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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생활자의 수기 3

페이지 정보

작성자 오사마84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1,766회 작성일 21-01-09 14:54

본문

본 글은 10여년전 독일 유학을 가기전에,
유학자금을 벌기위해 장례식장에 1년간 위장취업(?)을 하면서 겪은 이야기를 최대한 객관적으로 서술하였습니다.
 
3.
 
사람들이 경험하는 죽음은 여러가지다.
 
수명이 다해, 가족과 아름답게 이별하는 죽음.
기나긴 병마와 싸우다 지쳐 쓰려져가는 죽음.
갑작스런 사고, 혹은 사건으로 인한 황망한 죽음.
 
성별과 나이를 초월해서
슬픔의 무게도 가지각각이다.
 
남겨진 자들의 슬픔은 분명 시간이 치유해 줄것이다.
 
 
우리.
정확히 말하면 상례사, 혹은 장례 지도사들에게 죽음이란
아주 단순하다.
 
'병사'
 
혹은
 
'사고사'
 
이 둘의 간극은 크다.
 
처음 배울때 사수가 강조하고 또 강조한 것은 '사고사'인지 확인 하라는 것이었다.
만에 하나, 사고사로 사망한 사람이 병사로 처리된다면. (이중,삼중으로 안전장치가 있지만, 사람일이란 언제나 실수가 있는법)
 
장례식장의 존폐위기가 달린.
어쩌면 관련자가 형사사건으로 입건될 아주 중대한 문제가 생긴다.
 
1년간 단 한번인가.
이런 실수가 발생할 뻔 했다.
 
시골에서 어느 할아버지가 농약을 마시고 자살을 했는데.
가족들은 이 죽음을 조용히 덮고자 병사로 처리하려 했던 것이다.
 
가족들의 반응을 보면 짐작이 간다.
 
이상하게 슬퍼하지도, 당황하지도 않는 사람들.
 
이런 경우엔 100%다.
 
가족 몰래. 조용히 응급실에 전화해, 사망진단서를 정확히 확인해야 한다.
사고사의 경우엔 가족들 마음대로 장례를 치룰수 없다.
 
먼저 과학수사대에서 시신의 자세한 사진을 찍고.
관할 검찰의 검사에게 시신의 사진과 기타 사항들이 전달된다.
 
그 후 "검사 지휘서"라는 공문이 나오게 되면.
 
그제서야 가족들은 정상적인 장례절차를 시작할수 있게된다.
 
대부분의 경우 검사 지휘서는 금방 나오게 되는데 (이틀정도)
타살이 아닌경우, 즉 자살이나. 교통사고 등이 해당된다.
 
 
한 시간쯤 지났을까.
 
익숙한 과학수사대 형사 두명이 도착한다.
새벽 4시의 적막함을 뚫고. 대리석 바닥을 밟고 들어오는 걸음.
 
"빨리 끝내죠"
 
새벽에 달려온 터라 형사들은 피곤함과 귀찮음이 적절히 뒤섞인 말투로 나에게 재촉한다.
 
사고사는 한달에 10~15번 정도 발생 되기에. 이미 여러 경찰서의 과학수사대 형사들과 안면이 익다.
그들과 함께 사무실 건너편 입관실로 향한다.
 
-통제구역. 관계자외 출입금지-
-위 사항을 어길시에는 보건복지부 법 XX항에 의거하여 처벌받을수 있습니다. -
 
경고 문구가 큼지막하게 붙어있는 커다란 철문을 열고, 형사들과 내가 모셔온 시신을 마주한다.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경찰과 과학수사대가 시신과 함께지만,
현실은 다르다.
경찰이던 과학수사대건 시신을 달가워 하지 않는다.
 
그들도 두려운걸까?
 
형사가 어깨에 맨 검은 가방에서 니콘 DSLR 과 사진 촬영에 쓰이는 하얀색 직각자를 꺼낸다.
 
"일단 위에서 전체적으로 찍을게요."
 
나는 쪽잠에서 막 일어난 I주임과 시신을 놓여진 바트(손잡이가 양끝에 달린 기다란 쇠판)를 바닥에 내려놓는다.
 
아직도 따뜻하다.
 
찰칵,찰칵
 
카메라 소리만 들린다.
 
"이번엔 눈 쪽 찍을게요."
 
내가 수술용 집게를 꺼내와 시신의 눈동자가 보이도록 눈꺼풀을 완전히 뒤집는다.
아마도 폭력의 흔적이 눈 주위의 모세혈관에 남기에 찍는 절차다.
 
항상 찍는 부위와 방법은 정해져있다.
우리는 그걸 원하는 대로 도와줄 뿐.
 
