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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생각해 오던 한국어의 존대법 체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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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30에다시시작하는학부생활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1건 조회 2,595회 작성일 21-01-17 21:24

본문

"주문하신 커피 나오셨어요"와 비슷한 표현은 한국에 살면서 다들 한 번 쯤은 들어 보았을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게 엉터리 문법이라는 것도 알고 있을 것이다. 나의 경우에는 항상 이 표현이 불편했고 문법적으로 엉터리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왜 없어지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예전에 인터넷 뉴스 기사에서 없어지지 않는 원인을 설명하는 글을 본 적이 있다. 그런 표현을 쓰지 않으면 자신에게 ‘반말’을 했다고 여겨서 불쾌해하며 화를 내는 손님이 일부 있기 때문에 그런 표현이 없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것 때문에 자기들도 문법적으로 틀린 표현임을 알면서 사용한다고 한다.

나는 그것을 듣고 과연 그렇구나 하고 납득하게 되었다. 생각해보면 그 표현이 틀리다는 것을 알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것이 틀렸다고 해서 직원에게 직접적으로 따지고 들거나 화를 내지 않는다. 속으로 ‘저 사람 틀린 문법 쓰는구나’ 하고 생각하고 말거나, 혹은 별 생각없이 넘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반면에 그런 표현을 쓰지 않아 ‘반말’을 했다고 여기는 소수의 사람은 조용히 넘어가지 않고 그 자리에서 따지고 드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불필요한 논쟁과 갈등을 없애기 위해 차라리 ‘엉터리 존대법’을 사용해버리는 것이다. 나는 그것을 보고 뭐 저런 정말 어처구니없고 비효율적인 것이 있나 생각하게 되었다.

물론 사람을 존중해서 나쁠 것은 없다. 하지만 우리가 잘 생각해야 할 것은 한국어의 존대말은 결코 ‘서로’ 존대하기 위해 생겨난 어법이 아니라는 점이다. 우리말의 존대법은 상대에게 존경의 뜻을 나타내는 수단이 아니고, 사람 사이에 위아래를 정하는 수단으로 쓰이고 있다. 존대법은 모든 사람을 상하 관계로 구분하는 역할을 한다. 즉 순간순간 어떤 어법을 사용하는가에 따라 내가 상대보다 얼마나 더 높은가, 저 사람은 나보다 얼마나 더 낮은가를 서로 합의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존대법은 엄밀히 말해 ‘하대법’ 이기도 하다. 서로 존대하는 경우란 두 사람의 지위가 같은 경우에 한할 뿐이다.

존대법은 또한 사람을 공격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전에 한보 청문회 당시 증인으로 출석한 박경식이라는 의사에게 집권당의 한 국회의원이 반말을 사용했다가 서로 고함지르고 삿대질하는 장면이 TV를 통해 전국에 생중계된 일이 있다. 이 때 증인이 ‘반말하지 마세요’ 라고 하자 집권당의 정치몰이배가 ‘나이가 열 살이나 더 많은데 반말좀 하면 어때’ 하고 받아쳤다. 이것은 말투로 상대방을 위압하고 들어가려는 공격적인 어법의 전형적인 사례다. 이런 경우 상대방의 공격을 가만 놔두면 ‘나는 당신보다 못한 종입니다’ 하고 인정하는 꼴이 되는 것이다.

