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로잡힌 영혼
페이지 정보
작성자 가을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조회 3,414회 작성일 05-08-11 21:54본문
헤드셋을 끼고 음악을 듣는다.
그것도 아주 크게. 음악은 배경이 아니라 그 자체이다.
음파는 고막을 울리고 달팽이관을 지나고 대뇌로 이어진다. 대뇌에 닿은 소리는 머리통을
흔들어 놓고 머리통을 흔든 음악은 난안한 정신을 흔들어댔다. 정신만 아니라 몸도 흔들린
다.
아이다.
아이가 날 흔든다. 엄마, 전화 왔어!!!! 아이가 소리치는 게 보인다. 아이의 소리는 헤드셋
속 음파에 뺏겨 들리지 않는다.
전화를 받았다.
엄마였다.
엄마는 다짜고짜 울기만 하셨다. 무슨 일이시냐고 자꾸만 물어도 엄마는 계속 전화기 너머
로 흐느끼신다. 울음 반, 이야기 반, 엄마의 용건은 이어졌다..
하지만, 엄마의 이야기는 들리지 않는다. 그냥 하나의 목소리일 뿐이다. 엄마의 목소리는
대뇌에 이르지를 못하고 울림만 남기고 사라진다.
그것도 아주 크게. 음악은 배경이 아니라 그 자체이다.
음파는 고막을 울리고 달팽이관을 지나고 대뇌로 이어진다. 대뇌에 닿은 소리는 머리통을
흔들어 놓고 머리통을 흔든 음악은 난안한 정신을 흔들어댔다. 정신만 아니라 몸도 흔들린
다.
아이다.
아이가 날 흔든다. 엄마, 전화 왔어!!!! 아이가 소리치는 게 보인다. 아이의 소리는 헤드셋
속 음파에 뺏겨 들리지 않는다.
전화를 받았다.
엄마였다.
엄마는 다짜고짜 울기만 하셨다. 무슨 일이시냐고 자꾸만 물어도 엄마는 계속 전화기 너머
로 흐느끼신다. 울음 반, 이야기 반, 엄마의 용건은 이어졌다..
하지만, 엄마의 이야기는 들리지 않는다. 그냥 하나의 목소리일 뿐이다. 엄마의 목소리는
대뇌에 이르지를 못하고 울림만 남기고 사라진다.
뇌 속엔 다른 생각이 이미 점령해 있다.
내 말 듣고 있냐? 아아, 엄마, 미안해요.. 제가 잠깐 딴 생각을 했어요. 젊은 애가 정신을
어디다 두고 사냐? 그러게요, 요즘 계속 그래요.. 왜 우셨는지 다시 이야기 해줘요, 정말
딴 데 정신 쓰지 않고 들을게요. 엄마는 좀 전에 하셨던 이야기를 다시 똑같이 말씀하신다.
집중하고 그 분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난 신경을 잔뜩 곤두세운다.
그렇지 않으면 의식은
또 다른 생각에 점령당하고 말 것이므로,
난 미간을 찌뿌린다.
사로잡힌 영혼..
이라는 책 제목이 생각났다. 아주 예전에 읽었으나
그 내용은 폐허의 연기처럼 남아 있지 않다. 다만 그 제목만 기억이 났다. 전혀 상이한 영
화의 제목으로 사용되었던 것도 기억난다.
내 말 듣고 있냐? 아아, 엄마, 미안해요.. 제가 잠깐 딴 생각을 했어요. 젊은 애가 정신을
어디다 두고 사냐? 그러게요, 요즘 계속 그래요.. 왜 우셨는지 다시 이야기 해줘요, 정말
딴 데 정신 쓰지 않고 들을게요. 엄마는 좀 전에 하셨던 이야기를 다시 똑같이 말씀하신다.
집중하고 그 분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난 신경을 잔뜩 곤두세운다.
그렇지 않으면 의식은
또 다른 생각에 점령당하고 말 것이므로,
난 미간을 찌뿌린다.
사로잡힌 영혼..
이라는 책 제목이 생각났다. 아주 예전에 읽었으나
그 내용은 폐허의 연기처럼 남아 있지 않다. 다만 그 제목만 기억이 났다. 전혀 상이한 영
화의 제목으로 사용되었던 것도 기억난다.
한 순간이라도 사로잡힌 영혼인 적이 있었을까?
엄마의 눈물나는 이야기를 들으며, 미간은 잔뜩 찌뿌린채 불 꺼진 방에서 누군가를 더듬듯
이 천천히 기억을 더듬는다. 서두르지 않고 하나씩 하나씩 손끝으로 모든 그림을 그리고 손
끝으로 모든 악기를 연주하고 손끝으로 모든 시를 쓰듯이.
감각은 손끝에 매어 대롱거린다. 아래엔 천 길 낭떠러지.. 미간은 여전히 여름 먹장구름처
럼 찌뿌린 상태.
사로잡힌 영혼이었던 적이 있었던가, 내게?
아무도 아닌 하찮은 것들이 파편처럼 살 속에 박히면, 그것은 살아난 벌레처럼 천천히 살을
뚫고 들어가 거대한 세포가 된다. 종국엔 무엇이 처음이었고 무엇이 나중이었는지 아무도
알 수 없다.
하찮은 것들이 내 영혼을 잠식했던 기억이 벌레처럼 꿈틀거리는 것을 보고 나는 아연 몸서
리를 친다. 그것들이 뿜어내는 독기에 머리가 어지럽다.
난 다시금
우연이라도 사로잡히고 싶지 않다.
내 말 듣고 있냐?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느라 대답이 그 모양이냐? 아아, 엄마, 정말 미안
해요.. 다시 말해주세요. 됐다! 전화가 끊긴다, 철거덕.
철꺼덕.
빗장을 닫는 소리. 철꺼덕. 마음의 빗장이 닫히는 소리. 철꺼덕...
엄마의 눈물나는 이야기를 들으며, 미간은 잔뜩 찌뿌린채 불 꺼진 방에서 누군가를 더듬듯
이 천천히 기억을 더듬는다. 서두르지 않고 하나씩 하나씩 손끝으로 모든 그림을 그리고 손
끝으로 모든 악기를 연주하고 손끝으로 모든 시를 쓰듯이.
감각은 손끝에 매어 대롱거린다. 아래엔 천 길 낭떠러지.. 미간은 여전히 여름 먹장구름처
럼 찌뿌린 상태.
사로잡힌 영혼이었던 적이 있었던가, 내게?
아무도 아닌 하찮은 것들이 파편처럼 살 속에 박히면, 그것은 살아난 벌레처럼 천천히 살을
뚫고 들어가 거대한 세포가 된다. 종국엔 무엇이 처음이었고 무엇이 나중이었는지 아무도
알 수 없다.
하찮은 것들이 내 영혼을 잠식했던 기억이 벌레처럼 꿈틀거리는 것을 보고 나는 아연 몸서
리를 친다. 그것들이 뿜어내는 독기에 머리가 어지럽다.
난 다시금
우연이라도 사로잡히고 싶지 않다.
내 말 듣고 있냐?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느라 대답이 그 모양이냐? 아아, 엄마, 정말 미안
해요.. 다시 말해주세요. 됐다! 전화가 끊긴다, 철거덕.
철꺼덕.
빗장을 닫는 소리. 철꺼덕. 마음의 빗장이 닫히는 소리. 철꺼덕...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