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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지금을 사는 사람의 잣대로 평가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II11IIll1lI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1,315회 작성일 23-09-20 12:38

본문

저는 홍범도라는 인물에 대한 평가를 가지고 벌어지는 작금의 사태와 더불어
현재 벌어지고 있는 역사에 대한 각종 논쟁들의 핵심은
'역사를 평가하는 기준을 무엇으로 두고 있나'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역사를 어떻게 바라보고 해석해야 할까요?
저는 역사가 발생한 당시의 '기록(사료)'를 통해 '시대상'을 반영하고
전후사정과 맥락을 파악하여 해석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1200년대에 벌어진 사건은 1200년대의 시대상을 반영하여 해석하는 것,
1700년대에 태어난 인물은 1700년대의 시대상을 반영하여 이해하는 것,
제가 생각하는 '역사를 대하는 올바른 자세'는 이것입니다.
그리고 '1600년대 태어난 인물이나 1700년대에 벌어진 사건에 대한 역사적 평가를
2023년에 사는 사람의 정치적 신념이나 도덕, 윤리적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생각도 가지고 있습니다.

'조선은 왕정이었구나. 그런데 왜 조선백성들은 국민투표를 통해 대통령을 선출하지 않았지?'
=> '아! 조선은 민주주의를 부정하던 공산주의자들 뿐이었구나!'
'고려는 왜 석유를 시추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지?'
=> '아! 고려 사람들은 석유의 중요성도 모르던 멍청이들 뿐이었구나!'
이렇게 역사를 공부하는 사람은 적어도 저는 한 번도 보지 못했고,
여러분들도 보지 못했으리라 감히 추측합니다.

우리는 단순히 '내가 지지하는 정당이 A라는 주장을 하니까 나도 A를 주장한다' 라거나
'내가 싫어하는 정당이 B를 주장하니까 나도 B를 싫어한다' 이런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역사를 판단하는 데에 기준이 되었던 보편적 가치들을 배반하고
정치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인물이나 역사에 다른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옳은가, 옳지 않은가'를 논해야 할 것입니다.
저는 이런 생각을 가지고 현재 역사왜곡 논란에 불씨가 된 홍범도라는 인물에 대한 국방부의 주장과
국방부에 이런 주장을 제기하고 있는 이들의 주장들을 근거와 함께 살펴보고
이것이 과연 합리적인지 생각하려 합니다.


국방부에서 밝힌 홍범도에 대한 재평가 사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홍범도는 소련 공산당에 가입했던 사람이다.
1-1. 육군사관학교는 공산 세력과 맞서 싸울 간부를 양성하는 곳이기 때문에,
공산주의 활동 경력이 있는 사람의 흉상이 있어서는 안 된다.
2. 자유시 참변에 직접 가담했다는 의혹이 있다.


먼저, 자유시 참변에 홍범도가 직접 가담했다는 사료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자유시 참변과 관련된 사료는 러시아 국립군사문서보관소와
국사편찬위원회 데이터베이스, 전자사료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이곳에서 홍범도가 자유시 참변 당시 다른 지역에 있었다는 기록과
이 사건을 조사해달라는 홍범도를 포함 20여명이 작성한
탄원서 등 관련 사료를 확인할 수 있는 반면 홍범도가 자유시 참변에 직접 가담하여
다른 독립군 부대를 학살했다는 사료는 확인할 수가 없습니다.
'증거 없는 주장은 인정받지 못한다'는 것은 비단 역사 뿐만 아니라 어느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홍범도가 레닌과 트로츠키와 독대하고 권총을 받은 것은 사실이며 분명한 사료가 존재합니다.
그러나, 그 과정과 배경을 이해하지 않고 단순히 받았다는 그 사실 하나에만 국한하여
홍범도는 빨갱이다 라고 귀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홍범도가 레닌에게 권총과 돈을 받은 시점은 1922년 극동민족대회(별칭 극동피압박인민대회)에 참석했을 때 입니다.
이 대회는 “약소민족은 단결하라”는 표어를 내걸고, 아시아 각 지역의 독립 운동을
지원하기 위한 목적을 띄고 있었습니다.
당시 조선을 비롯한 9개 국, 전체 140여명이 참여했는데 이 중 한국 독립운동가는 52명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즉, 홍범도가 뜬금없이 모스크바로 가서 레닌에게 권총을 받은게 아니라 독립운동을 지원하는
당시 소련의 지원정책을 통해 독립운동에 도움을 받고자 하는 여러 독립운동가들과 모스크바로 간 것으로 분석되며,
또한 레닌은 당시 조선 무장투쟁단체의 지도자 급으로 평가되던 홍범도를 비롯한 여러 나라의 독립운동가들을
지원함으로서 공산주의를 퍼뜨리려는 목적이 가졌기에 이 둘이 맞아 떨어진 결과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홍범도가 단순히 '나는 공산당이 좋으니까 모스크바에 갈거야.'하고 간 것이다 라고 이해하는 것보다,
소련으로부터 독립운동에 필요한 무기와 자금을 받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안고 갔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일 것입니다.