신분에 따라 사용하는 어법을 달리하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이 계급 사회가 남겨놓은 전통이다. 조선 시대에는 사농공상 장유유서 남녀유별 등 직업과 나이와 성별에 따라 여러 가지 계급 구분이 엄격했었다. 사람들은 유교의 예법에 따라 수십 수백가지의 어법을 구사해야만 했다. 그나마 지금 정도로 된 것도 조선 시대에 비하면 많이 줄어든 결과이다.
오늘날 대한민국은 모든 국민이 평등한 권리를 갖는 민주 공화국을 표방하고 있다. 하지만 이 조선시대의 말하는 법은 아직 그대로 남아 있다. 한국어 가운데 뿌리깊게 자리잡아 우리말을 해치는 존대법의 폐해를 극복하지 못하는 한, 우리는 남에게 자랑할만한 사회를 결코 이룩하지 못할 것 같다. 이 존대법, 하대법이 남아있음으로 해서 세대간, 남녀간, 계층간, 선후배간 위화감이 나날이 깊어질 뿐 아니라 사람들 사이에서도 백해무익한 갈등이 양산되고 있다. 카스트 제도가 인도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것처럼, 존대법도 한국 사회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대단히 견고한 장애물인 것이다.

어떤 식으로든 여러 가지 존대법 가운데 하나를 택해서 말을 건네야 하기 때문에 우리는 마주치는 모든 사람에 대해서 적절한 화법과 그에 따른 상하관계를 설정하도록 강요당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듣는 사람이 각각의 어투에 따라 기분이 달라진다는 데 있다. 말하는 사람이 나를 어떻게 여기고 있는가, 즉 지금 말하고 있는 사람이 나를 어떤 지위로 대하고 있는가 하는 점이 말투로부터 전면적으로 드러난다.

특히 나는 외국에서 있으면서 현지인과 그 나라의 문화, 그리고 또다른 외국에서 온 사람들과 그들의 문화에 대해서 이야기하기를 좋아하는데, 거기에서도 다른 나라와 다른 한국의 유니크한 점을 많이 발견한다. 그것이 바로 존대법이다. 내가 이렇게 말하면 일부는 “외국에도 존댓말은 있잖아? 뭐 다를게 있어?”라고 반문한다. 하지만 한국의 존댓말은 외국의 존댓말과는 상당히 다른 점이 있다. 일단 유럽어에서 존대란 ‘나와 친하지 않음’, 혹은 ‘공식적인 관계’임을 나타내는 수단이다. 따라서 존대는 기본적으로 상호존대이며, 일방존대가 현대 사회에서 더 이상 많이 쓰이지 않는다. 생각해보면 당연하다. 한쪽만 친하고 한쪽은 안친한 경우는 없지 않은가? 따라서 나는 서양에서는 존댓말과 반말로 갈등이 일어나는 경우는 많이 본 적이 없다.

한국과 같이 일방존대가 있는 일본어의 경우에도 한국보다는 훨씬 상황이 낫다. 내가 일본인에게 부모와 조부모에게 반말을 쓰냐고 질문했더니, 일본인은 황당해하며 당연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부모에게 반말을 쓰는 것도 버릇없다고 여기는 사람도 많고, 조부모에게는 반말을 쓰는 경우를 나는 많이 보지 못했다. 즉, 한국에서는 존대와 반말이 위의 글과 같이 상대방과의 거리를 나타내는 수단이 아니라 서열로 쓰이는 경우가 다른 언어에 비해서 두드러진다는 것이다.

내가 이것을 말하면 상당히 많은 사람들은 “왜 우리 문화를 바꿔야하냐? 외국이 하면 다 그렇게 해야되는거냐?” 라고 반문한다. 그런데 나는 아무리 오래된 문화라고 해도 폐해가 크면 반드시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당장 구글에 “반말 살인”이라고 검색하면 반말을 했다는 이유로 상대방을 살해했다는 사건의 기사가 수십개 이상 뜬다. 이런 황당한 사건은 외국인들 입장에서는 이해조차 어려울 것이다. 몇 년 전에 있었던 한국 연예계에서 이태임과 예원이라는 두 연예인이 반말 존댓말 문제로 갈등이 벌어졌던 사건이 있었는데, 그 당시에도 한국에 관심이 많은 외국인들도 그 둘이 싸우는 것조차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그들의 생각에 존댓말과 반말이란 친소를 나타낼 뿐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하물며 반말을 사용했다고 살인이라니, 이것은 한국식의 사고방식을 갖고 있지 않으면 이해하기 매우 어려울 것이다.

