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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테와 베토벤

페이지 정보

작성자 겨울나그네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5건 조회 3,674회 작성일 04-12-01 02:47

본문

-자투에서 설왕설래(혀가 오고 가니 '프렌치 키스'라면 오죽 좋으련만^^)
를 유발시킨 독일대학 랭킹에 관한 글과 댓글들을 읽고서 떠오른 생각입니다-

괴테와 베토벤이 만나서 함께 산책을 하고 있었더라죠.
오솔길 앞 쪽에서 귀족 여인네들을 실은 마차가 달려오니
두 사람은 길 양편으로 비킬 수 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두 사람의 태도가 영 비교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지요.
괴테는 그 자리에 선채 모자를 벗어 공손히 이들에게 예의를 표한 반면,
베토벤은 어깨를 세우고 고개를 푹 숙여 이들을 본체 만체도 안하며
휘적휘적 길 가장자리로 가는 길을 재촉했다는 겁니다.
이 일화를 두고 후세 사람들은 말했답니다.
역시 혁명아 베토벤이야... 프랑스 혁명에 대해서도 유보적인 태도를 취했다는 사이비 귀족 나부랭이 괴테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부동의 증거 아니겠어? 운운하며...

저도 언젠가 어디선가 이미 들은 적 있던 바이고, 다른 생각은 해보지도 못했었습니다.
그런데 밀란 쿤데라는 이 일화를 다른 방식으로 뒤집어 풀이해보더군요. (지금 책이 옆에 없어 정확히 확인해볼 수 없는게 아쉽기는 합니다만...) 제 기억에 따르면 이렇습니다.
이를테면, '저 따위 골빈 아낙네들이 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되먹지도 않은 권력?을 행사하는데 내가 왜 고개를 숙여야 한단 말이냐. 차라리 못본척 피해버리고 말지"... 이것이 아마도 베토벤의 속마음일지도 모를진대, 이는 한편으론 일종의 컴플렉스의 소산이며, 잠재된 권력지향성을 은연중 읽을 수도 있게 하는 태도인 반면에,
그런 것이 없는 괴테는 '까짓 것 그런게 뭐 대수랴' 일 수 있었다는 것이지요.
어디까지나 쿤데라의 해석일 뿐이지만, 중요한 것은 진리는 그리 단순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 아닐까요. (이는 물론 '진리는 구체적이[어야 한]다'는 명제와 모순되는 것은 아닙니다.)

'컴플렉스'라는 것이 한편으로는 '발전의 동력'일 수 있다는 걸 인정합니다.
(왜 예전에 이런 속설이 있었지 않아요. '예쁜 여자치고 공부 잘하는 사람 드물다'커니 하는... -오해없으시기 바랍니다. 그저 그런 예를 들었을 뿐입니다. 페미니스트까지는 몰라도 저도 마초는 아니라 자부합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그것은 긍정적인 결과를 두고서 하는 얘기들이겠지요. 그러나
(독일에서 나온 성교육 책에서 재미있는 '말장난(Wortspiel)'을 읽었던 기억도 납니다만...
'Eifersucht ist eine Leidenschaft, die mit Eifer sucht, was Leiden schafft.'였던가요?),
그게 지나치게 될 때 자기파괴 외의 그 무슨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까요. 경우에 따라서는 아마도 '공멸'이겠지요.

상대를 짓밟고 끌어내려 이기는, 비겁하게 상대의 등 뒤에 칼을 꽂음으로써 거짓 승리를 운위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를 존중하며, 서로를 격려하며, 최선의 노력과 능력을 모두가 발휘할 수 있는, 서로간에 합의된 '룰'을 지키는 '페어플레이'가 전제될때, 이른바 '경쟁사회'의 최선의 미덕이 꽃피울 수 있겠지요.

천민자본주의를 벗어나지 못한 한국의 현실에서 정말 이 웬 '쌩뚱맞은' '자다가 봉창 뜯는 소리'였습니다. 부디 널리 해량해주옵시기를...
추천16

댓글목록

온유님의 댓글

온유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Kolya님, 여느때같았으면... 이 글 읽고 기운이 나기만 했을텐데...
오늘은... 한편으로 마음이 아픕니다.  독일 온 이후로... 점점 말수도 줄어가고, 자존감이란 건 찾아볼 수도 없고... 웃을 줄만 알던 저였는데... 여기선 하루하루를 한숨으로 보내게 되네요.
말을 잘 하지 못하니, 당연히 독어겠지요, 마치 전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바보가 된 것 같아요. 들으면 이해도 하겠고(어학과정이라서 반복되는 단어와 어쩌다 나오는 타전공용어는 제가 그리 신경을 쓰지 않아서 그렇겠지요. 당연히 100% 이해하지는 못합니다), 어떤 주제를 내주면 한국말로는 하겟는데... 그런거 이제 필요가 없으니... 알아도 내 생각을 조리있게 말하지 못하니까... 버벅대는, 늘 한정된 단어와 문장만 사용하는 저를 보면서.. 정말 바보가 아닐까 생각될때가 있어요.
그래서... 웃음도 없어지고, 남들 앞에 설 자신도 점점 없어지고.. 자꾸 혼자 있고 싶고...
언제쯤이면 내가 하고 싶은 말 하면서, 긴장하지 않고, 떨지 않고... 그렇게 자연스럽게 살 수 있을지...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문득 드네요.

rhic님의 댓글

rhic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인간적인 이야기네요. 개인적으론 전원주씨를 좋아하진 않지만. 분위기와 역 때문이 아니라 대담 프로 같은데서 전형적인 여자가 다 참아야한다는 조선식(?) 시어머니상의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죠. 그 전에는 참 열심히 하는 조연이다라고 생각했는데 아무리 남자 쪽이 잘 못 했어도 부인이 참아야한다는 식으로 얘기하는 걸 몇 번 보고나니 싫어지더군요. 실제 며느리를 어떻게 대하는지는 몰라도 티비보고 있을 때는 며느리가 불쌍타라고 생각이 들었으니까요.

rhic님의 댓글

rhic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온유님/ 집에서 몇 번 씩 예상문제 만들어서 작문하고 발음해보고 책 찾아보는 건 어떨까 싶네요. 자신이 말한 것을 상대방이 못 알아들을 경우 다른 표현도 몇 개 연습해보고. 긴장하지 않고 말하기를 바라기보다 긴장하는 것을 차라리 연습의 기회로 삼는 게 내성적인 사람들의 장점이죠. 공포증은 그걸 피할 수 있기 때문에 강화됩니다. (고소공포증이 있는 사람은 신문지 위에 오르기도 싫어하죠.) 차라리 부딪치고 창피 좀 당해도 이악물고 다음엔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좋겠습니다. 다이어트든 운동이든 공부든 꾸준히 하다보면 어느 순간 점프를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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