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동포 미디어 베를린리포트
커뮤니티 새아리 유학마당 독어마당
커뮤니티
자유투고
생활문답
벼룩시장
구인구직
행사알림
먹거리
비어가든
갤러리
유학마당
유학문답
교육소식
유학전후
유학FAQ
유학일기
독어마당
독어문답
독어강좌
독어유머
독어용례
독어얘기
기타
독일개관
파독50년
독일와인
나지라기
관광화보
현재접속
302명
[자유투고] 자유·토론게시판 - 타인에 대한 약간의 배려 말고는 자유롭게 글을 쓰시면 됩니다. 어떤 글이든지 태어난 그대로 귀하지 않은 것이 없으니 <열린 마음>(타인의 흠결에 대해 관대하고 너그러움)으로 교감해 주세요. 문답, 매매, 숙소, 구인, 행사알림 등은 해당주제의 다른 게시판을 이용하세요. 이런 글은 게시판 사정에 따라 관용될 때도 있지만 또한 관리자의 재량으로 이동/삭제될 수도 있습니다. 펌글은 링크만 하시고 본인의 의견을 덧붙여 주세요.

길에서 그를 만나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가을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7건 조회 2,800회 작성일 05-08-01 11:35

본문

7월 마지막 주 토요일, 도련님이 고속버스터미널까지 데려다 주셨다. K시로 가는 차는 내가 사는 이곳에서 하루에 두 대가 있다. 오전에 하나, 오후에 하나. 그곳과 이곳의 상징적 거리만큼이나 버스배차간격도 멀었다. 인터넷으로 예매를 마친 상태였지만 출발하기 10분 전까지는 이미 도착해있어야 했다. 그러나 5분전에야  헐레벌떡 터미널에 도착했다. 휴가철로 인해 기다리는 줄은 아주아주 길었다. 어쩌나, 어쩌나.. 기다리는 맨 뒷줄에 서서 조바심에 심장이 오그라드는 것 같았다. 39분이 되자, 난 기다리는 줄을 이탈해 맨 앞으로 가서, 표를 끊을려고 지갑을 꺼내는 한 젊은 청년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하며 최대한 가엾은 표정으로 말했다. 아, 죄송합니다만, 제 차가 40분에 출발해서요.. 먼저 끊게 해주시면 안될까요? 그 청년이 내 절박하고 불쌍한 얼굴을 보더니 아, 뭐 그러세요.. 허락했다. 그리하여, 4시 40분 출발인데, 난 4시 40분에 드디어 표를 받았다.

 

음, 신용카드로 예매를 하면, 터미널에 가서 줄을 기다려, 예매한 신용카드를 내고 체크 받아 승차권을 받아야 한다. 표를 내밀며 아가씨가 말한다. 7번 홈, 40분 출발이니 어서 달리세요..이미 떠나지 않았나 모르겠군요.. 허걱... 그래서 난 넓은 고속버스터미날 홈을 가로질러 마구 달렸다. 뒤축이 없는 샌들, 슬리퍼를 신은지라 달리기에는 엉성하고 소리가 아주 크게 났다. 하지만 난 그런 것을 계면쩍어 하는 사람이 못된다. 7번 홈이 어딨지? 흐아, 여기가 28번 홈이니 저기 오른쪽으로 더 달려야겠군.. 어느 고속버스터미날에서 작고 못생긴 한 여자가 민트색 소매 없는 티셔츠에 흰 통바지를 입고서 동강 묶은 머리 휘날리며 달리는 모습을 혹시 목도하셨다면, 그럽습네다. 바로 그 자가 가을이었을 겁니다.

7번 홈이 눈에 들어와 얼핏 살피니 아직 버스는 출발하기 전이었다. 난 달리는 발걸음에 가속을 내어 더 마구마구 달렸다. 흐아악, 떠나면 안돼!!! 드디어 출발하려는 버스에 올랐다. 헉헉.. 기사님, 여기 표.. 맨 앞에 앉은 할머니가 어두운 시력으로 말하신다. 젊은(?) 색시, 아주 딱맞춰 왔구만 그랴. 헉헉..네, 그러게요.. 하지만 막 떠날 것처럼 부르릉 거리며 폼만 잡던 버스는 4시 47분이 되어서야 떠났다. 에이고, 발가락이야...

