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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리 게시판을 대하는 자세

페이지 정보

작성자 Paradox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6건 조회 2,423회 작성일 21-05-28 16:33

본문

베리에서 늘 많은 도움을 받고 있는 독일 생활 10년차 사람입니다.
페이스북에도 '독유네'라는 그룹이 잘 활성화가 되어있지만
분위기가 좀 더 차분하고 조언의 깊이가 깊은 베리가 저한테는 더 찾게되는 곳이네요.

타지 생활이라는 게 어떤 일에서는 전문가가 되어 남을 도와주는 위치에 있다가도
어쩔 때는 아무 것도 모르는 영역의 문제가 생겨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하기도 한데
이렇게 타지에서 언제든 도움을 받고 또 도움을 주는 기쁨 또한 누릴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게
얼마나 큰 의지가 되고 위로가 되는지 아마 여기 계신 분들을 모두 느끼셨을 것 같아요.

하지만 어떠한 일에 대해 판단을 하고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데 있어서
다른 사람의 경험만을 듣고 그대로 따르기에 이 나라 독일은 워낙 '케바케의 나라'다보니
자칫 나에게만 주어질 수 있는 어떤 운이나 기회를 놓칠 수도 있겠다란 생각이 들었어요.
특히나 꿈을 위해 멀리 타지까지 왔으니 뭐라도 이뤄내야한다는 책임감, 미래에 대한 불안감,
외국인으로써의 소외감, 뭐든지 혼자 해내야하는 중압감과 외로움까지 떠안은 상태에서
유학선배, 인생선배들의 지나치게 부정 혹은 긍정적인 생각이나 한쪽으로 치우쳐진 의견을 봤을 때,
자신의 상황과 비교하여 참고하는 게 아니라 그대로 흡수하고 영향을 받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이 곳에서 대략적인 견해와 다수가 똑같이 경험한 이야기를 듣더라도
꼭 직접 경험하고 재차 확인하고 다시 돌아보고 스스로 판단하고 생각해봤으면 좋겠습니다.

독일은 일처리가 느리기로 유명하죠.
이사 하면서 문제가 생겨서 암트에 갈 일이 있었는데
암트 사람이 제가 전에 살던 도시의 암트에 직접 전화해서 일처리를 하는 걸 보고
깜짝 놀란 적이 있습니다. '아 이런 식으로 일이 진행되니 느리구나' 깨닫기도 했고요.
우리나라처럼 컴퓨터로 착착, 어느 동사무소에 가도 결과가 같은 게 아닌
독일은 전부 사람이 하는 일이라는 느낌이 강할 만큼 그때그때 결과가 다른 일이 많아요.
부정적으로 보면 느리고 답답하고 시대에 뒤떨어진 것 같고 하지만
긍정적으로 보면 그래서 융통성이 있고 사람 냄새가 나며 결과적으로 안되는 게 되기도 하더군요.

저는 유학준비비자를 받을 시에 '알려진 정보(2년)'와 다르게 3년을 받았고
취업준비비자도 '알려진 정보(1년 반)'가 아닌 2년 반을 받았으며
한번도 재정증명서나 슈페어콘토를 비자 발급시에 제출한 적이 없어요.
'보통은 불가능하다는' 직장 프로베 기간 중 28일의 휴가를 전부 다 써보기도 했고
'보통' 프로베 중에는 잘 안준다는 비자를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청해서 받기도 했습니다.
모두 '알려진 정보'나 '보통' 다수가 경험하거나 들은 것과는 다른 결과였습니다.
저에게는 베리에 '보통'달리는 답변들과는 다르게 일이 진행이 되었고,
제가 제 경험을 다시 여기에 공유를 하면 누군가에게는 틀린 답이 될테죠.

한국은 모든 곳에 업무가 전산처리로 딱딱 언제나 똑같이 빠르게 진행됩니다.
독일에서 늘 기다리고 뭐든 메일로 주고 받는 방식에 익숙했었는데
한국에 가니 모든 게 그 자리에서 바로바로 처리가 되고 신세계가 따로 없었어요.
하지만 그 편리함이 당연시 되어 은행은 점심시간이 있으면 안되는 곳이 되었고
감정노동 종사자들의 50% 이상은 우울증이나 스트레스 질환을 앓고 있다고 하죠.
어디가 더 좋은 나라일까요?
서비스를 이용하는 위치에서는 한국은 편하고 좋은 나라, 독일은 느리고 답답한 나라가 되지만
서비스를 제공하는 위치에서는 한국은 각박한 나라, 독일은 스트레스가 덜 한 나라가 됩니다.

