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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6

페이지 정보

작성자 나디아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2,731회 작성일 05-08-13 06:09

본문

사랑에 관한 인상주의적 리얼러티



화양연화에서 그랬듯이 푸른 녹색, 노란색, 붉은색 계열의 세 가지 색을 의도적으로 뽑아낸다. 그것은 실제 그 사물의 색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빛에 의하여 변화하는 사물의 외피를 담아내는 것이다. 해의 기울기가 변화함에 따라 찻잔은 검은 색에서 투명한 파란 색으로 다시 무채색으로. 달리는 기차 밖의 빛에 따라서 여인의 피부는 붉은빛으로 푸른빛으로 노란빛으로 그리고 빛깔을 잃어버린다. 2046안, 붉은 조명아래 여인의 눈물은 차가운 푸른빛의 통로에서 웃음으로 변한다, 마치 냉혈적 조소를 세상에 뿌리듯이. 영화 안에서 사물의 고유색은 없다, 어디에서도 견고한 일의적 본질을 획득할 수가 없다. 유황 끝의 거친 마찰음으로 작지만 뜨거운 불빛 하나만 지피기만해도 그 모든 것이 마술처럼 변화할 것만 같은, 모래바람일어 그들을 거칠게 긁어내면 모든 색깔이 벗겨지고 앙상한 골격을 드러낼 것만 같은.


60년대의 그들은 흐트러짐이 없는 모습을 가꾼다, 머리에서 옷과 신발까지 자신을 완벽하게 정리하는 그들은 어쩌면 보이지 않는 상처를 더욱 철저히 가리기위한 몸짓일지도 모른다. 과거의 상처, 계속하여 긁히고 찢어지는 가슴들, 그들의 사랑은 그렇게, 이미 낡았나 싶어도 또 낡고, 더 이상 닳을 곳이 없을 듯싶었으나 또 닳아 마모되어진다. 눈물 흘리는 그들의 배경은 성한 곳 없이 긁히고 표피가 벗겨진 벽들, 거울들, 문짝들. 세월 무겁게 짓눌린 명치를 담아 손톱을 곧게 세우고 그 벽을 할퀴면 물기 먹은 각설탕이 부서지듯 그렇게 무너질 것만 같은 그들은, 하지만 시시각각 찬란한 색을 내뿜는 이들은 그들이다.


처음부터 결실을 얻지 못할 사랑이었기에 언어를 상실한 정적으로 그 열병이, 희열이 점철된 화양연화를 과거라는 기억으로 둔 그는 이제 연애행각의 프로가 되었다. 그것은 어쩌면 자괴감으로서의 자신을 은폐시키는 또 하나의 방법일지도 모른다. 발이 없어 마지막 추락이 오기 전까지는 끝없이 비행 해야만 하는 새 이야기를 하는 한 친구를 보낸 그가 깨끗한 정장에 두터운 지폐와 잘 다려진 손수건을 넣고 빗으로 머리를 완벽하게 쓰다듬듯이.


창밖으로는 쉬지 않고 지나치는 시간만이 있는 2046. 그곳엔 낡거나 마모된 무엇들이 없다. 먼지하나 지문하나 찾을 수 없는 곳에서 완벽한 피부를 지닌 어느 이가 부족한 체온을 채워줄 나를 기다린다. 그곳에서 유일하게 흐트러지고 마모되어 낡은 것은 나 자신 뿐. 동공이 확대되어버린 사랑의 열병에서 나라는 존재는 바로 그러한 것이지만, 존재의 합일이 아닌 대상의 사랑이란 것이 그러하듯, 반복되는 사랑 속에서 의식적이건 무의식적이건 지난 기억의 한 줌을 얹으려는 사랑은 결국 하차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어긋나는 시간과 장소와 만남과 사랑은 결국 한줌의 재가 된다, 시간의 재. 화염 속에 휩쓸리고 결국 재만이 남았을 때, 눈에 보이지 않기에 오히려 그 재 속엔 과거와 사건의 모든 것과 그 속에서의 염원이 담기고 현재의 나와 미래를 조정하는 강력한 추가된다.

하지만 과연 하차할 수 있을까?


문득 어느 자살자의 수기가 떠오른다.


‘사랑? 사랑이란 무엇일까? 한 개의 육체와 영혼이 분열하여 탄소, 수소, 질소, 산소, 염, 기타의 각 원소로 환원하려고 할 때 그것을 막는 것이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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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가을님의 댓글

가을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난 이 글의 말미에 이런 생각이 떠오른다.
 ‘사랑? 사랑이란 무엇일까? 한 개의 육체와 영혼이 분열하여 탄소, 수소, 질소, 산소, 염, 기타의 각 원소로 환원하려고 하는 것을 촉발시키거나  그것을 유도하는 것도 사랑이다... ’

음, 사랑이 무어냐고 물으신다면 눈물의 씨앗이라고 말하겠어요~,,, 운운하던 노래가 한 시대를 풍미했었지요. 그 때 내 나이 몇 이었을까.. 어린 나이였던 건 확실합니다. 옆 집 라디오나 우리집 트랜지스터 라디오에서 흘러 나오던 노래. 어린 마음에도 왠지 퇴폐적으로 느껴졌었습니다.. 왠지 우리가 알수없는 뭔가를 몰래 숨기고 있는듯한 비밀스런 창고 같은 느낌이었던 것도 기억나구요.
사랑, 사랑..
....
그냥 중얼거리고 싶었습니다. 휴, 사랑.. 그게 뭐냐고오오~~~ 나이 마흔이 가까워 아직도 여전히 그런 단어 때문에 머리가 잠시 흔들려야 되겠느냐고오오~~ 흐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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