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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숭생숭한 마음에 적어보는 이직준비자의 일기 (현재진행중)

페이지 정보

작성자 kimeraus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2,393회 작성일 23-07-22 00:57

본문

어느덧 독일에 사는지도 곧 5년째가 다 되어가네요.
부푼 맘을 안고 라이프치히의 어느 한 어학원에서 공부를 시작했던게 엊그제 같은데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빨리간다는 말이, 야속할만큼 심히 체감되어 씁쓸하기도 하군요..

현재 직장에서 일한지도 어느덧 2년 반을 향해 달려가고 있고 한살이라도 더 어릴때(?)
제대로 된 커리어를 쌓아야겠다는 생각에 본격적으로 이직을 준비, 실행하고 있는 30대 중반의 아저씨...로써
현재 진행중인 이직 진행과정을 마음 편히 적어볼까해요.

사실 이직은, 영주권을 딴 후에나 생각해보려고 했어요. 현재 받는 월급이 많은 건 아니지만, 그럭저럭
라이프치히에서 먹고 살 정도는 되어서라는 게 첫번째 이유였고, 두번째 이유는 사실 무언가 딱히 하고 싶은
일이 없었기 때문이었어요. 애초에 지금 하는 일(물류)이 대학 전공(화학)과는 관련이 없는 일이기도 하고 그저 먹고 살기만 하면 되지, 라는게 큰 이유였기 때문일까요.

그렇지만 이직을 해야겠다라고 결심했던 건, 우습게도 외국인청에 영주권관련 문의 답변때문이었어요.
지금까지 저는 4년간 연금을 내면 영주권 신청자격이 주어진다고 생각했고, 4년이 되는 해가 마침 제 비자가
끝나는 기간이라 어떻게 해야하는 건지 궁금하기도 해서 문의를 넣었거든요. 그런데 담당자의 한마디가
참 충격적이더라고요. 그 사람 말로는,

'넌 1년 반이 아니라 2년 반을 더 연금을 내야 해. 왜냐면 넌 Fachkraft가 아니거든'

뭔가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었다고 할까요.. 사실 어쩌면 저는 Fachkraft 의 정확한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었나 봐요. 그제서야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처럼, 막연하게만 생각했던 미래에 대한 걱정들이 물 밀듯이 몰려 오더군요. 뭐랄까, 남은 인생을 이런 일을 하며 그냥저냥 만족하며 살아가야 하는건가, 이럴려고
독일에 온건 아니었는데 하는...

사실 제 상황에 전공에 맞춰 이직을 한다는 게 쉽지 않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고, 선택지가 거의 없는 상황에 독일에
머무를 수 있는 유일한 해답이 지금 회사였어요. 왜냐하면, 한국에서 이미 졸업 전부터 전공과는 관련 없는 일을 시작했었고 관련 경험이 전무했거든요. 이 회사에서 일을 시작하기 전부터 참 많은 일이 있었지만 이야기가
너무 길어질 것 같아 이건 패스할게요.

그제서야 여럿 구직 플랫폼에서 제 전공 관련 일자리를 찾아보았지만, 전공이 전공이다보니
역시나 대부분의 회사들은 경력자들만 찾고 진로는 너무나 제한적이더군요. 그렇다고 이제와서 아우스빌둥을
할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그러다 문득 한 회사가 눈에 들어오더군요. 좋은 조건에, 특이하게도 화학전공 관련자나
혹은 물류쪽에 경험이 있는 Quereinsteiger 도 환영한다는. 마침 구직공고가 3일전에 올라오기도 했고요.

망설일 시간은 없었죠. 몇년전에 써놓고 묵혀놓았던 Lebenslauf와 Anschreiben을 부랴부랴 고쳐쓰기로 했어요.
한번 마음을 정하니, 우습게도 술술 글이 써지더라고요. 약간의 MSG를 첨가해서....

해당 회사의 홈페이지를 통해 지원서류를 등록하는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서류가 보내지질 않더군요.
Spätschicht로 일을 하고 온지라 얼추 새벽 1~2시가 되어가는 시간이었는데 얼추 한시간정도는 무한
새로고침을 했던 듯 해요. 그러다 마지막에 간신히 서류가 등록이 되었는데, 이상하게도 Bestätigung 메일이
오지 않더군요. 그럴수도 있겠다 싶어 일단은 기다려보자 생각했어요. 이때가 6월 29일 새벽이었죠.

그 후로부터 매일 매일, 뭐 일주일정도는 기본적으로 기다려봐야 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에  일하는 도중
쉬는 시간에도 무한 이메일 새로고침을 해봤지만, 어쩐지 아무런 연락이 없더라고요. 혹시나 서류가
안보내졌나, 문의 메일이라도 보내봐야 하나 하루에도 수십번을 고민했지만요.

