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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uder Johannes*

페이지 정보

작성자 룽지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3건 조회 1,088회 작성일 22-10-31 01:06

본문

2002년 게하르트 슈뢰더 독일 연방 총리는 총선에서 힘겹게  승리하고 그의 두번째 총리 임기를 시작했습니다. 그는 11%에 달하는 실업율과 심각한 경기침체를 돌파하기 위해 많은 반대에 부딪치면서도 친기업적인 노동유연화 정책과 사회복지축소 정책을 추진합니다.

분위기가 이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예술과 문화 분야에 대한 비판적 시각과 목소리가 표출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중 독일의 공공극장이 가장 먼저 도마에 올려집니다.

° 비용이 너무 많이 드는거 아냐?

° 경제도 어려운데 너무 사치 아냐?

° 극장에 들어가는 공적자금을 다른 곳에 투자하는게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 극장은 예술의 전당인가 거대한 공룡인가?

등의 질문들이 연방의회, 정부, 극장 회의론자들로 부터 나오고 있었습니다. 요지는 다른 나라들처럼 중요하고 큰 극장 몇개만 남기고, 공공자금으로 운영하는 대부분의 주립, 시립 극장들은 손 좀 봐야 된다는 주장이었습니다. 

이런 주장과 움직임을 알고 가만히 있을 극장 사람들이 아닙니다.

° 삼백년 넘는 극장의 역사를 가진 자랑스런 우리의 조국....

° 독일은 극장과 오케스트라의 나라인데 지금 독일극장들이 불에 타고 있다. 너네가 뭔데 감히....

° 이제부터 우리는 극장전쟁을 선포한다.

등의 험한 말들이 쏟아졌습니다.

이때 오래 전부터 Bruder(형)라 불리는 정치인 한사람이 전면에 등장했죠. 당시 독일 연방대통령이던 요한네스 라우(Johannes Rau 1931-2006)입니다. 그는 이전 1978-1998년까지 20년간 노르트 베스트팔렌 주지사를 했던 인물이고 그 주는 독일에서 가장 많은 공공극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예술과 문화, 극장과 오페라에 대해 확고한 신념을 가진 정치인 요한네스 라우는 대통령으로서, 정치인으로서 양쪽의 중재자 역할을 합니다.

먼저 의회와 정부, 극장 회의론자 그리고 대중에게 예술과 문화, 극장과 오페라의 당위성과 필요성을 알립니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연설과 인터뷰, 공개편지등을 통해 꾸준히 설득합니다. 그리고, "재정정책이 예술문화정책을 설계하려 하지말라. 그것은 인간의 존재를 비용과 이익으로 재단하려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의회에 경고합니다.

당시 그가 설득을 위해 주장하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Kunst und Kultur sind nicht wie Sahne auf dem Kuchen, die man dazunimmt, wenn es einem gut geht, sondern sie sind die Hefe im Teig. Wer diese Hefe nicht in den Teig tut, der bekommt Steine statt Brot."
(예술과 문화는 케이크에 올리는 생크림이 아니라, 반죽에 들어가는 누룩입니다.  반죽에 누룩을 넣지 않은 사람은 빵 대신 돌덩이를 얻게됩니다.)

"Theater und Oper sind Orte, an denen zunächst einmal und in erster Linie Kunst gemacht wird. Sie können und sie sollen aber auch Orte der gesellschaftlichen Selbstverständigung sein."
(극장과 오페라는 예술을 만드는 가장 앞 선 장소입니다. 극장은 사회적 소통의 장소라 할 수 있고 또 그렇게 해야 합니다.)

„Je stärker unsere Welt sich globalisiert, desto stärker brauchen wir Gemeinsinn. Darüber gibt es eine Diskussion unter dem Stichwort „Zivilgesellschaft“. Wir müssen darüber reden, was ist der Mörtel in dieser Gesellschaft. Über die Steine, über den Umsatz, über die Gewinne ist genug geredet worden. Jetzt muss geredet werden über den Mörtel, der alles zusammenhält.
(세계화가 심화 될수록 우리는 강한 공동체 정신이 필요합니다.  "시민사회"라는 열쇠말을 가지고 우리는 공동체 정신에 대해 토론합니다. 우리는 사회의 몰탈(모르타르)에 대해 이야기 해야 합니다. 벽돌들에 대해, 매상에 대해, 순이익에 대한 이야기는 충분히 했습니다.  이제는 이 모든 것들을 서로 튼튼하게 유지 시킬 몰탈에 대해 이야기해야 합니다.)

동시에 극장 사람들에게도 따끔한 충고와 조언을 아끼지 않습니다.

