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남자 친구는 게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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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똥무덤이름으로 검색 댓글 2건 조회 5,012회 작성일 01-08-02 21:28본문
"거긴 나 같은 인간도 결혼할 수 있다며?"
"그래."
"그럴 수 있다는 게 믿어지지 않아. 씨발, 하루 종일 괜히 눈물 나더라."
"왜?"
"울엄마 생각에. 서른 한참 넘었는데, 여태 장가 못 간다구. 어제도 우시더라."
"또 가슴이 찢어졌겠구만! 야, 너두 이리로 와서 맘 편하게 살면 안되냐?"
"칠순이 다 된 엄마는 어쩌구!"
"그래, 있을 때까지 잘해라. 어쩌겠냐"
"버틸 때까지 버티려고 하는데, 잘 안된다. 요즘엔..."
국제 전화를 끊고 하늘을 보니 또 비가 내린다.
저 놈의 청승맞은 비는 언제쯤 그칠련지...
'저 눔의 하늘은 구멍이 났나?'
아낌없이 쏟아져 내리던 서울이 하늘이 불현 그립지만 사람들 속에 묻혀 살고 싶은 생각은 아직도 없다. 앞으로도 없을 것 같다. 녀석의 전화가 그걸 또다시 확인시켜주었다.
내 친구는 게이다.
나는 내 친구의 첫 커밍아웃 상대가 되었던 여자다.
다들 알겠지만 커밍아웃이란 나는 이런 사람이오! 하고 그간 혼자서 터지고 터졌던 상처를 드러내 보여주는 눈물겨운 일이다. 세상에 돌팔매질 받지 않고 살아도 될만한 사람이 이 땅에 몇명이나 된다고, 왜 그들은 죄스러운 듯 고백을 해야 하는가? 남과 다르게 태어난 것을 어쩌란 말인가?
커밍아웃하던 날, 뭐가 그리 서러웠던지 둘이 많이 울었다.
그때 나는 서울에 살았고 이렇게 지금 독일땅에 살게 될지는 꿈도 꾸지 않았을 때였다.
지금 나는 독일이 좋다. 떠나고만 싶었던 한국은 이제 그리움으로 남아 그 나름대로 모든 게 애뜻하다.
남과 다르면 살아가기 너무 어려운 한국, 동성연애자의 결혼을 허용한다고 발표한 독일, 제도적인 허용은 사회구성원 대다수의 인정이 있을 때만이 가능한 일이다.
각자의 삶이 다름을 인정해주고, 그 나름대로의 가치를 인정해주는 독일이 그래서 난 좋다. 독일은 한국보다는 상식적인 사회가 아니던가? 적어도 내겐 그렇다. 아니라고 발 걷어부치고 쌈걸려고 하는 사람은 사회생활을 아직 해보지 못한 순수한 사람들일게다. 난 그들의 순수함을 존중하고 싶다. 한국에 돌아가서 타인을 삶을 존중해주고, 남과 다르게 살아갈 수 밖에 없는 많은 사람들을 인정해주는 사람들이라면 말이다. ( 남과 다른 이상, 남과 다른 환경, 남보다 못한 위치 등등으로 혼자 괴로워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니...)
도대체 어떻게 모두들 똑같은 모습으로 살아간단 말인가?
그게 비정상식인 사회가 아닌가? 한자리의 꽃도 향기가 다르고 한뿌리에서 자란 나무의 잎들도 모두 모양새가 다른 것을...
무슨 말을 하고 싶어 이 글을 쓰기 시작했던 걸까? 이젠 독일인의 논리정연함을 배울때도 되었는데...
한국의 동성연애자들은 가까운 사람들에게 커밍아웃을 하자. 그 말을 하고 싶었나?
친구 녀석이 내게 커밍아웃을 하기 전에 동성연애란 내게 먼 주제였지만 지금은 안되는 독일어로 동성 연애자의 삶에 관한 책을 읽기까지 하고 있으니...
뇌성마비 아이였던 민주를 사귀기 전에 장애인 문제가 다가오지 않았었고, 네팔 노동자인 굽타를 만나기 전에 외국인 노동자 문제가 한갖 남의 일이었던 것처럼, 가까이서 느끼는 게 해결의 첫 출발점이다. 민심을 얻으면 제도까지 바뀔 수 있으니...
'이 눔아, 게이면 어떻냐? 이 세상에 상처없는 영혼이 어디 있다고? ...'
그냥 녀석을, 그리고 나를 위로하고 싶었던 것 같다.
Ps. 참, 이곳은 구 동독 지역이다. 사람들, 특히 한국 사람들은 이곳에 네오나치만 사는 줄 안다. 절대 그렇지 않다. 난 이곳에서, 이곳 사람들을 보며 삶을 사는 자세를 다시 배운다. 눈빛이 맑고 깊은 사람들이 내 주변에 얼마나 많은지, 언젠가 차츰차츰 이야기할 기회가 왔으면 좋겠다. 사람에 대한 편견, 내가 잘 모르는 세상에 대한 편견, 어떤 사물이나 사건을 판단하고 거론할 때 그 일이 내게 일어났다면, 하고 한번쯤 생각하면 어떨까?
우리들은 자신에겐 너무 관대하고, 타인에겐 지나치게 비판적이지 않은지...
"그래."
