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식 토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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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하일트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조회 4,163회 작성일 01-08-10 20:10본문
독일에서 대학생활 시작했을때(어, 이렇게 쓰니까 내가 무슨 고참유학생 같네 ^^;;) 되게 신기했던 게 '여기는 대자보가 안보이네'였습니다. 개강파티 한다는 포스터나 싸게 어학연수 보내준다는 광고 포스터, 방구한다거나 나한테 영어 가르쳐줄 미국넘 찾는다는 유의 종이 쪼가리는 게시판에 차고 넘쳤지만 한국 대학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대자보들과 비슷한 내용은 없더라구요.
정치, 경제적인 내용부터 학교앞 모모 분식점 쥔장 되게 불친절하더라, 등록금은 왜 또 오르냐, 이번 학생회 되게 일못한다 등등 각종 주제에 관해 글쓴 사람의 생각을 나타내는 대자보가 붙으면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옆에 다른 생각 하는 사람이 또 맞장뜨는 대자보 붙이고(분식점 쥔장 내가 갔을땐 디게 친절하더라, 혹시 잘못한 건 네넘 아니냐) 그럼 지나가는 사람들도 여백에다 한마디씩 자기 생각 남기고 그러다 논쟁이 첨예화 되면 제 3자 중 하나가 나서서 '늬들은 어케 생각하냐'면서 투표용 대자보까지 붙였죠. 전 한국에서 학교 다닐때 강의실에서만이 아니라 강의실 가는 길에 나붙은 대자보들 보면서도 많이 배웠습니다.
그리고 화장실 낙서! 연애 문제 조언부터 시작해서 신이 있네없네, 외계인이 있네없네 문제까지 못건드리던 화제가 없었습니다(UFO봤다는 사람, 얼마나 자랑스러웠음 화장실까지 와서 자랑을 했을까 --;;). 아울러 중고딩 시절 각 반마다 한 권 이상씩 굴러다니던 날적이나 낙서장(대학교 과방이나 동아리방에도 종종 보이죠)도 사고력과 문장력 향상에 어설픈 논술과외보다 훨 낫슴다.
게다가 인터넷의 발달으로 이제 한국인들은 자기 방이나 동네 겜방에서도 전국의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과 일본의 교과서 문제에 어떻게 대처할까를 논의할 수 있는 시설을 구축하게 되었져(인터넷 선진국 대한민국 만셈다). 엔간한 사이버 동호회 가보십셔. 토론방 없는 데가 어딨나. 그리고 이런 인터넷 토론 게시판들 가보면 타고난 말빨과 사고력에 날밤을 새는 수많은 실전으로 단련된 엄청난 내공의 소유자들 많슴다. '이 사람 등단하면 직업 칼럼니스트들 다 밥숟가락 놓지'싶은 사람들말입니다. 물론 물흐리는 미꾸라지들도 많습니다만 원래 어떤 게임이든 열나 잘하는 넘 있음 못하는 넘들이 그보다 많은 법 아닙니까.
전 결코 한국 사람들 논리적 사고력이나 글빨이 모자란다고 생각안합니다. 토론 자체를 싫어하는 것도 아니구여. 판만 벌여주면 얼마나 신나게 잘 노는데여. 그럼 문제없냐구여? 그건 아니져.
한국 사람들 상대방 얼굴 안보고 있을때는 치열하게 토론 잘합니다. 그런데 오프 라인 모임에서는 쥐약이져. 실제로 얼굴을 맞대게 되면 상대방 연배도 대충 알게 되고 통성명 하다 어느 학교 나왔는지 고향이 어딘지 얘기도 하고 그러다보면 서로 중간에 한두 다리 거쳐 아는 사람 되고...이렇게 상대방에 대해 개인적으로 알게 되는 즉시 한국인들의 논쟁에 대한 전의는 사그라듭니다. 그렇잖아여. 몇학번 위인 사람에게, 혹은 나보다 사회 경험 많은 사람에게 함부로 떠들다가는 '건방진 넘 아니냐' '뭘 안다고 까부냐'라는 소리 나올테고 뭐 상대방 본인은 마음이 하늘같이 넓어 허허 웃으며 이해해주더라도 좀 논쟁이 과열된다 싶음 주위에서 '재미없다, 딴 얘기하자'는 소리 나오고. 분위기가 안살져(사실은 저도 주로 침튀기며 설전 벌이는 사람들 옆에서 꾸벅꾸벅 졸다가 부시시 일어난 뒤 '두부 김치 하나 더 시켜도 되여'하고 판 엎어버리는 역이었슴다 -_-;;). 아니면 반대로 지나치게 과열돼서 주먹질로 서로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사태가 벌어질지도.
베리의 자유게시판은 자유게시판이라는 간판이 무색하게 갖가지 토론이 활발하게 벌어지는 장소입니다(원래 자유게시판이란 새로 나온 삼행시 시리즈나 '나 오늘 비와서 김치전 부쳐먹었다, 늬들도 좋은 하루 보냈냐'유의 신변잡기적 수다가 본령이거늘 ^^;;). 그런데 전 가끔 생각합니다. 만약 베리가 온라인만큼 오프라인도 활발한 곳이어서 곧잘 번개나 정모도 때리고 그래서 게시판 죽돌이, 죽순이들끼리 서로 얼굴 다 알고 집에 수저 몇벌 있는지까지 두루루 꿰는 상황이더라도 이런 분위기가 유지될 수 있을까 하구여. 아마...좀 다르겠져?