홍범도의 공산주의 이력을 근거로 김일성과 홍범도가 활발한 교류를 했다, 나아가 1950년 남침계획에도
홍범도가 적극적으로 개입했다고 하는 일부의 주장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합니다.
1920년 봉오동 전투와 27년 소련 공산당 가입 당시 김일성은 각각 8살, 15살이었습니다.
이들의 주장대로라면 소련 공산당과 홍범도, 그리고 15살의 김일성이 1927년부터 공산주의에 입각한
여러 활동을 진행한 사료가 존재해야 하지만 그런 사료는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또한 제 미약한 상식에는 한 국가를 지배하는 정치집단(공산당)과 무장독립운동을 전개하던 지도자가
15살 미성년자와 같이 이념활동을 전개했다는 주장은 쉽게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1937년 홍범도와 고려인들은 카자흐스탄으로 강제이주 되었습니다.
만약 일부의 주장처럼 홍범도와 김일성이 활발히 교류하며 1950년 발생한 북한의 남침계획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는 것이 사실이 되려면, 평양으로부터 직선거리로 약 4900km 떨어진 홍범도와 김일성이
직접 접촉하고 남침계획을 교류한다는 것이 물리적으로 가능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것이 실현 불가능한 이유가 있습니다.

2012년 WHO에서 발표한 대륙 별 기대수명 연대표에 따르면 1920년 아시아인의 기대수명은 약 30세,
1950년엔 35세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또한 과거 경성대 의학부 예방의학교실 미즈시마 하루오 교수가
조선총독부의 인구 및 사망신고 기록을 토대로 작성한 한반도 주민 생명표에 따르면
1926∼1930년의 한국인의 평균 수명은 남자 32.4세, 여자 35.1세(평균 33.8세)입니다.
1937년 강제이주 당시 홍범도의 나이는 이미 60대 중반으로
이미 당시 기대수명과 평균수명의 두 배에 해당하는 나이입니다.
의료환경이 발달한 2020년대의 고령인도 10시간 이상의 장시간 이동은 체력적으로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하물며 지금처럼 교통수단과 의학, 생활환경이 발달하지 못한 1930년대 아시아대륙에서 홍범도와 김일성이
4900km의 거리를 왕복하며 활발히 교류하고 남침계획을 세웠다는 주장은 김일성이 북한의 주장처럼
백두혈통을 가지고 축지법을 쓰는 게 아니고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제 판단입니다.
당시 이용할 수 있는 가장 빠른 교통수단은 기관차를 타고 가는 것이었는데
동 시대인 1931년부터 41년까지 생산된 소련의 증기기관차 FD20(Felix Dzerzhinsky)의
최고 시속이 85km/h로 설계된 것을 고려한다면
1) 러시아 철도 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2) 사전 예열시간을 제외하고
3) 중간 정차, 연착, 연료 보충 없이
4) 시작부터 끝까지 최대속도로 주파한다 가정하더라도 편도 약 57시간, 왕복 104시간이 소요되는 거리입니다.
그리고 이 소요시간은 위의 4가지 요소가 합쳐지게 되면 얼마나 늘어날지 쉽게 가늠조차 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이런 거리를 60세 노인이 수시로 왕복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맞지 않습니다.