단순히 살인만 해도 쉽게 기사를 찾을 정도인데, 그 갈등으로 인한 폭행 사건이나 다툼은 신문 기사로 쓸 수 없을 정도로 많을 것임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만큼 한국 사회에서 그 문제는 심한 갈등을 초래하고 있다고 생각해도 무방하다. 당장 이 글을 읽는 사람들도 반말과 존댓말 문제로 인해서 한국에서 누군가와 갈등이 한 번도 없었는가? 나는 한 번쯤은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상대에게 말을 하기 어려운 환경 하에서는, 자연스럽게 불편한 타인과의 대화를 꺼리게 되고, 결국에는 다른 세대, 다른 집단과의 갈등을 해결하기 어렵게 한다. 존대 인플레이션이 지나치다 못해 사물까지 존대하는 우스꽝스러운 문법이 난무하는 한국에서 지나친 존대법의 폐해에 대해 한 번쯤은 생각해 보는 것이 옳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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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ggk32님의 댓글

ggk32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저도 독일에서 살다 보니 한국인이랑 불편하게 존대/반말에 얽혀사느니 차라리 독일인들과 더 소통하게 되더라고요.
저는 제 자신부터 바뀌자 자체가 저만의 모토이기에 제 주변 한국 사람들에게 나이가 적든 많든 반말을 권유하는 편입니다.
반말을 한다는 것이 서로 간의 상하 관계가 아닌 가까운 거리감을 나타낸다는 저 만의 생각을 전하고요. 그리고 반말을 하면서 동시에 호칭, 및 존댓말에서 오는 장애물들에 제약이 사라져 그 사람에 대해 더욱 가까이 다가가고 대화의 주제가 폭넓어져 사람 대 사람으로 친해질 수 있다는 장점을 믿는 편입니다.
 물론 상대방이 거부하는 경우도 있죠. 그 중 한 명은 "너무 문화 사대주의 아니냐" 라고 하는 사람도 있더군요. 사람의 생각은 다양하니까요.
각설하고 이 존댓말 문화에서 저는 제 자신과 주변 사람들에게 변화를 권유하고 있지만, "존댓말 문화는 한국의 고유한 문화인가?" 라는 물음과 제가 살고 있는 "독일의 duzen/siezen 문화"의 이질감이 충돌해서 가끔은 혼란이 오기도 하네요ㅎㅎ. 하지만 이 문제에는 답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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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bbbbbbb님의 댓글

bbbbbbbbb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비단 존댓말과 반말에서 기인한 문제라고 생각한다면 너무 피상적인 문제이고 그에 따라 결론 도출또한 단편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봅니다. 저는 제시하신 문제를 단순히 반말 존댓말 문제가 아닌 서로 사전 상호 협의 없이 상황과 문맥에 맞지않게 사용한 반말은 타인에게 불쾌감울 줄 수 있는데서 기인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사실상 서로 존댓말을 사용했다면 혹은 서로 거부감 없이 반말을 사용했다면 문제가 아니었을거라 생각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사회에서 만난 사람들에게는 나이가 적든 많은 직위의 고하없이 반말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또한 저에게 누군가 반말을 하는 것 또한 사실 선호하지 않습니다 이 경우 그냥 무례한 사람이라고 생각 할 뿐 그렇다고해서 티를 내진 않습니다. 결국 제 사견은 언급하신 문제들은 사실상 단편적으로 존댓말 반말의 문제라기보단 일방향적인 의무적 존댓말 사용과 경우없이 사용하는 반말의 문제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 추천 6

Archivistik님의 댓글

Archivistik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저도 bbbbbbbbb님 의견에 동의합니다.  존댓말이 사라진다고 모두가 존중하고 예의를 갖추게 되진 않을 것입니다.  존댓말 자체가 문제라기 보단 사람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모두가 다 친구이고 어디서든 반말을 하는 문화라고 해결될 것 같다는 생각은 들지가 않습니다.  그리고 저 역시 예의와 존중을 위해 상대방에게 존댓말을 먼저 합니다.  상대방의 나이가 몇 살이든 그건 상관하지 않습니다. 
존댓말이든 반말이든 예의없는 사람들은 어떤식으로든 상대방에게 무례하고 불쾌감을 주기 마련이거든요.