그렇게 일주일이 조금 더 지나고 7월 9일,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쉬는 시간에 이메일을 확인하는 데
역시나 아무런 답장도 없었어요. 정말로 서류가 안보내진 것은 아닐까, 괜히 문의 메일을 썼다가
조급해보이는 건 아닐까 혼자서 상상의 나래를 펴는 도중, 문득 뇌리를 스치는 질문 하나.

혹시 스팸메일함에...?

네, 그랬습니다. 제가 서류를 보내던 그 새벽 밤, Bestätigung 메일은 제 스팸메일함으로 들어와있던 거였어요.
그리고 그날 아침, 담당자가 제게 이메일을 하나 더 보냈더군요. 졸업증명서와 Arbeitszeugnis를 보내줄수
있는지 하는 메일을요. 졸업증명서야 이미 스캔해놓은 이미지가 있으니 그렇다쳐도 Arbeitszeugnis가
문제였어요.

사실 전 Arbeitszeugnis를 아무때나 회사에서 받을 수 있는 줄 알았어요. 한국에서도 떼본적이 없던 게
경력증명서였고, 달라고 하면 주겠지 라는 생각에 바로 HR로 향했고,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그때 사무실에 아무도 없었다는 것과 뒤늦게 구글을 통해, 큰 실수를 할 뻔 했다라는 걸 알았다는 건 다행이었죠. 그러면서 드는 질문이
이미 Lebenslauf와 Anschreiben을 읽어봤을텐데 Arbeitszeugnis를...? 지금 일하는 회사가 첫 회사인걸 알텐데..?
였어요.

이메일을 확인했던 날, 퇴근 후 집에 와서 우선 담당자에게 졸업증명서를 보내주었어요. 물론, Zwischenzeugnis를 원하면 보내줄 수 있다, 다만 알다시피 민감한 사항이라 회사에서 거절할 수도 있으니 양해를 바란다는
내용과 함께요. 이때부터 전 또 혼자서 심각한 고민에 빠집니다. 분명 HR에 Zwischenzeugnis를 달라고 하면
이직 준비중이라는 걸 알게 될게 뻔하고, 설사 발급 받아서 저 회사에 보내준다고 해도 내가 100% 고용될거라는
보장도 없는데 괜히 지금 회사와 관계만 이상해지는 거 아닌가 하는 고민에 말이죠.

그리고 아침, 담당자로부터 졸업증명서를 잘 받았다는 내용과 함께 그쪽 지역으로 이사할 계획이 있는지 묻는 이메일을 받았습니다. 왜냐면 제가 지원한게 Dormagen 이었거든요. 당연하다는 대답과 함께 Dormagen 뿐 아니라 Hamburg 나 Bergkirchen의 동일한 포지션도 괜찮다라고 답변을 보내곤 계속 고민을 이어갔습니다.
그렇게 잠도 제대로 못자고 몇 시간을 고민하던 중, 한 독일인 친구가 간단하게 답을 내려주더군요.

'너 그 회사에서 일하고 싶은 거 아니야?'

그랬죠. 저는 지금 이것 저것 따질 상황이 아닌 거였죠. 어차피 만약 지금 Zwischenzeugnis를 받아 놓는다면
지금 지원해놓은 회사에 구직이 안되더라도, 나중에 다른 회사에 지원할 때 유용할테니까요. 그렇게 생각하니
오히려 마음이 편했더라죠.  일부로 30분 일찍 출근해서 HR 사무실에 들어서기 전 까지는 말이죠.

HR팀은, Personalleiterin과 보조 두 명, 총 세명인데 전 한 명 정도만 있을 거라 생각했었어요.
대게는 자택근무를 많이 하는 편이었고 보조 중 한명만 있으면 오히려 요청하기 편할거라고도 생각했거든요.
그렇게 자신만만하게 사무실을 들어서는 순간, 세 명이서 사이좋게 저를 반기더군요. 평소에는 사무실에
잘 있지도 않으면서, 어찌 하필 그날 그 셋이서 그 한자리에 같이 모여있던건지... 그 찰나의 몇초 동안
오만가지 생각이 머리속을 지나가더랍니다. 그러나 이미 사무실에 들어온 이상, 그냥 다시 나가는 것도
우스운 모양새였죠. 애써 태연한 척 떨리는 목소리를 숨기지 못한채 말을 내뱉었습니다.

'Könnte ich mal was fragen?'
'na klar, kannst du'

Personalleiterin이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Ähm.. darf ich mir mal ein Zwischenzeugnis ausstellen lassen?'

