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세어라 금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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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팬교주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5건 조회 3,303회 작성일 06-06-27 17:17본문
저는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부산 출신입니다. 비록 아주 어렸을 적에 서울로 올라왔지만, 아직도 영도다리가 올라가는 모습을 기억합니다. (사실은 한 번밖에 못봤음.^^;;)
너무나 흔하고 쉽게들 '굳세어라 금순아'를 외치지만, 문득 그 가사를 읽어보면, 정말로 기가 막힙니다. 흥남 철수라는 사건의 역사적 배경, 그 겨울 부두에서 배를 탈 수 있었던 피난민과, 기약도 없이 헤어진 가족들, 그 날의 눈보라와 눈물까지도 얼어붙었을 추위.... 우리는 월남 '패망'이라는 날의 비디오는 자주 떠올리지만, 그런 모습이 우리에게도 있었다는, 아니, 오히려 그 추위와 눈보라 때문에 더욱 절망적이었을 그 날의 모습들을 잊고 사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칸막이가 되지도 못한 배에서 살기 위해 갑판에서 바람을 맞으며 빼곡하게 발 디딜 틈도 없이 해군 함정에 올랐던, 가족의 손도 놓치고 절망하며 고향을 떠나던 모습들, 아마 그중에는 그 날이후 죽을 때까지 사랑하는 가족을 보지 못한 분들도 계실 겁니다.
그런 사정으로 가사를 읽으니, 눈시울이 뜨겁기도 합니다. 이런 내용과는 반대로, 정작 멜로디는 폴카 리듬처럼 폴짝폴짝 뛰는 분위기... 늘어지는 노래보다 오히려 처연합니다.
1.눈보라가 휘날리는 바람찬 흥남부두에
목을놓아 불러봤다 찾아를 봤다
금순아 어디로가고 길을잃고 헤매었던가
피눈물을 흘리면서 일사이후 나홀로왔다
2.일가친척 없는몸이 지금은 무엇을하나
이내몸은 국제시장 장사치기다
금순아 보고싶구나 고향꿈도 그리워진다
영도다리 난간위에 초생달만 외로이떴다
3.철의 장막 모진 설음 받고서 살아를 간들
천지간에 너와 난데 변함 있으랴
금순아 굳세어다오 북진 통일 그날이 되면
손을 잡고 울어 보자 얼싸 안고 춤도 춰보자
현인이라는 가수분이셨죠. 최초로 정식 고전음악을 배운 대중가수라고 합니다. 동경의 우에노 음악학교에서 성악을 전공하고 2002년 당뇨합병으로 돌아가실 때까지, 일천 곡이 넘는 노래를 부르셨다는군요. 그중의 유명한 곡들이, 신라의 달밤, 서울 야곡, 굳세어라 금순아, 비내리는 고모령.... 등등. 무심코 듣다가는 고리타분한 뽕짝이라고 여겼지만, 그 가사 한 줄마다, 숨어있는 사연을 생각하며 들으니, 정말 가슴을 칩니다.
실력이 있으면, 이 노래를 짠짠짠 하고 나오게 할 수도 있겠지만, 저는 그런 실력이 없는 관계로, 그 작업은 요새 더욱 불쌍해지신 나디아님께 맡깁니다. 가사를 음미하며 시대를 돌이켜 보면서 들으면 새삼스러울 겁니다. 지금, 독일에서, 혹은 다른 곳에서, 가족과 떨어져 계시는 분들. 모두들 발전과 희망을 위해서 떨어져 계시죠. 그런데, 이 노래의 내용은 죽을지 살지, 다시 만날지도 모르는 상황이었습니다.
현인씨의 인생역정도 다시 살펴보니, 정말 풍운아라는 표현이 저절로 떠오르는군요.
우리 모두 익숙한 모든 것들을 다시 한 번 되돌아 봅시다.
(핑계들 대지 마시고, 가족들에게 전화 때리십쇼!)
댓글목록
팬교주님의 댓글
팬교주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피눈물을 흘리면서 일사이후 나홀로왔다.>,
<영도다리 난간위에 초생달만 외로이떴다.>
이 두 귀절이 가슴에 팍! 박힙니다. 여러분들은 어떠십니까?
일사 후퇴이후에 피눈물을 흘리며 나홀로 살다가
지나치는 영도다리... 그 위에 무심히 떠있는 시린 초생달.
....
현인 선생의 노래비가 영도다리 앞에 세워져 있다고 합니다.
서동철님의 댓글
서동철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님 말씀 듣고 보니 '신라의 달밤'에서 들었던 그의 독특한 창법이 문득 떠오르네요. 스타카토 식이라고나 할까, "... 다.아.알.바.암.이.여.어." 그런 다음 레가토로 이어지지요: "부울국사의 조옹소오리..."
영도 다리..., 제 엄니가 영도국민학교 출신인지라 저와도 인연이 있는 모습입니다.
들풀님의 댓글
들풀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그래서 제가 뽕짝을 좋아합니다...
(트로트라고 하면 왠지 맛이 안남)
가사를 조금씩 음미해보면 완벽한 시 한편임을 느낍니다....
내일이면 잊으리...꼭 잊으리..
맆스틱 짙게 바르고..
사랑이란 길지가 않더라..
영원하지도 않더라...
아침에 피었다가 저녁에 지고마는..
나팔꽃보다 짧은 사랑아..
속절없는 사랑아...
마지막 선물 ...잊어주리라...
맆스틱 짙게 바르고...
별이지고 이밤도 가고나면..
내 정녕 당신을 잊어주리라....
햐~~~
제가 언제 이노래 한번 불러드려야 할텐데...
Lisamarie님의 댓글
Lisamarie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팬님
그럼 저는 지금 부터 " 처녀 뱃사공" 을 연습 할까요 . 아니면
" 굳세어라 금순아"를 연습 할까요.
다음에 모두 한번 만나면 제가 한번 불러 보려 고요. ....emoticon_145
Lisamarie님의 댓글
Lisamarie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팬님
바보 같은 리사마리는 처음가사의 뜻을 하나도 제대로 이해 하지 못했었습니다.
흥남 부두가 뭔가 했더니 북한 함경도 지방의 항구 도시의 부두ㅡ 겨울이면 남쪽 과는 비교가 안되게 추웠을.
일사때 라는 것은 일사 후퇴 라는 것 이고요.
부신의 국제 시장 이란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이 노래를 부르는 사람은 금순이의 남편 일까요 . 약혼자, 오빠 ?
손을잡고 울어보자 얼싸 안고 춤도 춰보자고 하더니
그럴 가능성 아직 남아 있나요.
그래도 이 독일은 가족이 만날 가능성은 있었죠.
마샬 플란으로 쏟아져 들어온 돈으로 처음에 고생은 했어도 금방 먹고 살만 해졌고요.
노래 못지 않게 팬님의 글솜씨도 폴카 못지 않게 생동감 있어 처음엔 하나도 이해도 못한 저.
지금 눈물이 쏟아져요.
저 어려움 없이 북한에 갈수 있습니다.
가서 금순이 찾아서 안부 알아보고 이 노래 부른 분께 금순이 잘있더라고 안부라도 전해 주고 싶지만
너무 오래 전에 일이잖아요.
세월이 너무 흘렀습니다.
같은 한국 땅에 살고 있으면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