우리가 단순히 소련 공산당과 관련이 있다는 이유로 이와 관련된 모든 역사를 우리의 주적과 똑같은 취급을 한다면
1945년 2차 세계대전 종전까지 소련의 동맹국으로서 100억 달러가 넘는
전쟁물자를 지원했던 국가는 어떻게 판단해야 할까요?
소련은 이 국가가 제공한 전쟁물자로 모신나강 소총, 파파샤 기관단총, T-34 탱크 등의 무기를 만들었고
이 무기들은 중공군과 북한군의 손에 들려 대한민국의 국민들과 군인들을 죽였습니다.
감히 어떤 국가가 자유 대한민국의 국민들을 죽이도록 소련에 전쟁물자를 지원했을까요?
이 국가는 바로 미국입니다.
만약 지금 홍범도를 재단하려는 기준대로 판단한다면, 미국이 이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겠습니까?


그러나 우리는 역사를 판단할 때 어느 한 쪽 면만 보고 판단하지 않고,
당시의 시대상과 더불어 전후 사정을 모두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 자세를 가지고 지금까지 역사를 바라보고 해석해왔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미국이 비록 소련에게 전쟁물자를 지원한 역사가 있지만,
대한민국을 위해 피흘린 UN군의 가장 큰 주축으로서 우리의 자유를 지켜준 국가임을 인정하고
현재에 이르러 가장 큰 동맹국이 됐다' 라는 것에 도달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기준은 홍범도에게도 똑같이 적용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홍범도가 '비록 소련 공산당에 가입한 이력이 있지만 그가 가족을 모두 잃으면서도
한민족의 자주독립을 위해 싸웠던 공적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똑같이 말입니다.
이것은 갑자기 나타난 것도 아니고, 특별하지도, 특이하지도 않은 그저 지금까지 통용되어 온 기준일 뿐입니다.


저는 역사에 대한 재평가가 이루어지는 것 그 자체는
'기존에 통용되던 인식을 완전히 뒤집을 수 있을 수준의 새로운 사료'가
등장한다면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단순히 누군가가 정치적 판단에 근거한 주장을 한다고 해서
사료의 뒷받침 없이 역사를 다시 재단하는 것은 용인되어선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부디 역사는 실존하는 사료에 근거하여 판단하고 그에 대한 평가들이 후세에 전해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 그리고 우리 국군은, 아니 전 세계 모든 나라의 군대가 모두 마찬가지겠지만
군대의 존재 이유는 '자국을 침략하는 모든 세력'을 막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국방부의 발표처럼 우리 육사의 존재 이유가 '공산 세력'의 침략을 막는 것이라면
그런 육사를 졸업한 장교들의 지휘를 받는 우리 국군의 존재 이유 또한 '공산 세력'의 침략을 막는 것이 됩니다.
그리고 이것은 우리 국군은 '공산주의'를 제외한 나머지 정치제체를 가진
세력의 침략은 막지 않는다는 것과 맥이 일치하게 됩니다. 과연 그렇습니까?
대한민국의 국군이 공산주의 세력의 침략은 막지만
민주주의나 입헌군주제 국가의 침략은 막지 않을까요? 대한민국의 국군이 그런 존재라고 생각하십니까?
저는 대한민국의 국군은 어떤 정치체제를 가졌냐와는 관계 없이
우리 영토를 침략하는 모든 세력에 맞서 싸우는 것이 존재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추천19

댓글목록

효령님의 댓글

효령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좋은 글 써 주셔서 감사 드립니다.
이런 분이 많이 계신다면 대한민국의 미래가 밝아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다시 한 번 머리 숙여 감사 드립니다.

  • 추천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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