차마 말을 다 끝내기도 전에, Zwischenzeugnis라는 단어를 내뱉는 순간, 단 1초도 안되는 그 순간에
그녀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다른 두 보조 직원은 슬며시 창밖으로 고개를 돌리더군요.
그리고 그녀는 걱정스러운 눈초리로 오히려 되물었습니다.

'Willst du... verlassen?'

그제서야 왜 그렇게 구글에서, Zwischenzeugnis를 요청할 때 알아두어야 할 것들이라는 글들이 그리도
많았는지 실감이 나더군요.

'Oh, nein, nein! nicht unbedingt '

잘못한 것도 없었는데 어쩐지 반사적으로 부정을 하게 되더랍니다. 당황했던 것은 저 뿐만 아니라
그녀도 마찬가지였던 듯 해요. 순간 갈 곳을 몰라 허공을 헤매는 그녀의 손을 보았거든요.
어차피 말은 내뱉었고 오히려 차분해진 마음으로 그녀에게 간단하게 설명해줬습니다.
알다시피 화학과를 졸업했고, 이제는 전공관련 일을 해보고 싶다. 외국인청에서 나는 Fachkraft가 아니라더라
등등요. 설명을 듣고 나자 그녀는 약간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습니다.

'natürlich, verstehe. ich stelle mal dann eins aus. aber es würde 1-2 Wochen dauern.'

그러면서 그러더군요. 만약 제가 불미스러운 일들로 HR을 자주 들락날락했다면 안해줬을거라고..

고맙다는 말과 함께 사무실을 나오자마자 안도의 한숨이 나오더군요. 이미 저지른 일, 돌이킬 수도 없으니까요.
이때가 딱 7월 10일이었네요.

그 뒤로부터는 지금까지 또다시 기다림의 연속입니다.
제 팀 매니저가 그 주에 병가였던 것도 있고, 엊그제 그러니까 목요일 매니저가 슬며시 제게 와서는 묻더군요.
Zwischenzeugnis 발급해달라고 요청했느냐고. 그렇다고 하니 절 보내줄 수 없다는 농담과 함께
그날 끝내주겠다고 한 뒤로는 결국 별 언급 없이 이렇게 주말을 맞이했습니다.
아마 다음 주 중에는 받을 수 있겠지요. 나름 회사 생활을 잘 한지라(?) 사실 뭐라고 혹은 어떻게 적혔을지 크게
걱정은 하지 않습니다.

한 가지 걱정인 건, 담당자가 마지막으로 보낸 제 메일을 아직까지 안 읽었다는 것.
휴가겠거니 생각한게 얼추 2주일이 지났으니... 다음주면 읽어보겠죠...?
새로운 구직공고가 타 구직사이트에 안 올라온 걸 보니 그게 맞겠죠.

어찌보면 별 것 아닌 일들을 구태여 이렇게 써보는 것은, 그래도 첫 Bewerbung 서류들을 보내고 얼추 한달이
조금 안되는 시간동안 느꼈던 감정들이 뭐랄까, 오랜만에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게 해서 때문일지 모르겠어요.
회사, 집, 회사 또 집, 그렇게 달려왔던 2년이 훨씬 넘는 시간동안 특별히 새로울 것도, 재밌을 것도 없이 무료했던
일상에 새로운 활기, 또 무언가를 기다린다는 감정이 이렇게 애뜻(?)했구나 라는 것도 다시금 느껴보는
근 한달이네요.

이직을 준비하시는 분들, 혹은 구직활동을 하고 계신분들은 아마도 그 기분이 어떤건지 잘 아실거라 생각해요.
초조함, 불안함 그리고 그 막연한 기다림. 그렇지만 저 뿐만 아니라 그 모든분들이 끝까지, 원하는 바를 이루는 그때까지 힘냈으면 좋겠어요. 분명, 우리가 필요한 곳은 어디든 있을테니까요.
추천12

댓글목록

Kohlhaas님의 댓글

Kohlhaas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이직 준비에 참 많은 용기가 필요하더군요. Arbeitszeugnis 가 참 중요합니다. 꼼꼼히 살피셔서 좋은 Arbeitszeugnis 받으시길 바랍니다. 대학성적만큼 중요합니다

kimeraus님의 댓글의 댓글

kimeraus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처음에는 한번 시험삼아 지원해보자 라는 생각이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욕심이 생기는건 어쩔수없네요. 저도 이것저것 알아보면서 zeugnis가 얼마나 중요한건지 새롭게 알게되었네요. 그래도 그동안 나름 회사생활 잘했다고 생각했으니 좋게 써줬기만을 바래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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