"교통사고죠?"
 
"네. 아직 가족은 도착하지 않았어요."
 
10분정도 사진을 찍고, 시신의 옷가지와 물품을 검은 봉지에 담아, 안치 냉장고에 넣는다.
냉장고 겉면엔 이름과 나이, 성별을 꼭 적어야 하지만.
지금 상황에선 알 턱이 없으니 날짜와 시간만 적고. 크게
'사고사' 라고만 적어 놓는다.
 
그리고 두장 받아온 시신 꼬리표중 하나를 꼽아넣는다.
 
“야, 또 누구 내려오면 좀 다른 병원 가라구 해”
 
나보다 두달 먼저 들어온 I 주임은 궁시렁 거리며 다시 쪽잠을 자기 위해 탈의실로 가고.
나와 과학수사대 형사 2명은 사무실로 돌아간다.
 
"커피 드릴까요?"
 
능숙하게 믹스커피를 세 잔 만든다.
 
"아우. 피곤해 요즘은 왜 이렇게 출동이 많은지."
 
항상 성격 좋아보이는 형사가 의자에 기대 앉으며 푸념을 늘어놓는다.
 
"I 병원은 오늘도 빈소가 꽉 찼던데. 여기는 좀 한가하네."
 
다른 형사가 상판이 유리로 된 둥근 탁자 맞은 편에 앉으며 굳이 이야길 꺼낸다.
 
일산에는 3개의 대형병원이 있고.
국립인 I 병원은 언제나 빈소가 만원이다.
시설이 좋은 변두리의 D 병원은 우리와 비슷하기도 하고. 적기도 하다.
I병원이 꽉차면, 근처 대학병원인 우리쪽으로만 시신이 안왔으면 하고, 내심 바랜다.
 
이미 이 병원에서 죽는 사람도 많으니까.
 
이 곳에서만.
한달에 보통 60명~80명이 죽는다.
 
신문이나 뉴스로 전해지지 않는 셀수 없는 수 많은 죽음들
하루에 3~4명 꼴이다.
 
이렇게 사람들이 자주, 많이 죽는지 전혀 몰랐다.
사람들은 살아 가는것에만 관심이 있으니까 그런가.
 
언제 죽을지 그 누구도 모르는데, 영원토록 살것처럼 살아간다.
 
머리가 띵하다.
 
이틀에 한번 밤을 새서 그런가.
 
아침에 무사히 교대하고 8시에 퇴근하고 바로 집에가서 잠을 잤으면.
손 안 종이컵의 따스함이 방금 전에 느꼈던 따뜻한 시신과 겹쳐지려 한다.
 
“아이고..”
 
울음소리와 통곡과 함께 가족들이 도착한 걸 사무실에서 알아차린다.
아내로 보이는 40대의 여자와. 거의 잠옷차림에 슬리퍼를 신고 달려나온 두 딸들.
 
뭐라고 위로를 해야할까?
 
이런 때는 아무 위로도 부질없다.
그저 그들이 슬퍼 하도록 내버려두는 수밖엔.
 
형사들이 일어나 가족들을 맞이한다.
 
나는 사무실에서 나와 복도에있는 긴 의자에 앉아 통유리로 된 사무실을 턱을 괴고 물끄러미 지켜본다.
 
내 옆 의자에는 10대로 보이는 두 딸들이 서로를 부둥켜 안고 울고있다.
 
하나밖에 없는 아버지가 새벽에 운명을 달리한 순간.
아마도 생에 잊혀지지 않는 큰 슬픔과 긴 새벽이 될것이다.
 
나도 슬퍼할수는 없다.
그저 말을 아끼고 냉정해져야 한다.
 
그들에겐 일생에 한번이지만.
 
나에게는 매일의 일상이 되었기에.
 
처음 일할때는.
 
나는 그저 남에 불과했지만.
큰 슬픔 앞에 이유없이 눈물이 나올때도 있고.
 
뭐라 위로의 말을 해보려고도 했다.
그러다 두,세달이 지나니.
 
로보트 처럼 감정이 굳어버린다.
눈물샘이 막혀 굳어버린듯.
 
무슨 일이 벌어진대도, 본능적으로 침착해진다.
당황하면 사람은 무조건 실수하게된다.
 
형사들은 망자의 아내에게 관할서 연락처와 앞으로 진행될 과정들에 대해 설명을 해주고
서둘러 장례식장을 빠져나간다.
 
이제 내가 나설 차례다.
검정색 양복의 옷 매무새를 고치고, 사무실로 걸어 들어간다.
 
계속.

PS.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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