  • 추천 2

XX님의 댓글

XX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독일에서 공부하고 한국으로 돌아온 지 십수 년이 되었네요. 9살 딸아이를 키우며 공방에서 초등학생 중심으로 미술수업을 하며 지냅니다. 저 어렸을 적엔 나이에 대한 서열이 무척 강했더라죠. 선생은 학생을 마음껏 두들겨 패도 되던 시절이었고, 골목에서 패싸움 하던 문제아들도 구멍가게 어른이 나와 소리 한 번 지르면 흩어졌습니다. 그러한 서열문화에 비판이 꽤 있었고, 현재는 피상적이나마 좀 변하고 있다고 보입니다. 여전히 꼰대들이 보이는가 하면, 초면엔 나이 상관 없이 존대어를 사용하는 어른들도 기대했던 것 보다 많아졌습니다.
그런 반면 양극화가 심해지며 흙수저 금수저 호칭이 유머처럼 사용되는 사회에서 "계급"의 서열이 강화되는 것 같습니다. 갑질의 횡포가 사회문제로 떠오르기도 하고, 가게에서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도 있습니다. 자존감의 이론에서 보자면, 자존감이 낮은 사람일 수록, 자존감이 바닥인 사람일 수록 누군가를 밟아야만 '자신이 바닥이 아니'라는 위안을 얻을 수 있다고 합니다. 육아하는 아빠로서는 사회의 그러한 면이 강하게 느껴져요.

저는 아이들에게 무척 강조합니다. "나에게, 선생에게 반말해도 괜찮아. 존중은 마음에서 나오는 거니까. 반말로도 충분히 존중할 수 있고, 깍듯한 존대어로도 상대를 비열하게 조롱할 수 있으니까. 반말한다 혹은 존댓말 한다는 것은 별로 중요치 않아. 존중은 상대를 진심으로 존중하는 가슴에서 나오는 거니까."
실제로 저와 반말 트고 지내는 초등학생 아이들도 있어요. 존중의 마음을 담고 반말로 활짝 웃으며 저를 대할 때, 정말 기분 좋답니다.

그리고 제 아이에게, 공방을 찾는 아이들에게 가장 가르치고? 싶은 것이... "너희가 얼마나 아름답고 소중하고 멋진 존재인지...", 그리고 그것이 사실이니까요.

  • 추천 1

BUDS님의 댓글

BUDS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bbbbbbbbb님 의견에 동감합니다.
존댓말을 씀으로서 생기는 부정적인 면과 불편한 점도 있긴하겠죠. 하지만 부정적인 부분을 너무 비약하신게 아닌가 생각이 드네요. "반말살인"을 예로 드셨는데, 단순히 반말을 해서 그런 일이 일어난것이 아니라 반말을 한다는것이 상대를 무시하기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겠죠. 외국인들도 반말해서 사람을 죽였다면 이해가 어렵겠지만, 반말을 하는 행동이 상대를 무시하고 얕잡아 보는 행동이라는 것까지 설명을 듣는다면, 상황 이해가 더 잘될겁니다. (물론 그렇다고 사람을 죽이기까지 한다는게 이해된다는건 아니지만요. 외국에서도 누가 날 무시한다며 홧김에 때리고 죽이는 사건들이야 있을테니..)

