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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언어

페이지 정보

작성자 가을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3건 조회 2,480회 작성일 05-08-05 12:22

본문

 

어제 밤, 딸의 연락을 기다리며 깨어있었다. 그리고 딸을 생각하며 여기에 글을 올렸다가, 1시간 후에 다시 지웠다. 뭔가 익명의 섬에, 한 없이 기대 말하기엔 불편한, 스스로에게 불편한 글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도보님의 댓글이 달려 있어, 그냥 수정할까 망설이다가, 깨끗하게 지워버렸다.


오늘 아침, 베리의 한 귀퉁이에 있는 온클럽을 통해 어느 분과 이야길 나누었다. 언어...가 문제였다. 가끔 그런 느낌을 받는다. 그의 주파수와 내 주파수가 다르다는. 내가 쏘아 올린 전파를 그는 받지 못한다는. 혹은 내 그런 전파에 다른 많은 잡음들이 끼어들어, 내가 원래 의도한 이야기나 마음과는 아주 다르게 변질된 소리가 그에게 닿아 있다는 것을.

물론 오늘 아침에 이야기 나눈 그 분과 그런 느낌을 받았다는 것은 아니다. 그 분이 그렇게 다른 주파수 때문에 힘들어 한다는 느낌을 받았을 뿐이다. 그 분에게도 결국 언어의 문제였다. 그 분이 언어를 통해 좀 더 자신있게 스스로의 그것을 드러낼 수 있는 상태였다면 아마 그 분의 그런 힘듦은 더 감해졌을지도 모르겠다. 독일에서 한국인으로 살아가는 힘겨운 발걸음이 그대로 느껴져서 난 조금 안타까웠을 뿐이다.

 

전에는 다른 이와의 사이에서 그런 생각이 든 적이 있었다. 이 사람이 쓰는 사전과 내가 쓰는 사전이 다르구나. 즉, 같은 한국말을 두고도 서로 해석하는 뜻이 다르고, 그래서 전혀 엉뚱한 일을 불러 일으켜서 궁극적으로는 예상치 못했던 오해로 얼굴이 붉어지는 일. 그가 나와 사전을 통합할 뜻을 가지고 있다거나, 내가 그의 방식에 따른 사전을 취택할 마음이 있으면야 그게 달라지겠지만, 서로의 사전을 계속 고수할 생각이라면 우리는 외계어로 끊임없이 오해만 불러일으키고, 서로의 모습은 상대의 가슴에 일그러진, 호수의 달처럼 되고 말것이다. 불쾌한 달. 마뜩찮은 달. 불온한 달.

하지만 내가 어제 썼었던 글을 지워버렸던 것은, 뭔가가 무서웁거나 두려워서가 아니다. 그저 스스로의 언어가 가진 힘이 두려웠을 뿐이다. 내 말이 무슨 대단한 힘을 가졌다는 말이 아니라, 상념이 언어화되어 나타난 하나의 기호가 내게 두려움을 일으켰다는 것이다. 마치 꼭 그렇게 되어버리면 어떡하나..하는. 맞다, 그런 속담이 있다. 말이 씨가 된다. 세치 혀를 조심하라.. 뭐 그런. 흐흐..

펄벅의 대지를 읽었었을 때, 난 오란이 아들을 낳아 놓구서는 하늘을 향해 누구 들으라는 듯이, 아이구, 어쩜 이렇게 내 아들이 못났을까, 세상에 이렇게 못난 아이가 어디있나..라고 큰소리로 이야기했던 것이 생생하게 느껴졌었다. 주위 어른들이 그렇게 하신 적이 많았기 때문에 그 장면의 이야기는 아주 익숙하게 느껴졌던 것이었다. 물론 그건 샘을 내는 귀신이 그 아이를 해할까봐 했던 행위였지만, 어제의 내 혼자 쑈하는 행위는 그것과는 궤를 달리해서, 마치 언어화된 대로 그대로 되어 버리면 어떡하나 하는 불안감 같은 것.


상대의 얼굴을 보지 않고, 그의 눈의 색을 보지 않고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 대화하는 것은 아주 위험하다. 혼자서라도 언어화해서 형상화 시키는 것도 아주 위험하다. 언어는 위험하다. 난 위험하기 그지없는 언어의 힘을 특히 더 강렬하게 계속 느끼고 있다. 마치 없었거나 존재할 이유가 없었던 어느 하나가 언어를 통해 그 모습을 드러내어 나를 옥죄는 느낌이다. 마치 꼭 그렇게 되어 버린 것 같다. 허망한 하나의 생각이 글로 드러나는 순간, 갑자기 그 허망한 생각, 곧 빈 공간으로 형체도 없이 사라질 그 생각은 어떤 견고한 형상으로 내 안에 굳은 자리 하나를 범하는 것이다. 그럼 그건 사실이 되고 만다.

지금 하고 있는 일 하나도 그것과 관계되어 있다. 언어화 하는 작업. 난 그것을 하면서 가끔 언어의 그런 힘을 느낀다. 마치 자연처럼, 무심한 듯 힘이 없어 보이지만 기실은 아주 큰 힘을 가지고 있는..

음, 뭐 기나긴 변명의 글이라고만 생각하고 싶다. 아침에 문득 내가 왜 그 글을 지웠을까..생각해 보다가...

 

날이 아주 덥다. 그리스는 40도가 넘는다고, 그리스에 있는 누군가가 그제 새벽에 편지를 보냈다. 그리스의 강력한 햇살 아래, 그의 모든 고민이 다 녹아내리길 바란다. 그렇게 이 뜨건 햇살 아래, 내 어설프고 불분명한 잡념들이 녹아내리길 나도 내게 바란다. 그대들도 그러하시길 또한 바란다고 이야기할려고 했다는 것을 아마 그대들, 이미 눈치채셨겠지?

 

      

추천1

댓글목록

Lisa-marie님의 댓글

Lisa-marie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가을님
제가 여행간 사이 베리에 돌아 오셨군요.
반가워요.

그래요.
언어라는것이 항상 자신의 의도대로 전해지지 않고 받아들여 지지 않는것.
언어 자체의 특성 인것 같아요.

저와도 오해가 날뻔했죠?
  빨간 장미 한송이....
  아이히훼언헨 
생각나세요?
 더구나 베리는 목소리도 억양도 없는 글 뿐이니....

가을님의 댓글

가을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리자마리님.(혹은 리사마리님)
저도 반갑습니다.
사실은 돌아오고 말것도 없었습니다. 댓글을 쓰지 않거나 글을 써서 올리지 않을뿐, 베리는 늘 바라보고 있었으니까요. 그렇게 멀리 서서 바라보면 다른 재미가 있습니다. 일명 "바라보는 재미".

목소리도 억양도 없어서... 위험하지요, 맞아요...

Lisa-marie님의 댓글의 댓글

Lisa-marie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Lisa 발음이 한국어의 '사' 와 '자'의 중간쯤되기때문에 어떻게 부르셔도 상관 없어요.
그런데 베리의 많은 분들이 리사를 선호 하시는것 같아 ㅡ 영어권의 영향인듯 ㅡ저도 그냥그렇게 쓴답니다.  emoticon_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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