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동포 미디어 베를린리포트
커뮤니티 새아리 유학마당 독어마당
커뮤니티
자유투고
생활문답
벼룩시장
구인구직
행사알림
먹거리
비어가든
갤러리
유학마당
유학문답
교육소식
유학전후
유학FAQ
유학일기
독어마당
독어문답
독어강좌
독어유머
독어용례
독어얘기
기타
독일개관
파독50년
독일와인
나지라기
관광화보
현재접속
286명
[자유투고] 자유·토론게시판 - 타인에 대한 약간의 배려 말고는 자유롭게 글을 쓰시면 됩니다. 어떤 글이든지 태어난 그대로 귀하지 않은 것이 없으니 <열린 마음>(타인의 흠결에 대해 관대하고 너그러움)으로 교감해 주세요. 문답, 매매, 숙소, 구인, 행사알림 등은 해당주제의 다른 게시판을 이용하세요. 이런 글은 게시판 사정에 따라 관용될 때도 있지만 또한 관리자의 재량으로 이동/삭제될 수도 있습니다. 펌글은 링크만 하시고 본인의 의견을 덧붙여 주세요.

엄마에 대한 작은 이야기

페이지 정보

작성자 가을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2,636회 작성일 05-07-07 19:17

본문

엄마가 아프시다.
엄마가 아주 어렸을 적에, 너무 많이, 그치지 않고 운다고, 엉엉 울다가 외할아버지에게 뺨을 맞으셨다고 한다. (아마 내가 그렇게 자주 쉽게 우는 것은 유전적으로 엄마를 닮은 탓일게다) 엄마의 귀는 그 때 고막이 파열되었던 듯, 그 이후 컨디션이 나쁘면 꼭 귀가 더불어 아프시다. 귀에서 물이 나오고 얼굴의 한 편이 바늘로 찌르듯이 따끔따끔 하시단다. 수술하시라 아무리 권해도, 아빠가 몇 번의 고통스런 수술 끝에도 결국 돌아가시고야 말았던 이후 엄마는 수술의 ‘시옷’ 자만 나와도 정색을 하신다. 결국 늘 조심하시는 수밖에는 없다.
엄마는 병원에 들르셨다가 우리에게 오랜 만에 오셨다.
제사를 치르고 난 다음, 도대체 네 집이 얼마나 어지럽혀졌을 것이고, 네가 바쁘니 제대로 치워지지도 않은 채 있을 텐데.. 엄마는 마음이 급하셨던 거다. 아니야, 엄마, 정말 집 깨끗하게 정리 되었어요. 정말이에요. 믿어 주세요.(난 이 말을 자주 쓴다. 누군가는 믿어 달라고 말하는 사람은 못믿겠다..라고 말하지만 그저 그건 내 말버릇의 하나일 뿐이다) 그러니 엄마, 몸 좋아지시면 그 때 오세요. 제발 오지 마세요..라고 나는 엄마에게 사정한다.
엄마의 컨디션이 나쁘신데 무리하게 일을 하시면 귀의 염증이 더 악화된다. 집안 일 조금 하는데 뭐 어떻겠냐..라고 말할 수 없는 것이, 엄마의 일은 그저 단순한 일이 아니다. 일을 시작하면 그건 내가 보기에는 “노동”이 된다. 그것도 아주 강도가 높은.
빨래는 세탁기에 절대 돌리지 않고 일일이 손빨래 하셔서 하얀 색 면 옷은 두세 번쯤 뜨겁게 삶으시고, 냉장고의 음식들은 다 꺼내서 다시 정리하신 후 용량에 맞는 그릇에 옮겨 놓는다. 집 안 구석 구석의 먼지까지 진공청소기 없이 손으로 다 닦아 내시고, 가구들을 옮겨 그 뒤에 묵은 먼지까지 다 털어 내신다. 장롱의 이불도 엄마의 손길로 부터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불들은 무조건 햇빛 아래서 탕탕 털어져야 하고, 껍질들은 벗겨져서 다시 빨아져야 한다... 즉, 내가 서너 달에 한 번 하는 대청소 비슷한 일을 한꺼번에 해버리시는 거다.
평상시 귀가 아프지 않으실 적에 그렇게 하시는 것에 대해서 까지는 엄마의 취미 비슷한 것이므로 뭐라 말씀드리기 그렇지만, 엄마가 요즘처럼 아프실 때는 문제가 다르다. 하여, 나는 엄마가 아프실 때 우리 집에 오시는 것이 두렵다.
하지만 기어이, 기어이 오시고야 마셨다...
먼저 그이의 사무실에 들르셨다. 나는 엄마에게 차라리 늘상 너무나 깔끔하게 사는 여동생네로 가시라, 모셔다 드리겠다 건의했지만 내 의견은 아주 깨끗하고 가볍게 묵살 당했다. 나는 네 집으로 가야겠다! 휴.. 그럼 엄마, 그이에게 우리 집으로 모셔다 드리라 말할게요. 다리가 없냐? 내 스스로 걸어 갈련다. 쩝.. 굳이 그래야 하시겠다면 뭐..
엄마가 나가시다가 문득 뒤돌아 말씀하신다. 야, 내 옷이나 하나 사다오. 민소매 티셔츠 하나(나시티) 사다오. 이게 늘어져서 마음에 안든다. 아, 예.. 뭐 그러지요..
거리로 나가 어른들 옷가게로 가서 옷을 골랐다.
원래는 간단한 민소매 티셔츠만 살 예정이었지만 아주 예쁜, 엄마가 입으시면 정말 어울릴, 시원한 마 소재의 연한 밤색의 옷 한 벌이 눈에 뜨였다. 우와, 엄마, 이것 봐요. 엄마에게 정말 잘 어울리겠어요.. 그리고 그 옷은 정말 엄마에게 잘 어울렸다. 예뻤다, 엄마에게 입힌 옷이. 혹은 그 옷을 입은 엄마가.
엄마는 수줍은 소녀처럼 웃으시며 그이에게 와서 말한다. 가을이 사줬다네. 호호.. 자네가 열심히 일한 돈으로 사준 게야. 고맙네. 잘 입을게. 호호.. 그이는 일하다가 엄마를 보고 엄마처럼 수줍은 표정으로 웃으며 대답한다. 아, 어머니, 너무 잘 어울리시네요. 예쁘세요.. 그런데 그 색이 마음에 드세요? 응, 마음에 들어.. 호호..
옆에서 지켜보던 직원이 한 마디 거든다. 아유, 따님을 잘 두셔서 예쁜 옷 얻어 입으시네요. 아니, 사위를 잘 두신 건가?
......
웃으며 지켜보던 나는 그 풍경이 갑자기 마음에 안든다.
우습다. 민소매 티셔츠 하나와 한 벌의 옷에 저런 공치사는 너무하다. 엄마의 수줍은 소녀 웃음은 가엾다. 귀가 아프셔서 병원에서 주사까지 맞고 오신데다 얼굴에 열이 있어 붉게 상기된 모습으로도 엄마는 옷 세 개에 아픔을 잊으셨다. 딸을 잘 뒀느니 사위를 잘 뒀느니 하는 주변의 부추김에 엄마의 아픔은 바람처럼 가벼워졌다가 바람처럼 사라져 버렸다...
엄마는 내가 사 준 옷을 위 아래로 곱게 받쳐 입으시고 그이와 내게 아주 밝게 인사하시고는 양산을 받쳐 쓰신 후, 여름 장마가 잠시 멈춘 후덥지근한 햇빛 속으로 나가셨다. 엄마에게 바이바이 하며, 제발 제발 부디 부탁이오니, 집에서 절대로 일하지 마시라 신신당부하고는 엄마가 내 집 쪽으로 걸음을 옮기시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엄마가 굽어진 길로 사라져 보이지 않자 나는 아이들에게 전화를 한다. 할머니 오셔서 지금 집에 가시니까, 얼른 청소해놓고, 혹시라도 할머니 일하시거들랑 너희가 양 쪽 다리를 붙잡고 하시지 말라 말려다오..
양쪽 다리 하나 씩 붙잡고서? 어, 알았어요, 키득키득.. 아들이 전화기 너머에서 웃는다. 할머니 다리 붙잡고 질질 끌려 다닐 상황을 상상하나 보다..