전 존댓말에 집착하지는 않아서, 제 또래는 한두번 만나면 서로 말 놓자고 하고 편히 지내요. 그래도 저보다 나이 많으신 분, 회사에서 지위가 있으신 분, 잘 모르는 분, 그리고 처음 만나는 분에게는 무조건 존댓말을 씁니다. 존댓말 쓴다고 제 지위가 낮아진다기보다는 상대방을 존중하는 의미로 쓰죠. 물론 회사에서야 상하관계라는것이 있지만, 존댓말로 그 상하관계가 성립되는것은 아니죠. 이미 존재하는 상하관계가 언어에 반영되는 것이죠.

독일인과 결혼할 예정이고 독일에서 쭉 살게될 것 같지만, 전 제 아이에게 한국말을 가르칠거고 존댓말도 적어도 처음 만나는 어른들, 가게점원분들 등등 에게는 쓸 수 있도록 가르치고 싶어요. 저와 제 부모님에게는 반말을 하더라도, 친한 사람이 아니면 존댓말로 대화를 시작하라고 가르쳐야 맞다고 봐요. 그러는게 나를 낮추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을 존중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해서입니다. 저는 가게나 식당 가서 나이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대학생뻘로 보이는 알바생들에게 반말로 대하는것 친근하다기보단 너무 무례하다고 생각해요. 한국 처음 온 외국인이나 교포 분들이 잘 모르고 반말하는건 실수이지만, 한국인이 알면서도 대뜸 반말을 하는것은 사실 이해가 안돼요. 한국사회에서 존댓말을 사용하는 것이 예의있는 행동이라면, 잘 모르는 외국인이라도 거기에 맞추면서 한국의 문화에 익숙해져야죠.

존댓말의 개념이 없는 외국에선 상대방을 존중하지 않는다는것도 아니겠죠. 다만 표현의 방식일 뿐이고, 전 한국의 존댓말 표현방식은 한국식대로 보존하는게 맞다고 봐요. 예를들어 이전에 외국인들이 나와서 토론하던 비정상회담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존댓말에 대해 얘기한 적이 있었죠. 거기 미국에서 온 타일러 라는 분이 영어의 You는 반말이 아니라 이미 상대를 높여주는 존댓말이다, 우리는 모두에게 존댓말을 쓰는것이다 라는 식의 설명을 한 적이 있어요. 영어로 구분없이 모두를 you라고 부른다고 상대를 낮춰보는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전부 친근감의 표시도 아니라는 것이죠. 영어권에서도 어른이나 상사를 처음 만났는데 Sir, Mr.xxx, Dr.xxx. 등으로 부르지 않고 바로 이름 부르면 무례한 행동이죠. 한국에서도 존댓말을 하면 무조건 '당신이 저보다 우위에 있습니다'를 표현하는것도 아니고, 반말을 한다고 무조건 친근한 관계도 아니겠죠.

한국이 서양보다 상하관계라는것이 더 분명하고 직장문화라는것이 더 딱딱하다는 것은 공감이 가지만, 그것이 모두 존댓말때문이다는것은 비약인 것 같아요. 음 그리고 더불어서 제 주변에는 부모님에게 반말하는 친구들이 없다시피 한것 같아서...ㅎㅎ 티비에도 부모님과 반말하는 연예인,가족분들도 많이 나오고, 부모에게 반말한다고 버릇없게 생각한다는 말씀은 공감이 어렵네요 ^^;; 전 저희 부모님도 조부모님께 반말을 하실정도로 친하게 지내시구요.

존댓말 한다 안한다로 '내가 너보다 몇살이 많은데!' 하며 무조건 발끈하거나, 만나자마자 나이따지면서 존댓말 쓸지 말지 정하는 사람, 자기보다 어려보인다고 무조건 반말하는 사람들은 그냥 자신의 지위에 집착하는 소위 꼰대라고 하는.. 그런 기질이 강한 사람들 아닐까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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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에다시시작하는학부생활님의 댓글의 댓글

30에다시시작하는학부생활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많은 분들이 제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오해한 것 같습니다. 독일어도 영어도 마찬가지이지만 정중한 어투로도 얼마든지 상대를 기분나쁘게 할 수는 있습니다. 독일어에서 siezen을 하면서 상대방을 모욕하는 것은 너무나 흔한 일이고 쉬운 일이죠. 하지만 저는 그런 사례를 말하고자 하는 바가 아닙니다. 어차피 싸우고 상대방을 모욕하는 의도라면 존댓말 반말은 아무 의미가 없지요.