우 08/10[14:57]
그런데 '정모'는 왜 때리지요. 아프게.
정치, 경제적인 내용부터 학교앞 모모 분식점 쥔장 되게 불친절하더라, 등록금은 왜 또 오르냐, 이번 학생회 되게 일못한다 등등 각종 주제에 관해 글쓴 사람의 생각을 나타내는 대자보가 붙으면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옆에 다른 생각 하는 사람이 또 맞장뜨는 대자보 붙이고(분식점 쥔장 내가 갔을땐 디게 친절하더라, 혹시 잘못한 건 네넘 아니냐) 그럼 지나가는 사람들도 여백에다 한마디씩 자기 생각 남기고 그러다 논쟁이 첨예화 되면 제 3자 중 하나가 나서서 '늬들은 어케 생각하냐'면서 투표용 대자보까지 붙였죠. 전 한국에서 학교 다닐때 강의실에서만이 아니라 강의실 가는 길에 나붙은 대자보들 보면서도 많이 배웠습니다.
그리고 화장실 낙서! 연애 문제 조언부터 시작해서 신이 있네없네, 외계인이 있네없네 문제까지 못건드리던 화제가 없었습니다(UFO봤다는 사람, 얼마나 자랑스러웠음 화장실까지 와서 자랑을 했을까 --;;). 아울러 중고딩 시절 각 반마다 한 권 이상씩 굴러다니던 날적이나 낙서장(대학교 과방이나 동아리방에도 종종 보이죠)도 사고력과 문장력 향상에 어설픈 논술과외보다 훨 낫슴다.
게다가 인터넷의 발달으로 이제 한국인들은 자기 방이나 동네 겜방에서도 전국의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과 일본의 교과서 문제에 어떻게 대처할까를 논의할 수 있는 시설을 구축하게 되었져(인터넷 선진국 대한민국 만셈다). 엔간한 사이버 동호회 가보십셔. 토론방 없는 데가 어딨나. 그리고 이런 인터넷 토론 게시판들 가보면 타고난 말빨과 사고력에 날밤을 새는 수많은 실전으로 단련된 엄청난 내공의 소유자들 많슴다. '이 사람 등단하면 직업 칼럼니스트들 다 밥숟가락 놓지'싶은 사람들말입니다. 물론 물흐리는 미꾸라지들도 많습니다만 원래 어떤 게임이든 열나 잘하는 넘 있음 못하는 넘들이 그보다 많은 법 아닙니까.
전 결코 한국 사람들 논리적 사고력이나 글빨이 모자란다고 생각안합니다. 토론 자체를 싫어하는 것도 아니구여. 판만 벌여주면 얼마나 신나게 잘 노는데여. 그럼 문제없냐구여? 그건 아니져.
한국 사람들 상대방 얼굴 안보고 있을때는 치열하게 토론 잘합니다. 그런데 오프 라인 모임에서는 쥐약이져. 실제로 얼굴을 맞대게 되면 상대방 연배도 대충 알게 되고 통성명 하다 어느 학교 나왔는지 고향이 어딘지 얘기도 하고 그러다보면 서로 중간에 한두 다리 거쳐 아는 사람 되고...이렇게 상대방에 대해 개인적으로 알게 되는 즉시 한국인들의 논쟁에 대한 전의는 사그라듭니다. 그렇잖아여. 몇학번 위인 사람에게, 혹은 나보다 사회 경험 많은 사람에게 함부로 떠들다가는 '건방진 넘 아니냐' '뭘 안다고 까부냐'라는 소리 나올테고 뭐 상대방 본인은 마음이 하늘같이 넓어 허허 웃으며 이해해주더라도 좀 논쟁이 과열된다 싶음 주위에서 '재미없다, 딴 얘기하자'는 소리 나오고. 분위기가 안살져(사실은 저도 주로 침튀기며 설전 벌이는 사람들 옆에서 꾸벅꾸벅 졸다가 부시시 일어난 뒤 '두부 김치 하나 더 시켜도 되여'하고 판 엎어버리는 역이었슴다 -_-;;). 아니면 반대로 지나치게 과열돼서 주먹질로 서로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사태가 벌어질지도.
베리의 자유게시판은 자유게시판이라는 간판이 무색하게 갖가지 토론이 활발하게 벌어지는 장소입니다(원래 자유게시판이란 새로 나온 삼행시 시리즈나 '나 오늘 비와서 김치전 부쳐먹었다, 늬들도 좋은 하루 보냈냐'유의 신변잡기적 수다가 본령이거늘 ^^;;). 그런데 전 가끔 생각합니다. 만약 베리가 온라인만큼 오프라인도 활발한 곳이어서 곧잘 번개나 정모도 때리고 그래서 게시판 죽돌이, 죽순이들끼리 서로 얼굴 다 알고 집에 수저 몇벌 있는지까지 두루루 꿰는 상황이더라도 이런 분위기가 유지될 수 있을까 하구여. 아마...좀 다르겠져?
우 08/10[14:57]
그런데 '정모'는 왜 때리지요. 아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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