아아,,엄마, 엄마...
추천2

댓글목록

퍼드대기님의 댓글

퍼드대기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나이가 들어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면 모두 어린 애가 된다는게 맞는 말 같에요. 물론 가을님의 어머니가 애란 말은 아닙니다.

한 달 전에 모친이 땅을 평당 30만원을 주고 전라도 정읍 어디에다 100평을 샀었지요. 개발된다고 지금 사서 바로 팔아도 두배는 받을 수 있다는 꾀임에 넘어간거에요. 집에서는 형수나 형님 말은 전혀 안들으시고.... 하는 수 없이 제가 나섰지요. 시골로 직접 내려가 설득도 했지요.

그 부동산 회사 뒷조사도 하고, 개발 예정지도 두루 살펴보고... 선금 지불했다는 계약서도 보고. 그런데 땅은 개발지를 끼고 있는 곳이 아니라 외딴데였어요. 게다가 계약서가 엉터리로 작성된게 아닌가요. 주민증 번호와 이름이 일치하지 않았기에 그것을 끝까지 걸고 넘어졌지요.

주변 분들은 계약금은 못돌려 받으니 그냥 포기(3백 버리고)하라고 했는데, 어머니는 자꾸 사놓은 땅이 어디 가겠냐고 그냥 사두겠다고 우기시더군요. 마치 어린 애가 생떼 쓰는 것처럼. 겨우 어머니를 설득했는데, 이번엔 당사자가 땅을 사겠다는데 왜 당신이 나서는 거요라고 부동산 실장, 나아가서는 이사까지 반문하더군요.

