변명도 해봅니다. 제가 믿는 그런 사랑을 본 적도 없고, 해보지도 못했습니다. 사랑이라고 생각 했는데 사랑이 아니었지요.
이런 저에게도 언젠가부터 변화가 있습니다. 사랑한다는 말은 아직도 쉽게 못합니다. 하지만 사랑한다는 말 대신 emoticon_024를 그려 줍니다.
나댜님의 댓글의 댓글
나댜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한국 남자들이 사랑한다는 말을 잘 안하는 건 사실인 것 같아요. 요즘 젊은 층이야 다르겠지만요. 남자들 사이에선 사랑한다는 표현 절대 안하죠.(제 친구들은 여성이 많아요^^)
그런가 하면 여성들은 사랑한다는 표현 뿐만 아니라 손을 잡거나 팔짱을 끼거나하는 스킨쉽도 많죠. 독일친구들이 그런 한국여성들을 보곤 제게 '한국엔 레스비언이 많냐'라고 물어봤으니, 여성의 특징이라기 보단 한국 내 문화인 것 같아요.
이것도 페미니즘 시각으로 생각해볼 수 있겠으나... 피곤해서 접습니다.. 잘래요^^
Blackmarket님의 댓글의 댓글
Blackmarket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독일에도 그런 애들 굉장히 많이 봤습니다만...
´사랑합니다`라..개인적으로 굉장히 생소한 말이군요...
뭐 어리니까 그런 말을 많이 들어보지 못한거겠지만...
디디님의 댓글의 댓글
디디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전, 사랑한다는 말 많이 합니다.
문제는 많이 함으로 인해 희소성이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친구라는 말도 마찬가지라 생각합니다.
쪽지는 아직도 낯섭니다. 하지만 쪽지를 받는 것은 정말 기분 좋은 일입니다.
Blackmarket님의 댓글의 댓글
Blackmarket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전 아직까지 별로 해본적이 없군요.
부모님에게 한거 10번 이하 정도...
그거 외에는...
사랑과는 거리가 먼 부산싸나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