또 한가지 한국에서 저에게 제일 큰 행복을 가져다줬던 배달앱 이용후기의
음식이 너무 짜다, 맵다, 배달이 너무 느리다 등 불만이 가득 써있는 걸 보며 충격을 받기도 했습니다.
독일에서 보기에는 행복해보이는 한국의 서비스들에 사람들은 왜 만족하지 못할까요?
반대로 한국에서 보기에는 행복해보이는 유럽의 삶인데 사람들은 왜 만족하지 못할까요?

결국은 내가 어디에서 무엇을 생각하느냐 나름인 것 같아요.
같은 한국인이어도 하는 일에 따라, 관심사에 따라, 가치관에 따라
누군가에게는 한국이 좋은 나라, 다른이에게는 독일이 좋은 나라가 되는 게 당연하고
내가 어디서 더 행복할지는 나의 경험과, 취향과 가치관에 따라 나만 알 수 있기 때문에
단순히 행복과 불행의 원인을 거주하는 환경에 두고 타인과 토론할 수는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같은 일이라도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 있고, 또 같은 결과라도 각자 느끼는 감정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직접 경험해보고 판단해서 어떤 일이든 본인에게 맞는 쪽으로 선택하는 게 가장 좋은 것 같습니다.

끝으로 저 또한 현재 제 삶에 부정적인 감정을 느낄 때가 많아서 깊이 생각을 하다보니
하필 감정을 느끼고 있는 곳이 독일이라 가장 먼저 탓할 거리로 독일을 떠올렸을 뿐,
사실 그 원인은 제 마음에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나라가 아니라요.
이대로 한국에 간다면 새로운 환경에 당장은 해소가 될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제 안에 있는 문제를 해결해야 어디서든 행복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마침 베리에 올라오는 글들을 읽어보고 마침내 이 생각을 정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모두 행복한 주말 되세요.
추천22

댓글목록

Byuruk님의 댓글

Byuruk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정말 공감이 많이 가는 글이었습니다. 아무래도 해외에서 유학생활을 시작하다 보면 모르는 것에 대한 불안감 그리고 잘 해내야 겠다는 열정과 책임감이 더해져서 더 예민해지고 무언가 딱 정해진 정답?이라는 걸 알고 싶어 하고 그에 맞춰서 안전하게 가려는 마음이 생기는 거 같아요.

편리함에 대한 관점도 정말 공감이 갑니다. 우리나라가 서비스업에 대해서는 정말 세계최고수준이라고 생각하는데요. 한국에서서 살때는 몰랐는데 독일에서 살다보니까 우리나라에서 서비스업에 종사하시는 분들이 너무 힘드시겠구나 라는 생각이 듭니다. 독일과 한국은 서비스에 관해선 완전 극과 극인거 같아요. 독일은 직원, 종업원들이 거의 갑인 느낌인데 이것도 물론 개인적으로 좋다고 느껴지진 않습니다만 한국의 서비스에 대한 관점이 조금은 완화되었음 하는 바램입니다.

저도 연차가 많이 쌓이고 독어도 어느정도 하게 될 줄 알다 보니 주변에서 도움을 많이 요청하게 되는데 그럴때마다 선뜻 도와드리기가 망설여지더라구요. 제 경험담을 빗대어 조언을 해주어도 막상 그분한테는 전혀 다른 전개가 펼쳐질 수도 있게 되잖아요? 말씀해주신데로 독일은 케바케라는 나라라는걸 뼈져리게 느끼게 되요. 그리고 외국인청에 비자연장하는걸 도와드리게 될 때가 가장 애매한 것 같아요. 막상 통역 도와드리러 같이 갔다가 서류를 미흡하게 준비해 오신걸 보면 딱 봐도 아 비자연장 안되겠구나 그래도 최선을 다 해봐야겠다 라고 통역을 도와드리긴 하게 되는데 연장거부 되면 왠지 제 탓이 된 것 같고 그 분도 어디서 정보를 들으시고, 다른 사람은 이러이러해서 됬다더라 이러면서 한마디 하시게 되면 참 난감하더라구요. 전 어디까지나 통역을 도와드리러 간거지 비자연장을 도와주러 간게 아니니까요.

  • 추천 3

로고스님의 댓글

로고스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독일은 직접 부딪혀 보지 않고
스스로 포기하는 사람에겐
원하는 것을 결고 얻을 수 없는
나라일지도 모릅니다.
독일들이 어떤 일을 앞두고
흔히 쓰는 말, "mal sehen!!!"

한국인들처럼, 호언장담하진 않아도....

  • 추천 1

sjpark00님의 댓글

sjpark00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좋은 글 감사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누군가는 크게 즐겁지만 누군가는 크게 불행한 사회보다는 모두가 조금씩만 즐겁거나 최소한 크게 불행한 사람은 없는 사회가 더 낫다고 생각하는 편이라 독일 사회에 비교적 만족하며 사는 편입니다.

  • 추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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