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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저 거미줄의 나비를 구할까

페이지 정보

작성자 가을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3건 조회 3,004회 작성일 05-08-12 12:24

본문

 

집으로 오는 길.

나무와 나무 사이에 거미줄을 치는 거미를 보았다. 그들은 오르락거리며 내리락거리며 부지런히 집을 만들고 있었다. 먹이 집. 가는 날개로 날아다니는, 엷은 날개를 가진 날 것들을 잡아 영양분을 만들고 알을 낳고 새끼를 치기 위해 그들은 황혼의 공중에 집을 짓고 있었다. 덫을 치고 있었다. 함정을 만들고 있었다.

늦여름, 가을이 저만큼에서 나를 바라보는 간극의 계절, 날아다니는 얇은 날개의 벌레들은 많았다.. 아주 많았다. 거미들은 부지런히 일해야 한다. 가을은 짧고 겨울은 길다. 거미가 관목 사이에 거미줄을 치는 시간이면 하늘 한 귀퉁이에서 반짝이는 별을 볼 수 있다. 거미는 별도 보지 않고 일을 한다. 거미에겐 별이 무용한 유리조각일까. 거미에게 가치있는 것은 얇은 날개를 가진 날 것들 뿐인가?  

 

<어둠이 내리는 거리

쓸쓸한 길모퉁이

커다란 거미줄 위에

나비 하나 걸려있네

사람들 모두 떠나고

나비는 파닥이네

나 혼자 멍하니 서서

나비를 바라본다

누가 저 거미줄에 나비를 구할까

들길 꽃길 마음대로 날려 보내줄까

누가 저 거미줄에 나비를 구할까

푸른 하늘 마음대로 날려 보낼까

그 고운 꽃길을 두고

어디서 날아왔니

그 고운 들길을 두고

어디서 날아왔니>


아주 오래 전, 80년대의 어느 날 오후. 대학 교정, 인문대에서 사회대로 이어지는 길과 그 사이의 플라타너스 가로수길.

아니 사실은 어쩌면 플라타너스의 나뭇잎이 바스락 소리 내며 떨어지던 그 가을이 아니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때 쯤 들었을 모든 노래는 다 가을에 들었던 것으로, 그리고 그 가로수 사이에서 들었던 것으로 기억이 오역되어 있다. 저 노래 역시 마찬가지이다. 저 노래는 봄이나 여름이나 겨울의 어느 날 점심시간이나 아침에 들었을 수도 있고, 혹은 그 가로수 길이 아니라 공대 뒤쪽이나 자연대 벤치에서 들었을 수도 있다. 상관없다.

아니면 노래를 들은 건 더 나중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어떻든 저 노래는 세포를 건드린 후, 어스름이면 거미줄을 치는 음흉한, 살기 위한 짓이 음흉한 짓거리로 폄훼 당한 거미처럼 가끔 스물스물 내 안에 거미줄을 치고 난 그 속에 하루살이처럼 꼼짝없이 잡혔다.


“누가 저 거미줄의 나비를 구할까?”

그 아이가 문득 물었다.

“뭐라구요? 거미줄의 나비?”

그리고 그 아이가 노래를 부른다. 그것이 처음이었는지, 아니면 이미 들었던 적이 있었는지도 잘 모르겠다. 그는 대학교의 어느 열린 곳에서 내게 그 노래를 불러 주었다. 누가 바라보거나 말거나 웃거나 말거나 아주 태연하게 내 눈을 들여다보면서 말이다. 아마 난 또르륵 한 방울의 눈물을 흘렸을 것이다. 그의 목청은 아주 컸고, 노래는 제법 들을만했다. 노래가 다 끝나자 그가 손을 잡아끈다.

“하하.. 끝났습니다. 우린 거미줄에 걸린 나비입니까? 그대가 그러신가요, 제가 그렇습니까? 혹은 그들처럼 시대를 사는 모든 이들이 그런가요? 하하, 놀라지 마요. 노래는 이미 끝났어요..”

곧 매몰차게 그의 손아귀에 잡힌 작은 내 손을 화악 잡아채듯 빼고 말았지만 그의 손안에 잠시 갇힌 내 손은 강렬한 주파수를 내고 있었다. 잡히기 전에 조심해! 잡히면 빠져 나올 수 없어!


이 음악을 듣고 있었다, 아이가 나를 흔들어 댈 때까지.

    

추천0

댓글목록

가을님의 댓글

가을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푸하하하하...

음악을 걸어두고는 독문답코너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데..흠...
다른 분이 이미 독문답코너에서 이 음악을 올리셨더군요. 아니 이런 우연이... 흠찟!
암튼 전 지웁니다.
이 노래를 듣고 싶으신 분은 공부도 하실겸 독문답코너로 놀러 가보시길..

도보님의 댓글

도보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어제 새벽이라고 해야하나 오늘 새벽이라고 해야하나
어쨌든 새벽에 집앞 벤치에 가려다 거미줄에 걸렸습니다.
아마 그 나빈 저일겁니다.
거비도 아는체 하지 않는 거미줄에 걸린 도보나방.

가을님의 댓글의 댓글

가을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하, 그는, 아주 예전의 그는 오늘을 알아보고 저 노래를 불렀었군요...
도보나비..

얇은, 혹은 얕은.. 뭐 그런 이야기 끝에 거미줄을 보고는 저 노래가 떠올랐습니다.
그런 적이 많지요. 마치 몇 개의 시디플레이어 중 하나를 돌리듯, 문득 아주 갑작스럽게 한 노래가 떠오르는 일이..있습니다.  전에 제가 그대에게 아느냐고 물었었던 양병집의 아침이 올때까지라거나, 비오는 날 들었던 우먼인러브나 it's my rain 같은 거, 가끔은 "떴다 그녀" 같이 생뚱맞은,  혹은 I was made for lovig you.. 루치아노 파바로티의 카루소, 이장희의 불꺼진 창이나 Wrong Rainbow같은 거..

거미줄에 걸린 나비. 계절에 걸린 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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