한국어의 존댓말에서 문제점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상대방을 기분나쁘게 하는 의도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쓸데없는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것입니다. 최근 한국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바로 이런 사례입니다.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23&aid=0003590371
“장교 반말말라” “전쟁때 ‘총 쏘세요’ 하나” 軍 존댓말 갈등에 시끌

독일같으면 이런게 문제가 될까요? 상호 siezen하면 그냥 끝나는 문제이고 duzen할지는 서로 합의보면 되는 간단한 문제입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언어의 서열 때문에 이런 소모적인 논쟁이 벌어지지요. 저는 존댓말이 한국의 전통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전통이라고 해서 무조건 그대로 지켜져야 할까요?

저는 전통도 폐해가 크다면 없어져야 한다고 보는 사람입니다. 최소한 개선은 되어야지요. 남편의 동생들에게 도련님 아가씨 서방님이라고 부르는 것도 전통이지만 저는 그래서 그것이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누나의 남편에게 그냥 이름 + 형이라고 부릅니다. 집에서는 막돼먹은 개새끼라고 난리를 치지만요.

  • 추천 2

BUDS님의 댓글의 댓글

BUDS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장교 반말말라는 기사를 예로 드셨는데.. 댓글 보셔도 아시겠지만 사람들이 '반말말라'는 주장에 동의하기 힘들어하죠. 군대는 엄연한 계급이 존재하는 조직이고, 평범한 한국인이라면 군대에 들어갔을때 상위계급자가 본인에게 반말로 지시를 한다고 '어? 반말해?' 하면서 발끈할 사람 없을거예요. (댓글에는 정치적인 발언들도 있지만..) 군대 경우는 솔직히 문제를 만들어내고자 하는 의도를 가지고 만들어내는것 같네요. 학교에서 선생님이 애들한테 반말한다고 '선생님 왜 반말하세요? 저희에게 존댓말하세요' 하는 것 같달까요 ㅎㅎ

한국에서 자란 한국인으로서, 군대에서 반말로 명령하는것, 학교 선생님들이 반말로 수업하는것, 학생들이 선생님께 존대하는것, 대학에서 교수님들 대부분이 '여러분도 이제 성인이니 ㅇㅇ씨로 칭하고 존댓말로 대하겠다'하셨던것, 전부 반발감 없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였습니다. 독일에서 siezen 할지 duzen 할지 정하고 나면 아무 문제 없는것 처럼, 한국에서도 성인과 성인이 만났을때 서로 말 놓자고 동의하고 반말한다면 문제될 경우 없었구요.

전통도 폐해가 크다면 없어져야 한다는것은 동의합니다. 도련님 아가씨 서방님 예를 드셨는데, 저도 사촌과 형제의 배우자도 그냥 ㅇㅇ언니, ㅇㅇ아, 이렇게 불러요. 상대방도 저를 이름으로 부르구요. 좀 친해지고는 반말도 하고 그래요. 음 저희 집안 어르신들은 처음에 제가 누구누구를 뭐라고 불러야하냐고 물어봤을때 (처제, 처형, 매제 이런거 헷갈려서) 뭘 그런걸 따지냐 그냥 서로 이름 불러라 해서 편했습니다. 학부생 님의 경우에는 학부생님 세대부터 폐해를 없애는 경우가 되겠네요. 제 주변 친구는 부르기는 형부! 하고 칭하지만 대화는 반말을 하고 뭐.. 그렇더라구요.