° 가장 먼저 언어를 순화할 것. 살아있는 극장을 만들려면 공멸과 폄훼의 생각과 말을 버려야 한다.

° 극장연맹을 만들어 문제점과 상황을 파악하고 미래를 위한  보고서 만들 것.

° 극장은 재정을 고민하기 보다  풍부한 아이디어, 자신감과 용기를 가지고  예술적 변화와 도전, 실험에 집중할 것.

° 아집을 버리고 시민, 관객과 함께할 방법 그리고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예술문화 교육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개발할 것.

° 특히 극장은 삶의 정서와 지역의 정체성을 만들어야 하기에 관객과의 친밀한 관계를 위한 많은 노력을 할 것 등을 강조합니다.

지역사회에서 살아있는 극장을 만들기 위해 진정한 누룩과 몰탈의 역할을 요구하는 진심과 애정어린 충고였죠.

두 진영은 2년간 총9회의 대토론회를 개최하여 갑론을박 하면서 극장 통폐합이 아닌 극장개혁으로 중지를 모았습니다.
 
결과적으로 독일의 공공극장은 살아 남았습니다. 인접한 두세 극장들이 병합되기도 하고 인원감축, 예산삭감도 있었지만 전국에 140개의 공공극장은 여전히 살아 있습니다. 평균 82(공공):18(자체)의 재정형태도 유지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라우 대통령의 조언대로 살아있는 극장(Lebendiges Theater)이 되기 위한 다양한 시도와 변화가 있었습니다.

각 지역의 극장마다 시민극장(Bürger Bühne), 청소년극장(Junges Theater), 발레학교(Balletschule), 세대간 극장(Generation Bühne) 등이 생기거나 더 강화되어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공연을 기획 제작합니다. 극장이 주최하는 다양한 야외공연, 어린이를 위한 연극과 오케스트라 공연등이 매시즌 정규 프로그램으로 정착되었습니다.

학생, 교사와 함께하는 테마별 프로그램들을 진행하고  VR을 이용하는 디지털 극장(Digital Theater)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시민과 미래세대가 극장과 예술문화에 친밀해 지는 일은 극장의 미래를 위해 중요합니다. 그렇지만 더 귀중한 가치는 창의적 삶의 실마리를 제공하고, 예술과 문화를 통해 서로의 정서를 교환하고 소통하며, 공동체 안에서 함께 사는 사회를 지향하는데 있습니다. 이것은 극장만이 할 수 있는, 대체할 수 없는, 의미 있는 일이며 라우 대통령이 제안했던 것입니다.

이런 노력으로  2015/16시즌 전독일 공연 관객수가 연인원 3천9백만 명을 넘었고, 이 중 공공극장의 관객만 2천만 명이 넘었습니다.

극장과 오페라, 예술과 문화를 공적영역이 포기하는 것은 공동체 사회를 지구 중심까지 추락시키는 일이라고 외치던 '사람 낚는 어부'*는 2006년에 떠났습니다. 

2020년 코로나 시대를 거치며 다시 공공극장에 대한 회의적인 기사를 심심찮게 보게 되지만 그럴 때마다 이를 반박하는 정치인들이 나오고 그들의 반박 주장은 대부분 요한네스 라우의 변주(Variation)입니다.

당시 그의 연설문, 기고문, 편지, 인터뷰를 엿보는 동안  '만약 그때 그곳에 이 사람이 없었다면 어땟을까?'라는 질문이 생기고 연이어 그냥 한마디가 따라옵니다.

Danke, Bruder Johannes!
(요한네스 형! 고마워~)


* Bruder Johannes(요한네스 형)와 Menschenfischer(사람 낚는 어부)는 독일인들이 정치인 요한네스 라우를 부르는 애칭입니다. 

<이태원 참사에 희생된 분들께 삼가 심심한 조의를 표합니다.>
추천4

댓글목록

룽지님의 댓글의 댓글

룽지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댓글 감사해요 루드비히님!
카이사르의 루비콘강 앞의 연설처럼 유명한건 있는거 같지 않구요.
순전히 제 개인적으로 의미있다 생각하는 라우의 연설이 두 개 있어요.
 
https://www.bundesregierung.de/breg-de/service/bulletin/ansprache-von-bundespraesident-johannes-rau-808056

2000년 2월16일 독일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이스라엘 방문하여 독일어로 한 연설입니다.

https://www.bundesregierung.de/breg-de/service/bulletin/grusswort-von-bundespraesident-johannes-rau-789494

2003년 11월 14일. 제가 위에 언급한 "Bündnis für Theater" 중간보고 토론회 인사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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