그래서 말했죠. (어머니에겐 죄송하지만)일흔이 넘은 노인네의 판단력은 정상인과 동일하지 않다라고....... 어쨋거나 지금까지 자녀들을 수고스럽게 키워주시더니, 이제는 우리와 반대로 동심의 세계로 들어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세상을 하직할 때까지만이라도 잘 다독거려 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리고요, 여기서 얘기하기엔 좀 그렇지만, 제가 베리에 들어와서 토론하는 것을 많이 본게 부동산 회사 직원들의 말을 논박하는데 도움이 많이 된 것 같아요. 당시에 정말 실감했지요.^^

가을님의 댓글의 댓글

가을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동심의 세계..
맞습니다. 나이가 들면 어느 시간을 기점으로 점점 더 자연에 가까워지시지요. 더 어려지시고 더 어려지셔서 나중에는 갓난 아이처럼 되다가 결국은 갓난 아이 이전의 세계로 다시 귀환하시지요.
제 엄마(엄마라고.. 아마 엄마가 돌아가실때까지 그렇게 부를 것 같습니다)는 이제 60을 겨우 넘으셨으므로 아직 동심의 세계에 들어 서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음, 시부모님의 연세는 엄마보다 훨씬 더 많았기 때문에 그 분들을 보고 느꼈습니다.

결국 우리도 언젠가는 늙고 늙어 그렇게 될 것이므로, 우리가 대접받고 싶은대로 그 분들을 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요, 여기서 얘기하기에 좀 그렇지 않으십니다.^^ 어떻든 자투에서든 길벗에서든 무용하고 지리해 보이는 모든 것들도 아주 조금의 영양가는 있으니까요. 어떤 방식으로든 확장되는 것을 여러 번 느끼지요. 그래서 저는 베리를 끊지 못하고 있습니다. 확장되는 기쁨에..     

꼬리님의 댓글

꼬리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년전에 엄마가 오셨더랬습니다.
저는 엄마를 알기에 거의 일주일 밤낮을 쓸고 닦고 했는데(40 크바 집을 어떻게 일주일이나 청소할 수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엄마가 오셔서 돼지우리라고 하면서 또 일주일 밤낮을 쓸고 닦고 김치담고... 하셨습니다.
이제는 그 꼴이 보기싫어 다시는 안오신대요..
그런데 그제께 한국에 전화하니, 저희 엄마도 편찮으시답니다. 아빠 말로는 며칠동안 돌아눕지도 못하셨다고...
저는 자랄때 세상에서 젤 무서운 사람이 우리 엄마였는데, 엄마도 이젠 자꾸 약해지시네요..

오마니..emoticon_007

가을님의 댓글의 댓글

가을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꼬리님의 엄마는 제 엄마랑 똑같으시네요.
내 딴에는 한다고 열심히 해놓지만 결국 엄마의 눈에는 다 마음에 차지 않는 어린애 짓입니다. 엄마에게 나도 이제 아이 아니고 어른이라고, 존중해달라고 말씀 드리지만 핑! 콧방귀만 뀌십니다. 네가 육십을 먹어 봐라, 여전히 내 눈에는 다섯 살 짜리 아이다...라시며.

어제 집에 갔더니.. 엄마가 정리해둔 저희 집이 반짝반짝 윤이 났습니다. 광채를 가진 듯이..
아침에는, 제사의 후유증으로 너무 피곤하여 일어 나지 못하고 사무실에도 나가지 못하고 누워 있었는데, 엄마가 아이들 다 챙겨 내보내고 그이 밥도 챙겨 주셨습니다. 원래 그이나 아이들은 밥을 먹지 않고 과일이나 다른 것으로 대신하는데, 엄마는 나가는 그이를 기어이 붙잡아 들여 동태국에 밥을 챙겨 주셨습니다.. 그리고서 엄마와 그이가 나즉나즉 이야기 나누며 웃는 소리를 잠결에 듣고 있었는데.. 아주 따뜻한 물결이 밀려 오는 느낌이었습니다.
 
저는 엄마가 참 좋습니다. 비록 내게 말도 함부로 하시고 나를 너무 지나치게 편하게 여기시는 것이 가끔 마뜩찮지만.. 그래도 엄마는 내게 하나 밖에 없는 엄마이니까요..

[자유투고] 자유·토론게시판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41 가을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33 12-20
40 가을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89 11-20
39 가을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72 10-25
38 가을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34 08-17
37 가을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37 08-15
36 가을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72 08-13
35 가을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04 08-12
34 가을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15 08-11
33 가을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74 08-10
32 가을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75 08-09
31 가을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932 08-08
30 가을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62 08-05
29 가을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80 08-05
28 가을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30 08-03
27 가을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64 08-01
26 가을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00 08-01
25 가을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68 07-11
24 가을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48 07-09
열람중 가을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37 07-07
22 가을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21 07-05
게시물 검색
이용약관 | 운영진 | 주요게시판사용규칙 | 등업방법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무단수집거부 | 비밀번호분실/재발급 | 입금계좌/통보방법 | 관리자문의
독일 한글 미디어 베를린리포트 - 서로 나누고 돕는 유럽 코리안 온라인 커뮤니티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