"그럴 수 있다는 게 믿어지지 않아. 씨발, 하루 종일 괜히 눈물 나더라."
"왜?"
"울엄마 생각에. 서른 한참 넘었는데, 여태 장가 못 간다구. 어제도 우시더라."
"또 가슴이 찢어졌겠구만! 야, 너두 이리로 와서 맘 편하게 살면 안되냐?"
"칠순이 다 된 엄마는 어쩌구!"
"그래, 있을 때까지 잘해라. 어쩌겠냐"
"버틸 때까지 버티려고 하는데, 잘 안된다. 요즘엔..."
국제 전화를 끊고 하늘을 보니 또 비가 내린다.
저 놈의 청승맞은 비는 언제쯤 그칠련지...
'저 눔의 하늘은 구멍이 났나?'
아낌없이 쏟아져 내리던 서울이 하늘이 불현 그립지만 사람들 속에 묻혀 살고 싶은 생각은 아직도 없다. 앞으로도 없을 것 같다. 녀석의 전화가 그걸 또다시 확인시켜주었다.
내 친구는 게이다.
나는 내 친구의 첫 커밍아웃 상대가 되었던 여자다.
다들 알겠지만 커밍아웃이란 나는 이런 사람이오! 하고 그간 혼자서 터지고 터졌던 상처를 드러내 보여주는 눈물겨운 일이다. 세상에 돌팔매질 받지 않고 살아도 될만한 사람이 이 땅에 몇명이나 된다고, 왜 그들은 죄스러운 듯 고백을 해야 하는가? 남과 다르게 태어난 것을 어쩌란 말인가?
커밍아웃하던 날, 뭐가 그리 서러웠던지 둘이 많이 울었다.
그때 나는 서울에 살았고 이렇게 지금 독일땅에 살게 될지는 꿈도 꾸지 않았을 때였다.
지금 나는 독일이 좋다. 떠나고만 싶었던 한국은 이제 그리움으로 남아 그 나름대로 모든 게 애뜻하다.
남과 다르면 살아가기 너무 어려운 한국, 동성연애자의 결혼을 허용한다고 발표한 독일, 제도적인 허용은 사회구성원 대다수의 인정이 있을 때만이 가능한 일이다.
각자의 삶이 다름을 인정해주고, 그 나름대로의 가치를 인정해주는 독일이 그래서 난 좋다. 독일은 한국보다는 상식적인 사회가 아니던가? 적어도 내겐 그렇다. 아니라고 발 걷어부치고 쌈걸려고 하는 사람은 사회생활을 아직 해보지 못한 순수한 사람들일게다. 난 그들의 순수함을 존중하고 싶다. 한국에 돌아가서 타인을 삶을 존중해주고, 남과 다르게 살아갈 수 밖에 없는 많은 사람들을 인정해주는 사람들이라면 말이다. ( 남과 다른 이상, 남과 다른 환경, 남보다 못한 위치 등등으로 혼자 괴로워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니...)
도대체 어떻게 모두들 똑같은 모습으로 살아간단 말인가?
그게 비정상식인 사회가 아닌가? 한자리의 꽃도 향기가 다르고 한뿌리에서 자란 나무의 잎들도 모두 모양새가 다른 것을...
무슨 말을 하고 싶어 이 글을 쓰기 시작했던 걸까? 이젠 독일인의 논리정연함을 배울때도 되었는데...
한국의 동성연애자들은 가까운 사람들에게 커밍아웃을 하자. 그 말을 하고 싶었나?
친구 녀석이 내게 커밍아웃을 하기 전에 동성연애란 내게 먼 주제였지만 지금은 안되는 독일어로 동성 연애자의 삶에 관한 책을 읽기까지 하고 있으니...
뇌성마비 아이였던 민주를 사귀기 전에 장애인 문제가 다가오지 않았었고, 네팔 노동자인 굽타를 만나기 전에 외국인 노동자 문제가 한갖 남의 일이었던 것처럼, 가까이서 느끼는 게 해결의 첫 출발점이다. 민심을 얻으면 제도까지 바뀔 수 있으니...
'이 눔아, 게이면 어떻냐? 이 세상에 상처없는 영혼이 어디 있다고? ...'
그냥 녀석을, 그리고 나를 위로하고 싶었던 것 같다.
Ps. 참, 이곳은 구 동독 지역이다. 사람들, 특히 한국 사람들은 이곳에 네오나치만 사는 줄 안다. 절대 그렇지 않다. 난 이곳에서, 이곳 사람들을 보며 삶을 사는 자세를 다시 배운다. 눈빛이 맑고 깊은 사람들이 내 주변에 얼마나 많은지, 언젠가 차츰차츰 이야기할 기회가 왔으면 좋겠다. 사람에 대한 편견, 내가 잘 모르는 세상에 대한 편견, 어떤 사물이나 사건을 판단하고 거론할 때 그 일이 내게 일어났다면, 하고 한번쯤 생각하면 어떨까?
우리들은 자신에겐 너무 관대하고, 타인에겐 지나치게 비판적이지 않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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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고래니님의 댓글
고래니이름으로 검색 작성일62.226.224.141 <br> 참 좋은 글이네요. 우리나라에서도 동성애자간의 결혼이 빨리 허용되어야 할텐데... -_-;;; <br>
자유로니님의 댓글
자유로니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17.1.110.4 <br> 저도 한표를 던집니다. 방가. <b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