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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 작년 이맘때 쯤에 우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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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바람이름으로 검색 조회 4,174회 작성일 02-09-03 22:06

본문


작년 이맘때 쯤,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며칠 후에 쌍둥이 빌딩이 붕괴하는 참상이 터지리라 아무도 상상치 못하였던 9월 초에 말이다.  
9/11로 역사는 새로운 테러의 시대를 맞이하였다.

나의 작년 일기를 보면  9월초에는 이렇다 할 사건이 하나도 없었다.  회사내부의 스케쥴, 아무개의 생일선물 준비, 약속, 사야할 물건등의 메모만 깨알같이 있을 뿐.  아마 나는 항상 그렇듯이 보통은 기분이 덤덤하였다가 때로는 좋기도 나쁘기도 했을 것이고,  아침에 출근할 땐 피곤해서 짜증 났을 것이고 퇴근시간이 되면 날아갈 듯 회사를 떠났을 것이고,  별일 아닌걸 진지하게, 골똘히 생각했을 것이고 …  하루 세끼 밥먹고 화장실가고…
그러다가 갑자기 하늘이 무너지듯 9/11 테러가 쾅! 터졌다.

지금 이렇게  당시 사건이 터지기 전과 터지고 난후의 시간을 회상하자니 다시 한번 두려움이 날 에워싼다.    
우리는 과거와 현재 진행되는 것만 볼줄 알지  몇 분, 몇시간 후에 무슨 일이 일어날 지 도무지 알지 못하여  답답하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이 곳의 현재를 그냥 평범한 하루로 느낄 뿐, 거창하게 “평화”라고 의식하지 않는다.  
어쩌면… 어떤 구체적인 SCHRECKEN이 현재 내 등뒤에 서서 목에 비수를 들이대며 씽긋 웃고 있는지도… 그럼에도 나는 아무 눈치채지 못한채 바보처럼 마냥 웃고만 있는지도….?  
Ach ,  Scheisse !!  (들이댈테면 들이대고 실컷 웃어라, 이 못된 x아! )

9/11은 평범한 일상생활 속에서 사사로운 스트레스를 받고 살아가는 우리 일반인들에게는 예측할 수 없는 지진처럼 느껴졌다.  자신의 발밑이 갑자기 흔들리는 느낌.  언제 또 흔들릴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극도의 공포에 휩싸인 새까만 분위기 속에 세상의 종말을 알리는 소문이 나돌기 시작했다. 밤이면 밤마다 악몽에 시달렸다. 아닌게 아니라 노스트라다무스설의 이메일을 총 6개나 받았는데 혹시나?… 사실여부를 확인하고자 서점엘 갔더니 그곳엔 이미 충혈된 눈으로 나와 같은 의도로 온 사람들로 가득 찼었다.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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