 

출발하기 전에 자리에 앉아 전화를 한다. 아, 안녕하세요? 아무갭니다. 지금 차에 탔어요. 전화 속의 그가 대답한다. 아, 그러셨군요. 그렇잖아도 전화가 없어서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우린 둘이서 하하하 웃었다... 다시 한 번 전화벨이 울린다. 도련님이다. 형수님, 늦지 않게 차에 타셨나 걱정이 돼서요. 호호호, 고맙습니다, 도련님. 가까스로 탔어요. 아, 그러셨군요. 그럼 잘 다녀오세요. 내일 뵐께요.. 그 휴대전화는 내게 아니라 도련님 거다. 엄마가 휴대전화도 없이 어딜 그리 먼 곳까지 가느냐며, 꼭! 도련님의 핸드폰을 빌려서 가지고 가라 엄명을 하셨다. 그리고 도련님은 기꺼이 내게 본인의 휴대폰을 빌려 주셨다. 그렇다. 난 여태 그 흔한 휴대폰이 없다. 물론 운전면허증도 없다. 그것을 아는 사람들은 나를 원시인 바라보듯 한다. 흠.. 암튼 버스는 동쪽을 향해 내달렸다.

 

혼자서, 아무 동행도 없이 여행한 것이 언제였던가.. 새삼스런 상념에 아주 잠깐 잠겼다가 하아악~ 하품하고서 잠 속으로 빠져 들었다. 가는 길은 더디고 지루했다. 휴가철이라서 길들은 곳곳에서 막혔다. 창밖으로 내다보이는 풍경은 어디나 똑같다. 들과 깎인 산과 성하에 클 대로 커 무성한 잎을 날리는 풀들과 혹간 작은 강들과 군데군데 일하는 농부들의 모습과, 비슷비슷한 집들.. 책을 읽는 것도 아주 고역이어서 눈이 아프고 머리가 아프고 속이 울렁거렸다. 눈 감고 잠이나 자는 게 젤 대수였다. 원래는 4시간 걸리므로, 난 그에게 8시 40분에 도착할거라고 말해 두었었는데, 5시간을 훌쩍 넘어 버스 앞에서 가리키는 붉은 시간은 이미 밤 10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흠.. 너무 늦었군.. 그 분이 너무 오래 기다리겠어.. 난 애가 타기 시작했다. 설레임이나 기대보다는 미안함이 훨씬 더 컸다.

그가 터미널에 나와 있겠노라 말하며, 자기의 통찰력과 나의 직관력으로 서로를 금방 알아 볼 수 있을 거라고 장담했었다. 버스가 K시 터미널에 도착하기 몇 분 전, 차내를 휘익 둘러보며, 그가 나를 다른 누군가로 착각할 수 있을까, 만약 그렇다면 누구로 착각할 수 있을까..셈해 보았다. 버스에서 내리며 저기 저 쪽에서 함박 웃고 있는 그가 바로 오늘 내가 만나기로 한 그 분임을 즉각 알아보았지만 짐짓 모른 척 난 다른 곳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한 번 꽂힌 그의 시선은 내내 내게 꽂혀있었다. 다가와 그가 말한다.

“하하, 가을님이시지요?”

“하하, 어떻게 아셨어요? 도보님?”

“제가 금방 알아 볼 수 있을 거라 말씀 드렸잖아요.”

우린 10시가 다 된 K시의 작은 버스터미널에서, 서로를 확인하며, 하하하 웃으며 굳게 악수를 했다.        