존댓말로 인해 몇가지 어려움이 있다고, 전통이라고 무조건 지켜야 할 것은 아니니 존댓말을 아예 없애야한다는건 동의할 수 없습니다. 폐해는 고치되 지킬 전통과 문화는 지켜야죠. 존댓말은 전통이기도 하겠지만 언어 그 자체이고 문화입니다. 언어를 없애는건 그 언어를 쓰는 사람의 혼을 없애는 것이라고 하죠.
그리고 저는 존댓말로 생기는 폐해보다, 존댓말을 없앰으로서 생기는 폐해와 오해, 혼란이 더 클 것 같아요 ㅎㅎ 문득 한국 회사에서 위계질서를 없앤다면서 서로 영어이름으로 부르자고 했는데, 결국엔 서로 크리스 부장님, 제시카 대리님 이런 어색한 호칭들로 부르게 된 것 외에는 달라진건 없었다는 그런 경우가 생각나네요 ㅎㅎㅎ

  • 추천 1

30에다시시작하는학부생활님의 댓글의 댓글

30에다시시작하는학부생활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군대를 혹시 다녀오셨는지 묻고 싶습니다.

군대에 가면 보통 나이 많은 부사관 + 젊은 장교의 조합을 많이 보게 됩니다. 소대장인 중위나 소위는 만으로 23~25살 내외이고, 부소대장인 중사는 서른살을 보통 넘죠. 그리고 대대에 있는 주임원사는 나이가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이고요. 그래서 소대장이 주임원사보다 명목상으로 계급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소대장이 주임원사에게 반말을 하는 것은 거의 하극상에 가깝게 취급됩니다. 정신나간 사람 아니면 반말 안씁니다.

그런데 해당 저 사건이 논란이 되는 이유는 그간의 불문율을 깨고 반말을해도 된다고 했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서 존댓말이 친소어가 아닌 서열어로 쓰이기 때문에 벌어지는 폐해입니다.

저는 존댓말을 없애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공손하게 표현하는 것은 어느 언어든 존재하는게 좋습니다. 다만 언어에서 서열을 나누는 행위는 없어져야 합니다. 왜냐하면 현대는 더 이상 신분제 사회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 추천 2

토드님의 댓글

토드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흥미로운 글일것같은데.. 따흑 넘 길다 ㅠㅠ
근데 여쭤볼게있는데요! 독일에서 다니는 직장에 한국분이 들어오셨는데 저보다 한 10살 많으신거같은데 도대체 뭐라고 불러야하는거에요??? 한국에서 산지 넘 오래되서 도대체 감이 안와요 ㅠㅠ 독일은 직급도 없고그래서 드라마보면 xx씨 라고 하던데 저보다 나이많은 사람한테도 그렇게 불러도 되는거에요? 아님 직장에서도 언니라고 불러요? 살면서 언니라는 말을 써본적이 없어서 너무너무 어색 ㅠㅠ 독일어로 할때는 걍 이름부르는데 그래도 한국어쓸때는 도무지 모르겠어요..예의없게 들릴까봐 걱정이에요ㅜㅠ

흰돌님의 댓글

흰돌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여기 분들 왠 글들을 이렇게 길게 씁니까? 일일이 읽기에 시간이 너무 걸릴것 같다는 생각 첫째.
"커피 나오셨습니다" 를 "커피 나왔습니다."로 말했다고 경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사람이 심각한 언어인지장애가 있거나 왜곡된 언어체계를 갖고 있는 사람입니다. 틀린 것은 고쳐야지 남 눈치보면서 휩쓸리지 말았으면 합니다.

말이나와서 그러는데, 우리나라사람 대부분 "틀리다"와 "다르다"를 혼동해서 사용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방송에 나오는 일반인, 연애인 할것없이 지식인들까지 모조리 틀리다로 통일해버리더군요.

  • 추천 2

희야ss님의 댓글

희야ss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존대법의 반대가 하대법일 수 있다는 생각, 그리고 존대법의 '존대'가 진정한 의미로 존재할 수 있는 순간은 서로가 동일한 지위일 때라는 것에 약간의 참신함을 느끼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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