추천2

댓글목록

mirakim님의 댓글

mirakim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가을님의 허둥대는 모습이 재미있게 그려지는 군요.
ㅎ음, 그 고전의 도시로 드디어 스며드신 거로군요.
아무쪼록 즐겁고 재미있고 뜻있는 만남이 되시기를 기대합니다.

시간 허락하시면 거기서 멀리 떨어지지 않는 제가 사는 도시도 한번
방문해 주시지요. 남의 휴대폰 실수로라도 손에서 놓쳐 버리시지 않토록
조심하셔야 겠군요. 특히 보도님 곁에서라면...

가을님의 댓글

가을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흠.. 다음 장은 남겨 두었는데.. 즉, 만남 이전과 만남, 그리고 그 이후로 3부작으로 올릴려고 했는데 망했당. 도보님이 이미 다 발설(?)하시는 통에.. 얄밉당.<--농담입니다..
참하고 편했다니..우습당. 기대하던 대답은 "아름다웠고, 우아했고, 너무 매력적이었당" 이었는데..  <--이것도 농담입니다.

나디아님이 자꾸 온클럽으로 방해해서..쩝. 다시 쓰겠습니다.

가을님의 댓글

가을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허걱..
한 아이가 있었다. 마음이 내켜 신발 정리를 했다. 엄마가 칭찬하셨다. 우리 똘이 참 잘했어요..라고. 똘이는 마음에 없지만 짐짓, 음, 설겆이도 하고, 변기청소도 할려고 했었는데...
엄마는 으이구, 그랬어? 정말 착하고 귀여운 우리 아이, 이제 다 컸구나...
아이는 자기의 입을 때리고 싶었다. 아이구나.. 내가 왜 그런 말을 했지? 그냥 말걸.. 만일 설겆이와 변기청소를 하지 않으면 신발정리 한 것조차도 보상받지 못하겠군.. 아이구나.내가 왜 그랬지? 그냥 말걸.. 휴..

도보님, 그렇다고 댓글을 지우시오면 저는 꼼짝없이 3부작을 써야 한다는 결론으로 도출되는데.. 흐이구나, 내가 왜 저 말을 했지? 난 내 입을 때리고 싶었다..

아카드님의 댓글

아카드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하하 도보님과 가을님께서 상봉을 하셨군요.
두분의 만남이 눈부셨을것임이 상상이 갑니다.
상상엔 두분다 한미모 하실분들이신것같어서...(사진올려야할것 같지않습니까?헤헤헤 )
저 이담 한국가면 뵈올수 있을려나요?????emoticon_002

가을님의 댓글의 댓글

가을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사진.. 한 미모..
도보님은 한 미모 하시더군요.^^
사진이야기는.. 농담이시지요?(헤헤헤)
아카드님. 만남이라는 게 예기치 않은 방향에서 이뤄지는 것도 많지요. 도보님과의 그 만남처럼 그렇게 님이 한국에 오신다면 우연처럼 쉽게 만납시다. 도보님은 절대 그대와 나를 저버리지 않으실 것입니다.^^(음, 어찌 자꾸 도보님께로 밀어부친다는 느낌이..)emoticon_003

[자유투고] 자유·토론게시판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41 가을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33 12-20
40 가을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90 11-20
39 가을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73 10-25
38 가을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35 08-17
37 가을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37 08-15
36 가을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72 08-13
35 가을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05 08-12
34 가을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15 08-11
33 가을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75 08-10
32 가을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76 08-09
31 가을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932 08-08
30 가을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62 08-05
29 가을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81 08-05
28 가을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30 08-03
27 가을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64 08-01
열람중 가을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01 08-01
25 가을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68 07-11
24 가을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48 07-09
23 가을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37 07-07
22 가을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22 07-05
게시물 검색
이용약관 | 운영진 | 주요게시판사용규칙 | 등업방법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무단수집거부 | 비밀번호분실/재발급 | 입금계좌/통보방법 | 관리자문의
독일 한글 미디어 베를린리포트 - 서로 나누고 돕는 유럽 코리안 온라인 커뮤니티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